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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85화 (182/729)

# 185

제185장 부서진 기린무도관

사실 남궁혜는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우악스러웠지만 외강내유형의 사람으로, 자신의 분수와 주제를 잘 아는 부류였다.

그녀는 심빙우의 능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심빙우가 기린무도관에 가입한다면 기적상회와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기적상회는 엄청난 아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천제현은 기적상회를 중주로 가져오기 위해 계속 기반을 닦고 있었다.

중주의 운씨 가문에 이어 심빙우의 지원까지 받게 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원 초과기는 하지만, 이모는 예외로 대우해 드려야죠. 가입할 수 있게 도와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대장한테 잘 말할게요. 아, 그리고 바로 고급 회원으로 올려드릴게요. 그럼 바로 고급 수업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행이다!’

이제야 한시름 놓은 심빙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잘됐구나! 그럼 부탁하마. 나중에 크게 보답하겠다!”

“헤헤, 제가 뭘 했다고요!”

남궁혜는 심빙우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이모, 우리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그래!”

심빙우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걸로 봐서 기린무도관에서 남궁혜의 지위가 꽤 높은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믿어도 되겠지. 정말 잘됐다!’

심빙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수업을 끝까지 듣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기린무도관의 수업을 들은 그 순간부터 지식에 대한 갈망이 다시 한 번 샘솟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도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남궁혜를 따라 무도관 안으로 들어간 심빙우는 축음기, 자음판 등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심빙우의 안색이 돌연 크게 변했다.

“이런! 이 마력 파동은!”

남궁혜가 채 반응도 하기도 전에 쾅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기린무도관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어 격렬한 폭발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무도관 중앙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느껴졌다.

원래부터 큰 규모가 아니었던 기린무도관은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뭐야!”

남궁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소리쳤다.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짓을 한 거야!”

조곤, 왕맹 등 기린무도관의 초기 멤버들은 잿더미 속에서 간신히 도망쳤지만, 하나 같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큰일이오! 기습이오! 침입자들이 축음기와 자음석판을 훔쳐갔을 뿐만 아니라 무도관을 폭파시켰소!”

남궁혜는 분을 참지 못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나쁜 자식들!”

그때, 무도관 밖으로 뛰어나가는 서너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저놈들을 잡아!”

남궁혜가 급히 소리쳤다.

무도관을 폭파시킨 걸로 모자라 축음기와 자음석판까지 훔쳐가다니.

‘그건 무도관, 아니 기적상회의 핵심 기밀이라고!’

그러나 그 습격자들은 하나하나가 혼성 3성의 실력자였다.

그런 자들이 마음먹고 도망치니 남궁혜로서는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때.

무시무시한 분노를 담은 한기가 폭발하는가 싶더니 주변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얼어붙은 듯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화산이 폭발하듯 끊임없이 솟구쳐 나왔다.

기린무도관에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잔뜩 상기된 심빙우는 자신이 꿈에도 갈구해오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하필이면 이때.

누군가가 기린무도관을 폭파하고 설비들을 망가뜨렸으며 물건을 훔쳐갔다.

이런 상황에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심빙우의 별명은 빙설여왕이다.

사실 중주학당의 원장조차도 심빙우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살짝 꺼려했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성격이 괴팍하고 극단적이며 공격수법이 악랄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마력조차 강대해 중주성에는 상대할 만한 자가 없었으니, 그녀 자신은 어떤 세력에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그 어떤 세력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삼대 가문이 그녀의 불 같은 성정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 마력이 살벌한 살기를 담고 폭발하자 대지와 모든 생명체, 심지어 영혼조차 얼려 버릴 기세였다.

머나먼 북극에서 불어오는 듯한 그 폭풍은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주변 몇 리 반경 안을 죄다 쓸어 버렸다.

그 통에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얼어서 작은 얼음 알갱이가 되어 하늘에 흩날리고 있었다.

심빙우를 중심으로 생겨난 그 한파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한파가 덮친 땅은 차갑게 얼어 붙었다.

폐허가 된 무도관에 붙은 불이 순식간에 꺼지고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복면을 쓴 침입자들의 몸에도 얇게 서리가 앉았다.

그들은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힘은…….”

그 엄청난 한파 앞에서 그들은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실력 차이가 너무나 컸다.

지금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도망가야 한다는 것뿐.

그러나 심빙우를 건드리고 도망갈 수 있을까?

심빙우는 눈처럼 하얀 마력에 휩싸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형의 마력이 그녀의 몸을 감싼 채로 돌며 천천히 눈꽃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령인가? 눈꽃 정령?’

그 눈꽃은 무공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정령의 모습이었다.

남하국에는 각양각색의 정령들이 있었지만 눈꽃 형태의 정령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정령의 형태는 정령의 파괴력을 의미한다.

호랑이 정령의 파괴력은 고양이 정령보다 강하고, 늑대 정령의 파괴력 또한 개 정령보다 강하다.

일반적으로 정령의 형상이 무시무시할수록 그 정령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눈꽃이 주는 이미지는 어떤가?

하늘에서 송이송이 떨어지는 눈꽃은 조금의 위험성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눈꽃 정령을 가진 수련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게 맞다.

그런데 심빙우가 보여준 힘은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어 놓는 것이었다.

투명하고 깨끗한 그 눈꽃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웠다.

그 눈꽃이 점점 많아지고 빽빽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수백만, 수천만 개의 눈꽃이 한 데 뭉쳐 기다란 빙설교룡의 형태를 띠었다.

형태를 갖춘 교룡은 심빙우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빙설폐일(氷雪蔽日)!”

심빙우가 두 팔을 휘두르자 셀 수 없이 많은 눈꽃이 눈보라로 변해 육안으로 분간할 수도 없는 속도로 적을 향해 발사됐다.

눈꽃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표창이 되어 삽시간에 침입자들을 덮쳤다.

눈꽃의 숫자가 너무나 많고 빠른 데다 빽빽하게 날아오니 피할 방도가 없었다.

눈꽃들은 방어 마력을 깨고 침입자들의 몸을 관통해 오장육부와 혈맥에 박혔다.

큰 눈꽃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눈꽃들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체내로 들어간 후 다시 흩어져 경맥을 타고 흐르며 온몸이 난도질 당하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

“으아악, 제발 그만!”

무도관에 침입한 수련자들은 자신이 내뱉은 처참한 비명 소리가 채 끊이기도 전에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수련자 한 명만이 살아남아 버티고 있었다.

그는 혼성 4성에 가까운 실력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지만 이미 온몸이 얼어붙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그는 비참한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했다.

“심 원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전 천씨 가문 사람입니다! 살려주세요!”

“천씨 가문이라고? 네놈이 왕족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심빙우는 그의 애걸 따윈 안중에도 없이 다시 한파를 일으켰다.

차디찬 힘이 그의 체내를 관통하자 순식간에 오장육부가 얼어붙었다.

체내에서부터 차츰 온몸이 얼어붙은 그는 얼음조각상처럼 보였다.

“깨져라!”

심빙우가 다시 양팔을 휘젓자 인간 얼음조각상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다.

이렇게 죽으면 신선이 와도 살리지 못하리라.

무서운 힘이었다.

심빙우와 죽음을 맞이한 수련자는 같은 혼성술사라고는 하지만 힘의 차이는 확실했다.

혼성 초기의 허혼 수련자는 정령의 힘을 단순히 이용하기만 할 뿐, 정령 자체는 큰 파괴력이 없었다. 혼성 중기인 현혼기 수련자의 경우, 허혼기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강력한 살기를 내뿜을 수 있다.

그래서 공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살기만으로도 상대를 벌벌 떨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혼성 후기인 진혼기의 수련자는 둘과 완전히 다르다.

그들의 정령은 극단적이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며, 오직 정령의 힘만으로 같은 등급의 고수를 죽일 수도 있었다.

방금 심빙우도 무공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정령 자체의 힘만 사용했다.

그걸로 보아 그녀의 실력이 혼성 경지 중에서도 후기인 진혼 경지에 이르렀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니, 진혼 단계에서도 꽤 높은 경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진혼 경지에 이른 초고수는 중주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게다가 천씨 가문의 그 고용인은 죽기 전에 그녀를 심 원장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확실했다.

바로 중주학당의 부원장, 고수 중의 고수로 명성이 자자한 빙설여왕, 심빙우다.

심빙우라면 성주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신풍후의 벗 아닌가.

수련자들은 참으로 재수가 없었다.

심빙우에게 걸렸으니 살아남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삼대 가문이 고용인 한둘을 위해 심빙우에 도전할 리 없었다.

권력과 세도로 그녀에게 맞설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그들 역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어!’

남궁혜는 오늘 천제현의 행동들이 평소와 좀 달랐던 게 생각났다.

그녀도 바보는 아닌지라 오늘 일이 천제현의 계획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적을 제거했으니 심빙우는 완전히 이용당한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침입자들을 색출해 죽였다 할지라도 삼대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심할 경우 더 강경한 반응을 보였으리라.

심빙우의 손을 빌린 결과는 180도 달랐다. 삼대 가문은 그녀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이건 처음부터 삼대 가문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여우처럼 교활한 데가 있다니까!’

남궁혜는 일부러 아쉬운 듯 과장하며 말했다.

“이모, 저놈들을 왜 죽이셨어요? 삼대 가문 사람들인 것 같던데, 일이 귀찮게 됐네요!”

그러자 심빙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삼대 가문이라고 겁낼 줄 아느냐! 내가 죽였으니 나한테 항의하라고 해! 내가 있는데 그놈들이 감히 너한테 손끝 하나라도 댈 수 있겠니? 그보다 어서 가서 다른 피해는 없는지 확인해 보거라!”

기린무도관은 이미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이런! 축음기랑 자음석판이 전부 망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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