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
제134장 누가 더 독한가
전랑을 탄 흑랑용병대가 단체로 돌진을 시작했다.
양무도는 흉악하고 괴팍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모두에게 알려주겠다. 양씨 가문의 거스른 대가는 피로써 치러야 한다는 것을!”
“큰일이다!”
염빙, 남궁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흑랑용병대가 막 성벽을 공격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한차례 강렬한 파동이 천남성의 모처에서부터 전파되었다.
그것은 상고시대의 신비한 힘이었다.
“우우우!”
화가 나 씩씩대던 늑대들이 갑자기 뭔가 감지한 듯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부르르 떨며 겁먹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가라! 어서 움직여라!”
분노에 찬 양무도는 늑대를 재촉했다. 그러나 그가 탄 늑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한 고대의 힘에 늑대들은 조금도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흑랭용병들이 탄 늑대는 모두 엄격한 훈련을 받았다.
설사 자신보다 몇 급이나 높은 마수를 만난다 해도 이처럼 놀라서 꼼짝도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쾅!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번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 번개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점차 번개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하늘을 갈랐다.
이후 검은 구름이 천남성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흡사 세상이 멸망하는 날의 풍경과 같았다.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끝없는 허공에 비쳐졌다.
모두 그 그림자를 보는 순간 머릿 속이 텅 비었다.
그림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9개의 눈이 자라난 혼돈의 마신이었다.
모두 넋이 나가 있는 그 순간 그것은 9개의 눈을 떴다.
그것은 눈빛으로 성 밖의 흑랑용병대를 한번 훑어보고 난 뒤 사라졌다.
아우아우아우우우!
전랑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마구 팔딱거리며 도망갈 길을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달아났다.
용병은 전랑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만 모습을 보인 마신의 그림자는 흑랑용병대 전체를 오합지졸로 만들었다.
양무도는 분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화를 냈다.
“네놈들 도대체 뭐하는 거냐!”
남궁의, 염빙이 서로 어리둥절해 쳐다보기만 할뿐, 이 모든 것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저 흉악하고 무서운 마신의 그림자는 겨우 2, 3초 정도 나타났을 뿐이지만, 흑랑용병대 전체를 무너뜨렸다.
“하하하! 제가 시간 딱 맞춰 왔네요!”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그쪽을 보았을 때, 천제현이 공화련 자매를 데리고 마침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뒤에는 장립청, 염천웅이 따르고 있었다.
남궁의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천제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식, 결국 왔구나! 게다가 혼성의 경지에 들어섰구나!”
천제현의 기질에 큰 변화가 생겨, 사람 자체가 더 신비롭고 심오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의심할 필요 없이, 혼성의 경지에 올라선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천제현 뿐만 아니라 공서련, 공화련까지 혼성 경지까지 돌파하였다.
누군가 그들을 본다면 그토록 빠른 발전 속도에 놀라 까무러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상한 현상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까의 천지재변과 같은 광경은 무엇이었으며 마신의 그림자는 또 무엇이었는가!
설마 이것도 천제현이 혼성의 경지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연체의 경지는 온몸의 경맥을 뚫고 영기를 체내에 불어넣어 마력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수련자가 연체 9성의 정점에 이르면 정령이 생겨나는데, 새롭게 생겨난 정령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수련자가 혼성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깨어난다.
정령이 깨어날 때 경천동지할 만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천제현의 경우는 경천동지할정도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마신각성!
천제현이 혼성 경지에 들어서며 그의 안에 있던 주 정령, 마신이 각성을 하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뿜어져 나와 해자 밖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그 여파로 인해 늑대무리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했고, 그 바람에 양씨 가문의 자랑이던 흑랑용병대의 진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천제현!”
양무도가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천제현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양씨 가문의 용병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양씨 가문의 용병이 강하다고 한 놈이 누구냐? 오합지졸에 불과하구먼. 싸움은 시작도 안했는데 저 모양이라니! 가문의 가주씩이나 되가지고 가진 게 바보 같은 아들과 오합지졸 부하라니! 정말 난감하겠어!”
“네 이놈, 주제도 모르고 지나치게 나불대는구나!”
“지나치다고?”
천제현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크게 외쳤다.
“양웅은 지난 10년간 천남성에 근거지를 두고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 그의 손에 죽어난 무고한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아.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지? 네 바보 같은 아들은 자기 능력도 모르면서 혼자 천남성에 와서 소란을 피웠는데, 그것 역시 지나친 행동이 아닌가? 넌 아들을 위한답시고 군대를 이끌고 성을 공격해 수많은 백성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하는데, 이 어찌 지나친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
천제현이 더욱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모든 일은 모두 나 천제현 혼자서 한 것이다! 원한을 갚고자 한다면 내게 덤벼야지, 어찌 다른 사람에게 활시위를 돌리려고 하는 것이냐? 정말 무능하기 그지없구나!”
천제현이 양천랑 앞으로 다가가 손짓을 하자 염천웅이 물을 뿌려 양천랑을 깨웠다.
양천랑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버님! 빨리 살려주세요!”
양무도가 두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좋다! 네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마! 어서 천랑을 풀어줘라! 그러면 오늘 네 그 보잘 것 없는 목숨을 취하는 것으로 끝내겠다. 그렇지 않으면 흑랑용병이 성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다 도륙할 것이다!”
“하하하, 네 주제에?”
천제현이 긴 채찍을 꺼냈다.
“너희 양씨 가문은 가정교육이 엉망인 것 같구나. 자식을 이렇게 쓸모없게 키웠으니 말이야.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대신 교육 좀 시켜주지!”
양무도 천제현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감히!”
천제현이 외쳤다.
“염형, 저놈의 바지를 벗기시오!”
양천랑이 수치심을 느끼며 소리질렀다.
“안 돼!”
염천웅이 잽싸게 양천랑의 바지를 벗기자 반질반질한 엉덩이가 드러났다.
그 모습을 성 밖의 수많은 흑랑용병대도 똑똑이 목격했다.
철썩!
천제현이 온 힘을 다해 채찍을 휘둘렀다.
새하얀 엉덩이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고, 살점이 찢겨져 나갔다.
“자, 마음대로 해보시지! 미쳐 날뛰어 보란 말이다! 병사를 몰고 성을 도륙해 보란 말이야!”
천제현은 채칙찔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십여 차례 양천랑의 엉덩이를 채찍질하자 그의 엉덩이는 피와 살이 엉겨 붙었다.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미친놈!’
‘감히 소가주님에게!’
이 광경을 지켜 본 양씨 가문의 사람들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성을 공격하라!”
양무도가 이성을 잃고 분노하여 소리쳤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모두 죽여 버려라!”
“어디 해보시지!”
천제현이 냉소를 지으며 등 뒤에서 유명검을 뽑더니 양천랑의 목에 가져다댔다.
“한 발자국이라도 나오는 순간 이놈의 목을 베겠다!”
“네놈이, 감히!”
“내가 못할 것 같아? 이 상황에서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
양무도는 기혈이 뒤집혀 순간 피를 토할 뻔했다.
천제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성이 함락되면 나 역시 살아남지 못하겠지. 이런 마당에 겁날 게 뭐가 있겠냐! 양무도, 네가 내 목을 원한다니, 나도 네 놀이에 장단을 맞춰줘야겠군. 난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아!”
천제현이 말을 하면서 장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양무도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멈춰!”
한 줄기 검광이 미끄러지듯 아래로 떨어졌다.
양천랑이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내 손! 내 손!”
잘린 팔 한쪽이 성 밖으로 떨어졌다.
양무도가 허둥대며 잘려나간 아들의 팔을 받아 쥐었다.
잘려진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황망히 마력을 주입하여 잘려진 팔의 생기를 유지시켰다.
수련자에게 팔이 하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양천랑은 이를 견딜 수가 없었다.
양무도도 이러한 손실을 견딜 수 없었다,
모든 양씨 가문은 더욱 이러한 손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천제현은 유명검으로 양천랑을 가리키며 말했다.
“5초의 시간을 주겠다. 어서 병사들을 데리고 물러가라!”
양천랑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그럴 수 없다!”
“일초가 지나갈 때마다 남은 사지를 하나씩 잘라주마. 그리고 마력을 폐하고, 목숨을 끊어 주지! 양무도, 네 아들놈을 죽여 대를 끊고 싶다면 병사들을 천남성으로 들여보내라!”
천제현이 초를 세기 시작했다.
“5! 4!”
양천랑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팔 하나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성 아래로 떨어졌다.
천제현의 모습은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며, 악랄했다.
‘정말 미친놈이다!’
양무도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보다 더 미친놈은 처음이다.
천제현은 정말 양천랑을 죽일 것이다.
그는 정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물러나라!”
“모두 퇴각하라!”
양무도가 비통해하며 마치 상처입은 야수처럼 포효했다.
양씨 가문의 용병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대공자가 그들의 손에 있었고, 놈들은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미친놈들이었다.
양씨 가문의 용병들은 신속히 수백 장을 후퇴하였다.
오직 양무도만 혼자 자리에 남아 있었다.
천제현이 실실거리며 말했다.
“진작에 이랬어야지!”
양무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점차 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두 눈은 늑대의 눈처럼 매우 음흉하게 빛났다.
“천제현, 그래, 인정하마. 내가 널 우습게 봤구나. 내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승리가 네놈 손에 있는 줄 아는구나? 네놈이 한 짓으로 인해 이 성은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군?”
양무도는 지금 심리전을 걸고 있었다.
그는 천제현이 어떤 자인지 알아챘다.
천제현은 자신이 한 일은 반드시 책임을 지는 자였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일에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양무도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 아들을 죽여도 소용없을 것이다. 우리 양씨 가문에 남자가 내 아들 뿐인 줄 아느냐? 수도 없이 많아. 네가 몇이나 더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네가 내 아들을 죽이는 순간 이 성 안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다 도륙할 것이야! 뭐 대수로울 것 있다고. 양씨 가문이 남하국을 떠나면 그만인 것을! 천제현, 잘 생각해라! 성안의 사람들을 저승 길동무로 삼고 싶은 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