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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80화 (177/729)

# 180

제180장 본격적인 회원 영입(2)

사실, 천제현이 녹음 제작한 내용은 모두 기초 중의 기초일 뿐이다.

후세에서 사람들이 배우는 입문 수준 교과서를 통째로 외운 천제현은 그 내용을 그대로 녹음하여 자음석판을 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가격을 그렇게 책정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그 가격이 합당하고 생각했다.

교과서 안의 내용은 모두 수만 년간 수많은 선현들이 쌓은 지적 결정체들이었다.

설사 입문급의 교과서라 해도, 3만년을 넘는 견해를 집대성해 만든 것이다.

그 교과서가 설명하는 아주 기초적인 진법학, 부적학 공식이라도 이 시대에서는 천금보다 더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천제현이 비싸게 파는 것인가?

전혀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의 가치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천제현은 후세에서 한때 악명을 날렸던 다단계식 회원가입을 유도했다.

만약 후세의 사람이 천제현의 모습을 본다면 사기꾼이라고 욕을 할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은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가 다단계를 통해 판매하려는 것은 후세에 누군가 팔았던 쓸모없는 잡동사니가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고 또 천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천제현은 자금 확보와 더불어 인재 영입의 준비를 마쳤다.

천제현이 새로 벌이는 교육 사업은 분명 대박을 칠 것이다.

그러나 그 만큼의 우려도 존재했다.

비록 직접 드러내놓고 활동하진 않았지만, 동작이 너무 컸다.

분명 중주의 많은 가문의 주목을 끌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각종 말썽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천제현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차피 언젠가 겪을 일들이었다.

그리고 언제는 그가 그런 말썽들을 두려워했던가?

제143장 기린무도관

조곤은 기린무도관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축음기는 시대의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이다. 마력등보다도 더 위대한 발명이다.

기본 강의도 엄청났는데, 더 심화된 강의의 내용은 어떠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분명 자음석판 안에 녹음된 교과목들은 남하국에서 내로라하는 중주학당의 강의 수준보다 훨씬 뛰어난 내용일 것이다.

조곤은 너무 놀라워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모든 교과목을 한 번 씩 듣고 싶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운소 같은 녀석이 그렇게 빨리 성장하더니! 내게 그런 지원이 있었다면 그 녀석보다 훨씬 더 성장했을 거야!’

하지만 조곤은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다. 금전적으로 집안의 지원을 받지 못하니 가진 재물을 모두 팔아도 수업료를 지불할 수 없을 것이다.

조곤은 그렇다고 다른 사람보다 뒤쳐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주위에 땅거미가 내리고 몇 번 흔들리더니, 사람 그림자 여럿이 갑자기 나타나 순간적으로 조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

‘젠장!’

조곤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허허허!”

“어르신께서 널 오래 기다리셨다!”

험상궂은 인상의 건장한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가로막았다.

나머지 6명도 모두 실력이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었다.

“왕맹,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왕맹은 청룡에서 서열 26위이며, 조곤도 현재 주작에서 서열 26위였다.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순위가 같았지만, 왕맹이 조곤보다 훨씬 강했다.

중주학당 사대 분원 중에서 주작원은 가장 허약했다.

주작 서열의 고수는 다른 세 학원의 동급 서열 고수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했다.

“뭐하는 거야?”

왕맹이 손가락을 꺾더니 칼칼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는 섬뜩한 웃음을 띠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경고 했지, 다시는 기린관에 가지 말라고! 너는 이 몸이 하신 말씀을 뭘로 듣는 거냐! 오늘 너에게 쓴 맛을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도 내 말을 귀담아 듣겠지?”

‘젠장! 역시 날 습격할 심산이군!’

조곤의 실력으로는 왕맹 한 사람도 상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상대는 수도 많았다.

“대장! 저 녀석에게 무엇 하러 쓸데없는 말을 하십니까?”

“우선 걷지도 못하게 만듭시다! 그러고도 말을 안 듣는지 한 번 보자고요!”

왕맹의 부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탈퇴는 안 한다!”

조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상관없다는 듯 확고하게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나의 이 하찮은 목숨 따위 잃어도 상관없다! 능력 있으면 덤벼!”

왕맹은 의아해 물었다.

“너 머리가 잘 안 돌아 가냐? 그냥 기린관을 탈퇴하라는 것인데! 그럴 것까지 있어?”

“네놈따위는 아무것도 모른다!”

“감히 나에게 그따위로 말하다니!”

왕맹이 화를 내며 손찌검을 하려 했다.

조곤이 기지 넘치게 큰 소리로 외쳤다.

“왕맹! 너도 머리를 써서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해봐라! 운소가 어떻게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었을 것 같으냐? 그리고 운소가 왜 그 실력으로 기린무도관에 들어갔을 것 같냐! 그는 기린무도관을 광고 하는 것이었다!”

왕맹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물었다.

“광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운소는 기린무도관에서 3일 동안 수학하고 완전히 환골탈태 했다! 지금의 그는 너도 쉽게 막지 못할 것이다!”

“정말이냐?”

왕맹은 크게 놀랐다.

“못 믿겠나?”

조곤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 거래를 하는 것이 어때? 내일 기린무도관에 몇 개의 교과목이 열리는데, 내가 널 추천하도록 하지. 한 과목에 2만 냥이야!”

“흥!”

왕맹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2만 냥이나 내고 한 과목을 들으라고? 이 녀석 날 바보로 아는 거지! 모두 덤벼! 두드려 패!”

조곤도 죽기를 각오하고 말했다.

“내가 대신 내주지!”

왕맹은 또다시 멍해졌다.

2만 냥이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적은 돈도 아니었다.

최소한 명문가 소속이 아닌 일반 연체술사들은 쉽게 쓸 수 없는 돈이었다.

이 혼성술사들이라 해도, 2만 냥이면 적당한 영약을 하나 사서 마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돈이다.

조곤이 말했다.

“내가 돈을 대신 내 주지! 너희가 만족스러웠다면, 돈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면 된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나는 동전 한 닢도 되돌려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이 정말이냐?”

사람들 몇몇이 서로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수업 한 번에 2만 냥.

가격 기준이 중주 최고 학자의 강의를 가볍게 넘는 수준이었다.

‘설마 기린관 안에 은거기인이라도 숨겨놓고 있는 것인가?’

요 며칠 운소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완전 헛소리는 아니었다.

“맹형님, 어떡하죠?”

“한번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분명 그 운소의 변화가 참으로 괴이하긴 했습니다.”

“어쨌든 저놈이 돈을 내 준다니, 우리는 가서 한바탕 즐겁게 놀면 되겠구나!”

왕맹 무리는 머릿속에 궁금증이 가득 일었다.

사실 중주학당 학생들은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 지식에 대한 욕심이 더 컸다. 물론 운소 같은 예외도 있긴 했지만.

“좋아! 가서 들어보지. 만약 나한테 헛소리 지껄인 것이라면, 이 몸이 꼭 널 흠씬 두들겨 패 대소변도 못 가리게 해주겠다!”

조곤은 한숨을 놓았다. 일단 위기는 일시적으로 모면한 셈이었다.

왕맹은 부하들을 데리고 청룡원으로 돌아갔다.

청룡원에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뭔가 의논하고 있었다.

“너희 들었어? 중주학당에 신비한 게 하나 생겼대!”

“뭔데?”

“축음기라는 물건인데, 소리를 모두 그 안에 녹음할 수 있다고 하네. 듣자 하니 대사 급의 인물이 그것을 이용해 교과목을 강의한대!”

“그게 정말인가?”

“내가 직접 봤다니까! 소문에 의하면, 운소도 그 안에서 훈련을 받고 나와 저렇게 환골탈태했다는군.”

“진짜인가? 한 번 가서 볼까?”

“…….”

왕맹 무리는 모두 놀라 멍해졌다.

‘그 녀석이 한 말이 정말 헛소리가 아니었어!’

겨우 하룻밤 사이, 기린무도관 소식은 중주학당 안에 쫙 퍼졌다.

기린무도관 안의 명문자제들은 집으로 돌아온 후 직접 친구, 가족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 그들을 기린무도관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사람을 데려옴와서 수업료를 벌어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기린무도관은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었으니, 곧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우뚝 일어서게 될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일찍 가입할수록 장점이 더 많았다.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기린무도관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기린무도관은 보통의 무도관과 다를 바가 없었고, 강의하는 교과목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그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사람들의 머리털을 바짝 서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변화한 운소, 그리고 신비한 축음기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진 상태였다.

동시에 무도관 내 회원들이 강력 추천까지 병행하니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

둘째 날 새벽.

기린무도관의 첫 영업일이었다.

“이게 무슨 거지같은 무도관이야!”

왕맹이 초라한 기린무도관에 들어와 주위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낡아 빠진 곳에서도 강의를 듣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조곤은 왕맹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수업료를 납부하러 갔다.

오늘 기린무도관에서 하는 수업은 총 5개가 있었다.

그 중 3개의 수업의 수업료가 2만 냥이었다.

조곤이 등록한 것은 36종 실전 기초 무학1이었다.

수업이 진행될 방은 꽤 넓었다.

내부에는 2, 30개의 방석이 깔려 있었으며, 십여 명이 안자 수다를 떨고 있었다.

대부분은 아는 얼굴이었고, 일부 낯선 얼굴들도 있었다.

운소가 하품을 하고 귀를 후비며 걸어 나왔다.

“앉으세요! 다 앉으세요! 떠들지 마세요!”

사람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학원 안에서 명성이 크게 알려진 이후로 아무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했다.

‘진짜 운소가 있네?’

‘소문이 사실이었어!’

운소가 기린무도관에 나타났으니, 소문 하나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검증되었다.

새로 온 사람들은 운소를 보며 더욱 기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도 운소처럼 하루아침에 환골탈태할지도 몰라!’

운소는 육중한 축음기를 중앙에 옮겨 놓았다.

“자, 준비 되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운소는 조심스럽게 자음석판을 올려놓고 축음기 진법을 활성화시켰다. 축음기의 운행이 시작되고, 나팔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츠츠츠.

방 전체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사람들이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운 채 듣고 있었다.

마침내 묵직하고 선명한 목소리가 나팔을 통해 흘러나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왕맹과 처음 온 다른 학생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것은 너무나 신기하구나!’

‘기계가 정말 혼자 말을 한다!’

축음기에서 본격적으로 강의 내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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