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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56화 (153/729)

# 156

제156장 천검공자와 조우(2)

천통문이나 천패천처럼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 인사들도 처음에는 천성하의 일검에 일패도지(一敗塗地)한 후 용서를 받고 그를 따르게 됐다.

그러니 천성하의 일검은 염라대왕의 초대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 천제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일검에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 것 같군. 그럼 한번 놀아줄까? 일검 아니라 이검, 삼검이라도 받아주지.”

정적이 흘렀다.

지켜보는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죽음이 코앞에 닥쳐온 상황에서도 입을 나불거리다니.’

천검공자가 아무리 혼성 1성의 마력만 사용한다 해도 전력을 다한 일검이라면 혼성 3성의 수련자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정도의 천재니까.

천성하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준비는 됐나?”

천제현이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준비까지 할 거 뭐 있다고. 마음껏 덤벼 보시지!”

그 순간.

사방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한 데 모이기 시작했다.

위압감이 어찌나 큰지 일반적인 혼성 1성의 수련자였다면 싸우는 건 고사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전의를 상실했을 것 같았다.

곧이어 금색 마력이 솟구쳐 오르더니 네 발 달린 흉포한 교룡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나타났다.

교룡의 온몸은 찬란한 금빛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그 비늘 하나하나에는 주문이 떠올라 있었다.

그 심오하고 호방한 기운을 내뿜는 교룡이 황금마수차를 몇 바퀴 감싸고돌더니 갑자기.

“혼검결!”

황금마수차 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금색 보검이 하늘로 솟구쳤다.

교룡은 그 검을 맹렬하게 뒤쫓아 하늘로 올라가서는 보검 안으로 뚫고 들어가 검과 하나가 되었다.

이윽고 태양이 폭발하듯 강렬한 빛이 사방을 비췄다.

‘나왔다! 황금교룡검(黃金蛟龍劍)!’

천검공자의 정령은 중주성 천씨 가문의 몇백 년 역사 속에 등장한 정령들 중에 가장 강력한 검의 정령이라고 전해진다.

그의 황금교룡검은 지고무상한 파괴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교룡의 엄청난 위용을 담고 있었다.

그 검이 향하는 곳에 패배란 없었다.

“참천식(斬天式)!”

중주성 천씨 가문 혼검결 중 최강의 일초.

천성하의 실력은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의 혼검결은 통달의 단계를 넘어 대성에 이르렀고, 이미 입신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천식이 시전되자 천지개벽이라도 할 듯 맹렬한 기세가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이어 거리 전체에 깊은 검흔을 남기며 순식간에 천제현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상하좌우, 모든 공간이 봉쇄되어 있었다.

천제현에게 이 일검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이때, 천제현의 주변에 유리와도 같은 성광이 일렁거렸다.

동시에 등에서 뽑힌 유명검의 얼음같은 칼날 위에는 수많은 부적 주문들이 떠올라 청백색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몸에는 성광유리체.

손에는 유명염화검.

천제현은 처음부터 피할 생각 따위 없었다.

그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용감하게 마주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장검을 휘두르며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콰과광!

유명검에는 힘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고 유명화염에는 힘을 태워 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 두 가지 모두 상대의 공격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천성하의 일격이 너무 강했다.

한 순간에 폭발한 힘이 유명검의 수용 능력을 벗어났다.

셀 수 없이 많은 검기가 수십만 개의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비처럼 천제현의 몸 위로 쏟아졌다.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 같던 성광유리체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 쫙쫙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체내에서 마력이 끊이지 않고 솟구쳐 올라 있는 힘을 다해서 유명검과 성광불멸체를 지탱하며 황금교룡검의 힘을 흡수하고 그 무서운 힘을 막고 있었다.

“꺼져 버려!”

천제현이 미친 듯이 유명검을 휘두르자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 교룡검이 그 기세에 뒤로 밀려났다.

교룡검은 그대로 허공을 한 바퀴 돌더니 다시 황금마수차 안으로 돌아갔다.

천제현은 검에 지탱해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또한 천제현의 몸에는 작은 상처들이 최소 수백 개 넘게 생긴 것 같았다.

순식간에 선혈이 온몸을 물들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중상을 입었을지언정 천성하의 검을 날려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소년이 정말로 천성하의 일검을 막아낸 것이다.

게다가 반보도 물러나지 않고 그 자리에 꼿꼿이 버티고 서 있지 않은가.

천검공자의 일검절명의 신화가 이름 없는 한 소년에 의해 이렇게 깨질 줄이야.

이것은 그야말로 중주성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일이었다.

천제현은 입가의 선혈을 닦으며 깔깔거렸다.

“천검공자 천성하? 대성 경지에 이른 무공도 겨우 이 정도군! 잘난 척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날 가르치겠다는 거냐!”

그의 말에 분노한 천패천이 외쳤다.

“제가 가서 저놈을 죽여 버리겠습니다!”

“그만 둬라!”

황금마수차에서 다시 천성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내 일검을 막았으니 살려 주도록 하지. 난 오랫동안 적수가 없었다. 쓸 만한 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지 오래야. 넌 꽤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지금 죽이기엔 아깝구나. 나중에 더 크거든 나를 찾아오거라. 그때 정정당당하게 죽여주마.”

천패천도 천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애송아, 운이 좋았구나!”

천성하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천검공자의 행렬이 천천히 멀어지자 사람들은 비로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구경하던 모든 이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오늘 그들이 본 일은 길어도 사흘 안에 전 성에 쫙 퍼지리라.

천제현은 몸을 돌려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유명순염(幽冥瞬炎)!”

천제현은 순간적으로 검법을 시전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무명의 소년이 천검공자의 일검을 막았다.

일검절명의 신화가 이로써 깨졌다.

일시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그 소년은 대체 누구지? 천검공자의 검을 막다니!”

“아니! 이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야!”

“천검공자는 같은 등급에서 적수가 없어. 그의 무공은 대성 경지에 도달했다고. 그 소년은 소성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던데 그 둘을 그렇게 단순히 비교할 순 없잖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아무리 마력을 제한했다 하더라도 천검공자의 무공 경지는 무적에 가까웠다. 게다가 혼검결은 중주성 최강의 공격 무공으로 불리고, 천성하는 또 그 무공을 대성 경지까지 수련했다.

그런 그와 소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너희가 뭘 안다고 그래!”

“천검공자가 상대를 봐 준 거야. 안 그랬다면 그 애송이가 살아남았을 리 없지!”

“천검공자는 천씨 가문 사람이라고. 고대 검술을 전승 받았단 말이야. 진짜 대단한 무공은 혼검결이 아니라 그가 전승 받은 검법이야. 그 절초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전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지!”

“게다가 대충 한 번 검 휘두른 걸로 상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으니 누가 강하고 약한지는 명확하지!”

천검공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천검공자는 천씨 가문의 일반적인 검법 계승자가 아닌 고대 검법의 전승자였다. 그러니 그의 진짜 실력은 방금 보여준 것보다 훨씬 강하리라.

“틀렸어! 모두 틀렸다고!”

“우리가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어!”

“천검공자는 정령을 불렀잖아. 그런데 그 소년은? 싸우는 동안 한 번도…… 정령을 소환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 말에 사람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그 소년은 정령을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방금 전의 전투를 떠올리던 사람들은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 뻔했다.

‘정령조차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으로 천검공자의 일검을 막았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일반적으로 정령을 소환하면 전투력이 몇 배는 세지며, 정령이 강할수록 전투력 상승폭도 커진다.

즉, 그 소년의 정령이 중간 이상만 간다고 쳐도 실제 실력은 두 배 이상 강하다는 말이 된다.

정령을 불렀다면 조금의 부상도 없이 천검공자의 일격을 막아냈으리라.

‘어째서!’

‘대체 어째서 정령을 소환하지 않은 거지?’

사람들은 천천히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말도 안 되는 그 소년은 대체 누구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야!’

온 중주성 사람들이 도처에서 그 소년의 정체를 알아내려 혈안이 되었으나, 그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소년을 봤다는 사람조차 없었다.

소년은 천검공자와의 결투를 끝내고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행적이 묘연했다.

중주성에 입성한 첫날 불거진 소란은 천제현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신분이 탄로 났더라면 그가 기다리던 기회도 날라 갔으리라.

정령을 소환하지 않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과 무공 특징만으로는 당장 정체를 밝혀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신분을 숨기기 위해 천제현이 지불한 대가도 결코 적지 않았다.

천성하는 겉으로 보기엔 의리 있고 오만한 무골 풍모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간사하기 짝이 없는 소인배였다.

도량이 큰 척 약속을 지킨다고 거들먹거리며 나중에 강해지면 다시 도전하라고 그를 놓아줬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행동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일검은 수천 개의 검기가 모여 시전된 것으로, 그게 상대의 육체를 관통했으니 용케 목숨은 건졌어도 경맥이 상해 폐인이 될 게 분명했다.

그는 소년이 철저히 망가졌을 거라 확신하고 대인배처럼 그 자리를 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틀렸다.

천제현의 유명염화검이 천성하의 공격 대부분을 흡수했고, 성광유리체의 강력한 방어력이 남은 힘을 완충했기 때문에 검기의 위력이 1할 정도밖에 안 됐던 것이다.

게다가 오랜 시간 유성초의 힘으로 경맥을 단련한 천제현의 몸은 다른 수련자들보다 훨씬 강인했으며, 재생 및 치유 능력도 뛰어났다.

그런 그가 부상 좀 당했다고 해서 몸이 망가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천성하가 한 가닥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천제현이 정령을 숨겼다고는 하나 천성하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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