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
제171장 허세 부리게 해줄게(2)
운요는 장도는 거두고는 말했다.
“운소는 뇌명십삼도의 기초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뇌진삼도를 배우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죠. 물론 모든 것을 암우개가 관리하고 있지만요. 이번에 운소가 정말 죽을 고생을 하고 있어요. 이틀간 잠도 못 잤고요.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도 못해요.”
“좋다! 좋아! 잘했다! 잘하고 있어!”
운천학은 기쁨과 안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는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 삼도는 앞으로 우리 운씨 가문의 절학이 될 것 같구나. 운가의 무공을 바꾸고, 무학까지도 바꿔주다니! 그 젊은이가 우리 운문에 머무는 건 신이 우리 집안을 도운 게다!”
운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운소가 너무 딱해요. 이러다가 뼛속까지 후회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에요. 어쨌든 암우개의 훈련 방법은 무서울 정도로 혹독하고요. 저조차도 보고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에요. 아예 사람 취급도 안하니까요…….”
“흥! 행복한 투정이로구나!”
운천학이 수염을 쓸어내며 말했다.
“이 할애비가 6~70세만 되었더라도 운소 그 녀석과 바꿔달라고 했을 게다! 젊어서 이런 고생도 안하면 앞으로 어떻게 큰일을 할 수 있겠느냐?”
운천학이 노여움 섞인 말로 말했다.
보아하니 걱정된다고 매일 밤 잠들지 못하다가 직접 찾아와 몰래 훔쳐본 사람이 누구였는지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
운천학이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넌 이 선생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그 옆에서 손톱만큼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너한테는 평생의 복이라 할 수 있느니라. 알았느냐? 아참! 말한 김에 물어보자. 그는 아직 미혼이라니? 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할아버지!”
운요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 한마디에 부끄러움을 다 타다니. 알았다. 알았어! 젊은 사람들 일에 내가 낄게 아니지.”
운천학은 유쾌한 듯 수염을 어루만졌다.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한테 보고해야 한다. 운소 저 녀석도 잘 감시하고. 이건 우리 가문 전체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운요는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세요!”
운천학은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듯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몇 번을 크게 웃고 난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최소한 근 십 년 동안 이렇게 유쾌한 일이 있었나 싶다.
곧 100살이 될 노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즐거움과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운소를 훈련시키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운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고생을 겪고 나면 골칫덩이인 손자 녀석도 좀 바뀌지 않을까?
이것은 정말 운가의 복이며 운천학의 복이다.
운요가 정원에 돌아왔을 때, 운소는 진법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온통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도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누님, 할아버지 보셨어요? 빨리 이 악마의 진짜 모습을 말해주세요. 그는 진짜 변태에요. 학대광이라니까요! 할아버지한테 빨리 저 좀 구하러 와달라고 해줘요!”
운요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돕고 싶지만 힘이 모자라. 스스로 버텨보렴.”
운소가 슬픔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누님! 누님! 절 버리지 마세요!”
부적이 다시 발동했다.
운소가 다시금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천제현은 달빛 아래에 앉아 있었다. 옆에 등잔불을 놓고 품안에는 새끼 여우가 웅크리고 엎드려있었다.
천제현의 한 손에는 찻주전자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고대 서적을 들려 있었다.
그저 평범한 옆모습이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또렷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무한한 지성이 느껴졌다.
운요는 순간 착각했다.
‘암우개는 단순한 소년이 아니야. 백 년도 더 산 요괴가 아닐까? 모르겠다. 정말 저녀석의 정체를 정말 모르겠어!’
천제현이 들고 있는 책은 중주학당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한 번에 열 줄씩 읽고는 책을 덮을 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쓰레기, 완전 쓰레기네. 어떻게 이걸로 학생을 가르치지? 이건 제자한테 못할 짓이라고!”
운소는 비명을 지르다가 천제현의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 너무 허세가 심한 거 아니야?’
중주학당 교재에는 제기, 부적, 제약, 무공 등 각 분야의 교과서가 다 있었으며, 대부분 대국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운요도 어이가 없었다.
‘네가 보기 드문 천재에다 출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 중주학당의 교과서를 깔봐서는 안 되지!’
어쨌든 교과서가 되었다는 건 기본적으로 검증을 거친 변하지 않는 지식이라는 뜻이다.
거기다 유명한 대사급 인물이 이 교과서를 편찬했다.
수백 년 동안 다듬어져왔고 수대의 사람이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어쨌든 중주학당의 교육이 떨어질수록 우리한테는 좋은 거니까.”
천제현이 기지개를 펴더니 일어났다.
“난 다 했어! 이번에 큰돈을 벌 수 있어!”
운요는 아직까지도 천제현의 속내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천제현이 말한 돈벌이 방법이 대체 뭐란 말인가.
천제현이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말한 약재는 준비했어?”
운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준비됐어. 모두 방안에 놔뒀어.”
“그럼 이 약은 나부터 먹어야겠다. 돈은 빌리는 걸로 하고, 생기면 갚을게.”
천제현이 정원을 가로질러갔다.
운소 옆을 지날 때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너 나한테 열심히 한다고 했잖아? 수천 만 냥을 빨리 벌어 취보각의 원소원석을 살 수 있는 건 다 너한테 달렸다고! 너 때문에 내가 그걸 사지 못하면 네 두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야!”
‘뭐? 수천 만?’
운요는 천제현이 지금 돈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할아버지한테 손을 벌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였다.
‘그렇지만 수천 만 냥이면……, 정말 적은 액수가 아닌데. 이렇게 운소를 훈련시킨다고 돈을 벌 수 있나? 운소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기예 공연이라도 할 참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만한 돈은 못 벌 텐데!’
천제현은 단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만들고 있는 단약의 주재료는 영잠옥이었다.
보조 재료는 운요에게 부탁한 약재로 전부 고급 약초와 영약이였지만 희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수량이 필요하고 나름 고급 약재이다 보니 운씨 가문처럼 비축량이 풍부하여 곧장 창고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단기간 내에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략 반시간이 지나자 옥잠단 한 알이 완성되었다.
이런 2급의 하급 단약은 혼성 1성 정도의 수련자에게 적합해서 매우 효과적으로 마력을 향상시켜줬다.
천제현이 딱 필요로 하는 약이었다.
‘시작하자!’
천제현은 옥잠단을 복용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옥잠단의 부드럽고 순수한 힘이 사지의 뼈마디로 스며들었다.
이 영잠옥은 몇백 년 묵은 것으로 품질이 매우 좋았다.
영잠옥은 생전에 누에였는데, 천하의 귀한 것을 먹다가 죽은 후 최상급의 약재로 사용되는 옥이 된다.
여기에 보조 재료 몇 가지를 더하여 제련하면 그 힘이 몸에 아주 효과적으로 흡수된다.
천제현이 순조롭게 약효를 마력으로 바꾸었다.
단약의 모든 힘이 전부 변화되면서 마력이 순식간에 현저히 증가했다.
“후!”
천제현이 매섭게 두 눈을 떴다.
눈빛이 횃불처럼 빛났고 입에서는 하얗고 긴 날숨이 나오며 창문에 구멍을 냈다.
효과는 매우 좋았다.
단약 한 알의 효과는 천제현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천제현은 평범한 혼성 1성에서 점점 혼성 1성 정점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 옥잠단으로 인해 천제현의 실력이 최소 3~4할 올라갔다.
예전에 천통문이나 천패천 급의 고수를 다소 힘겹게 격파했다면 이제는 혼성 3성의 고수와 단독으로 붙어도 자신 있었다.
마력은 전투력의 근본이다. 마력이 상승하면 당연히 실력도 향상된다.
옥잠단은 천제현이 혼성 경지에 오르고 난 후 첫 도약을 하게 만들어줬다.
천제현 정도의 나이에 지금의 경지에 오른 자는 중주성 전체에서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천제현은 자신과 천성하의 격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설령 마력이 같은 급이라고 해도 천성하와 대적하기 어렵다.
게다가 천성하는 중주 사 공자의 우두머리이다. 사 공자 중에 가장 약한 자전공자 운요도 혼성 4성의 마력을 지녔다. 그러니 천성하의 마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천제현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력이 부족해. 지금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해! 더욱 힘을 내서 더욱 강해져야만 돼!’
운요가 와서 소식을 전했다.
“경씨 가문의 경호가 널 찾아.”
천제현이 도도하게 물었다.
“혼자 왔나요?”
운요가 고개를 저었다.
“여자 아이 하나와 같이 왔어.”
“그럼 됐어요!”
천제현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가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 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 날 말이나 전하는 심부름꾼처럼 대하다니!’
운요가 얼마나 고집이 세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인가?
다른 사람이 그녀를 이리 대접하면 진즉에 절단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만큼은 건드릴 수 없었다.
운요는 분을 참으며 정원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이 들어오래!”
“에, 예…….”
경호와 동소어는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눈앞의 있는 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설마 모를 수 있을까?
자전공자 운요, 사대 공자 중 한 명.
중주성 최고의 천재 중 한명이며 뛰어난 재능에 절세의 미모를 지닌 중주성의 보물이다.
그런 운요를 못알아볼 리가 없었다.
운요를 단번에 알아본 경호와 동소어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렸다.
두 사람은 운요와 비교하면 티끌만도 못한 존재였다.
동소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라버님은 대체 어떤 수완을 부려 경호 같은 부잣집 도련님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었을까 또 고귀하며 자부심 넘치는 운요도 화를 참으며 오라버님 심부름을 하다니!’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당연히 경호였다.
‘천제현이 어떻게 운씨 가문에 있는 거지!’
그는 그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운문의 일원인 강기를 쥐어 팬 후 그를 운문으로 끌고 가지 않았던가.
경호는 천제현이 운문에 발을 들인 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제아무리 천제현이라도 큰 사달이 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천제현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는커녕 운문에서 고호연과 이태, 강기를 파문시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 사람은 대학자 고천주의 제자이다.
설령 뭔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운문에서는 고천추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했다.
그러나 운문에서 조금도 사정을 봐 주지 않는 결연한 태도를 취해 한바탕 동요가 일었다.
대학자의 세 제자를 파문시키는 것은 대학자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