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53화 (150/729)

# 153

제153장 중주성 진출 계획

주식을 배분해주겠다는 데에는 당연히 감사의 의미도 담겨 있었지만, 타고난 상인인 그녀는 동시에 상회의 앞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남궁의는 남궁 가문의 장로급 인물이므로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그가 총책임자를 맡아준다면 상회에 큰 도움이 되리라.

즉, 공화련이 끌고 오려는 건 남궁의가 아니라 남궁 가의 지원과 자원이었다.

남궁의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소개했다.

기적상사의 정식명칭은 기적종합상사 또는 기적대형시장으로, 목표는 모든 소매품을 한데 모은 종합상사였다.

이런 모델은 남하국, 심지어 대륙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 대륙에 퍼져 있는 상회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판매하는 상회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툭하면 바뀌는 판매 전략 때문에 소비자들은 마음 놓고 물건을 구매하기가 힘든 실정이었다.

게다가 대륙의 면적은 광활했고 다양한 자원이 생산됐으며 지역과 환경에 따라 독특한 특산품들이 나왔지만, 상호 유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기적상사는 바로 이 점을 포착하여 거대한 거래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기적상사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몇 개의 주력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여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한편, 유통 전문점이라는 개념을 알릴 계획이었다.

그래서 공화련은 가장 뛰어나고 가성비가 좋은 공급상들과 접촉하여 양질의 상품을 공급받고 그것을 상사에서 판매함으로써 일정 이윤을 얻는 판매 전략을 구축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천남성에서만 십여 개의 생산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래서 상사가 개업하던 날 기적상회의 제품뿐만 아니라 천남성 각 상회의 상품들까지 함께 판매하여 금화 300만 냥의 수입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각각의 상회들은 특색 있는 상품들을 기적상사에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유통 경로를 열 수 있고, 기적상회는 그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그야말로 서로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적상회가 무섭게 발전함에 따라 다른 상회들은 자신의 이익과 점유율이 잠식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던 것이다.

기적상회는 시장을 잠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기회를 가져다 줬다. 그들의 우수한 상품들을 기적상사라는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기적상사의 분점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세력 범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이것은 생산자가 어느 정도의 품질만 보장한다면 기적상사와 함께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됐다.

즉, 주변 도시, 더 나아가 중주성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시마다 유명한 특산품은 하나씩 다 있었다. 그러나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는 시장을 선점한 경쟁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기적상회처럼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고 놀라울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상회에 붙지 않는 한.

그 어느 도시가 마력등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어느 도시가 마력진 요리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을까?

기적상회는 앞으로 더 많은 부적이나 단약, 심지어 확성기 같이 신기한 물건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제품들로 문을 두드리면 그 어떤 대도시라도 기꺼이 문을 활짝 열고 그들과 손을 잡으려 하리라.

이렇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상회를 누가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기적상사를 이용하면 생활이 훨씬 편리해진다.

상점 한 곳만 방문하면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구입할 수 있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니까.

게다가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 약재와 부적까지 살 수 있다고?

지금껏 그런 것이 가능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기적상회로서도 이것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직접 방대한 생산시설을 구축할 필요 없이 일부 생산자에게 투자만 해서 공급 계약을 맺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들로 하여금 기적상사라는 거대한 함선 위에 올라타라고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 거대한 함선은 어디에 정박하든 그곳을 점령하리라!

왜냐하면 함선에 타고 있는 것이 다른 지역 최고의 특산품과 기술이었으니까.

현지 상회가 무슨 힘으로 그들에게 도전하겠는가?

공화련의 사업 이념이 한 시대를 풍미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었다.

또한 기적상회는 마력등을 포함한 자체 연구개발 상품을 전부 상사에서 판매했다. 그러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상사가 인기를 얻는 한, 동반자 모집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경쟁력에 강력한 보호막까지 갖춘 기적상회가 성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화련은 자신이 있었다.

넋을 잃고 공화련의 일장연설을 듣고 있던 남궁의가 말했다.

“천제현의 재능과 그대의 지혜가 만났으니 남하국의 판세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겠군!”

공화련은 살짝 미소 지었다.

“전 그저 잔재주나 부릴 뿐이지요. 천제현의 재능과 지혜야말로 우리 사업의 핵심이랍니다!”

천제현이 그 자리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 말을 들었다면 콧대가 하늘을 뚫고 올라갔으리라.

“그래서, 생각은 다 정리되셨나요?”

“생각하고 말고 할 게 뭐 있겠나. 이 좋은 일을 거절할 순 없지. 기적상사의 총책임자 직을 맡도록 하겠네!”

공화련은 계약서 몇 장을 꺼냈다.

“계약을 체결하면 공식적으로 기적상회의 일원이 되시는 거예요. 그전에 주의사항을 잘 읽어 주세요. 성주님께서 남궁 가문을 대표하시기는 하지만, 상회의 핵심 이익과 반대되는 일은 하실 순 없답니다. 그때는 저희가 주식을 환매할 권리를 갖게 돼요.”

남궁의는 감탄했다.

“천 회장은 정말 주도면밀하군. 기적상회에 자네와 천 회장이 있는 한 못 할 일이 없을 걸세!”

남궁의는 계약서를 훑어본 후 서명했다.

“이제 성주님도 우리 기적상회의 일원이세요.”

공화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옥패 한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건 성광불멸체의 수련법이에요. 기적상회의 고위급 인사들에게 제공되는 거지요. 일종의 상업 기밀 같은 거니까 외우신 후에는 불태워 주세요!”

‘성광불멸체라고?’

남궁의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오래전부터 이 강력한 방어무공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화산 정령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공격 속도가 느려 그 과정에서 역으로 당할 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방어 무공으로 몸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혼성 4성의 실력으로 혼성 5성의 강자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다시 한 주의 반이 지나갔다.

기적상사의 운영도 천천히 안정화되고 있었다.

천남성의 크고 작은 매체들은 앞다투어 기적상사의 행보를 보도했고 그 놀라운 판매량에 성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공화련에게는 원칙이 하나 있었다.

어떤 상회의 제품이든 품질과 가격이 좋으면 무조건 기적상사에 입점시킨다는 것이다.

기적상회는 판매 장소만을 제공하므로 입점한 모든 상회들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적상사가 천남성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을 때, 천제현도 천남성을 떠나 중주성에 가기로 결정했다.

천남성은 남하국의 소도시로, 자원이 풍부하지 못해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

천제현이든 기적상회든 영원히 천남성이라는 작은 지역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중주성은 중주의 본성이다.

천씨, 낙씨, 양씨, 운씨 등 사대 가문을 비롯한 수많은 고수들이 운집해 있었으며, 그들 중 한 가문이 데리고 있는 혼성술사가 천남성에 있는 혼성술사보다 몇 배는 많았다.

또한, 사대 가문 위에는 신풍후 풍운천이 이끄는 풍씨 가문이 위용을 떨치고 있었고 사대 가문 아래로도 경씨, 염씨 등 기세 등등한 가문들이 즐비했다.

그 가문들 하나하나가 천남성 최고의 가문보다 강력했다.

이것이 바로 중주 본성의 힘이자 저력이었다.

그렇다면 중주성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고수와 세력가들이 모여 있는 걸까?

그것은 중주성이 모든 주(州)급 도시를 통틀어 가장 물자가 풍부하고 지리적 이점이 뛰어났으며 영기가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진귀한 약재며 광물, 보물들도 넘쳐났다.

남하국 전체에서도 중주성의 부는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이미 혼성 경지에 올라선 천제현은 천남성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1급 영약조차 찾아보기 힘든 지역에 오래 머무른들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기적상회를 위해서도 천제현 자신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공화련 자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실 그 이야기는 옛날부터 해왔던 것이라 공화련 자매도 반대하지 않았다.

천제현이 먼저 말했다.

“우리는 중주성에 적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비밀리에 입성하는 게 좋겠어요. 안 그러면 뭐 하나 할 때마다 문제가 생길 거예요.”

“그래도 상황 판단은 되나 보네!”

공서련이 못마땅한 어조로 말했다.

“사대 가문 중 셋과 원수를 질 때부터 알아봤어. 그놈들이 자기 근거지에 자리 잡으려는 우리를 곱게 보겠어? 각오해야 할 걸!”

“그래서 제가 먼저 한 번 다녀올까 해요.”

“앗!”

공서련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또 혼자 움직이려고?”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적상회는 이제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을 뿐이잖아요. 큰 아가씨는 상회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같이 가고 싶어도 못 갈 테니 작은 아가씨도 남아서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언니한테 많이 배우고요.”

사실이 그랬다.

지금 공화련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기적상회의 장기 전략과 대형 계획들은 공화련이 직접 맡아야 안심할 수 있었다.

효율 측면에서 보더라도 천제현 혼자 중주성에 가면 충분히 신분을 숨기고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공화련 자매와 함께 갈 경우 들킬 가능성이 컸다. 그러다 보면 위험한 일도 더 많이 겪게 되리라.

천제현의 말에 공서련이 잔뜩 풀이 죽었다.

‘언니가 못 가는 건 너무 유능해서야. 기적상회에 언니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하지만 자신이 못 가는 건 쓸모가 없어서 아닌가.

괜히 따라갔다가 천제현만 귀찮아질 테니까.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이니까.

“보름!”

천제현이 대충 계산해 보더니 말했다.

“제게 딱 보름만 시간을 주세요. 그동안 중주성에서 기적상회를 알리고 올게요. 그 후에 같이 가도 늦지 않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