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61화 (158/729)

# 161

제161장

천제현은 등에 메고 있던 묵직한 가방을 꺼내서 접혀 있는 수정조각 한 뭉치를 경호에게 건넸다.

“우선 선불로 오백만 냥을 먼저 주지, 재료 외에 다른 일도 맡기겠네!”

“말씀만 하십시오, 끓는 물속이라도 뛰어들겠습니다!”

“끓는 물속에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어,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면서!”

천제현이 사양하지 않고 경호에게 분부를 내렸다.

“네 제련 솜씨가 대단하더군. 이 제련법에 따라 장음석, 전자수정석을 가지고 자음석을 제련하도록 해. 내가 너에게 설계도를 줄 테니, 그 모형에 따라서 중주성 각 지역에 자음석을 쌓아 몇 개의 자음탑을 만들면 돼. 알겠느냐?”

경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 이번은 작업량이 좀 많군요.”

천제현이 냉소를 지었다.

경호가 황급히 말했다.

“하지만, 염려 놓으십시오. 대인께서 맡기신 일은 전력을 다해 완수하겠습니다!”

천제현이 경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장음진에서 말한 적이 있을 거야. 개 노릇을 하는 것도 나름 좋은 점이 있지. 네가 뭐라 말하든 지금 넌 내 개야. 주인이 있어야 먹을 고기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 이 일을 2주 내에 완성하면 금화 오백만 냥을 더 주마!”

경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기적상회가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이렇게 돈을 물 쓰듯 할 줄이야.’

도면을 가지고 계산을 해보면 모든 작업을 완성하는데 대략 금화 천만 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씨 가문의 동소어가 도면 몇 개와 완성품을 너희 가문에 보낼 것이야. 그 도면에 있는 물건을 만들 공장을 몇 개만 내게 줘. 돈은 부족하지 않을 거야!”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네 입으로 한 말이다!”

천제현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완수하지 못한다면 극독이 온몸에 퍼져 죽을 것이야!”

경호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울상을 지었다.

‘입이 방정이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 걸!’

한편 천제현은 머릿속으로 중주성 진출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음탑은 일단 해결했군.’

기적상회는 더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투자는 충분한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발전중임에도 투자한 만큼의 결실도 돌아오고 있었다.

중주성 진출을 위해서는 현금이 더욱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천남성의 발전상황으로 봤을 때, 반달 후에 천만 냥을 조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은 계획을 세분화하여 모두 경호에게 맡겼다.

천제현은 경호가 착실히 일을 완수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천제현이 경씨 가문을 막 떠나려고 하는 찰나, 돌연 한 무리의 마수차가 경씨 가문 앞에 멈춰 섰다.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마수차에서 내리더니 경씨 가문의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자주색 도포를 입은 중년인이 아무런 말도 통보도 하지 않고 바로 대청 앞까지 걸어갔다.

“경현과 경천명은 어디에 있느냐? 이리 나와라! 강기 대인이 행차하셨다!”

경호는 상대를 보자마자 경계를 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두 분 모두 출타중이십니다.”

경호가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자라면 예사 인물은 아닐 것이다.

강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네. 여기에 온 이유는 연기단을 사기 위해서네! 둘 모두 출타 중이라고 하니, 그럼 자네가 대신 거래를 하면 되겠군. 얼마면 되는가!”

경호는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소인이 팔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없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연기단은 천진상회에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다!”

강기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한 개당 금화 오만 냥을 쳐줄 테니, 열 개만 내오게.”

천제현이 깜짝 놀랐다.

‘금화 오만 냥! 맙소사!’

기적상회의 연기단 표준 판매가격은 금화 오천 냥이다. 가끔 일, 이천 냥을 올려 받는 경우도 있고, 천남성 암시장에서는 금화 일만 냥에 까지 팔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중주성에서 연기단의 가격이 이렇게 뻥튀기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저 돈 많은 강기는 하나에 오만 냥에, 무려 열 개를 내놓으라고 하다니.

경호가 옆에 있는 천제현을 몰래 곁눈질 하고는 말을 했다.

“강 대인,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천진상회에는 정말 물건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가문에서 예약을 해놔서 만약 사시려면 많이 기다리셔야…….”

강기가 화를 냈다.

“우린 지금 당장 연기단이 필요하단 말이야. 지금 자네 사정이 어떤지는 난 몰라. 어쨌든 지금 당장 그걸 내오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원망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 내가 누군지 알 테니, 내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알겠지!”

‘이 시대는 정말 재미있군.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고, 작은 물고기를 새우를 잡아먹는군.’

천제현은 순간 마음이 동해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천진상회에는 연기단이 없으니 그렇게 억지 부려도 소용없을…….”

강기가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꺼져라!”

‘젠장! 또 무시당했군! 내가 그렇게 형편없어 보이나?’

새끼 여우가 발톱으로 툭툭 치면서 인정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호는 너무 놀라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천제현의 패기로 보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이미 3대 가문과도 원수를 졌으니, 여기에 또 한 가문 늘어나봤자 대수로울 것도 없을 것이다.

경호가 황급히 가운데 서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강대인, 제가 보증하지요. 다음 물건이 도착하는 대로 제일 먼저 물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강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천제현을 쳐다봤다.

“봤느냐?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없는 법이지. 네 같은 비천한 놈이 뭘 알겠느냐!”

“안 팔아! 안 판다고!”

천제현이 콧방귀를 뀌었다.

“넌 앞으로 연기단을 살 생각일랑은 꿈도 꾸지 말아라.”

“경호, 너희 집의 아랫것이 어찌 이리도 버릇이 없는 게냐.”

강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대신 교육 좀 시켜줄 테니, 날 원망하지 말게.”

경호가 황급히 말했다.

“강대인 고정하시지요!”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 보여주마!”

강기가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저자의 혀를 뽑아라. 혀가 없어도 저렇게 헛소리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곧 호위병 둘이 바로 뛰어 나와서 천제현을 잡으려고 했다.

“꺼져!”

그러나 역으로 천제현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다.

강기가 대노하여 말했다.

“감히 운문의 사람을 때리다니, 각오는 되었겠지?”

천제현이 유명검을 뽑자 오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강기를 덮쳤다.

“저런 조무래기가 아니라 운문 전체가 와도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으냐?”

‘아니!’

그의 말에 경호뿐만 아니라 강기도 어리둥절했다.

“네놈! 운문의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그렇게 나대는 것이냐!”

중주성에서 운문의 영향력은 몹시 대단했다.

중주성에서 개발되는 약품과 부적의 절반 이상이 운문에서 나온 것들이다. 게다가 운문에는 중주성 최고의 학자들이 운집해 있어 신풍후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저 멍청한 녀석이 도대체 뭔데 저러는 것인가?’

강기는 직접 나서서 손을 쓰기로 작정했다.

“네가…… 네가 죽고 싶구나!”

강기가 마력을 내뿜으며 정령을 소환하려고 하는 찰나 천제현이 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남백색의 검기가 무서운 기세로 강기의 몸으로 베었다.

강기는 충격의 여파로 문밖까지 날아갔다.

“윽!”

강기가 피를 토했다.

무형의 유명화가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가 경맥을 크게 훼손시켰고, 그의 마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 광경을 지켜본 경호가 경악했다.

‘정말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천제현은 정말 너무 강하다! 설사 혼성 2성이라고 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경호는 이 모든 것을 바라만 볼뿐,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둘 모두 잘못 건드려서는 안 될 엄청난 인물이기에 그가 가운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큰일이다! 사달이 나버렸다!’

천제현은 경호가 정신이 나간 채 불안에 떨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뭘 겁내? 때린 건 난데, 네가 왜 겁에 질려 있지? 그리고 저자가 운문의 대표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날뛰는 거야!”

경호는 울고 싶었다.

중주성에서 운문의 세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저자가 경씨 집안에서 두들겨 팼으니 어찌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왜 널 안 죽인 줄 아느냐?”

천제현이 차가운 검날을 강기의 목 위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네가 운문을 매우 대단히 여기고 있으니 내가 직접 가서 그들의 가르침을 한 번 받아 봐야겠구나. 그 이름 높은 운문이 과연 어떤 남다른 데가 있는지 한 번 봐야겠어!”

‘미쳤다!’

운문의 사람을 때리고도 도망을 안 가고, 오히려 직접 운문을 찾아 간다고?

그야말로 제 무덤을 파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제현은 이미 경씨 가문에 연락하여 비밀리에 공장과 자음탑을 짓게 했다.

경씨 가문은 상업적으로 매우 뛰어난 가문이기에 천제현은 경호가 일을 잘 마무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다면, 진작에 뿌려 놓은 씨를 드디어 거둘 때가 된 것이다.

운씨 가문은 사대 가문 중 하나이다.

만약 운씨 가문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의 일이 매우 순조로워질 것이다.

천제현은 운요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 준 적이 있기 때문에 운씨 가문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시 운요의 성격상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운천학은 정파의 학자로 절대 이를 모른 척 할리가 없다.

이러한 연유로, 천제현은 운문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운씨 가문에 은혜를 베푼 뒤, 다시 결례를 범해 운천학의 도량을 시험해 볼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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