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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83화 (180/729)

# 183

제183장 무도관을 찾아온 심빙우(2)

남궁혜는 계속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최근 여기저기서 기린무도관에 대한 말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르치는 수업은 전부 기초와 입문 지식에 불과하다고요. 꼭 우리 기린무도관이 높은 수준의 지식은 못 가르친다는 식으로 얘기들을 하던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누가 그랬어?”

“누가 그딴 헛소리를!”

왕맹이 크게 소리쳤다.

“감히 기린무도관을 모욕하는 놈이 누구냐? 내가 그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분을 터뜨렸다.

“조용! 조용!”

남궁혜가 꼿꼿이 선 채 팔을 아래로 내리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하자 현장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어찌됐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니 못 들은 척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높은 수준의 수업을 준비했답니다! 고급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게 아무나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아니라는 걸 여러분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수업을 들으려면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겠죠!”

‘뭐라고? 고급 수업?’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 이 수업의 가치는 금화 수십만 냥, 아니 수백만 냥을 상회할 것이다.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고 절 원망하지 마세요. 고급 수업은 여러분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가능하면 필기구를 준비해 놓았다가 한 자도 빠뜨리지 말고 적도록 하고요. 오늘 수업에서 얻게 되는 지식들을 밖으로 가져가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알겠나요?”

그녀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급히 공책과 붓을 꺼내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이쯤 되자 심빙우는 더욱 미심쩍어졌다.

‘이런 데서 진행하는 공개수업에 고급 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황당하군! 어쨌든 이왕 들어온 거 들어나 보자.’

그 다음에 저 계집애를 혼내줘도 늦진 않으리라.

“운소! 수업 준비물 안 가져오고 뭘 꾸물거리는 거야.

“갑니다, 가요!”

운소가 축음기를 안고 도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됐어!”

남궁혜가 그를 걷어차며 다시 말했다.

“꺼져!”

운소의 얼굴이 뭐 씹은 표정이 됐다. 명색이 명문가 자제인 자기를 하인 취급하다니.

그러나 남궁혜는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조심스럽게 자음석판을 꺼냈다.

“이번 수업은 두 시간짜리예요. 수업명은 물의 힘의 근원 탐색과 이해1! 말 그대로 원소의 힘의 본질을 논하는 수업이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물의 힘의 근원을 탐색하겠다고?’

심빙우가 연마한 무공의 이름은 빙설화기결(氷雪化氣訣)이다. 고대 유적에서 발굴한 이 무공은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것이 특징으로 물에 그 근본을 둔다.

진혼 경지의 수련자인 심빙우는 특히 무공과 무학 연구에 능했으며 그 심오한 이치들을 꿰뚫고 있었다.

‘그런데 근본 없는 이 기린무도관이 감히 물의 힘에 대한 신비를 탐색하겠다고? 그게 그리 쉬운 줄 아나?’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경우 수련자에게 큰 해를 주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폐관을 명하기는 충분했다.

그때 남궁혜가 다시 말했다.

“자, 자, 이제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축음기에 난 홈에 자음석판을 넣은 남궁혜는 마력을 사용해 진법을 활성화하고 음량을 최대로 키웠다.

그러자 자음석판이 천천히 돌아가며 확성기를 통해 녹음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물의 힘의 근원 탐색과 이해에 관한 첫 번째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황급히 공책을 펼치고 받아 적기 시작했다.

이 수업은 금화 수만 냥의 가치가 있다. 그 중 일부라도 적어갈 수 있다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한편, 심빙우는 축음기를 처음 본 사람들이 짓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신기한 발명품을 보고 놀라지 않은 자가 여태껏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저 기계가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견문이 넓은 심빙우는 목소리를 보존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부적과 진법들을 복잡하게 조합할 경우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방식으로 소리를 녹음한 것은 처음 보았다.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되고 얼리면 얼음이 됩니다. 이건 가장 잘 알려진 물의 성질 중 하나지요!”

“또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아요. 허나 이것이 물의 힘이 약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홍수와 해일이 일어나면 한 나라를 족히 멸망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물의 힘이란 무엇인가…….”

심빙우의 입가에 냉소가 흘렀다.

기린무도관이 대체 어떤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사실 물과 물의 힘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물은 하나의 물질이고 물질은 각각의 힘을 지니기 때문에 한데 묶어 논할 수 없지요. 일반적으로 물의 힘이란 특별한 성질을 지닌 힘을 말합니다. 유동성, 활동성, 침투성 등등…….”

“그렇다면 오직 물만 물의 힘을 지니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거야말로 큰 오해예요! 사실 세상 만물이 물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물은 물의 힘을 담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체일 뿐이죠…….”

심빙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의가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되새겨보면 나름의 이치가 있었다.

“일례로 금을 들어 보겠습니다. 단단함과 조밀함은 금 고유의 특성이지만, 금을 녹이면 그 특성은 사라지게 되지요. 액체가 된 금은 광포하고 뜨거운 불의 특성을 갖게 됩니다. 그게 바로 불의 힘입니다. 또한 녹은 금이 보여주는 유동성과 다변성은 물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금은 금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물의 힘과 불의 힘이 상생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요? 사람들은 보통 물과 불이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얼음과 불은 그 근원이 같으며, 이 원리에 근거해 더욱 강력한 무공과 무학을 개발해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 잠시 주제에서 벗어났는데, 이제 이 주제에 좀 더 심도 있게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무공을 예로 들어 에너지의 특성을 무공 수련의 각도에서 파헤쳐 보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빙우의 미간이 잔뜩 좁혀져 있었다.

천제현의 관점은 확실히 독특한 데가 있었다.

그녀는 강의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축음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다시 몇 개의 무공을 예로 들며 차근차근 분석하기 시작했다.

얕은 내용에서부터 깊은 내용까지 천천히 설명하는 강의를 듣는 동안, 심빙우의 안색이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의심, 그 다음에는 놀라움, 그리고 마지막에는 경악했다.

‘기묘하다! 기묘해! 이게 정말 남궁혜가 만든 무도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란 말인가?’

강의가 절반가량 진행되었을 때, 심빙우의 인생관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물의 신비, 물의 변화, 물의 영력 등이 하나하나 상세하게 파헤쳐졌다. 강사의 말은 간결했지만 중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 있었고,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게다가 많은 물 속성 무공의 향상 방법을 다루는 내용에서는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멍청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수업의 내용이 너무나 심오하여 일반인의 지식으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심빙우는 달랐다. 태어나서 처음 얻는 거대한 깨달음이 그녀의 정신세계를 덮쳤다.

축음기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리한 침처럼 그녀의 완고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영혼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어두운 장막이 걷히고 눈먼 자가 처음으로 태양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강의는 본질을 살짝 살짝 건드릴 뿐, 깊게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심빙우는 뭔가 잡을 것 같다가 놓치는 기분이 반복되자 안달이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그녀지만 지금만큼은 앞으로 달려가 축음기를 박살 내고 안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 꼬치꼬치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문제들을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다니. 어쩌면 저 자에게 이건 기초 지식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심빙우는 놀람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편, 강렬한 패배감을 맛봤다.

‘아,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진정한 현자 앞에서 그녀는 제자가 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기초조차 모르는 주제에 지금까지 무슨 자격으로 우쭐거렸단 말인가.

이윽고 축음기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말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겠습니다. 더 많은 내용을 듣고 싶으시면 물의 힘의 근원 탐색과 이해 두 번째 수업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끝났어? 이렇게 끝나다니!’

이 수업은 2시간 넘게 진행되었지만, 심빙우에게는 5분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세상에 자신이 모르는 것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도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깐!”

심빙우가 그들 중 한 명을 불러 세웠다.

“그 필기본 좀 빌려 주시오.”

그러나 그 사람은 공책을 품에 꼭 쥐고 강도라도 보는 양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왜 내 노력의 결실을 당신에게 보여줘야 하는 건데? 이 필기본이 밖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알고나 있는 거요?”

심빙우가 다시 말했다.

“얼마를 원하시오? 얼마든 부르기만 하시오!”

“웃기고 있네! 돈은 좀 있나 보지? 돈만 있으면 단 줄 알아? 이 강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속물! 흥!”

“아니, 당신이…….”

“비켜! 비키라고!”

그 남자는 콧방귀를 뀌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공책을 안고 사라졌다.

만약 그가 자신에게 공책을 빌리려던 사람이 중주학당의 부원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심빙우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을 잡았다.

“뭐 하자는 거요?”

“그러게 받아 적으랄 때 안 적고 이제 와서 뭐 하는 짓이야?”

“비켜요!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서 연구해야 돼!”

“나와! 비키라고! 지금 필기본을 팔 사람은 없어!”

현장에서 수업을 듣던 사람 대부분은 명문가의 자제들로, 그 귀한 필기본은 가문에 바쳐질 예정이었다.

가문의 명사들이 필기본을 보고 유용한 지식을 뽑아내 학술지나 신문에 발표하면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기린무도관의 수업 하나하나가 노다지와 같다는 말이 된다.

개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수업료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게 되는 노다지.

물론 관건은 속도였다. 다른 이보다 먼저 움직여야 했으니까.

그런 필기본을 어떤 바보가 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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