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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72화 (169/729)

# 172

제172장 허세의 시작

운천학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 사람은 새파랗게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경호는 운문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악마 같이 무서운 저 소년이 벌인 짓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운천학 같은 인물조차 천제현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게다가 경호는 운문에 와서 운문의 삼대 중 가장 중요한 적계 혈통인 운요가 천제현의 말을 전하는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가! 어쩌면 천제현의 하수인이 되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어!’

두 사람은 전전긍긍하며 정원에 들어섰다.

“얍, 얍!”

반바지만 걸친 괴인이 마력진 가운데에 서서 온몸에 빽빽한 부적을 붙인 채 장도를 사납게 휘두르고 있었다.

위력 넘치는 도법을 연마하고 있는 듯했다.

‘헉! 저건 운소가 아닌가!’

중주성의 귀공자 가운데 경호 역시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순위를 매긴다면 운소를 앞설 인물은 몇 없었다.

“아이고!”

“이미 꼬박 이틀째라고!”

“살려줘! 누가 날 좀 살려줘!”

“암우개, 암우개 형님, 암우개 나리, 아버지라고, 아니 할아버지라고 부를게! 제발 날 좀 나줘! 정말 못 견디겠어!”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너무 무시무시하군! 정말 잔혹한 형벌이야!’

경호가 또 한 번 경악했다.

눈물범벅이 된 운소가 손에 든 장도를 끊임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온몸에 부착된 부적은 마치 몸에 딱 맞춘 것처럼 동작이 조금만 틀려도 곧바로 마력을 방출하여 그를 괴롭혔다.

지면의 마력진은 더욱 무시무시해서 그에게 열 배의 중력을 받게 만들어 도를 휘두르는 것조차도 어렵게 만들고 있엇다.

‘이틀을 이렇게 보냈다고?’

무쇠로 만든 사람이라도 배겨내지 못할 것이다.

‘너무 잔인하다! 정말 비인간적이야!’

“뭘 그렇게 봐?”

운소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게 마음에 들면 아무개에게 말해 줄게. 너희들도 한 번 해볼래?”

“아닙니다!”

경호가 구석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저희는 천, 아니…… 암우개를 만나러 왔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동소어는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중주성 최고의 귀공자가 천제현 때문에 이 꼴이 되었다.

운요는 운소의 누나지만 전혀 말리지 않고 오히려 이 상황을 못 본 척했다.

정말 천제현이 어떤 재주를 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천제현은 졸고 있는 여우를 품에 안은 채 방에 앉아 있었다.

평범한 생김새에 몸집도 크지 않았지만 강렬한 위압감을 풍겼다.

경호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급히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저…… 저 상황을 보고하러 왔습니다. 자재는 이미 준비가 끝났고 공장 생산 시설도 구비되었습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는 중입니다.”

천제현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원한 기계 설계는 다 끝났어?”

동소어가 급히 설계도 두 장을 건넸다.

“오라버님이 부탁하신 설계도를 완료했어요. 살펴보십시오!”

“훌륭하구나. 소어야, 넌 정말 기관술의 천재야. 내 곁에 너 같은 인재가 있으니 앞으로 일이 순조롭겠구나!”

천제현은 설계도를 여러 차례 자세히 들여다본 후 곁에 있는 경호에게 넘겼다.

“설계도에 따라 부품을 만들어. 며칠 내로 완성품을 만들어야 해. 알겠어?”

경호가 어떻게 감히 거부하겠는가?

천제현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설계와 생산을 책임지고 있어서 좋은 점이 많아. 돈을 벌게 되면 수입의 1할은 너희 몫이야!”

경호가 알랑거리며 말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리의 일을 도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놈은 1할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는군!’

천제현이 씨익 웃었다.

“말은 참 잘하네! 어쨌든 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박대하지 않는다. 내 일을 제대로 돕는다면 한몫 크게 벌 수 있어!”

천제현은 여기까지 말을 하다 잠시 멈추고 매우 힘을 주어 강조했다.

“자음탑도 서둘러야 한다!”

“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내 신분은 특수하기 때문에 조만간 탄로 나게 될 거야. 그러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나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게 좋아.”

둘은 운문의 정원에서 빠져나왔다.

날이 이미 밝고 있었다.

천제현은 자비를 베풀어 운소 몸에 붙은 부적을 제거하고 그를 잠시 쉬게 해주었다. 그리고 품에서 옥으로 된 병을 꺼내어 운요에게 건넸다.

“이 약수를 온몸에 발라 고강도 수련의 부작용을 제거하세요. 그리고 운소를 두 시간 쉬게 하세요.”

천제현의 훈련방법은 몹시 혹독했다.

따라서 효과가 몹시 빠르게 나타났지만 부작용 역시 컸다. 적합한 회복 방법이 없다면 몸에 이상이 생겨 앞으로의 수련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대장, 그만하면 안 돼요?”

“몸이 부서질 것 같다고요.”

“이렇게 연마하다가는 불구가 될 거예요. 불구가 되지 않는다 해도 팔을 영원히 못 들 수도 있다고요!”

들것에 누운 운소의 근육이 쉴 새 없이 실룩거렸다.

운요가 동생의 몸에 약수를 발라주었다. 이상하게도 천제현이 건넨 약수를 바르자 근육의 떨림이 곧바로 멈췄다.

“걱정하지 마. 도법은 이제 다 익힌 것 같으니 다른 분야 강화 훈련을 시작하자. 그러면 정식으로 수련을 마칠 수 있어.”

운소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말라서 나오지 않았다.

이 이틀은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시간이었다.

뇌정삼도는 원래 운씨 가문 뇌명십삼도를 개량한 것이다.

운소는 애초에 뇌명십삼도의 기본을 익히고 있었다.

이제 이틀 밤낮의 악마 같은 특훈을 거쳐 뇌정삼도도 그럴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천제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도 못 견디면 앞으로 어떻게 큰일을 하겠어? 너 중주학당에서의 서열이 어떻게 되지?”

운소는 중주학당 내원의 학생이었다.

“제법 괜찮지! 주작분원에서 상위 30명이라고!”

“부끄럽지도 않아! 집안에서 너한테 얼마를 투자하는데?”

운요가 따귀를 날리자 운소가 쓰러졌다.

“내가 중주학당에 다닐 때에는 항상 분원의 일등이었다고! 다른 세 분원의 일등은 천성하, 낙강룡, 양천랑이었고! 운씨 가문 출신의 중요 제자 중에 10위 밖으로 밀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네가 처음이야! 할아버지가 원장인데 너 때문에 체면 다 구기셨잖아!”

“아이고! 누님! 살살하세요. 제가 어떻게 누님의 비교대상이 될 수 있겠어요!”

“이틀간의 특훈을 무시하지 마!”

천제현이 히죽 웃었다.

“내가 보장하지. 5위 안에 드는 것도 문제없어!”

운소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인야? 말도 안 돼! 그건 불가능해!”

“나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어.”

천제현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내가 이틀 동안 가르쳤는데 5위 안에도 못 들면 그냥 죽어 버려! 어쨌든 5위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재미없지. 다른 분야를 가르쳐줄게. 넌 주목받는 거 좋아하잖아? 이번에 중주학당에 뒤집어보자고! 한판 크게 벌리는 게 어때?

“중주학당을 뒤집는다고? 그거 마음에 드네!”

운소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건 정말 근사했다.

‘이틀 동안 생고생한 보람이 좀 있군!’

사실 운소는 이틀 동안의 지독한 훈련으로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틀 동안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 신비한 소년이 된다고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좋아! 이렇게 된 마당에 조금만 더 참자.”

두각을 나타내고 많은 여 후배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운소는 목숨이라도 천제현에게 내맡길 태세였다.

중주에서는 본성부터 시골까지 중주학당에 입학하는 것이 평민들이 가진 최대의 목표였다.

중주성의 총 인구는 7~8천만 명인데 학당에서는 학생 수를 언제나 3만 명 내외로 통제했다.

중주학당에 입학하여 수학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부류였다.

돈이 많거나 잠재력이 많거나 혹은 두 가지를 겸비한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다.

어쨌든 중주의 최대 국립 교육기관으로 중주학당은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3만 명의 학생은 다시 네 개의 분원인 청룡원, 백호원, 주작원, 현무원에 나눠서 배치된다.

이는 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내부 경쟁을 독려하기 위해서이다.

분원끼리 서열이 있었으며, 분원 내의 학생에게도 서열이 매겨진다.

서열이 높은 분원일수록 더 많은 투자를 받았고, 분원 안에서도 서열이 높은 학생일수록 더 많은 투자와 지도를 받았다.

이렇게 층층이 서열을 정하여 이익과 직접 결부시키니 학생들의 경쟁심과 협동심이 크게 고취되었다.

이로 인해 중주학당은 줄곧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중주의 사 공자는 중주학당의 초기 학생들이다.

천성하와 낙강룡, 양천랑, 운요는 당시에 각 분원의 서열 1위로 이름을 떨치며 함께 성장했다.

오랫동안 자신이 속한 본원의 우두머리로 경쟁에 참가한 최고의 천재들이었다.

지금 네 분원 중 주작원의 서열이 가장 뒤쳐져 있다.

오랫동안 꼴찌여서 주작원은 규모도 점점 작아졌다.

현재 면적은 60만 평 정도에 수련장은 16곳이 있으며 내원 학생은 5백여 명이고 외원 학생은 5천 명이다.

너무 장기간 실력 있는 우두머리가 나오지 않아서 네 분원 중에 주작원에는 무거운 기운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새로운 소식으로 주작원이 뒤집어졌다.

“모두 어서 모여봐!”

“운소가 주작 36관에 도전한대!”

운소가 금으로 된 무늬가 화려한 하얀 도포를 입고 왼손에 칼집이 달린 군도와 오른손에 섬세한 옥 부채를 쥔 채 똘마니 네다섯 명을 이끌고 나타났다.

똘마니 하나는 대형견을 끌고 하나는 새장을 들고 하나는 술을 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아리따운 시녀 몇 명까지 대동하여 성큼성큼 학당으로 들어섰다.

천제현도 무리에 끼어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외모에 수수한 차림이라 전혀 이목을 끌지 않았다.

땡!

땡!

운소가 거대한 종을 쳤다.

이 종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학생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동종이 울리면 누군가가 주작 36성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주작 36성이 무엇인가?

주작원에서 서열 36위 안에 드는 학생을 뜻했다.

이들은 학당 내에 있는 정원이 두 개인 작은 저택에서 머물며 여러 가지 특권과 투자를 누렸다.

36명의 학생은 모두 중주학당 최고의 천재들이었다.

이 안에 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싸우면 된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을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물론 그도 주작 36성에 속해있었다. 그런 운소가 종을 친다는 것은 자신보다 상위의 서열에게 도전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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