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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67화 (164/729)

# 167

제167장 운천학과의 만남

운광암의 기세가 강해지자, 천제현은 운광암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운광암의 실력은 천통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의 고수라면 천제현도 상대하는데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하하! 와라! 와! 오늘 멋들어지게 싸워보지!”

“하압!”

천제현의 몸에 마력이 응집되었다.

그러더니 흑색의 검 정령이 보일 듯 말 듯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색 옥석으로 주조한 듯 소박하고 평범했으나 순간 신비하고 드넓은 기운을 내뿜었다.

마치 태고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처럼 신마의 가공할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강한 정령이다!’

운광암은 소년이 가진 정령이 검의 정령일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중주성에서 가장 유명한 검술 가문은 바로 천가였다. 그 유명한 혼검결은 중주의 제일의 무공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운광암은 천씨 일가의 수많은 천재 및 고수와 대결했었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유형의 검의 정령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검의 정령들 중에서도 소년의 정령보다 강한 정령은 없었다.

정령이 내뿜는 기운을 보면, 지금까지 보았던 정령들 가운데 단연코 최고였다.

하지만 검의 정령은 단순히 공격형 정령이므로 공격 능력과 파괴력은 대폭 늘릴 수 있으나 다른 측면의 잠재력은 조금도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검의 정령을 소유한 사람은 대부분이 순수한 전투력만을 수련하였다.

그러니 검의 정령을 소유한 자와 높은 지성을 가진 학자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겠는가?

검의 정령은 각 분야에 대한 학습과 깨달음으로 어떤 증폭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그 말은 즉……. 이 소년의 지식은 정령의 도움따윈 일절 없이 스스로 익힌 것이란 말인가!’

소년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허나, 확실한 것은 운문을 무시한 소년을 절대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운광암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우리 운문가 사람을 모욕한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욕? 승부를 하기로 했고, 승부에서 이긴게 모욕인가? 진짜 모욕은 졌음에도 승복하지 않고 내게 덤벼온 저 두 놈이 한 게 아닌가?”

천제현이 운광암의 말에 반박했다.

“게다가 내가 운문을 모욕한 게 아니라 당신들의 실력이 하찮아서 창피를 당한 거뿐이지!”

운광암이 불같이 성내며 말했다.

“닥쳐라! 천가의 검객이라도 내 앞에서 이토록 무엄한 적이 없었다. 설마 네놈의 검이 천씨 가문보다 더 강하단 말이냐?”

‘사람들이 왜 이렇게 혼검결에 집착하지? 혼검결이 뭐라고. 그저 고대 검법의 파편일 뿐이잖아!’

천제현이 수련한 유명염화검은 고대 혼돈의 시대 것으로 어느 검법의 파편에서 진화된 것이다.

무공의 심오함 정도와 위력 면에서 유명염화검은 혼검결보다 훨씬 뛰어났다.

물론 혼검결은 대중적인 성질을 가져 한 가문의 전승 무공으로 적합하다.

반면에 유명염화검은 대단히 강하지만, 수련에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일반인은 아예 연마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유명염화검은 일문의 비기(秘技)에 적합하다.

운광암이 들고 있던 장도에서 섬광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전광이 찌릿찌릿 터지는 뢰인으로 응집되었다.

“네놈은 검을 다루지만 난 도를 다루지! 오늘 한 번 겨뤄보자꾸나! 누가 더 강한지!”

운광암의 온몸에 희미한 섬광이 일기 시작하면서 마력이 모여 전광에 둘러싸인 장도가 되었다.

‘번개의 정령?’

운광암의 정령은 운요와 같은 번개의 정령이었다.

“뇌광참(雷光斬)!”

운광암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치더니 장도가 전광으로 변해 천제현을 향해 날아갔다.

운광암의 전투력은 대단했다. 뇌도(雷刀)의 힘이 더해지면, 그가 공격하는 칼에는 번개의 힘이 실렸다.

파괴력이 열 배 넘게 상승하니 상대방이 입는 피해도 어마어마했다.

번개는 일종의 광폭한 자연의 힘이다.

상성 상 요마에게 강력하지만 사람에게도 충분히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운광암은 번개 능력을 장도에 응집하였다.

꽤 오랜 시간 강력한 전류를 머금은 장도는 상대방의 무기, 갑옷, 호신의 힘까지 쪼갤 수 있었다.

이 흉폭한 전류는 늘 순식간에 전신을 스쳐지나가 상대방을 눈 깜짝할 새에 마비시켜 전투력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잘 왔네!”

유명검에서 청백색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숨거나 피하는 것은 천제현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천제현은 주저 없이 바로 운광암의 도에 정면으로 맞섰다.

‘운광암의 칼을 직접 막겠다고 나서다니.’

천제현의 모습을 보던 학자들이 놀랐다.

운광암의 칼을 막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혼성 3성의 강자라 하더라도 절대 정면으로 막을 수는 없다.

유명검과 뇌도가 순식간에 충돌했다.

운광암은 마치 솜뭉치를 친 것처럼 배격하는 힘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모든 힘이 빠르게 흘러나와 마치 탐욕스러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전부 흡수되었다.

사람들은 이 괴이한 광경을 숨 죽여 지켜보았다.

운광암의 장도에서 내뿜던 뇌광이 빠른 속도로 그 빛을 잃어갔다.

반면 천제현의 유명검에 불타오르던 불꽃은 빠르게 커지며 불타는 화염의 검으로 바뀌었다.

운광암의 안색이 변했다.

‘이 녀석 검은 대체 뭐지? 뇌전의 힘을 흡수하다니!’

무엇보다 알 수 없는 것은 검의 화염이었다.

‘뇌전의 힘을 연료 삼아 더 커다란 화염을 방출하다니!’

“파괴하라!”

천제현이 낮게 읊조렸다.

유명검에서 유명화가 방출되더니 운광암의 장도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이내 유명화는 운광암의 도로 옮겨붙더니 순식간에 도를 조각내버렸다.

운광암은 그 반동으로 수 장이나 멀리 나가떨어져 나갔다.

‘일격!’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왔지?’

‘장로를 단숨에 날려 보내고 그의 보도까지도 산산조각을 내다니!’

운광암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의 부러진 칼을 쳐다보았다.

‘상품 정령기가 단칼에 부러지다니!’

필시 상대방의 보검은 분명 평범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

운광암은 천제현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은 물론, 이 소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임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도 무리해서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생결단을 내더라도 운문의 명예는 지켜야 한다!’

운광암이 분개하며 그에게 뛰어들려는 찰나,

“멈춰! 너희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위엄 있는 노인의 목소리가 사람들 귓가에 울려퍼졌다.

숨조차 쉴 수 없이 강한 압박이 순식간에 장내를 짓눌렀다.

운광암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가주님!”

운천학이 하늘로 높이 뛰어올라 중앙에 안착했고,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너희는 이 가주 얼굴에 먹칠을 하려는 게냐? 운가의 체면이 너희 때문에 땅에 떨어졌어! 오늘부터 장로직을 박탈하겠다. 너는 북원으로 가서 3년 간 면벽하거라!”

운광암의 안색이 변했으나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힘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태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주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는 운문을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지금 이 같은 조치가 운문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알고나 하는 것입니까!”

“운문을 보호한다? 이런 작태를 두고 감히 운문을 보호한다고 운운하는 것이냐!”

운천학이 강한 기세를 내뿜자 모두 숨이 턱 막혔다.

“졌으면 그냥 진거지. 우리 운문이 언제부터 비겁하게 진 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느냐? 우리 운문 사람이 언제부터 세도로 사람을 억압하는 무리가 되었느냐! 오늘부터 당신들 사 형제는 운문 사람이 아니다. 과거 운문을 위해 공을 세운 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 배로 보상하겠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거라!”

이태는 화가 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운천학, 이 은혜도 모르는 소인배 같으니!”

운천학이 흥하고 코웃음 쳤다.

운가의 가주, 운천학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니 기세에 밀려 이태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태는 운천학을 보며 악을 썼다.

“나는 남하국 최고의 학자인 고천추의 제자요! 오늘 일을 평생 후회할 것이오!”

“마음대로 하시오!”

이태는 운천학이 도움은커녕 외부인을 비호해 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운천학에게 덤비려해도 그의 마력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남하국 내 학자들 가운데 태산북두의 인물로 꼽히니 이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승의 이름을 팔아서 협박을 하는 것 뿐이었다.

이태는 이를 갈며 사형과 사제를 데리고 유유히 장내를 빠져나갔다.

운문의 모든 이들이 구경하던 흥미진진한 경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운가 소년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챙!

유명검이 칼집에 꽂혔다.

천제현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운문을 떠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선생, 잠깐!”

운천학이 재빨리 얼굴을 바꾸고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왔다.

운천학은 천제현 앞에서 허리를 구부려 인사했다.

“선생, 당신은 정말로 당대의 천재라 할 수 있소. 이 늙은이가 많이 배웠소이다. 운문은 나태해지고 이 늙은이도 평소에 세밀하게 관리하지 못했다오. 내 사과도 할 겸, 선생께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소만. 이 늙은이 체면을 생각해서 사양하지 말아주시오.”

운요도 걸어 나왔다.

“암우개! 그만 허세 부리고! 네가 우릴 찾아 온 걸 알고 있으니까!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그러지 뭐!”

온갖 방법을 강구해서 찾으려고 한 소년이 제 발로 찾아오더니, 운문을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이 일로 운문은 원로급 인물 몇 명을 잃었다.

‘손해가 참으로 막중하군!’

하지만 이 소년은 운요가 설명한 것과 똑같았다.

영락없는 광인.

그럼에도 운천학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부덕한 학자는 잃어도 상관없다.

그런 오합지졸을 다 합쳐도 천제현만큼 중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번에 천제현이 나타나 그들을 따끔하게 혼내준 것은 그 자체적으로 운문의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운문 사람들의 교만함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갔다.

권력으로 사람을 억압하고 자기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이로 인해 본래 청렴해야 할 학자 집단에서 부정한 세력이 갈수록 득세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천제현은 그의 놀라운 능력으로 운문의 학자들을 일깨워주었다.

아울러 그들에게 경종을 울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진리를 알게 해주었으니 앞으로 다들 언행에 조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암우개를 운문에 초빙한다면…….’

운천학이 이 생각에 이르자 온몸의 뜨거운 피가 용솟음쳐 올랐다.

그렇게만 된다면, 조상의 무덤에 꽃을 피우는 것을 넘어 만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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