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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59화 (156/729)

# 159

제159장 지나친 욕심이 부른 화

천제현의 어깨 위에 있는 영수는 단번에 동소어의 몸속에 쌓여 있던 어두운 기운을 빨아들였다.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을 보아 분명 어마어마한 영수일 것이다.

“보아하니, 저 작은 영수가 소어의 병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 같군. 저 녀석을 이곳에 두고 가거라!”

천제현의 눈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도움을 줬더니 고마워하지는 않고 오히려 내 영수를 빼앗으려고 하는군?”

“흥! 저놈 말하는 꼬락서니 보게나!”

동악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게 금화 일만 냥을 줄 테니, 영수를 놔두고 얼른 꺼져!”

‘사람이 어찌 이렇게 파렴치할까?’

여우가 몸을 세우더니 동악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천제현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거절을 하겠다면요?”

“거절을 한다고? 네게 거절할 자격이 있는 줄 아느냐!”

동악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네 목숨도 여기에 두고 가라!”

동박문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어찌 그런 말을…….”

“둘째, 조용히 하게!”

동악은 동박문을 항상 무시해 왔다. 그는 탐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저 영수가 소어의 병을 치료한 걸 말이야. 저런 이름도 없는 것은 죽여 버리면 그만이야! 뭐 대수로울 게 있겠느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악이 거대한 마력을 뿜어내며 공중으로 도약했고,

곧 정령의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이내 그의 손에 손톱이 날카롭게 자랐다.

동악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무서운 기세로 천제현을 향해 뻗어갔다.

“혼성 1성 주제에 오만방자하군! 꺼져라!”

천제현이 유명검을 뽑았다.

백색의 검광이 번쩍이면서 허공을 갈랐다.

동악이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의 오른 팔이 깨끗이 잘려나갔다.

동악이 절규하며 외쳤다.

“안 돼, 내 팔!”

잘린 팔에는 유명화가 불타오르더니 순식간에 말라 쪼그라들었다.

그 어떤 치료법으로도 팔을 다시 소생시킬 수는 없을 듯했다.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날 죽이려고 해?”

천제현이 한 손으로 동악의 배에 손을 가져다댔다.

“우선 너의 마력을 모두 폐해주마!”

순간 신마의 검 정령이 소환되더니 동악의 모든 근맥들을 끊어놓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했던 혼성 1성 정점의 수련자가 지금은 폐인이 되어 버렸다.

동박문, 동명, 동소어는 크게 놀라 꼼짝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동씨 가문은 작은 가문이었고, 동악은 그중에서 마력이 가장 강한 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가주도 아니면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동문박도 감히 그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혼성 1성의 그가 이름도 모르는 소년의 단칼에 박살이 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동악이 불구의 몸이 됐음에도 동박문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동악은 마력이 강한데다 성격이 포악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했다.이러한 이유로 인해 부친께서는 임종 전에 그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지 않은 것이다.

동악은 이 일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더욱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가주도 아니면서 가주의 권한을 행사했고, 늘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러면서 대놓고 동박문을 무시하곤 했다.

동박문은 이런 그가 싫었지만, 그의 실력과 배분 때문에 감히 그를 어쩌지 못했다.

“내 마력! 내 마력을 폐하다니!”

“둘째, 뭘 보고만 있는 거야, 빨리 저놈을 처치하지 않고!”

동악이 비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한 순간의 탐욕을 참지 못해 이렇게 참담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수십 년간 쌓아왔던 마력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으니 동악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이는 죽음과도 맞먹는 고통이리라.

‘형님은 폐인이 되었으면서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가!’

동악문은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은 형님께서 잘못하신 겁니다. 소협께서 우리 동씨 가문에 은혜를 베풀었는데,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하는 겁니까? 제가 어찌 형님처럼 의롭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좋다, 좋아, 알겠다!”

동악이 광분에 찬 모습을 하고 문을 향해 뛰쳐나가며 외쳤다.

“이 배신자들, 내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감히 경씨 가문과 혼인 할 여자를 빼돌리려고 하다니! 죽을 준비나 해라!”

“뭐? 경씨 가문!”

천제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천진상회의 경씨 가문을 말하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천제현은 천진상회를 찾는 중이었다.

‘중주성이 너무 크다보니 천진상회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동박문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악이 경씨 가문에 가서 이 일을 말하면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여봐라, 어서 형님을 쫒아가서 치료해 드리거라!”

“그냥 놔두세요!”

천제현이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자가 경씨 가문에 가서 이 모든 사실을 알리도록 내버려두세요. 동소어와의 혼약은 없던 걸로 한다는 사실까지! 만약 경씨 가문이 이에 불복한다면, 나한테 오라고 하세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동박문, 동명, 동소어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자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경씨 가문은 4대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중주성에서 꽤 이름난 가문이었다.

대대로 상업에 종사하여 재력도 상당했다. 천진상회의 자산만 하더라도 금화 수억 냥은 족히 되는데, 거기에 가문 산하의 모든 상회를 합치면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경씨 가문은 세력 자체만 봤을 때는 그렇게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력만큼은 엄청났다.

그래서 천남성의 세도가들과는 거의 다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을 정도로 인맥이 넓었다.

누가 감히 이런 가문의 심기를 함부로 건들 수 있단 말인가?

동악이 자신의 조카를 경씨 가문에 헌납하려는 것은 아마도 경씨 가문에 잘 보여서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소년의 행색으로 보아 객지를 떠돌며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띠는 검을 말고는 평범해 보이는 외모에 평범한 복장.

누가 봐도 중주성에 막 도착한 자유 수련자의 모습이었다. 일개 무명소졸에 불과한 이 아이가 도대체 뭘 믿고 경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것일까?

동박문이 황급히 말했다.

“안 돼!”

“가게 놔둬요!”

천제현이 완고하게 말했다.

“뒷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그만 눈치 보세요. 자기 딸이 팔려가려는 데 구할 엄두조차 못 내고 구경만 할 겁니까? 그러니 다른 자가 당신 앞에서 가주노릇을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천제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동박문이 몇 걸음 밀려났다.

그의 낯빛이 하얗게 변했다.

“아, 알겠네!”

“흥, 꼼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동악이 황망히 동씨 가문을 빠져나왔다.

동박문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경씨 가문의 첫째인 경호는 보통 인물이 아닐세. 그를 건드렸으니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것이야!”

천제현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경호 그 멍청한 놈이 무슨 경천동지할 만한 능력이라도 있는 겁니까?”

“자네는 이제 막 중주성에 도착한 것 같네만, 그래서 잘 모를 걸세.”

동박문이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반달 전에 경호는 천진상회 부회장인 경현과 함께 기적상회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네. 그때 기적상회와 자원양도협정을 맺었지.”

천제현은 자신의 잔에 차를 따르며 물었다.

“그런데요?”

“그 소식이 처음 중주성에 퍼졌을 때만 해도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어.”

여기까지 말하던 동박문의 눈에 부러움의 빛이 떠올랐다.

“누가 알았겠는가, 불평등해 보였던 거래에 사실은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천제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비밀은 무슨!”

동박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경호와 기적상회는 비밀협정을 체결했지. 천진상회가 기적상회로부터 직접 물건을 전달 받기로 말이야. 그리고 일주일 전쯤에 연기단이 중주성에 도착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

“그래요?”

천제현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자네는 기적상회의 연기단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아는가? 천진상회의 선동질에 가장 비싼 건 하나에 금화 4만 냥에 팔렸다네! 사람들은 그제야 경호와 경현의 계획을 눈치챘지.”

‘계획은 무슨.’

“그들은 겉으로는 거대 가문의 눈치를 보면서 기적상회와 평범한 거래를 하는 척했지. 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린 거지! 앞으로는 매달, 심지어는 매주 기적상회에서 천진상회에 상품을 공급한다는 얘기가 있네. 게다가 상품 중에는 연기단 뿐만 아니라 마력등도 있다네.”

천제현은 점점 어이가 없어졌다.

“경호는 이 거래에 성공하면서 중주성의 젊은 상인들 중 가장 각광 받는 인물로 떠올랐다네! 자연히 경씨 가문에서 거는 기대도 커져만 갔지! 이럴 때, 결혼을 물리면 경씨 가문을 물 먹이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 두 얼간이가 내게 얻어터지고 유성초 분지와 장음석 광산을 강매당하더니 오히려 유명해졌다고?’

연기단의 위력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중주성에서 천진상회의 영향력을 이렇게 높이다니.

사실 기적상회에 관한 소문은 이미 중주성 내에 쫙 퍼져 있었다.

천제현이 천랑공자를 인질로 하여 양씨 가문의 용병단을 농락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연기단과 마력등을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그로인해 작은 도시에서 생겨난 조그만 상회를 무시하는 자는 중주성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3대 가문에게 원한을 사고도 무사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실력인가?

게다가 연기단과 마력등까지 개발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력인가?

천제현에 대한 소문은 점점 과장되어 심지어는 세 개의 머리에 9개의 팔을 가진 괴물로 묘사되기도 했다.

천진상회가 이처럼 흉악한 상회의 회장과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눈앞의 손실을 감당해 가며 거래를 한 그 패기는 가히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경호는 어린 나이에 성공적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어 가문의 영향력을 높임과 동시에 중주성의 젊은 상인들 사이의 우상이 되었다.

이는 천제현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천제현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본 동박문은 그가 자신의 얘기를 듣고 크게 놀란 줄 알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동소어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했다.

“어서 떠나세요. 우리가 가서 잘 얘기할게요.”

천제현이 미소를 지으면 손을 내저었다. 그는 이 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때, 동씨 가문의 대문이 벌컥 열리더니 금포를 입은 한 청년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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