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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74화 (171/729)

# 174

제174장 허세의 시작(3)

운씨 가문 직계 장손이라는 높은 지위와 고귀한 신분으로 알랑거리는 사람이 항상 들끓었다.

그런 것과 조곤 같이 야성 넘치고 실력 있는 자가 머리를 숙이고 패배를 인정하는 기분이 같을 수 있을까?

운소가 아무리 못났어도 자존심은 있었다.

그는 중주 최고의 온실 속 화초 취급을 당하며 평소에 많은 사람들의 무시를 받았다. 더욱이 집안에서조차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연히 몹시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그 동안의 상황을 역전시키고 기를 펴게 되었다.

운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감격했다.

조곤이 운소에게 패배를 인정하자 다른 사람들은 얼굴은 존경의 빛으로 가득했다.

운소는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원래 허영심이 강하고 나서기 좋아했다. 이런 대우는 기방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생과 자는 것보다 더 짜릿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운소는 자신이 조곤에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는 전부 천제현에게 혹독한 특훈을 받으며 외운 것이었다.

"흠흠! 이제 그만하면 됐어!"

천제현은 운소의 꼬락서니를 참기 힘들었다.

조금만 으스댈 일이 생겨도 흥분하여 날뛰는 게 딱 덜떨어진 놈이었다.

천제현을 무서워하는 운소는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운소가 급히 표정을 가다듬고 고수처럼 태연한 얼굴로 조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처소로 들어가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다음 처소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똘마니들이 옆에서 눈치 빠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주작 서열 25위인 운소가 도전하러 왔습니다! 주작 서열 24위는 나와서 도전을 받으십시오!"

‘뭐라고?’

‘또 싸운다고!’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운소가 연거푸 도전을 할 셈인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학생들은 모두 자신들의 능력과 상황을 따져가며 행동할 것이다.

운소처럼 한꺼번에 여럿을 상대하면 체력 소모가 커서 전투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잇달아 승리를 거두면 상대들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운소는 계속 도전할 모양인데?’

‘너무 무모하게 날뛰는군!’

‘마력을 쓸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인데 몇 명하고 더 싸울 수 있겠어?’

그러나 구경꾼들은 일이 커지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매우 흥분했다.

‘평소에 왜 못 알아봤을까? 저 머저리 도련님에게 독기가 있다는 걸!’

이때 난폭한 사내가 처소에서 나와 차가운 눈빛으로 운소를 훑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조곤, 네가 어떻게 저놈에게 질 수 있어? 큰형님께서 널 지도해주시고 주작 서열 30위 안에 들게 해주셨는데 정말 실망스럽구나!"

"무용, 그런 말은 아직 일러."

조곤이 한숨을 내쉬었다.

"겨뤄보면 알게 될 거야."

주작 서열 25위 무용.

그는 군인 집안 출신으로 가문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현지의 귀족이었다.

그리하여 어릴 때부터 많은 투자를 받으며 키워졌다.

무용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게 마호공(魔虎功)의 위력을 보여줘야겠군!"

두말없이 곧바로 운소와 무용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무용이 바닥에 엎드리자 잔인하고 난폭한 기운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살기등등하게 먹이를 포착한 거대한 호랑이로 변하였다.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다.

이 마호공은 근거리 육박전 무공으로 일격에 끝내는 것을 추구하는 놀라운 파괴력을 지녔다.

무용이 두 발을 굴러 도약하면서 포효했다.

강한 마력이 포효 소리에 녹아 포탄처럼 운소에게 날아들었다.

"와라!"

운소가 기합을 넣었다.

장도에서 섬광이 번쩍이며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맑은 하늘에 벼락이 치는 것처럼 힘이 상상할 수도 없이 빠르게 응집되었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속도였다.

쾅!

장도가 번개처럼 빠르게 호랑이의 포효를 찢었다.

이내 무시무시한 빛을 뿜는 칼끝이 무용에게 곧장 날아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무용이 크게 놀라 몸을 피하려 했으니 이미 때를 놓쳤다.

운소의 장도가 멈추지 않고 섬광을 발하더니 순식간에 마호공의 방어 마력을 뚫었다.

가공할 힘에 무용이 멀리 튕겨졌다.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게 조곤과 똑같은 처지가 되었다.

"한수 봐주셨군요!"

운소가 가볍게 손을 모아 인사한 후 장도를 거뒀다.

‘또 일격으로 제압했다!’

‘도의 위력이 너무 세!’

힘을 모으는 과정이 없이 곧장 벼락이 치는 게 뇌정삼도라는 이름다웠다.

운소가 일부러 심오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용 형님, 형님 역시 무호공을 소성까지 익히셨군요. 그러나 형태만 갖췄지 힘이 없어요. 이렇게 고친다면 위력이 배가될 겁니다만……."

운소가 천제현이 가르쳐준 말을 그대로 읊었다.

무용은 완전히 멍해졌다.

‘이게 정말 운소란 말이야? 완전히 무공의 대가 같잖아!’

"내…… 내가 졌어!"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상대를 때려눕히기는 쉽다. 그러나 상대가 패배를 승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허나 무용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소는 장도 한방으로 그를 깨끗하게 눕혔다.

게다가 무공 연마의 요점까지 지적해주며 그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중주학당에서 몇이나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조곤과의 대결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치자.

그럼 이번 대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조곤을 눕히고 다시 무용을 제압했다.

운소는 환골탈태한 것 같았다. 모두 눈앞의 사람이 운소가 맞는지, 요괴가 그로 변신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운소는 온몸에 힘이 넘치는 걸 느꼈다.

더욱 거만한 표정으로 몹시 흥분하여 도전을 이어갔다.

"주작원 서열 24위 운소가 도전하러 왔습니다!"

"주작원 서열 23위 운소가 도전하러 왔습니다!"

"주작원 서열 22위 운소가 도전하러 왔습니다!"

"……."

사람들이 모두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저놈이 무슨 신비한 약이라도 먹은 건가!’

‘연전을 벌여도 전혀 지치질 않네!’

맞았다.

운소는 천제현이 준비한 단약을 먹은 것이었다.

게다가 전부 정원초로 조제한 단약이었다.

정원초로 조제한 단약은 운소의 마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운소가 계속 마력이 충만한 상태로 유지시켜주었다.

장도 세 번!

운소는 세 번 이상 장도를 휘두르지 않았다.

모든 상대를 장도 세 번 안에 눕혔다.

운소는 상대를 격파한 후 꼭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다.

이는 평범한 지적이 아니라 무공을 개조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사람들이 점점 미친 듯이 환호를 보냈다.

정말 거침이 없었다.

연달아 십여 명에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변태적인 일인데 그는 여러 십여 차례나 각기 다른 무공을 개조했다.

그의 상대 중 일부는 학당의 무공을 연마했고 일부는 무공을 지닌 채 입학했다.

연마하는 무공이 다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모두 수백 년 이어진 유서 깊은 무공이었다.

이렇게 쉽게 개조된다면 유서 깊은 무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운문의 문주, 중주학당의 부원장이 운천학이 친히 나선다 해도 하나조차 개조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머저리가 해냈다.

사대 가문 중에 가장 형편없고 무능한 적계 자손인 그가 말이다.

운소의 이름이 중주성에 크게 알려지며 주작원 이외의 분원에도 소식이 들어갔다.

"소식 들었어?"

"운소가 무공의 대가로 변해 주작원에서 미친 듯이 도전을 벌이고 있대!"

"그럴 리가? 걔가 어떤 놈인지 다들 잘 알고 있잖아!"

"나도 들었어. 확실한 소식이야. 지금 쫙 퍼졌다고. 모두 주작원으로 가고 있어. 운소의 말 한마디가 수련을 몇 년 한 것과 맞먹는대!"

"기다려! 나도 가야겠어!"

"……."

수많은 학생이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주작원이 학생들로 꽉 들어찼다.

주작원은 사대 분원 중 꼴찌로 이렇게 시끌벅적한 적이 없었다.

운소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장도 세 번으로 상대를 눕히고 무공을 개선할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진짜였어!’

운소는 마력과 재능은 평범하지만 무공의 대가가 되어 있었다.

"세상에!"

"또 도전한대!"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잘 모르겠어. 아마 열두 번째일 걸!"

"미쳤군……."

운소의 행동은 중주학당에서 전대미문한 일이었다.

오늘 이 사건 후에 운소는 중주학당에서 이름을 날리게 될 것이다.

중주성 전체가 운소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운씨 가문에서도 그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

운요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운소의 소식이 들려오자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할아버지에게 알렸다.

"그 자식이 지금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어요! 게다가 운소에게 별명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그 아이를 무공의 대가, 미치광이 도전자라 부르고 있대요……."

운천학이 차를 뿜었다.

‘무공의 대가? 미쳤군!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그럴 리 없어!’

운소가 자신의 손자가 어떤지 모르겠는가?

‘그놈이 무공의 대가라니. 계집질의 대가, 유흥의 대가, 음주의 대가면 또 몰라도!’

운요가 감격한 얼굴로 흥분하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믿기지 않으면 알아보세요. 사실 알아볼 필요도 없어요. 내일이면 전 성에 쫙 퍼질 테니까요!"

운천학은 처음으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럼 미치광이 도전자라는 별명은 어찌 된 일이냐?"

운요가 쓴웃음을 지었다.

"운소가 시끌벅적하게 주작분원 서열에 도전하고 있어요. 방금 전 소식에 따르면 운소는 연달아 열두 명을 꺾고 10위 안에 들었어요. 게다가 계속 도전하고 있대요!"

"뭐라고?"

운천학이 스스로를 꼬집을 뻔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운요가 한숨을 쉬었다.

"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아무개한테 3일 동안 훈련을 받더니 운소 자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정말 무서워요.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3일! 정말로 3일에 해냈단 말이냐?”

운소는 천성이 산만하고 놀기 좋아했다.

집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그를 정신 차리게 할 수 없었다. 운소가 가문의 적손이 아니었다면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

그렇게 집안에서 반쯤 포기한 아이가 고작 3일의 특훈을 받고 환골탈태하다니.

운천학은 기뻐해야 할 지 두려워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손자가 새사람이 된 건 기뻐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아무개란 소년은 너무 무시무시했다.

남하국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인재였다.

그자는 대체 누구일까.

"일부러 운소를 앞세운 것은 아마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조심하는 걸 보니 적이 있는 듯하구나. 너는 계속 그자의 곁을 따라다니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막아주어라."

운천학이 몸을 일으키며 혼잣말을 뱉었다.

"천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지. 그자의 정체를 알아봐야겠어."

운천학은 천제현을 붙잡으려던 마음을 접었다.

운씨 가문에 붙잡아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절세의 기재, 천하를 노리는 자가 오랫동안 운씨 가문에 머물 리 없다.

강제로 붙잡으려 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런 사람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 이미 커다란 행운이었다.

운천학은 더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너무 잘난 사람은 주변의 미움을 받게 마련이다. 그를 보호하려면 먼저 그의 정체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래야만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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