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제173장 허세의 시작(2)
운소가 떠들썩하게 종을 치며 가슴을 내밀고 고개를 쳐들며 외쳤다.
“여러분! 여러분! 오늘은 날이 좋고 구름도 없네요. 나 운소 공자가 주작 서열 1위를 쟁취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날입니다! 모두 와서 구경하십시오!”
‘운소가 너무 건방진데!’
‘주작원 서열 26위일 뿐이잖아!’
‘원래 서열이 더 높았지만 얼마 전 연거푸 도전했다가 참패하여 뒤로 밀려났잖아.’
‘얼마나 지났다고 서열 1위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이게 무슨 헛소리야?’
운소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가슴이 떨려왔다.
‘좋아! 사흘 동안 고생한 게 보람이 있군!’
운소가 옥 부채를 옆의 똘마니에게 던지고 금박 무늬의 흰 도포를 털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삼심육원 앞을 에워싸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똘마니 하나가 냉큼 나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주작 서열 26위인 운소 도련님께서 도전하러 오셨습니다! 주작 서열 25위인 조곤은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운소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우선 가볍게 몸을 풀자. 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말이야!”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운소를 모르는 자가 중주성에 몇이나 되겠는가?
침묵에 에워싸인 저택 스물다섯 번째 칸에 한 소년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소년은 몸집이 크지 않고 마르고 왜소했지만 표범처럼 난폭한 기운을 풍겼다. 얼굴에는 오래된 상처와 새로 난 상처가 가득했다. 노상 전투에 나서는 사나운 인물임이 분명했다.
‘도전자가 누구라고?’
소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른 사람이 도전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소년이 생각하기에 운소는 운씨 가문에서 약을 써서 마력을 만든 머저리였다.
매일 놀고먹고 계집질에 도박까지 즐기는 중주에서 가장 유명한 귀공자. 그런 머저리가 주작 서열 26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전부 집안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였다고 생각했다.
뒤에 있는 사람들이 운씨 가문이 무서워서 함부로 도전하지 못하는 것 뿐.
처음 조곤이 그와 대결할 때 운소는 열 합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저번에 창피를 덜 당해서 또 된통 당하러 온 건가?’
“좋다!”
중주학당은 경쟁을 독려했다.
매달 한 번씩 내원 학생은 주작 36원 자격에 도전한다.
지지만 않으면 계속 싸울 수 있으며 도전을 받은 자는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면 패배로 간주된다.
조곤이 장검을 품에 안고 표범처럼 창문에서 뛰어나와 두 눈에 불을 켜고 운소를 노려봤다.
“주작 서열 25위 조곤! 너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조곤은 보잘것없는 가문의 어린 수련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대장장이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했다. 그는 중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에서 가산을 털어 그에게 무예를 가르쳤다.
조곤은 근면과 노력으로 열한 살에 마을을 나와 중주학당의 입학시험에 통과하여 중주학당의 외원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매년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지불했다.
7년 동안 밤낮으로 노력하여 조곤은 중주학당의 여러 시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여러 번 목숨을 걸고 군대의 비적과 마수 토벌에 참가하여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그러면서 여러 번 기회를 만나 마력이 대폭 성장했다.
결국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원으로 들어와 인재로 발탁되었다.
그는 열아홉의 나이로 조곤은 혼성 1성 수련자가 되었다.
여러모로 조곤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주작 무관 서열 20~30위는 보통 세도가 집안의 자재들이었다.
조곤 같이 초라한 가문 출신은 몇 되지 않았다. 조곤은 이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운소? 흥.”
조곤은 이 빛 좋은 개살구를 보며 몹시 가소롭다는 눈빛을 보냈다.
질투라고 해도 좋고 무시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이를 고마워하지 않는 부잣집 자식은 조곤이 가장 업신여기는 부류였다.
조곤은 혼성 경지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단약에 의지해 마력을 쌓은 운소를 상대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곤 형님!”
“운소를 혼내주십시오!”
“저놈에게 매운맛을 보여주세요!”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조곤은 밑바닥 출신이다.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세도가 자재들이 적지 않았기에 그는 우쭐한 기분을 한껏 만끽하며 허영심을 채웠다.
‘존경과 명예! 전부 내 손으로 얻어냈어! 나는 저 부잣집 도련님보다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조곤이 콧방귀를 끼며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말했다.
“운씨 집안 공자님께서는 제 적수가 못 되십니다요. 시간 낭비하지 마. 학당에는 학당의 규칙이 있어. 여기는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야. 네가 아무리 고귀한 신분이라 해도 사정 봐주지 않을 거야.”
운소가 껄껄 웃으며 갑자기 장도를 뽑았다.
“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늘 내 실력을 보여드리지요! 형님이 제 장도를 세 번 받아내면 제가 진 걸로 치겠습니다!”
‘장도 세 번으로 조곤을 물리치겠다고?’
‘정말 웃기는 소리군!’
“그럼 얼마나 늘었는지 보자!”
조곤은 운소가 운씨 가문의 뇌명십삼도를 연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도법을 펼치면 결투가 진행될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운소가 일곱 번째 초식을 넘기면 조곤이라도 큰 압박을 받게 된다.
방법은 하나다.
속전속결.
‘가장 빠른 속도로 결투를 끝내 힘을 비축할 기회를 주지 말자.’
조곤이 곧장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인 추풍검법을 시전했다.
추풍검법은 중주학당의 고급 무공 중 하나로 조곤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었다.
조곤은 이미 소성의 경지까지 검법을 연마했다.
검법을 펼치면 번개처럼 빠르게 순식간에 적을 제압한다.
“하하하하! 받아라!”
운소가 두 걸음을 딛고 장도를 맹렬히 휘두르자 엄청난 기운이 마치 만 마리의 말이 질주하는 것처럼 상대를 향해 퍼져나갔다.
“이게 뭐야!”
조곤은 무시무시한 힘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최고의 도법 대사가 휘두르는 것 같았다. 기세만으로도 족히 상대방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이건 불가능해! 저 부잣집 얼간이의 도법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했지?’
조곤은 잡생각을 할 틈 없이 전력을 다해 막았다.
장도와 검이 부딪치는 순간 강렬한 번갯불이 번쩍이며 순식간에 조곤의 몸을 감쌌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땅바닥에까지 구덩이가 파였다.
조곤이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종이처럼 날아갔다.
퍽!
조곤이 바닥에 떨어졌다. 여전히 전류가 흐르는 몸이 계속 경련과 마비를 일으켰다.
조곤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머리카락은 거꾸로 섰고 얼굴과 손은 전부 화상을 입어 석탄처럼 그을렸다.
“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
조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불가능해! 내가 저런 머저리에게 지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저 머저리가 이렇게 강할 리 없잖아!’
운소가 도포 위의 먼지를 털더니 손에 쥔 장도를 현란하게 몇 번 휘두른 다음 폼을 잡으며 칼집에 넣었다.
“정말 미안해요. 실수로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저 자식은 발톱을 감춘 호랑이였어!’
보아하니 저 도법은 아주 오랫동안 연마한 것 같았다.
절대 하루아침에 완성될만한 성질의 실력이 아니었다.
조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가장 업신여기던 부잣집 도련님이 사람들 앞에서 장도 한방으로 그를 날려 버렸다.
이건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천제현이 이 장면을 보며 가볍게 기침을 했다.
운소가 급히 폼을 잡는 것을 멈추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조곤에게 다가갔다.
“형님의 추풍검법이 소성 단계에 접어들었군요. 그러나 너무 속도에 집착했어요. 그러면 안 되지요!”
조곤이 콧방귀를 끼었다.
“진 건 진 거지만 날 모욕할 생각은 마라. 주작 서열 25위는 네 것이다. 그러나 곧 내가 되찾을 거야!”
운소가 고개를 저었다.
“이 추풍검법의 정수는 속도가 아니라 유려하면서도 정교한 변화에 있지요. 형체가 없는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붙잡을 수 없지요. 거기에 속도를 더해야만 손쉽게 적을 제압하고 이길 수 있습니다. 형님의 추풍검법은 너무 품세에 신경 쓰다 경직되어 유려함과 융통성을 잃었어요. 이게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닙니까?”
“너…….”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조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소의 말은 전부 급소를 찔렀다. 그가 무공에 이렇게 심오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앞으로 기초 검법이 풍부한 검술을 더 익히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운소가 여기까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추었다.
“저도 예전에 추풍검결 무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조금 고쳤는데 형님께 알려드리지요. 형님께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운소가 검결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조곤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운소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가 지적한 부분은 전부 핵심을 찔렀다.
이건 그렇다 치자.
더욱 믿기 어려운 점은 검법을 개량했다는 것이었다.
추풍검법은 중주학당의 유명한 검법이었다.
많은 고수들이 고치지 못한 것을 일개 부잣집 도련님이 해냈다니?
그러나 운소가 한 말을 들어보니 모두 이치에 맞았다.
조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관중들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설명을 듣자 무공을 연마할 때 부딪쳤던 여러 문제들이 한순간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순간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경지에 오른 것 같았다.
“운소 도련님!”
“내가 졌습니다!”
조곤이 완전히 패배를 인정했다.
다른 사람들도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넓은 마음이 무엇인가?
박학다식이 무엇인가?
고수의 풍모가 무엇인가?
이 순간 운소는 온몸의 모공이 다 확장되는 것만 같았다
마치 황금빛 태양이 수백 년간 쌓인 두꺼운 먹구름을 뚫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듯했다.
기분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운소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성공, 성공이다! 대장이 그를 속이지 않았다. 악마의 특훈은 헛고생이 아니었다!’
조곤이 서둘러 일어나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요. 이 조곤이 완전히 졌습니다.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사과드립니다. 오늘부터 이 처소는 당신 것입니다.”
‘통쾌하다! 정말로 통쾌해!’
흥분한 운소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 소식이 밖으로 퍼지면 많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집안에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할아버지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얼마나 기뻐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