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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66화 (163/729)

# 166

제166장 한꺼번에 이겨주지

천제현이 말을 할수록 사람들은 신기했으며, 마지막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종족에 대한 자긍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인간이 이토록 대단한 종족이라니.

짧은 수명은 개체로 봤을 때 좋은 일은 아니지만 종족 전체에게 있어서는 나쁘다고도 할 수 없었다.

어린 제자들의 눈빛에서 경외심이 떠올랐다.

‘모르는 것이 없구나!’

‘지혜로운 사람!’

자신들과 나이차도 얼마 나지 않는 소년이 이토록 대단하다니.

약간의 허풍도 없이 천문에서 지리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르는 게 없었다.

어쩐지 그가 운문에 도전하겠다고 큰소리 치더라니.

이 소년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열 개의 부진기 판 위에는 부적 주문이 빼곡하게 차있었다.

주문 하나만 보더라도 머리가 아찔할 지경이었다.

천제현은 열 개의 부진기 판 사이를 유유히 옮겨갔고 매번 누구도 에상하지 못하는 한 수가 이루어졌다.

고호연을 필두로 한 학자들은 어디서부터 공격해야 대규모 지연작전을 벌일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진법 도안 내 핵심 위치에 수비가 포진되어 있는 상황에서 천제현이 이 수비를 깨지 못한다면 부진기 판을 점령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천제현이 수비를 깰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진법, 즉 자신의 판만 짜고 있다는 것이다.

고호연 일행은 기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은 이미 절반 이상이 지났다. 자신들이 구축한 방어벽으로 봤을 때, 천제현이 공격으로 방어를 깨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

“이 마수 가죽에 기록된 내용도 네가 풀 수 있을까?”

이태는 다시 낡아빠진 마수 가죽을 펼쳤다.

마수 가죽은 고급 마수의 것으로 수백 년이 지났어도 전혀 썩지 않았다.

“이건 마수령족이 기록한 무공입니다.”

천제현은 제멋대로 야수 가죽을 펼치더니 낭송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용한 언어는 거기에 맞는 마수령의 언어였다.

한 손에는 족자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붓을 잡고, 낭독하면서 걸어다녔다.

부진기 판 위에는 또 다시 열 개의 주문이 그려졌다.

‘저 녀석, 정말 못하는 게 없는 것일까?’

이태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이미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고문서를 들고 나왔으나 눈앞의 소년은 어린 아이도 안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풀었다.

방법이 없었고, 어떠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 소년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떤 질문도 그를 난감하게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단지 시간을 끌면서 그가 지도록 유도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태는 계속해서 문제를 냈다.

서재에 있는 모든 고대 문헌을 하나하나 던졌다.

하지만 어디를 가리키던 천제현의 대답은 중간에 걸리거나 막힘이 없었다.

부진기 대결은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모든 부진기 판이 수백 개의 부적 주문으로 빼곡했다. 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로워, 쌍방이 공격하고 적대시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넌 한 판도 이기지 못했어!”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지!”

“더 할 말이 있느냐?”

모든 학자의 눈이 벌게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들은 이제 체면이고 뭐고 생각할 수 없었다.

천제현만 이기면 그걸로 됐다.

천제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물론 한 판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이길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이기고 싶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헛소리!”

“못 이기는 건 그냥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천제현이 큰소리로 웃었다.

“당신들을 이기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도 쉬워요. 그래서 당신들 하나하나를 이기는 것보다 당신들을 한꺼번에 이기려고 한 거예요!”

“한꺼번에 이기려고 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부진기 판은 순식간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형세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열 판을 동시에 둘 수 있고, 또 열 판이 동시에 같은 결과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능력은 이미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절대로 불가능해!’

천제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 첫 번째 진법 도안으로 다가가 붓을 들고 부적 주문을 외웠다.

“물 속성, 천파진(千波陣)!”

순식간에 진법도안에 부적이 새겨졌다.

이때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고, 부적은 전체가 연결되어 장내를 뒤흔들 강한 힘을 발산했다.

마치 파도가 넓게 퍼지는 것 같았다.

고호연 일행이 머리를 쥐어짜가며 가까스로 둔 부적 주문은 해일에 밀려 부서지기 시작했다.

쾅!

천제현의 천파진이 천군만마가 내달리듯 강한 기세로 달려들어 고호연 일행이 둔 주문을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다.

첫 번째 부진기 판 위에는 완벽하면서 순수한 물 속성 힘만 남아 있었다.

“빛 속성, 미망진(微芒陣)!”

두 번째 부진기 판에 천제현이 부적 주문을 그렸다.

진법 도안에 주문이 서로 엮이더니 아름답고 오묘한 빛을 내뿜었다.

운문 학자의 방어 부적은 봄날 햇살에 눈 녹듯 모두 녹아내려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어렵게 만든 장벽이 홍수에 무너진 제방처럼 순식간에 붕괴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이건 불가능해!”

고호연은 아연실색했다.

세 번째 진법도안 앞에 붓을 내렸다. 그러자 진법이 회전하면서 불꽃이 하늘로 승천하여 또 다른 부적이 형성되었다.

그들이 힘들게 놓았던 부적이 순식간에 모두 타 버려 그 재조차 남기지 않았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마침내 열 번째!

천제현 자신이 말한 대로 부진기 대국 열 판을 단번에 이겼다.

이 모든 과정이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자신이 최고라 자부했던 학자들 모두 동시에 그에게 졌다.

“하하하하! 이제 다시 보시지요. 과연 누가 졌는지!”

소년은 붓을 아무렇게나 버리고 고개를 들어 호탕하게 웃었다.

운가의 어린 제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완전 멋있어!”

“깔끔한 승리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대학자지!”

이 소년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수치스러움?

그런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양측의 실력이 비등한 상황이어야 수치스러운 감정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과 운문 학자들은 같은 수준이라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천제연의 학생이 될 자격도 없었다.

“미쳤군! 전부 다 미쳤어!”

“이놈들! 대체 운씨 일가 사람이 맞기는 한 것이냐!”

운광암이 두 눈이 벌게진 채 호통을 쳤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미 기가 빠져 있었다.

이것은 정말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혼자 열 판을 둔 것은 그렇다 치자, 혼자 백여 명의 사람을 이긴 것도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는 승리를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단계마다 모든 수를 계산했다.

열 판을 완전히 다른 부진기를 두어 동시에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솜씨라 할 수 있었다.

부진기를 이렇게 둘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천제현 한 사람 뿐일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관망하고 있던 운천학과 운요조차도 크게 놀랐다.

“말도 안 돼!”

“이럴 수가!”

고호연은 지금껏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부적 기술이 이 소년에게는 한낱 우스갯소리밖에는 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열 판 동안 교착상태를 유지한 부진기 판이 차례로 깨지는 것을 보고.

또 심오하고 완벽한 부적이 진법 도안 위에 하나씩 나타나는 것까지 보고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푸후!

고호연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태풍 앞의 볏짚처럼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사형!”

이태가 불같이 화를 냈다.

“빌어먹을! 내 너를 죽여주지!”

이태의 양손이 독수리 발톱처럼 되더니 강렬하고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천제현을 향해 달려갔다.

저놈을 가루로 만들어야 직성이 불릴 것 같았다.

“비겁하기는! 이것이 운문이요?”

“닥쳐! 죽어라!”

이태의 공격이 닿기 직전.

“유명순염!”

유명검이 춤추듯 떠오르자 청백색의 차가운 화염이 용솟음쳤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화룡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태는 화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올라 이미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 화염을 완전히 부서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양손이 화염에 닿는 순간, 사악하고 부패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끓어오르는 화염이 호신 마력을 가볍게 태워 버리자 이태의 공격력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게다가 이태는 그 반동으로 인해 꽤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태는 이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화염을 뚫고 지나갔다.

그는 지금 오로지 하나에만 매달렸다.

천제현을 가루로 만드는 것.

하지만 이 순간.

천제현의 검법이 발동하면서 화염 안에서 천제현의 몸이 기이하게 사라졌다.

‘빠르다!’

천제현이 사라지는 순간, 강한 검광이 이태 뒤에서 번쩍이더니 그의 호신 마력을 묵직하게 강타했다.

이태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새끼 여우가 천제현 어깨 위로 뛰어오르더니 이태를 향해 힘껏 입김을 불었다.

끼잉!

암적색 침이 맹렬히 뿜어져 나가 이태의 호신 마력을 뚫고 가슴을 맹렬히 뚫고 들어갔다.

등 뒤를 관통한 침은 다시 방향을 바꾸더니 이태의 몸을 한 번 더 뚫고 지나갔다.

이태의 경맥은 크게 손상되었고, 마력이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그는 모든 전투력을 상실한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

새끼 여우가 돌아온 침을 잡고는 흥분한 듯 천제현의 어깨 위에서 이리저리 날뛰었다.

끼익! 끼익!

‘내가 주인의 공을 가로챘다!’

천제현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보잘것없는 작자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장내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소년이 놀라운 지식과 더불어 이토록 막강한 전투력까지 지녔다니.

어쨌든 이태는 혼성 3성의 마력을 지녔다.

기세가 꺾이고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마력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의 적수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순식간에 혼성 3성의 이태가 이름 모를 소년에게 무참히 깨졌다.

이태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중주성에서 몇 명이나 있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소년.

운문의 학자들은 점점 더 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멸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시무시한 기운이 폭발했다.

운광암이 검을 빼들고 일어나 강렬한 검기로 천제현을 공격했다.

고호연과 이태는 혼성 3성의 마력을 지니기 했지만 결국은 학자였다.

전투의 재능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보니 실력도 그저 그랬다.

하지만 운광암은 달랐다.

운광암 역시 혼성 3성이었으나 마력의 양은 두 사람보다 월등히 높았다.

게다가 운광암의 정령 역시 순수한 전투형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힘을 모두 합친다고 해도 운광암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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