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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35화 (134/729)

# 135

제135장 팔제후 신풍후

남궁의, 염빙 등의 얼굴이 땀투성이가 됐다.

둘은 모두 극단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천제현이 양천랑을 놔줄 리 만무했다.

양무도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양쪽 모두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양무도는 냉랭히 말했다.

“어서 풀어줘라! 난 오직 너 하나만을 죽일 것이다. 이게 내 마지막 양보니라. 만약 끝까지 내 아들을 돌려주지 않겠다면 나도 아들을 포기하고 성안의 모든 자들을 죽여 버릴 것이다!”

양무도가 정말 자신의 아들을 포기한다면 공격 명령을 내릴 것이다.

그런데 아직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는 절대 성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은 알고 있었다.

양천랑은 양무도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양무도에게는 성안의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보다 소중했다.

‘도륙한다고?’

양씨 가문이 성을 공격하게 되면 더는 남하국에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십 년 동안 공들여 쌓은 기반을 포기하고 남하국을 떠나 유랑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양패구상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랜 기간 양씨 가문을 이끌어 온 양무도가 이런 결정을 내릴 리는 없다.

천제현은 천천히 유명검을 들어 올렸다.

검 날에 짙푸른 색의 차가운 빛이 서렸다.

천제현이 힘을 주어 말했다.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천제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양천랑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날카로운 검날과 양천랑의 목이 점점 가까워졌다.

이를 깨물고 있는 양무도의 동공이 빠르게 축소되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양천랑은 양씨 가문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 키운 인재다.

‘지금 저렇게 죽어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양씨 가문은 인재가 말라 버리고 결국 멸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포기하자! 체면 따위는 잠시 접어두자! 오늘 천제현을 죽이지 못한다하더라도 양천랑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

천제현이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양무도가 양천랑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되면 주도권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 어떤 조건을 내놓아도 양무도는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하늘에 거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검을 거둬라!”

무시무시한 기운이 구름을 뚫고 천제현을 덮쳐왔다.

산과 같은 거대한 힘을 느낀 천제현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쥔 두 손을 멈추었다.

남궁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구나! 도대체 누구인가!”

한 사람이 회오리바람을 밟고 공중에 서 있었다.

수수한 청색 장포에 회백색의 긴 머리, 그에게서 매우 독특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의 외모를 보아 많아야 30~40세로 보였다.

하지만 필시 이보다 많으리라.

고상하며,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신이 강림한 것과 같은 거대한 기운이 모두를 전율케 했다.

“신풍후?”

“정말 신풍후란 말인가!”

성벽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군관들과 양씨 가문의 용병들이 그 남자를 보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몹시 공손한 말투로 소리쳤다.

“신풍후 마마를 뵙습니다!”

남궁의와 양무도 역시 급히 허리를 굽히고 예를 올렸다.

신풍후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잠시 성벽 위에 있는 천제현에게 머문 뒤 성 아래의 양무도에게 향했다.

“양무도, 병사를 일으켜 성을 공격하려 하다니, 기세가 대단하군.”

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으나, 천지의 기운을 담고 있는 그 목소리는 사방에 크게 울리며 듣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양무도는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양무도 같은 인물조차 두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때의 충동으로 용서 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러나 신풍후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아들 때문에 꽤나 마음을 졸였겠지. 그걸로 벌을 대신하겠다.”

신풍후는 다시 천제현을 훑어봤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의 앞에서 안색조차 변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상상한대로 젊은 청년이군.’

신풍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담한 녀석이로다! 남하국에 또 한 명의 인재가 탄생했구나!”

천제현의 사전에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천제현은 앞에 있는 자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안 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그 말에 남궁의와 공화련은 걱정되어 어쩔 줄 몰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중주에서 감히 신풍후에게 저렇게 말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나는 풍운천이라 한다.”

신풍후 풍운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하의 신풍후가 애송이 소년의 질문에 답해 주다니.

천제현이 대답했다.

“천제현입니다!”

“천제현이라. 기억해두겠다.”

풍운천은 양천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오늘 일은 여기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지. 둘 모두 내 얼굴을 봐서라도 여기서 화해하는 게 어떤가?”

천제현이 물었다.

“화해하라니, 무슨 의미입니까?”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다!”

풍운천이 말했다.

“이번에 양천랑을 놓아준다면 양씨, 천씨, 낙씨 가문이 다시는 천남성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 어떠냐?”

천제현은 의심이 들었다.

“그들이 고분고분 말을 듣겠습니까?”

그러자 풍운천이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럴 것이다! 양무도, 어떠냐?”

‘빌어먹을! 미쳐 버리겠군!’

양무도는 얼굴을 굳힌 채 대꾸했다.

“신풍후 마마께서 친히 왕림하셨으니, 천랑만 놓아준다면 저도 더는 저놈을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천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는 신풍후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그러나 엄청난 실력을 갖춘 초고수라는 것과 남궁 가의 남궁의마저 굽신거리는 걸 봐서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인물이 보장한다니 믿어도 되겠지.

“알겠습니다! 놓아주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풍운천의 오른손에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양천랑을 감싸 안아 양무도 옆에 내려주었다.

‘빠르다!’

천제현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강한 자라면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손에서 양천랑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화해를 주선했다면 그건 사실 자신을 도와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저자가 왜?’

“그럼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도록 하지. 뒷일은 알아서들 잘 처리할 거라 믿겠네!”

풍운천은 어느 샌가 창공 위로 올라가 있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군.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천제현, 천남성에서 여생을 마치는 게 좋을 거다!”

양무도는 두 팔이 잘린 아들을 안고 무시무시한 눈으로 성루 위의 천제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중주성으로 돌아가자!”

흑랑용병대는 썰물처럼 빠르게 천남성에서 퇴각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투가 마침내 끝난 것이다.

양무도는 패잔병처럼 기세가 꺾여 퇴각했고, 절체절명의 위기도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혼성 4성의 벽을 넘어선 남궁의는 이제 남궁 가문의 정식 장로가 되었다.

천제현, 공서련, 공화련은 남궁의가 친히 남궁 가문의 객경으로 맞아들였다.

앞으로 이들은 남궁 가문의 보호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게 되었다.

남궁의는 천제현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남하국 내에서 양무도에게 이런 모욕을 안기고 살아남은 자는 네놈이 처음일 게야!”

천제현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말을 꺼냈다.

“양무도가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데 세력을 모아 다시 쳐들어오지 않을까요? 그자는 혼성 5, 6성의 실력인데 만약 절 죽이려고만 한다면 남궁 가문의 객경이라고 해서 봐주지는 않을 텐데요!”

천제현이 객경의 신분을 얻어낸 이유는 양웅을 죽인 것과 관계가 있었다.

양웅은 양씨 가문의 꽤 실력 좋은 장로이다.

그를 죽인 것은 양씨 가문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양씨 가문의 입장에서는 장로 한 명의 복수를 위해 남궁 가문과 척을 지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번 일로 천제현은 양씨 가문과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었다.

천제현이 양천랑을 사로잡아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를 모욕했다.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양무도가 이런 치욕을 당하고 그냥 넘어갈 리 없을 것이다.

남궁의가 자신만만해하며 말했다.

“신풍후 마마께서 친히 중재를 하셨으니 아무리 양무도라도 함부로 널 건드리지 못할 것이야. 그거 하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신풍후는 뭐하는 사람인가요?”

“넌 중주성 사람이었으면서 어찌 신풍후 마마를 모를 수 있지?”

신풍후를 언급할 때마다 남궁의의 눈에 공경의 빛이 떠올랐다.

“신풍후 풍운천 마마께서는 남하국의 영웅이시다. 지난날 전장에서 눈부신 전공을 세우시고 신풍후에 봉해져, 남하 8후의 한 분이 되셨지.”

“남하국에 8명의 제후가 있었나요?”

“그런 것쯤은 알아야지!”

남궁의가 천제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남하국은 8개 주로 되어 있고, 각 주마다 제후가 한 분씩 있지. 그래서 총 여덟 분의 제후가 있는 거야. 신풍후 마마께서 바로 이곳 중주의 제후이시지.”

천제현이 크게 놀라 물었다.

“중주 전체를 그 사람이 관리한다고요?”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어! 신풍후 마마께서는 욕심이 없으시고 성품이 매우 올곧으신 분이지. 남과 권력을 다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 그래서 관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구름처럼 이곳저곳 떠돌아다니시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계시지. 하지만 중주에서 그 어떤 가문도 감히 그분의 명을 거역하지는 못할 걸세.”

남하국 팔후.

신풍후는 그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풍운천은 남하국 제일의 인물이었다.

천제현은 일을 너무 크게 키웠다.

결국 신풍후까지 이 일에 끼어들게 한 것이다.

양무도가 신풍후의 말 한 마디에 설욕이란 단어조차 꺼내지도 못하고 바로 퇴각을 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신풍후의 경지는 중주 제일이었다.

신풍후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신풍후는 행적이 괴이하여 평소에 그를 본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래서 중주에서 전설처럼만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렇게 친히 모습을 드러내고 분쟁을 중재하니 사람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양무도가 없던 일로 하기로 약속한 이상, 신풍후를 자극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씨, 낙씨 가문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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