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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47화 (145/729)

# 147

제147장 유명순염참

화염 폭발이 끝난 후.

천제현의 성광이 매우 어둡게 변했다. 새끼 여우의 눈처럼 하얀 털도 일부 검게 그을렸다.

화가 난 여우는 사납게 이빨을 내보이며, 천제현에게 그를 제거하라는 듯 으르렁거렸다.

“만상봉인(万相封印)!”

금서 정령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천통문의 두 손에 부적의 인장이 나타나, 맞은편 천제현의 몸 위를 향해 누르듯 동작을 취했다.

이것은 봉인 유형의 동작으로, 만약 천제현이 마력이 봉인된다면, 아무리 천제현이라도 천통문을 이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과연.’

천통문은 천제현을 봉인하고, 그를 생포해 돌아가고 싶어 했다.

천제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힘을 아끼지 않고 신마의 검의 힘을 터뜨렸다.

이내 신마의 검 정령이 하늘로 치솟아 위협적으로 천통문을 향해 날아갔다.

천통문은 흠칫 놀랐다.

“뭐지? 이 정령은?”

천통문과 염 장군은 천제현 정령을 보고 기겁하여 두려움에 떨었다.

신마의 검 정령의 기운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말도 안 돼!”

천통문은 박학다식하지만 천제현의 정령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저 정령의 기세는 천성하와 비교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저 안에는 상고시대의 혼돈 마신의 기운을 담고 있어, 아직 완전히 발굴되지도 않은 것이다! 이…… 이것은 검의 정령 중에서 신 급이다!”

염 장군이 웅얼웅얼 말했다.

“중주성 제일인 검 정령은 천성하가 아니었단 말인가? 저 녀석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

중주성 천씨 가문은 검에 혼을 새겼으며, 남하국에서 유명했다.

다른 가문에도 검의 정령이 있기는 하지만, 중주성 천씨 가문과 비교하면 완전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천씨 가문 검의 정령은 각각이 모두 막강했다. 그런 천씨 가문의 정령을 능가하는 정령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소년이 그런 정령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다면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천통문이 어리둥절한 순간.

유명검이 갑자기 파랗고 하얀 화염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보라색의 검기가 치솟으며 강천통문을 향해 급습해왔다.

검이 채 천통문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두 갈래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교차하며 먼저 천통문을 휘감았다.

하나는 얼음같이 스산한 정벌의 기운이었고, 하나는 고대의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이었다.

천통문의 주위에는 마치 환상이 나타난 것처럼 흉악한 악마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 악마들은 천통문을 향해 울부짖으며 그의 손발을 할퀴었다.

“용음금종조!”

천통문이 다급히 외치자 금서 정령이 빠르게 다른 쪽을 펼쳤다.

이내 금속의 덮개가 천통문의 주위를 덮었다.

보라색 검기는 덮개가 생겨나마자 덮개 위로 빠르게 떨어졌다.

이내 신마의 검의 파멸의 힘이 방출되어 나와 순식간에 금색의 거대한 덮개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유명화는 난도질로 생긴 검 자국 안에 들러붙어 마력을 태우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유명검에 정령의 힘을 융합했다.

그러자 검의 위력이 몇 배 이상 향상되었다.

천제현이 정령의 힘이 깃든 유명검을 강하게 휘두르자 금종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천통문이 더욱 흥분하여 말했다.

“너의 검은…… 유명검! 어떻게? 설마 만무일 그 녀석이 노리던 것을 어떻게 네놈이?”

“지금 음풍검객을 말하는 건가요?”

천제현이 크게 웃었다.

“음풍검객은 지금 만시고묘에서 귀신이 되어 있을 걸요!”

만무일은 어떤 인물인가?

그와 천통문은 똑같이 혼성 3성의 실력이다.

그의 검법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천통문이라 하더라도 지지는 않겠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다.

그 막강한 검객은 유명검을 얻기 위해 만시고묘로 갔으나,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어쩌면 만무일은 이놈 손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유명검을 알아보았으니, 이 참에 이 검의 진정한 위력을 보여주죠!”

천제현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유명검 위로 불꽃이 크게 일어나더니, 무시무시한 유명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뿜어져 나왔다.

“유명순염참(幽冥瞬炎斩)!”

불빛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천제현이 사라졌다.

천통문은 경악했다.

‘이 전투 수법은…….’

천제현의 유명순염참은 음풍검법과 비슷했다. 검로는커녕 상대의 위치도 파악하기 힘든 암살에 적합한 무공인 것이다.

그러나 천통문은 모를 것이다.

천제현의 유명검법은 음풍검법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이라는 사실을.

암살류 무공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에 좋았다.

천통문은 경악했지만 괜찮은 척 일부러 차갑게 웃었다.

“이런 수단으로 나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너 같은 소인배는 말할 것도 없고, 음풍검법을 대성한 만무일이 나와 대적한다하더라도 나를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칠엽금서 정령의 대단함을 보여주겠다!”

천통문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천풍일 주변의 마력이 다시 한 번 강렬해졌다.

칠엽금서 정령에 강렬한 마력이 주입되자 수많은 부적이 튀어나왔다. 이내 책 안에서 부적이 눈 모양으로 엮이며 떠올랐다.

“파환금안(破幻金眼)!”

천통문이 노하여 고함을 지르자, 두 눈에 진법 도안이 나타났다.

금서 정령의 능력을 흡수한 것으로 동공이 순간적으로 좁고 길어지더니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안구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천통문이 눈을 뜨자 두 눈에서 막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지금 천통문의 눈은 강력한 통찰과 정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모습을 감추어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천통문은 파환금안을 시전한 후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금세 일그러졌다.

모호한 회색의 그림자가 주위에 자욱하게 뒤덮더니 계속해서 변화하여, 쫓을 수도, 행방과 궤적을 전혀 분별해 낼 수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성한 음풍검법이라 하더라도, 종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파환금안이었다.

그런데 파환금안을 시전했음에도 천제현의 움직임을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좋지 않아!”

불안한 예감이 천통문을 뒤덮었다.

그는 파환금안을 황급히 취소하고, 다시 금종조를 새롭게 시전하여 전 방위로 자신을 보호했다.

금색 덮개가 자신을 뒤덮는 순간, 등 뒤에서 살기가 폭발했다.

유명검의 검광이 엄청난 속도로 금종조 위를 호되게 강타했다.

쾅!

단 일격에 금종조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이 검광은 금종조에 균열을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화염을 남겼다.

금종조를 크게 믿고 있던 천통문은 순식간에 암담해졌다.

천통문은 식은땀을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

“흥, 겨우 이 정도냐! 너의 검법은 나의 방어를 깰 수 없다!”

모든 암살류의 무공은 일격필살에 그 가치가 있었다.

만약 공격을 했는데 일격에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패배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암살류 무공의 특수성에 있었다.

암살류 무공은 일격필살을 위해 빠른 움직임과 막대한 마력의 응집을 필요로 한다.

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한방을 위해 대부분의 마력을 소진하는데 그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패배밖에 남는 게 없으리라.

그러나 천제현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직 유명검법의 소성의 경지에도 달하지 못했다. 이게 행운으로 작용했는지 불운으로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수련의 정도가 낮은 탓에 막대한 양의 마나를 검법에 실어 공격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아직 천제현의 마력은 어느 정도 여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공격은 신마의 검 정령과 유명검 덕분에 단 일격으로 금종조에 균열을 만들어 냈다.

‘이 녀석은 혼성 2성의 실력을 지녔다. 조금 위협적이긴 하지만 못이길 정도는 아니야!’

천통문이 기뻐한 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캉!

또 한 차례 불타는 검광이 지면을 가르며 금종조 위를 내리쳤다.

금종조에 검의 흔적이 추가되었다.

두 개의 흔적은 교차되어, 불타오르는 십자 모양을 형성하였다.

화염은 끊임없이 점점 더 왕성하게 타올랐다.

그 화염 때문에 금종조의 방어력은 점점 약해져갔다.

세 번째, 네 번째 공격.

천제현은 불타오르는 검광만을 사방으로 비치면서 서로 다른 방향에서 금종조를 마구 내리쳤다.

세 갈래, 네 갈래, 다섯 갈래…….

천통문의 금종조 위 균열은 점점 더 많아졌다.

균열의 수만큼 화염도 그 몸집을 불리며 곧 금종조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점점 더 많은 검광이 금종조를 쓸고 지나갔고, 금종조의 균열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안 돼!”

마침내 금종조가 철저히 깨져 버렸다.

천통문은 충격으로 피를 뿜어냈다.

이내 천재현이 유명검이 훨씬 밝은 검광을 뿜어내더니 천통문의 양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이 공격이 명중한다면 천통문은 분명 꼼짝없이 머리에 관통되고 말 것이었다.

“그만! 목숨만은 살려주게!”

염 장군이 보이지 않는 천제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천제현은 천천히 감추었던 모습을 드러냈다.

목소리에 실린 강력한 위압감이 천제현을 감쌌다.

얼음 결정 같은 반들반들한 장검이 파랗고 하얀 화염으로 불타고 있었다.

날카로운 검날이 천통문 미간에서 겨우 두, 세 척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천통문은 놀라 넋이 나갔다.

염 장군은 걸어와 말했다.

“간단히 말하겠다. 여기서 멈춰주게나. 천통문, 당신도 이 친구의 실력을 이미 봤겠지. 지금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천통문은 넋이 나간 표정에서 점차 분노에 찬 표정으로 변했다.

“흠! 두고 보자!”

천통문은 계속 머무르기가 부끄러워졌는지 빠른 속도로 돌아서서 떠났다.

염 장군은 천통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제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천제현의 안색이 백지처럼 창백했다.

사실 유명염화검결의 유명순염참은 체력이며, 마력이며의 소모가 너무 컸다.

지금 천제현은 이미 마력을 완전히 소모하여 거의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의 실력으로 혼성 3성 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었다.

천통문의 마력은 천제현보다 훨씬 풍부했다.

만약 단기결전이 아니라 소모전으로 승부가 이어졌다면 천제현도 자신이 이겼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이미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그의 유명검법을 펼쳐냄으로써 이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검법이 미래에서 온 성광불멸체와 비교해서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만족감에 젖어있던 천제현이 정신을 차리고 염 장군을 바라봤다.

염 장군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분명 천통문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리 한 번 질러서 천제현을 이렇게까지 압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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