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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87화 (184/729)

# 187

제187장 다시 만난 채향

시련탑은 5년에 한 번 열리며, 시련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은 30세를 넘길 수 없었다. 또한, 중주성 전체에서 시련에 참가하는 젊은이의 수는 10명 이하여야 했다.

그 10명 중 사대 가문이 한 자리씩을 가져가고 나머지 자리는 중주학당 학생들의 몫이었다.

중주 시련이 열리는 궁극적인 목적 역시 시련탑에 도전할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규칙을 바꾼 풍운호 원장의 행동은 규정 위반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겨우 두 조 늘어난다고 해서 대회에 큰 영향을 줄 리 없었기 때문에 명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었다.

성 사람들은 더더욱 반대할 리 없었다. 참가자가 늘수록 변수가 많아져 더 흥미진진해질 테니까.

사실 천제현은 중주 시련탑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기회에 삼대 가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중주성에 천제현이 왔다는 걸 알릴 수도 있었다.

그 정도면 대회에 참가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평범한 자유 수련자 신분으로 등록하자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참가자들은 반드시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뤄야 하며 단독으로는 대회 신청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신청 장소에는 수백 명의 자유 수련자와 중소가문 일원 등이 벌떼처럼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혼성술사였으니 이곳에서라면 조를 찾기도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성술사들이 이렇게 널리고 널렸다니.’

게다가 모두 30세 미만의 창창한 젊은이들이었다. 그 중 일부는 종문이나 지하세력이 비밀리에 키워낸 인재들이었고 또 일부는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난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천제현은 주변을 한 번 훑어봤다.

한 조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 조의 일원들은 모두 혼성 2성의 실력자들이었는데 한 명 한 명이 전부 흉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험하게 살아온 자들이 분명했다.

그들 중 대장처럼 보이는 자는 애꾸눈에 거친 수염을 기르고 청룡언월도를 든 남자였는데, 인파 속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다.

“저 사람, 청룡도 척패 아니야?”

“용병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는 그 척패?”

“척패도 이번 경기에 참가할 줄은 몰랐네. 경기가 더 재미있어지겠어!”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 마디씩 하며 청룡도를 든 그 사내를 경계했다.

아무래도 그 조가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 중 가장 강한 조인 것 같았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한 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천제현은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혼성 1성이라고?”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우리 조에 들어오겠다니!”

“우린 최후의 10조가 목표야. 그 정도 실력으로는 우리 발목이나 잡을 거라고! 곱게 보내줄 때 썩 꺼져!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리기 전에!”

이름값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들어본 적도 없는 혼성 1성의 어린 수련자에게 콧방귀를 뀌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또 무시당했군! 이 동네 사람들은 다 눈이 어디 달렸나. 왜 이렇게 보는 눈이 없어?’

천제현이 말했다.

“내가 당신들 사이에 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겨뤄보겠소?”

“애송아, 사람 말 못 알아들어? 가라고 했잖아!”

척패가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꺼져!”

그러자 새끼여우가 불만스러운 듯 으르렁거렸다.

한 번 혼내주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천제현이 손을 좀 봐주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척패 이놈, 허세하고는!”

그들을 본 척패의 안색이 달라졌다.

“너희 둘은…… 뭐야, 너희도 끼겠다는 건가?”

고수처럼 보이는 두 젊은이가 다가왔다.

“저 둘은 황천쌍걸?”

“황천용병단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예 용병단인데도 벌써 꽤 유명해졌다며?”

“저 두 명이 바로 황천용병단의 창시자라며? 나이가 저렇게 어린데도 실력이 보통이 아니래. 양씨 가문에서도 손을 내밀었는데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그 두 명의 젊은 용병은 무의식 중에 천제현을 한 번 쳐다봤다.

“아니!”

“넌!”

셋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그 둘은 다름이 아니라 임목과 방한이었다.

얼마 전 황석성에서 천제현이 목숨을 구해 준 그 두 사람.

천제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더 실력이 는 것 같네요!”

둘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다 덕분이죠!”

척패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구경꾼들도 눈이 똥그래져 그들을 바라봤다.

그 두 젊은이는 중주 용병계의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자들이 무명의 소년 앞에서 저렇게 저자세를 취하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천제현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두 분도 인원이 부족한 것 같은데 저와 한 조를 이루는 게 어떻겠어요?”

임목과 방한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잘됐다!’

‘척패, 저 멍청한 놈. 만약 이자가 네 조에 들어갔더라면 우리에게는 조금도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역전됐구나!’

그러나 척패는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임목, 방한! 그렇잖아도 너희가 자꾸 나대는 것 같아서 한 번 손을 봐줄까 하고 있던 참이다. 이렇게 된 거 대회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뜨거운 맛?”

“그럴 실력이나 되나 몰라!”

“두고 보면 알겠지!”

이제 조원이 세 명이 되었으니 셋을 더 구해야 했다.

“암우개!”

천제현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매력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궁궐 여인의 복장을 한 몹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늘씬한 몸매에 우아한 분위기, 그림 같은 얼굴은 경국지색이 따로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고전미와 부드러움까지 갖춘 대갓집 규수 같은 여인이었다.

그녀가 등장하자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이상하군.’

그 미녀를 본 기억이 없는 천제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야, 나 못 알아보는 거야?”

다시 한 번 그 미녀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천제현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

“채향 아가씨?”

그때와 겉모습은 많이 달랐지만, 분위기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암시장에서 만난 채향이 분명했다.

“그땐 허락 없이 외부에 나간 거였거든. 그래서 원래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어. 너무 탓하진 마.”

채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원래 이름은 풍채향이야!”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해요.”

“암우개님, 여기에서 또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젊은 사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 사내는 천제현도 아는 자로, 바로 그때 동행했던 항호였다.

항호는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내고 있었다.

그동안 무공 면에서 큰 수확을 거둔 듯 어엿한 혼성술사가 되어 있었다.

채향과 항호 옆에는 한 명의 소년이 더 있었다.

천제현 또래로 보이는 그 소년은 열예닐곱 정도로 보였다.

짙은 남색 머리칼에 화려한 장포를 입은 그 소년의 얼굴에는 오만한 기색이 가득했다.

임목과 방한은 채향의 이름을 들은 순간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풍채향이라면 신풍후의 딸 아닌가.

그녀는 중주에서 꽤 유명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경맥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그 신풍후의 외동딸이 무공 면에선 폐인과 다름이 없다니.

그건 중주성뿐만 아니라 남하국 전체에서 유명한 얘기였다.

소문이 더 흥미진진했던 건 그런 딸임에도 불구하고 풍운천이 금이야 옥이야 아꼈기 때문이다.

그는 풍씨 가문의 자원을 그녀에게 쏟아 붓다시피 했고, 그건 사대 공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풍씨 가문은 결코 사대 가문에 뒤지지 않으며 권력 면에서는 오히려 한 수 위였지만, 젊은 고수들 중에는 사대 공자만 꼽힐 뿐 풍씨 가문의 사람은 없었다.

그건 풍씨 가문을 몹시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항호는 우리 아버지의 기명제자가 됐어. 이쪽은 내 사촌동생인 풍청운이고. 우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려고 왔어. 너도 그런 것 같네? 우리도 셋이고 그쪽도 셋이니 같이 참가하는 게 어때?”

대회는 반드시 6인 1조로 참가해야 한다.

현재 천제현의 일행은 셋, 풍채향의 일행도 셋이었으니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루면 딱 맞지 않겠는가.

그러나 천제현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 있던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용병 둘은 실력이 나쁘지 않아 보이니 우리 조에 들어와도 제 몫은 하겠네.”

풍청운이 냉소를 지으며 거만한 눈길로 천제현을 훑어봤다.

“그런데 넌? 너무 약하잖아! 알아서 빠져!”

그 말을 들은 풍채향은 화가 나서 말했다.

“내 친구를 모욕하지 마!”

“모욕이라고요? 제가 언제요? 전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요. 자기 주제를 알아야죠! 더러운 용병들도 안 끼워주려는 놈인데 감히 우리 조에 들어오겠다고? 실력이 없으면 가만히나 있지 어딜 껴들어? 여긴 너 따위가 올 곳이 아니야!”

풍청운은 고압적인 태도로 천제현을 도발하며 말했다.

“억울해? 그럼 나랑 겨뤄볼까?”

“입 다물어!”

채향은 사촌동생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그만한 실력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급히 풍청운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버님 말씀 잊었어? 내가 우리 조의 대장이라고! 그러니 내 말을 따라야지! 내가 우리 조로 초대했으니 함께하는 거야!”

“흥, 또 신풍후 타령이군. 그렇게 평생 아버지 그늘 아래 살겠지!”

풍청운은 팔짱을 끼며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한쪽에 비켜섰다.

“아버지 이름으로 날 누르겠다면 어쩔 수 없지! 들러리 하나쯤 많아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채향은 어색한 표정으로 오도카니 서 있을 뿐이었다.

풍청운은 기를 숨기는 무공을 연마했다.

그래서 심안을 사용하지 않은 천제현은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채향의 체면까지 세워주지 않는 오만한 태도에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풍청운과 풍채향은 모두 풍씨 가문 사람으로 중주학당의 학생이 아니었다.

이번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도 가문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규칙을 바꾼 것 역시 원장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며, 풍씨 가문이 이 둘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풍채향은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청운은 숙부님의 아들이야. 몇 년간 외지에서 수련하다가 이번에 대회에 참가하려고 중주에 오게 됐지. 청운은 어렸을 때부터 날 안 좋아했어. 오해도 많이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더 너한테 못되게 구는 걸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천제현은 풍청운이 불쾌한 언사를 하긴 했지만, 지나칠 정도만 아니라면 채향의 얼굴을 봐서라도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머릿수는 채워졌다.

채향이 조의 대장이 되었고, 풍채향 조는 접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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