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
제176장 주작원 서열 1위(2)
남궁혜는 너무 폭력적이다.
마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운소는 그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되는 승리에 도취되어 서열 1위에 도전하겠다는 헛소리를 뱉은게 후회 될 뿐이었다.
저 마녀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아무리 간덩이가 부었어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 그게…….”
운소가 벌벌 떨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싸우느라 지쳤으니 다음에 싸웁시다!”
남궁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도망칠 속셈이야? 네놈이 사내라면 내 공격을 받아보라고!”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가 소매를 걷고 운소의 따귀를 날렸다.
그녀는 운소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았다.
주제도 모르고 그녀를 건드린 대가로 뼈를 으스러뜨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 악명에 어울린다.
남궁혜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운소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남궁혜가 걸음을 멈췄다. 거센 기세가 멈칫하더니 이글이글 타오르던 눈빛이 운소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꽂혔다.
지극히 평범한 차림에 생김새도 평범하여 사람들 틈에 있으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듯했다.
“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를 남궁혜가 몰라보겠는가?
천제현이 처음으로 변신술을 사용했을 때 남궁혜는 그 자리에 있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게다가 유명검에 새끼 여우까지, 이것들은 천제현의 것이 아니던가?
‘이 자식이 왜 중주학당에 있지? 저 머저리 무리에 속해있잖아. 설마 저 머저리 자식은 저 자식이 데려온 건가?’
이 상황으로 보니 천제현은 주작원 서열 1위가 그녀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군끼리 몰라보고 서로를 공격할 뻔 한 격이었다.
운소가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이걸 어쩌지! 방금 전까지 잘나갔는데. 아름다운 인생이 막 펼쳐지려는 순간에 마녀에게 반죽음이 되게 생겼잖아! 어서 도와줘요!”
“저 여자는 아주 강해. 내가 직접 나서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
천제현이 손을 뗐다.
“네가 화를 돋았으니 내뺄 생각은 하지 마.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저 여자의 솜씨는 아주 깔끔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눈을 잠시 감고 있으면 반죽음이 되어 있겠지. 그래도 목숨을 건지게 된다면 내가 치료해 줄게.”
“형님!”
운소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제발 어떻게든 해주세요!”
“내게 방법이 있어.”
천제현이 운소에게 몇 마디 일러주었다. 운소가 의심스러워하며 물었다.
“그게 먹힐까요?”
“못 믿겠으면 그만 둬!”
운소가 부딪쳐보기로 했다.
짐짓 침착한 모습으로 손을 모으며 의젓하게 말했다.
“오늘 초면이지만 당신의 명성을 익히 들었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이렇게 겨루게 되다니 큰 영광입니다. 제가 세 번 공격하지요. 세 번 안에 이기지 못하면 누님의 휘하로 들어가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몹시 놀랐다.
‘저건 너무 과하지 않나!’
‘지게 되면 남궁혜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닌가?’
남궁혜가 쳐다보자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혜는 천제현이 계획한 일임을 바로 알아차리고 팔짱을 꼈다.
“세 번? 흥! 서른 번을 공격해도 네가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아? 난 반격하지 않을 테니 네 멋대로 공격해. 내 머리털 하나라로 건드릴 수 있다면 네가 이긴 거야!”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몹시 놀랐다.
‘너무 거만하잖아!’
‘운소의 도법은 내리치는 벼락같아서 평범한 사람은 막을 수 없어. 그런데 서서 공격을 받겠다니!’
“좋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귓가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장도가 칼집을 벗어났다.
운소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뛰어오르자 온몸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운소는 벼락의 신처럼 남궁혜를 향해 장도를 세차게 날렸다.
남궁혜가 눈을 감았다.
몽롱한 별빛이 몸을 감쌌다.
별빛이 점점 촘촘해지면서 응집되더니 얇은 덮개처럼 변했다.
남궁혜가 성광불멸체를 시전한 것이다.
그러나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운소 같은 놈을 상대하며 전력을 써서 방어할 필요가 없었다.
탕!
운소가 곧장 몇 미터 튕겨졌다.
기혈이 뒤틀리며 내상을 입을 뻔했다.
‘얇은 덮개에 이렇게 강한 방어력이 있다니!’
운소가 자세를 다잡았다.
“두 번째 공격입니다!”
장도의 기세가 방금 전보다 강해지면서 위력도 훨씬 셌다.
남궁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장도가 보호막에 닿자 덮개가 조금 깨지며 별빛 조각이 튀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의 위력으로도 방어막을 해제시킬 수 없었다.
운소가 다시 튕겨져 나갔다.
하얀 얼굴이 온통 새빨개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운소는 뇌정삼도를 익힌 후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남궁혜가 운소의 자신감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위력이 이렇게 강한 도법이 방어막 하나 못 뚫는단 말이야? 믿을 수 없어!’
운소가 온힘을 장도에 모았다.
무수한 섬광이 장도를 감싸기 시작했다. 장도의 빛이 하늘을 4~5장 뚫고 뻗어나갔다.
장도의 힘이 하늘에서 내리는 심판의 칼날처럼 남궁혜를 향해 내리꽂혔다.
“깨져라!”
운소가 큰소리로 기합을 넣었다.
순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면서 불덩이가 들어온 것처럼 몸이 뜨거워졌다. 쌓였던 잠재능력이 깨어난 것이다.
집안에서는 운소에게 계속 좋은 약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노력을 하지 않아 마력이 늘 제자리를 맴돌았다.
천제현과 함께한 사흘 동안의 특훈을 거치면서 운소의 몸 안에 축적된 영약의 기운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남궁혜에게 강한 압박을 받자 운소는 마침내 영약을 모두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마력이 올라갔다! 혼성 1성 정점에서 혼성 2성으로 올라섰다!’
마력이 몇 배나 폭증하면서 장도의 위력도 몇 배 강해졌다.
이 광경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놀랐다.
운소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남궁혜가 드디어 눈을 떴다.
천지를 덮는 섬광을 보며 홍옥 같이 아리따운 눈동자를 몇 번 움직이더니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공격이군!”
남궁혜의 몸을 덮고 있던 별빛이 갑자기 응집되면서 순식간에 유리처럼 투명하고 찬란한 갑옷으로 변했다.
성광유리체였다.
벼락같은 장도가 내리친 순간 강력한 힘에 의해 유리체가 몇 군데 갈라졌다.
그러나 이 엄청난 방어막을 전혀 깨뜨릴 수 없었다.
“아직 힘이 부족해!”
남궁혜가 소리를 지르자 눈부신 별빛이 방출되었다.
장도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면서 튕겨져 나온 힘에 운소가 십여 장 날아갔다가 땅에 처박혔다. 그는 바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사실 남궁혜는 천제현을 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력을 다했다면 운소의 내상이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궁혜도 운소의 도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도법은 성광유리체에 흠집을 남겼다.
성광유리체의 방어력은 동급 실력의 공격으로는 깨기 힘들고 더 높은 급의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다.
게다가 운소는 막 혼성 2성에 올라섰다. 남궁혜의 실력은 혼성 2성 정점에 가까웠다.
운소가 훨씬 약한 마력으로 남궁혜의 성광유리체에 흠집을 남긴 것이다.
이 도법의 위력만으로도 운소는 같은 급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력을 뛰어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운소는 감격한 나머지 통증을 잠시 잊었다.
그는 잉어처럼 펄쩍 뛰어올라 앞으로 세 보 나왔다. 그러고는 깨끗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손을 모았다.
“누님은 절세의 무공을 지니셨습니다. 저의 완패입니다. 아우의 절을 받으십시오!”
남궁혜가 뒷짐을 지며 제법 큰누님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래, 너도 훌륭했다.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니 받아주마!”
운소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운소가 정말 남궁혜 밑으로 들어간 거야?’
오늘 운소의 실력발휘로 중주학당에서는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는 운씨 가문의 적장손이다.
‘그런 운소가 남궁혜의 수하가 되겠다고 자청하다니?’
‘그렇다면 남궁혜는 얼마다 강하다는 거야?’
남궁혜가 공격을 하지 않아서 전투력을 알 수는 없었지만 방어력만으로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남궁혜는 불의 속성의 신급 정령을 지녔다.
이론상으로 불의 속성을 지닌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은 파괴력이 강하다. 게다가 신급 정령으로 무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남궁혜의 경지는 다른 세 분원의 서열 1위보다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그녀의 실력은 그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남궁혜의 실력과 운소의 재능이 주작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최약체였던 주작원이 제대로 일어서겠어!’
운소가 몸을 일으켰다.
천제현이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
운소가 뜻을 알아차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알고 싶습니까? 더 강한 무공을 익히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저를 계속 지켜봐주십시오! 여러분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이 나오자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운소가 갑자기 강해진 이유가 있다는 거야?’
운소가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를 감싸 쥐었다.
너무 아파서 태연한 척 하기가 힘들었다.
“날 따라와!”
이곳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대화를 하기 힘들었다.
남궁혜가 손을 휘두르며 빠르게 휘두르며 몇 사람을 데리고 무도관에 들어갔다.
무도관은 넓었지만 텅 비어서 아무도 없었다.
“여기가 인수한 근거지입니까?”
천제현이 도장에 들어가자마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먼저 맨 앞으로 나왔다.
운소가 가장 이상하게 여긴 것은 남궁혜가 아무 이견 없이 얌전히 그의 옆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남궁혜는 말을 하려다 말고 운소를 쳐다봤다.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같은 편이니 걱정 마세요.”
일찌감치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던 남궁혜가 몹시 호들갑을 떨며 외쳤다.
“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마음의 준비를 전혀 못 했잖아! 이 자식도 대장이 교육시킨 거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방금 이 자식을 날려 버리려고 했단 말이야!”
운소가 놀라서 벌벌 떨었다.
‘역시 이 여자는 폭력적이야!’
‘그런데 이상하다!’
‘둘이 아는 사이인건가?’
‘게다가…… 이 무서운 여자가 형님을 대장이라고 부르다니?’
‘그렇구나! 그래서 나보고 이 마녀를 누님으로 모시라고 했군. 이 마녀는 형님의 수하였어. 내가 마녀를 대장으로 모시면 형님은 대장의 대장이 되는 게 아닌가. 지위가 훨씬 올라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