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제143장 유명화와 유명검의 융합
천제현은 싸움에 끼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그는 먼저 단약 몇 개를 먹고 마력을 일부 회복한 후, 대전에 가득 쌓인 보물 상자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천진상회의 표지가 인쇄된 거대한 화물 상자를 열자 사각형의 수정 상자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수정 상자 안에는 흑적색 약초가 가득 들어 있었다.
주변에는 화염과도 같은 기운이 감싸고 있어 마치 약초가 불에 타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유화초였다.
유화초는 음지에서 자라는 양성의 풀이다.
유화초는 불 속성 힘이 강하지만, 화염에는 오히려 음의 기운 농도가 짙었다.
이는 화염 속에 강력한 침식성 맹독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독성이 강렬해 일반 사람은 닿기만 해도 백이면 백 죽음에 이를 정도였다.
유화초는 수백 년 동안 자라는 영약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성초와 마찬가지로 생장 환경이 대단히 까다롭고 제한적이고, 인공 배양이 어려워 희귀 약초에 속했다.
그래서 2급 재료에 속했으며 1개에 금화 5~600냥에 이를 만큼 가격도 대단히 비쌌다.
“잘됐군! 다행히 아직 여기에 있었구나!”
상자는 특별히 제작된 것이었다.
약초를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성의 유실을 예방할 수 있는 진법 처리까지 되어 있엇다.
‘늦진 않았네!’
만약 유화초를 구하는 게 하루 이틀 더 늦어졌다면 이 유명화의 불꽃이 완전히 사그라졌을 것이다.
보통 유명화도 상당히 귀중한 보물이라 가격이 비싸다.
하물며 천제현이 가진 유명화는 귀왕이 천 년 동안 제련한 유명화였으니 그 가치는 유명검과 비슷할 정도였다.
천제현은 마력을 이용해 유명화에서 불을 조금씩 빼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불을 빼야 유화초를 이용해 유명화의 불씨를 키울 수 있었다.
천제현은 성광으로 몸을 미리 보호하여 불을 취하는 과정에서 불에 내상을 입지 않았다.
유명화에서 나온 청백색 화염은 손톱 크기 정도 되었다. 아직 불씨에 불과한 이 화염은 손바닥 중앙에서 천천히 일렁였는데, 악귀의 비명 소리가 은은하게 읊조리듯 들리며 음침하고 으스스한 기운이 자욱했다.
신기하게도 화염의 온도는 높지 않은데다 심지어 차갑게 느껴졌다.
유명화는 일종의 얼음과 불, 즉 빙화로서 물질을 연소시키는 능력은 강하지 않지만, 마력을 연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론적으로 모든 호신 마력과 방어 무공의 상극이 되는 불이었다.
게다가 귀왕이 천 년간 제련한 후, 유명화에 귀력을 부여하여 부패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래서 물질을 부식시키는 성질까지 갖추었으며, 불씨에는 마물 특유의 정신의 힘이 깃들어 있어 상대의 정신에 침투할 수 있다.
물질 부식, 마력 연소, 정신 침투까지. 유명화로 한 번 공격을 하면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다.
“우선 불씨부터 키워야 써먹든 말든 하지!”
천제현의 손바닥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대량의 마력이 스며 나와 유명화에 융합되었다. 어둡고 희미한 불꽃이 맹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명화는 그간 천년고묘의 금제아래에 있어서 힘이 억제되어 있었으나, 세상에 나오면서 아주 미약한 자아가 생겼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천제현의 마력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어딜 감히!’
보물이라고 하나 불씨가 약해진 상태이며, 자아 역시 생긴지 얼마 안 돼 유명화는 매우 약한 상태였다.
그런 유명화에게 천제현을 막을 능력이 어디 있겠는가?
유명화는 길들여지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제현이 마력을 이용해 저항을 가뿐히 눌러버리고 화염 내부로 침투하여 귀화의 핵심을 장악했다.
이내 유명화는 천제현의 의지에 따라 확실히 통제되었다.
이로써 천제현은 청백색 화염이 자신의 정신에 연결되어 이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
화염은 주인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손가락 끝에 살짝 뜬 상태로 빙빙 돌았다.
천제현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선천적 보물이로구나!”
선천적 보물이란 천지의 자연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으로 후천적인 제련이나 가공을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보물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 허공의 조롱박이라는 게 있었다.
천성적으로 내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이것을 따면 보물을 보관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유명화 역시 이러한 선천적 보물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유명화를 다루고 키우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유명화가 가진 최초의 불꽃은 대단히 약해서 언제든 소멸할 가능성이 있기에 계속 먹이를 주면서 강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게다가 어떤 재료든 유명화가 제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화를 기르는 재료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유명화와 같이 독특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유화초가 바로 가장 적합한 재료이다.
“가자!”
유명화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 수정 상자 표면에 떨어졌다.
마치 강한 산성을 띤 물질이 위에 떨어진 것처럼 대량의 검푸른색 화염이 발생했다.
얇은 종이를 뚫은 듯 수정 상자가 점차 부식되더니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유명화는 상자 안을 뚫고 들어가 유화초를 잠식했다.
모든 약초가 빠르게 시들었고 대량의 흑적색 힘이 약초에서 흘러나와 전부 유명화에 먹혔다.
유화초를 모조리 삼키자 불꽃이 조금 더 밝아졌다.
유명화가 둘로 나뉘더니 수정 상자 2개에 각각 들어가 약초를 모조리 삼켰다. 이내 다시 분열하더니 넷으로 나뉘어 네 개의 상자로 들어갔다.
유명화는 그 짧은 시아에 유화초 1,000개를 다 먹어 치웠다.
“좋아, 좋아! 이 화염은 역시 대단하구나!”
천제현이 화염을 통제하자 수백 개의 청백색을 띤 손톱만한 크기의 불꽃이 하늘로 떠올랐다.
이어 천제현의 양손에 합쳐졌다.
무수한 화염이 모여들어 머리 크기의 덩어리를 형성했다.
청백색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열기는커녕 대단히 음습하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평범한 사람의 경우 보기만 해도 섬뜩함을 느낄 것이며, 심지어 무서운 죽음의 기운에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화염이 이렇게 크면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한데!”
천제현이 화염을 조종하면서 난색을 표했다.
“난 화염 정령도 없고 더욱이 화염 무공도 수련하지 않았는데, 이걸 어디에 둔담?”
만약 묵연처럼 화염을 다루는 무공을 연마했으면, 무공을 통해 이것을 경맥에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화염 정령도 없고 화염을 다루는 무공을 연마하지 않아, 유명화를 몸에 융합할 수 없었다.
“찍!”
새끼 여우가 어디선가 인삼을 들고와 끊임없이 먹는 가운데 작은 발을 내밀어 유명검을 가리켰다.
천제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검에다 보관하라고?”
새끼 여우가 발을 움직이며 맞다는 동작을 취했다.
천제현은 당초 유명검을 복종시킬 때, 유명검의 기령을 본 적이 있었다.
‘맞아. 유명검의 기령이 온몸이 타고 있는 괴물이었지? 유명검과 유명화는 본래 하나의 존재일지도 몰라. 후대에 분리된 것일 수도 있어.’
천제현은 유명검과 유명화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천제현은 유명검을 번쩍들어 불 속으로 들이밀었다.
그러자 유명화가 점차 검에 빨려 들어갔고, 유명검에 융화되기 시작했다.
유명화를 흡수한 유명검에서는 광채가 났다. 검의 결마다 청백색 검광이 피어오르고 불빛이 일렁이며 요동쳤다. 이내 서서히 생명의 기운을 드러냈다.
유명검은 유명화의 부패의 기운에 침식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기운이 더 강해졌다.
“역시 그렇군! 이 검의 기령이 유명화였어!”
천제현은 유명검을 천천히 휘둘렀다. 불꽃이 검 전체를 감싼 모습을 보고 천제현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유명화가 유명검에 완전히 흡수되자, 유명검에서 기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그 기운에 홀려 몇 분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동시에 현묘한 힘이 검에서 나와 천제현의 몸속에 파고들었다.
천제현은 그 현묘한 힘 덕분에 자신의 마력이 높아졌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천제현이 다시 칼을 휘둘렀다..
차가운 칼끝이 허공을 가르고 결마다 광채가 피어났다. 방출된 검기는 대전의 기둥 중앙을 뚫고 지나갔다.
천제현 자신도 그 위력에 깜짝 놀랐다.
이 정도면 혼성 2성 수련자라도 쉽게 막아내지 못할 위력이었다.
게다가 단지 천제현이 무심코 날린 일격의 위력일 뿐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거지?’
사실 이것은 세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위력이었다.
첫째는 정령이었다.
천제현의 신마의 검 정령은 막강한 파멸의 힘을 가지고 있어 검법의 위력이 대폭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둘째는 무기였다.
유명검은 영혼과 통하는 혼기였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위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유명화와 결합된 후 제 힘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세 번째는 검법의 효과었다.
유명염화검법의 특징은 폭발력이 강한 것이었다.
‘좋아! 아주 좋군!’
천제현의 전투력이 일거에 수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금이라면 새끼 여우의 도움 없이도 천마 교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맞다! 새끼 여우?’
천제현은 여기에 온통 정신이 팔려 새끼 여우를 간과하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본래 산처럼 쌓여 있던 약초가 전부 없어져있었다.
귀엽고 새햐안 여우가 땅바닥에 앉아 불룩 튀어나온 배를 토닥거리며 트림을 하고 있었다.
뒤로 벌렁 나자빠져서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워보였다.
물론 이건 보통 사람의 시선이었으며, 천제현의 시선은 전혀 달랐다.
“이런! 어떻게 이걸 다 먹어! 이게 돼지야? 여우야? 이 빌어먹을 여우 같으니!”
천제현은 곧장 달려가 새끼 여우의 귀를 잡아당기며 억지로 끌어 올렸다.
“네놈이 먹은 게 최소 몇 백만 냥은 될 거다!”
새끼 여우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두 발을 뻗어 그에게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몸이 좀 먹었다고, 그래서! 어쩔 거야?’
천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잘못하면 야단맞아야지!”
‘진짜 때리려고?’
새끼 여우가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이 여우도 자기 주인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여우는 황망히 발을 휘휘 내저었다.
“왜? 저기에 다른 보물이 있어?”
새끼 여우가 발로 피의 늪을 가리켰다.
천제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의 늪으로 다가갔다.
‘아까 그 늙인이가 내상을 치료하던 곳인데, 설마 진짜 좋은 게 숨겨져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