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65화 (162/729)

# 165

제165장 운문과 충돌(5)

운문 사람들은 중주성 최고의 학자집단이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얕잡아본 이 평범한 소년이 놀라운 기세로 백여 명의 학자를 경악케 한 것이다.

운문 자제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운문에 소속된 학자는 민간에서부터 각 국가 기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선발을 통해 모집한 사람들로, 운문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바로 이점 때문에 그들은 평소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언제나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면서 평범한 학자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오른 대사를 볼 때마다 존경과 경외하는 마음만 있을 뿐 감히 반감을 품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지 않는가.

그러니 다소 오만하고 병적인 기질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소년은 뭔가.

한가로이 정원을 노니는듯 운문에 들이닥치더니 감히 운문에 도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입가에는 시종일관 해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운문의 학자들은 강적과 맞닥뜨린 것처럼 진땀을 흘리며 서로가 한마디씩 하느라 장내가 술렁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운문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세계관이 일거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들이 숭배하고 떠받들던 대사가 평범한 소년을 상대로 연합을 해서 현상유지 작전을 펴다니.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불구하고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진기 판 위의 형세는 점점 천제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때 이태가 준엄한 목소리로 천제현에게 질문을 냈다.

“네놈 스스로 고금을 막론하고 모르는 것이 없다 자부했으니 그럼 내 하나 물어보지! 대륙은 몇 개의 시기를 거쳤는데, 그렇다면 시기마다 주요한 특징은 무엇이지?”

이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대답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태가 낸 문제의 답은 학자들이 밤낮으로 논쟁을 펼칠 정도로 쟁점과 모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제현의 대답이 아무리 표준에 가깝더라도 이태는 얼마든지 그에게 반박할 수 있다.

“세계가 탄생한 후, 모두 네 가지 시대로 구분됩니다.”

천제현이 빙글거리며 대답했다.

“태초의 세계는 대략 억만년의 시간을 지나왔고 대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시기의 세계는 온통 적막했고 생명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시기는 물질과 법칙이 태동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태초의 시기는 또다시 아홉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구체적으로는…….”

천제현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하나의 시기는 아홉 단계로 나뉘며, 각각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끝맺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였다.

이태는 반박할 모순점을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천제현의 대답은 빈틈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조차 술술 풀어낼 정도였다.

“태초의 세계가 끝난 후 대륙은 다들 알고 있듯 혼돈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혼돈의 세계는 대략 천만 년 정도 지속됩니다. 이때부터 대륙의 법칙이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춰나가고 생명이 태동하기 시작하죠. 전설에 나오는 온갖 고대 괴물, 고대 신, 신수 등은 바로 이 시기에 탄생합니다. 혼돈의 시기는 또다시 다섯 단계로 나눠집니다…….”

“고대의 세계는 대략 백만 년 이상 이어져 내려옵니다. 고대 세계는 역사의 정점으로 혼돈의 대륙에서 생물이 생장하고 번식합니다. 각종 문명이 꽃을 피우고 강한 부족이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파멸의 세계는 혼돈의 세계가 정점까지 발전했을 시기, 대륙의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빛이 있어도 대륙의 다른 한 끝을 비추는 데 장장 수년이 걸렸습니다. 이로써 국부적으로 형성된 법칙에서 차이가 발생하였죠. 대륙이라는 한 덩어리 속에서 수많은 법칙이 충돌하고 대척하면서 혼돈의 대륙이 산산이 부서져 버립니다!”

“결국, 혼돈의 대륙은 폭발하여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어요. 이 조각은 독립적인 대륙이 되었고, 독립적인 시공간 차원을 형성하였으며, 독립적인 법칙을 탄생시켰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신마가 사라졌고요…….”

“…….”

천제현은 세계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시기마다 상징적인 사건과 중요한 인물까지 빼놓지 않고 명확하게 짚어주었다.

운씨 일가의 어린 제자들은 모두 휘둥그레진 얼굴로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천제현의 이야기는 다채롭고 신기했으며,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태는 말문이 막힌 채 입만 뻐끔거렸다.

학술계도 세계의 기원과 발전을 대략적으로 인지하긴 했다. 하지만 천제현처럼 모든 시기마다 구체적인 단계를 나눠 이토록 자세하게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 대륙이 혼돈의 시대에 폭발한 후 그 조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운씨 일가의 옷을 입은 한 소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다른 조각도 존재하나요?”

천제현은 여유로운 몸짓으로 열 개의 부진기 판을 지나치며 붓을 들어 판에 부적을 써내려갔다.

그가 질문을 듣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존재합니다. 비록 혼돈의 대륙은 붕괴하였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차원의 벽을 깨고 또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 다시 연결되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높은 차원의 자원을 탐색하고 다른 차원의 종족과 경쟁도 하겠지요!”

장내에 있던 운가의 젊은 자제들은 모두 전율을 느꼈다.

그게 정말일까?

이 대륙은 이미 이토록 광활한데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으며,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이 고작 혼돈의 대륙의 일부분이었다니.

그렇다면 과거 혼돈의 대륙이 완전체를 이뤘을 때에 얼마나 위대한 세계였을까.

천제현의 모습은 운문과 대결을 겨루는 것이 아닌 스승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운광암이 노기등등한 얼굴로 호기심에 눈빛을 반짝이는 어린 제자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뭐하는 짓이냐! 창피하지도 않으냐? 다들 물러가거라!”

운가 제자들의 불만 섞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은 아직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장로가 있는 이상 어쩔 수가 없어 그냥 한쪽으로 물러났다. 운광암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허무맹랑한 말을 지어내는 것이냐?! 네 말을 증명할 증거라도 있는가?”

천제현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 말이 헛소리라는 증거를 대보시오!”

운광암은 이태를 힐끗 쳐다보니, 이태 역시 똥 밟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흥! 저놈이 온갖 망상과 억측을 가미했지만 대략적인 시기와 내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태도 천제현이 이 문제를 이토록 반박할 여지없이 정확하게 대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계 기원에 관한 연구는 그의 스승이 대국으로 유학 가서 공부한 것을 들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기초적인 것일 뿐 확실히 밝혀진 학설도 아니었다.

이태가 말했다.

“그럼 다시 묻겠다. 대륙에 수많은 문명이 탄생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인간의 문명은 얼마나 많은 시기를 거쳐왔는가?”

“혼돈의 대륙이 붕괴한 후 혼돈 시대의 영구적인 생명은 거의 전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고대의 신과 악마의 혈통을 가진 후예는 생존하고 번성하여 종족과 군집을 형성하였죠. 그 과정이 장장 80만 년 동안 이루어집니다.”

“요마, 천족, 용족, 엘프, 마수령 등이 가장 먼저 문명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이 문명이 번영과 쇠퇴를 거친 후 여섯 번째 문명인 인간 문명이 탄생했죠.”

“이 중 요마와 천족 문명 시기, 대륙에는 지혜로운 종족이 아주 드물었습니다. 두 고대 종족은 국가를 건설하지는 않았죠. 용족과 엘프 시대에는 네 단계로 문명이 출현했지만, 두 종족은 수명이 너무 길고, 종족의 신진대사도 너무 느려 종족의 발전은 더디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마수령에 의해 대체되고 말지요.”

“마수령 시대의 문명은 여덟 단계로 분류할 수 있어요. 마수령은 번식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수차례 강한 제국을 건립하였고, 눈부시게 찬란한 시대를 꽃피웠습니다.”

“대략 2만 년 전, 대륙의 동쪽에서 인간이 세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마수령보다 훨씬 뛰어난 종족이었죠. 용족의 지혜, 엘프의 학습능력을 겸비한 데다 잠재력도 마수령보다 월등히 높았어요. 게다가 인간은 수명이 대단히 짧았지만 대신 번식 능력이 강하고 수대에 이른 문명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기에 문명의 창출 속도는 더 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수명이 짧은데, 어째서 문명이 이토록 강성해진 건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천제현이 붓을 들어 질문자를 보았다.

“가령 당신이 1만 년 동안 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럼 당신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요?”

“그, 그건…….”

질문자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1만 년을 산다니, 그럼 뭐가 두렵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배움의 속도가 느려도 1만 년이나 살 수 있다면 어떤 학문도 통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의 반짝이는 눈망울이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다.

“수명이 너무 길면 10년을 하루같이 생활하겠지요. 당신의 진취적인 마음은 희석될 것이고 일분일초를 다투어 배우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삶은 유유자적하고 태평해질 것이고, 수련 역시 게으르고 나태해 지겠지요. 용족이 한 번에 10년 씩 잠을 자고, 엘프가 오랜 시간 예술에 빠진 것은 문명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고 발전에 대한 욕망을 반감시켰어요.”

천제현이 여기까지 말한 후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수련, 학습, 발전이라는 모든 것을 겨우 70년의 수명 안에서 이루어야 한다면, 수명을 더 늘리기 위해 수련으로 부단히 강해지고, 약탈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일분일초도 소홀함 없이 수련하고, 생명연장을 위해 하늘과 겨루었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 되었고, 그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세상은 공평합니다. 수명이 긴 종족의 번식 능력은 굉장히 약했고, 수명이 짧은 종족은 빠르게 번식하고 발전했어요. 용족, 엘프는 개체의 힘은 강했지만 결국 마수령과 인간에 의해 대체되었죠. 이것이 역사의 필연성이에요!”

“인류는 마수령보다 더 강한 번식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인류는 마수령보다 훨씬 지혜롭고 학습능력도 뛰어나죠. 따라서 인간이 대륙을 장악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었어요! 우리 인간이 2만 년 전 급부상한 이후, 이미 엘프, 마수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1만 년이 흐르면, 인간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나고, 문명의 발전 속도는 다시 100배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대륙의 패자가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