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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88화 (185/729)

# 188

제188장 다시 만난 채향(2)

대회장에서는 선발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 조씩 경기를 해서 이긴 조는 또 다른 조와 붙고, 이런 식으로 두 조가 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경기였다.

현장에는 십여 개의 조가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중주 현지의 유명한 자유 수련자나 용병이었다.

중주학당의 규정 수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에 외부인들은 미처 중주까지 오지 못한 것이다.

선발전은 제비 뽑기로 진행되었다.

“풍채향 조는 금우 조와 겨룹니다!”

첫 번째 상대는 용병과 자유 수련자로 구성된 조였다.

대부분이 작은 용병단의 용병단장이었으므로 실력 또한 좋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풍채향은 자신만만했다.

“나한테 맡겨!”

천제현은 채향의 실력이 혼성 2성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지만 보자면 천제현보다도 몇 단계는 강한 셈이었다.

신풍후 풍운천의 딸인 채향이 공급 받는 자원들은 자유 수련자나 용병들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뎅!

종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죽여라!”

금우 조 6명은 동시에 마력을 끌어모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채향을 공격했다. 맹렬한 공세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채향은 당황하지 않았다. 환상 속의 나비처럼 아리따운 몸매가 잔영만을 남기며 육안으로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우 조 용병들은 그녀의 옷자락조차 만질 수 없었다.

“엄청난 신법이다!”

금우 조 일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한편,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채향의 두 다리가 가볍게 땅을 차는가 싶더니 우아한 제비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른 것이다.

푸른 마력이 그녀의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까악!

이내 청량한 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채향의 몸에서 거대한 푸른 새가 튀어나왔다.

그 용맹스러운 새의 온몸에는 신비한 주문들이 가득했다.

속세를 초월한 듯 고귀한 기운이 주변을 채우자 강렬한 압박감을 느낀 금우 조 일원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푸른 난새인가? 바람의 새? 훌륭한 정령이군!”

“푸른 난새!”

“전설에 나오는 난새 말이야?”

“신급 수준의 정령이다!”

금우 조원들은 첫 번째 경기에서 이렇게 엄청난 상대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들 여섯은 혼성 1성에 불과했고 그들의 정령도 중간 수준에 채 미치지 못했다.

채향이 그들과 같은 혼성 1성 수련자였어도 푸른 난새 정령의 힘이라면 그들 여섯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금우 조는 그렇게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버텨!”

채향이 두 팔을 십자 모양으로 겹치며 외쳤다.

“풍권잔운!”

그러자 푸른 난새가 수없이 많은 푸른 마력으로 갈라졌다.

그 마력은 채향의 손짓에 따라 빠르게 회전하면서 무시무시한 마력 폭풍으로 변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된 푸른 마력은 금우 조 여섯 명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안 돼!”

“도망쳐!”

그러나 사람 발이 바람보다 빠를 리 만무했다.

압도적인 속도와 힘으로 다가온 회오리바람 앞에 여섯 명은 제대로 저항도 못해 보고 휩쓸려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전의를 잃은 채 경기장 밖에 버려졌다.

채향은 정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상대를 깔끔하게 제압하면서도 무의미한 상처를 주지 않았다.

“저희가 졌습니다!”

“풍 아가씨, 과연 엄청난 실력이십니다!”

금우 조 여섯 명은 진심으로 탄복해 마지 않았다.

채향이 혼성 2성 정점의 수련자이기는 했지만, 푸른 난새 정령의 위력이면 혼성 3성 수련자와도 겨룰 수 있으리라.

‘중주성의 폐물로 불리던 풍채향이 언제 이렇게 컸단 말인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력, 무공, 정령까지 전부 일류 수준이었다.

‘저게 진짜 풍채향이라고?’

관중들은 한동안 넋이 나가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멋지다!”

“잘 싸웠다!”

경기장 위에서 자신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중들을 지켜본 채향은 형용할 수 없는 흥분과 감동을 느꼈다.

채향이 지금까지 어떤 압박 속에서 살아왔는지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녀는 신풍후 풍운천의 외동딸이었다. 가문에서는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지만 날 때부터 경맥이 막혀 있었던 그녀는 아무리 수련을 해도 제자리걸음이었다.

풍씨 가문의 모든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건 물론이고 중주성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던 것이다.

풍채향은 그런 비웃음과 놀림 속에서 자랐다.

그러던 그녀가 모든 억압을 벗어 던지고 활개를 칠 수 있게 된 건 전부 자신 뒤에 있는 저 무명의 소년 덕분이었다.

천제현은 채향에게 새 삶을 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풍청운은 어두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평생 꽃 장식 역할만 하더니 이런 날도 있군!”

이어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경기에도 채향이 출전해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채향은 어려서부터 신풍후의 각종 비급을 배워 방어부터 공격, 신법부터 기술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지난날 연체 경지의 수준일 때는 그 무공들을 알아도 사용할 수 없었으나 혼성 경지에 오른 지금은 마력이 성장하며 무공도 통달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로 인해 채향의 종합적 실력은 몹시 강했다.

게다가 푸른 난새 정령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전투력 향상 효과까지 보게 되어 실질적인 전투력이 혼성 3성 실력자에 달했다.

천제현조차 지금의 실력으로 혼성 3성 수련자와 겨루면 100% 이긴다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풍채향의 실력이면 충분히 대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다!’

한 경기 한 경기 채향이 보여준 무공은 끝없이 다양했다.

그 모습에 구경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 덕분에 같은 조원들은 손 한 번 써볼 기회조차 없었다.

이렇게 마지막 선발 경기가 되었다.

남은 4개 조가 한 번씩만 겨루면 선발전이 끝나고 최후의 두 조가 정식으로 본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다음 경기는 풍채향 조와 척패 조!”

사방에서 환호성이 일었다.

채향의 실력은 이미 의심할 나위가 없었지만 척패 조원들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들은 전부 혼성 2성의 실력자였을 뿐만 아니라 무공과 전투 경험을 모두 갖춘 고수들이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척패 조 여섯 명의 안색은 많이 어두웠다. 그들 여섯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채향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의 조에는 임목과 방한까지 있지 않은가. 그 용병 둘은 주목 받는 신예였다. 그러니 승산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척패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숭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저놈들이 이번에도 풍채향 혼자 내보낸다면 우리 여섯 명이 함께 그녀를 쓰러뜨린다. 그 여자만 쓰러뜨리면 나머지는 별거 없으니까!”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합시다!”

풍채향이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으로 봤을 때 마지막 경기에도 혼자 출전할 가능성이 컸다.

여섯 명이 한꺼번에 그녀를 상대할 경우 승산이 있었다.

이렇게 척패 조 여섯 명이 작전을 짜고 있을 때였다.

“고생 많았어요.”

천제현이 유명검을 슥 뽑더니 채향을 스쳐 지나가 경기장 중앙에 섰다.

”이번에는 제가 몸 좀 풀어볼까요!”

풍청운은 콧방귀를 뀌며 조롱하듯 말했다.

“혼성 1성의 쓰레기 주제에 혼성 2성 수련자 여섯을 상대하겠다고? 누구 망신을 시키려고 그래?”

채향의 눈에도 걱정의 빛이 감돌았다.

“암우개, 난 네가 강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저놈들은 전부 혼성 2성이라고. 나도 혼자서는 이길 거라는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채향은 암우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만시고묘에서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가.

하지만 그곳은 금제의 영향으로 내공이 제한된 특수 지역이었다.

당시 천제현은 연체 9성의 수련자에 불과했고…….

그때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혼성 경지가 되었다고 해도 그리 큰 성장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금제의 구속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몸으로 경험 많은 혼성 2성 수련자 여섯 명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

풍청운이 차갑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안 돼. 내가 나가지!”

그러나 천제현은 풍청운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채향을 보며 말했다.

“걱정 마요! 별일 없을 거예요!”

말을 마친 천제현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풍청운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경기장으로 나갔다.

그를 본 척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야? 왜 이 쓰레기가 나오는 거야?”

또 다른 일원도 웃으며 말했다.

“우리 조에 들어오려다 실패한 놈이잖아? 운 하나는 기똥차게 좋은가 보군. 풍채향 아가씨의 등 뒤에 숨어 최종전까지 올라오다니!”

“사서 고생하지 말고 좋은 말할 때 꺼져라! 풍 아가씨더러 올라오라고 해!”

척패 조의 또다른 일원 한 명이 천제현을 도발하며 외쳤다.

“설마 위풍당당한 풍 아가씨도 우리가 겁난 건가? 그래서 너 같은 쓰레기를 내보내서 염탐하라고 시킨 거야?”

천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인당 일격이다!”

그의 말에 멍해진 척패가 다시 물었다.

“지금 뭐라고?”

천제현은 그의 말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장검을 가로로 들었다.

검날 표면에 청백색 화염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호오, 꿍꿍이가 있나 본데!”

“가자! 해치워 버려!”

척패 조는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때,

콰과광!

유명검에서 거대한 화염이 일더니 삽시간에 천제현의 몸을 삼켜 버렸다.

그 화염이 사라졌을 때는 검의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간 거지?”

여섯 명이 채 상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을 때였다.

휙!

이글거리는 검광이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왔다!

“윽!”

가장 앞에 있던 상대의 무기와 갑옷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종잇장처럼 호신마력이 사라지자 유명화가 그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놀람과 공포로 비명을 지르면서 불을 끄려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러나 평범한 불이 아닌 유명화는 끄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기세가 강력해졌다.

그리고 또 한 번 검광이 번뜩였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검광만 번뜩이는 것! 이건 암살류 무공의 특징인데!’

척패는 평범하게 생긴 소년이 이런 무공을 연마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암살류 무공은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연마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일반적으로 암살류 무공은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나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저런 공격을 하고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척패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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