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제141장
염무양 몸에 나타난 문양과 문자는 더욱 밀도있고 복잡했다. 그의 천도마공이 염군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게다가 염무양 자신은 혼성 2성 정점의 실력을 갖추었고, 거기다 천도마공의 힘까지 있으니 그 실력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천마교의 제물이 되어라!”
염무양이 오른발을 힘껏 굴렀다.
홍색과 백색의 마력이 체내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하여 흉흉하게 생긴 쌍두원숭이 형상으로 응집되었다.
천제현이 정색했다.
“빙화원숭이? 두 가지 속성의 정령이구나!”
염무양의 쌍두 빙화원숭이 정령은 두 가지 속성의 힘을 지닌 영물이며, 염무양도 두 가지 속성의 무공을 수련했다.
얼음 속성과 불 속성 무공을 동시에 연마하더라도 서로 배척함이 없으니 전투력은 놀라우리만치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물며, 염무양은 천도마공까지 연마하고 다방면의 힘이 동시에 증폭되어 혼성 3성 고수에 근접했다.
천제현은 충분한 공격용 무공을 지니지 않았다.
게다가 겨우 혼성 1성의 실력이니 무척 힘든 싸움이 될 것이었다.
그 순간.
염무양의 왜소하고 마른 몸집이 순식간에 두 배로 커졌다.
기골이 장대한 모습으로 변한 후 그림자가 되어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왼쪽 주먹에 한기를 모아 공격했다.
‘성광불멸체!’
천제현의 주변에서 성광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가 검을 세워 앞을 막았고, 염무양의 주먹은 검날을 향해 바로 날아왔다.
순간 검날이 얼어 버렸다.
쿠워어엉!
염무양이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다른 한 주먹이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불꽃이 번쩍였고, 또다시 얼어 버린 검을 가격했다.
빙화의 힘이 융화되더니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천제현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기둥에 쾅하고 부딪혔고, 부딪힌 기둥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겼다.
그러나 천제현은 성광불멸체로 몸을 보호하여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쯧쯧…….”
염무양이 혀를 차고는 미소를 지었다.
“네 무공이 상당하구나. 방어력이 이토록 강하니 염군을 죽일 수 있었겠군. 하지만 나를 상대하기엔 그 정도의 방어력으로 부족할 거 같구나!”
말하는 순간 염무양의 마기가 더욱 강해져 마치 흉흉한 귀신의 그림자가 덮치는 것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방금의 공격은 시험 삼아 해본 것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격해주지!’
한편 천제현도 염무양을 제대로 상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염군과의 결전을 통해 터득한 바가 있었다.
염무양이 모든 힘을 발휘하면 그 속도는 육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라는 것을.
천제현은 반응할 새도 없이 상대의 주먹에 그 자리에 죽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눈을 감았다.
‘심안, 열려라!’
천제현이 심안을 연 순간, 염무양의 전신의 내부 구조까지 단숨에 보였다.
또한 힘의 구조와 무공의 특징, 마력의 움직임, 심지어 약점까지 천제현 눈앞에 일일이 드러났다.
“심안?”
피의 늪 안에서 놀라워하는 음성이 들렸다.
“죽어라!”
염무양은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같이 밀려오는 악마의 기운을 머금은 채 천지현을 향해 돌진했다.
한 주먹에는 얼음, 다른 한 주먹에는 불이 응집되어 최상의 힘으로 결집했다.
“여우야! 네 차례야!”
새끼 여우가 명령을 받고는 천제현 어깨에서 일어나 있는 힘껏 기를 빨아들였다.
염무양의 마기가 순식간에 새끼 여우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염무양은 소스라치게 놀라 말했다.
“이건 뭐지? 내 마기를 흡수하다니!”
천제현의 온몸에서 마력이 팽창하더니 신마의 검 정령이 나타났다.
정령이 유명검으로 주입되면서 거대한 힘을 형성했고, 자홍색 검광이 순식간에 몇 배로 폭발했다.
천제현은 앞으로 두 발짝 나갔다.
‘한 발! 두 발!’
염무양의 약점과 허점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유명검이 춤을 췄다. 이내 찬란한 검광이 쓸고 지나갔다.
염무양은 다급히 주먹에 마력을 모아 빙화 주먹을 형성한 후 바닥을 내리쳤다. 바닥이 폭발하며 거대한 구멍 두 개를 생겼다.
그러나 그 공격은 천제현에게 미치지 못했다. 이미 천제현은 염무양을 베고 지나간 후였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정말 졌어? 말도 안 돼!”
염무양의 허리에 빨간 선이 나타나더니 말끔히 잘려 나간 볏짚처럼 몸이 두 개로 갈라졌다.
그는 의식이 멀어져가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팍!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제현이 임목, 방한 등의 족쇄와 수갑을 끊어주는 소리였다.
임목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
“큰 은혜를 입었소. 죽어서라도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소!”
“은혜는 나중에 갚으시고, 우선 탈출하죠. 이곳은 곧 포위될 거예요!”
천제현이 사람들에게 정원초를 나눠주었다.
“이걸 복용하세요. 마력이 금세 회복될 겁니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 수 없어요. 모두 결전을 치를 준비하세요.”
그 순간 쇠를 가는 듯한 불쾌하고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렇게나 찾은 것들이라 역시 믿을 수가 없군.”
대전 중앙에 있는 피의 늪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형체가 안에서 떠올랐다.
곧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운이 용솟음쳤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마치 역겨운 피구덩이 속에 빠진 것만 같았다.
“애송이, 잠재력이 꽤 좋구나. 널 죽이려니 아깝군. 성결교에 인재가 필요할 때니, 네게 선택할 기회를 주지. 본좌가 널 제자로 받아들여 진정한 성결교의 마공을 전수해주마. 거기에 네놈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을 영약과 엄청난 부도 얻게 해주겠다!”
거대한 형체는 온통 끈적끈적한 혈액으로 뒤덮인 채, 마치 밀랍이 반쯤 녹은 상태처럼 이목구비도 분명하게 자리 잡히지 않았다.
다만, 그 가운데 그의 붉은 눈동자만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임목, 방한은 몹시 놀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저건 또 뭐야?’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다.’
이미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이 부활하여 사람들 앞에 나타났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하하, 거울을 가져다 네 몰골 좀 보라고!”
천제현은 혈인(血人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놀리듯 말했다.
“똥 덩어리처럼 생긴 게 나보고 네 제자가 되라고? 넌 창피한 줄 모르겠지만, 난 창피하다고! 퉤!”
“무엄하다!”
짓누르는 기운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임목 등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체로 쌓인 산과 피로 물든 바다가 한꺼번에 덮쳐오는 것처럼, 피비린내가 아찔하게 코를 찔렀다.
이 피비린내는 머리를 직접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사람의 의식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이 갑갑한 중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방한은 겨우 거칠게 숨을 들이키며 혈인을 살펴봤다.
‘정말 공포스럽군! 무시무시해!’
이 기세로 보아 혼성 강자, 심지어는 현혼 강자도 뛰어넘을 것 같았다.
‘설마 저 혈인은 전설의 진혼 강자인가?’
혼성 경지는 3가지 단계로 나뉘며, 그중 진혼 강자는 중주성 전체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진혼 강자는 기세만으로 일반 혼성술사의 전의를 상실케 한다.
“나, 이 천마교주에게 너희처럼 소국의 사람들은 개미만도 못하지!”
혈인이 피의 늪에서 완전히 솟아오르니 그 막강한 기세와 압박감이 장내 모든 사람을 압박했다.
“네 자질이 썩 괜찮아 보여 본좌가 제자로 거두려 했거늘, 굴러온 복을 스스로 차 버리다니! 죽어라!”
광기와 분노가 한꺼번에 덮쳤다.
사람들은 얼음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이 받았다.
진혼 강자에 상당한 존재 앞에서 그 누구도 반격할 생각 수 없었다.
혈인이 다른 사람을 훑어보더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교가 재건을 앞둔 이 시점에서 인재가 많이 필요하지. 너희에게 기회를 주겠다.”
사람들은 마치 한 줄기 빛이라도 본 듯 기대하기 시작했다.
누가 죽고 싶어 하겠는가?
살고자 함은 인간의 본성이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모를 혈인 앞에서 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람들은 저항할 용기조차 없었다.
“저 건방진 놈을 죽여라! 누구든 저놈을 죽이면 위대한 천마교의 제자로 받아주마!”
혈인이 냉혹하면서도 유혹적인 목소리로 대전을 흔들었다.
“본좌가 직접 천마교의 절세 마공을 전수해주겠다!”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의 얼굴에는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혈인은 궁극의 마력을 지닌 존재이다.
수백 년 전의 사람이며 그가 지닌 무공과 자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장의 수련자들은 모두 가문이 없거나 별 볼일 없는 자유 수련자들이라 혼성술사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운과 기회에 달려 있었다.
만약 혼성술사가 된다면 그들이 이룬 업적 중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누군들 더 강해지고 싶지 않겠는가?
누군들 더 광활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 기회를 놓치면, 아마 평생토록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보며 말했다.
“저건 속임수에요. 절대 넘어가지 마세요!”
혈인이 다시금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
“너희는 평생토록 세상에 이름 석 자 알리지 못한 채 살아가겠는가?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니라. 이 시험만 통과하면 천마교 제자가 될 수 있다. 이후 너희는 본좌를 따라 천하를 호령하게 될 것이며, 성결교의 옛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몇몇 사람의 눈빛이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저 혈인은 진혼 경지의 강자이다.
저 정도의 실력자는 남하국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한 절대 강자를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겉만 보고 현혹되지 마세요. 이 사람은 수백 년 전 사람입니다. 이미 중상을 입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스스로 생명력을 봉인한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 오늘날까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던 거죠. 염무양 같은 사람들을 꾀어내 재료를 수집하고 내상을 치료한 거예요. 지금 저자는 내상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극도로 쇠약한 상태에요. 우릴 죽일 자신이 있었다면 그가 진작 손을 썼겠죠. 이런 헛소리를 왜 하겠어요?
혈인의 낯빛이 바뀌었다.
‘예삿놈이 아니구나. 단시간에 그런 것들을 간파하다니!’
혈인은 천마교 교주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시 중상을 입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에서 자신을 얼음 속에 봉인하여 생명을 연장해왔다.
염무양이 유적을 열어 이 혈인을 깨운 후, 혈인은 염무양을 부추겨 비밀리에 수많은 사람을 죽이도록 시켰다.
1~2천 명의 연체술사를 죽이고 대량의 정혈로 만들어 자신의 내상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염무양을 이용해 수개월 간 내상을 치료했다. 상태는 점차 완화되었지만, 원기가 크게 손상되는 바람에 마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혼성 이상의 수련자 정기를 삼켜야만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런데 천제현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