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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33화 (132/729)

# 133

제133장 얼마 못 간 평화

백색의 화염이 천제현의 몸을 둘둘 감았다.

희미하게 위압적인 것이 머리끝에서부터 솟구쳤다.

그 기세는 마치 하늘을 찌를 듯 강렬했다.

천남성의 밤하늘에 막강한 기운이 뒤덮였다.

검은 구름이 낮게 내려오고, 천둥번개가 쳤다.

천지에 광풍이 세차게 불어닥쳐 스산한 분위기가 드리워졌다.

끝없이 황량한 들판에, 기다란 검은 선 하나가 떠올랐다.

한없는 살기가 하늘을 덮고 땅을 덮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온 하늘을 천둥소리로 뒤덮었다.

사람보다 훨씬 큰 거대한 늑대.

현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갑옷.

무엇이든 베어버릴 것 같은 예기를 보이는 장창과 장검.

예사스럽지 않은 기도를 내뿜는 전사.

이것이 공포의 철혈 군단, 중주성 최정예 군대라 불리는 양씨 가문의 정예 용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천남성 바로 앞에 집결해있었다.

그 중심에 다른 늑대보다 훨씬 큰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예리하고 차가웠다. 또한 왼쪽 눈에 그어진 커다란 흉터가 그의 용모에 악독한 느낌이 더했다.

그의 몸 주위로 사람을 질식시키기에 충분한 무시무시한 힘이 흘러나왔다.

“가주님! 저 앞이 바로 천남성입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저희가 천남성을 함락시키겠습니다!”

용병 단장 둘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천랑이 아직 그들의 손에 있는데, 성을 공격한다고? 죽고 싶나!”

두 용병 단장은 허둥지둥 말했다.

“저희가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얼굴에 흉터가 있는 중년의 남자는 양씨 가문의 현임 가주이자, 양씨 가문 용병대의 통치자 양무도였다.

양무도는 겉보기에 4, 50세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벌써 60세를 넘겼다.

30대에 양씨 가문 가주를 맡아 양씨 가문과 용병대를 20여년 넘게 통솔해왔으며, 양씨 가문을 중주성 4대 가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양무도는 젊은 시절에 굉장한 폭군이었다.

사람됨이 매우 잔인하고 무정했다.

작은 갈등 하나로도 툭하면 일족을 멸족시켰다.

심지어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

그가 앙심을 품은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결말이 좋지 않았다.

그가 가문을 맡고 딱 10년이었다.

10년 만에 양무도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고 세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게다가 일찌감치 쌓아 올린 흉악한 명성 덕에, 현재 중주성에서는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양무도 역시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잔인한 성질은 모든 가문에게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잔인함은 가문 전체의 성격이 되었다.

높게는 고위 장로에서부터 저 아래 몸종과 집사에 이르기까지, 양씨 가문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굴지 않는 자가 없었고 모두가 성격이 잔인한 폭군이었다.

양씨 가문은 심지어 공공연히 내부의 투쟁을 지지하였다.

그들의 본성은 골수까지 깊이 늑대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독하고 간사하지 않으면 양씨 가문에서 생존할 수 없다.

양씨 가문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말이었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양씨 가문 용병의 전투력은 매우 막강했다.

양씨 가문의 산업은 다분히 침략적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양씨 가문은 거침없는 활보를 보이며 겨우 십몇 년의 시간 만에 세력을 몇 배나 팽창시키고 무수히 많은 추종자들을 끌어들였다.

양씨 가문의 상징인 늑대.

늑대보다 그들 가문에 어울리는 상징이 있을까?

그들은 모두 늑대였다.

그래서 오랜 세월동안 그 어떤 세력도 양씨 가문에게 감히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천남성같이 작은 곳에서 천제현이라는 자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는 더더욱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양무도가 자랑으로 삼는 아들이 놀랍게도 천남성의 무명소졸 따위에게 포로로 잡히다니.

양무도는 아들 양천랑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화가 나 그 자리에서 몸종 수십 명을 죽였다

그리고 직접 양씨 가문 최정예 부대를 인솔하여 기세 높게 천남성으로 향했다.

천남성도 양씨 가문이 출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곧바로 방비하기 시작했다.

천남성의 대문은 꽉 닫혀 있었다.

높은 성벽 위에는 수천 명 궁수들이 깔려 있었고, 화살 더미는 빽빽한 숲처럼 쌓여 있었다.

화살촉 위로 냉혹한 빛이 번쩍거렸다.

이 화살들은 언제든지 온 천지를 덮으며 뿌려질 수 있었다.

온몸에 하얀 장군 갑옷을 걸친 대장부가 지휘대 위에 서서 한 손에 두꺼운 철창을 쥐고는 한껏 기세가 오른 양씨 가문 용병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천남성 장군 염빙이다! 양무도, 너는 사병을 데리고 성을 둘러싸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국법을 업신여긴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겠다!”

양무도의 시선이 성벽 위를 훑고 지나갔다.

그의 시선이 포승줄에 꽁꽁 묶인 젊은이에게서 멈췄다.

그 젊은이는 그의 아들 양천랑이엇다.

양천랑은 한동안 발버둥 쳤다.

그는 지금 수만의 용병 앞에서 굴욕적으로 커다란 깃대 위에 묶여 있었다.

이런 방식은 양무도와 양씨 가문의 용병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만약 지금 깃대 위에 묶인 자가 평범한 양씨 가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양천랑은 양무도의 아들이었다.

동시에 양씨 가문의 계승자였다.

양무도는 염빙을 무시하고, 두 손을 높이 들었다.

“진공 진형!”

흑랑용병대는 가지런히 흩어져 몇 개의 추형 공격진을 구성하며 동시에 병기를 높이 들어 올렸다.

전랑(戰狼)들도 주인의 살의를 느낀 듯, 모두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랑들은 모두 마수인데, 한두 마리만 있을 때는 별것 아니다.

하지만 현재 수천, 수만이 단체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가 파도가 되어 성벽을 쳤다.

천남성 사병들의 활을 쥔 손이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고, 심지어 의지가 약한 몇 명은 현장에서 무서워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였다.

“돌격 준비!”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우리 양씨 가문의 사람을 모욕하다니! 죽어라!”

수만 늑대가 일제히 울부짖었다.

수만 기병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살기가 하늘을 뚫었다.

염빙의 안색이 흉하게 변했다.

“성주, 현재 상황이 신통치 않습니다, 양무도 그 미친놈은 어쩌면 정말로 성을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천제현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저께 밤에 외부와 접촉을 끊고 홀로 정진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남궁의는 염빙 바로 뒤에 서 있었는데 그도 침울한 얼굴이었다.

“이 녀석은 자기가 일을 저질러 놓고, 뒷수습은 우리한테 해달라는 것이로구나…… 해도 너무 하는군!”

남궁해는 옆에서 그의 불행을 보고 기뻐했다.

‘이번에는 양무도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찌 수습하는지 한번 보자!’

양무도의 성격이 잔혹하고 모진 것으로 볼 때 그는 분명히 성을 공격할 것이다.

천남성 군대 중 누가 양씨 가문 정예부대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이제 곧 천남성에서 대학살이 시작될 것이다!

남궁의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양무도는 혼자 앞으로 말을 타고 나가 냉랭하게 성루를 바라보았다.

“남궁의, 즉각 천랑을 놓아주어라. 나는 천제현 그 녀석의 목숨만 원한다!”

남궁의는 난감했다.

양무도의 실력은 혼성 5성 수준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게다가 양무도는 고수들을 많이 데리고 왔다.

흑랑용병대 대오 중, 혼성술사가 거의 4, 50명 이상일 것이다.

이는 천남성의 혼성 고수 전체를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남궁의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양천랑을 놓아 줄 테니, 너는 천제현을 포기해라!”

“자신의 처지를 알아야지! 나와 교섭을 할 자격이 없을 텐데!.

양무도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꽂혔다.

그는 오른 팔을 높이 들어 올려 큰소리로 명령했다.

“흑랑용병대! 공성 준비!”

용병들이 하나 둘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남궁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지독한 성정답게 정말로 성을 향해 공격을 감행할 것 같았다.

“천남성의 사람들아 들어라, 흑랑용병대는 십 초 후에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는 일부러 마력을 사용해 우렁찬 목소리가 성 안에 확산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10초의 시간을 줄 것이다. 그 안에 투항하고 양천랑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성을 무너뜨리고, 1초당 십만 명씩 학살할 것이다!”

“10!”

“9!”

“8!”

“…….”

양무도의 협박이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공포의 종소리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양무도의 협박을 들은 사람들은 거의 다 놀라 꼼짝 못했다.

10초가 지나면, 정말 백만 명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강타했다.

비록 이 세계가 약자는 지푸라기처럼 짓밟히는 세상이지만, 한번에 도시 절반에 해당하는 이토록 많은 수를 학살해 버리겠다니.

‘저들은 남하국의 공분을 살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염빙의 안색이 더욱 굳었다.

사실 천남성 사람들은 아직 양씨 가문의 잔혹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게다가 사람들은 아직 양무도의 소름끼치는 무서움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남궁의의 안색이 흉하게 변했다.

“양무도 네가 성 주민을 학살하겠다고? 넌 정말 미쳤구나!”

양무도는 비웃으며 계속 초를 셌다 했다.

“6! 5!…….”

성벽의 사병들이 하나하나 겁을 집어 먹고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투항합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

염빙은 정황을 보며, 이를 악물며 말했다.

“성주,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양천랑을 넘겨야할 것 같습니다!”

‘천제현은 아직인가?’

남궁의가 주먹을 단단히 쥐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양천랑이 아직 우리 손안에 있기 때문에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양천랑을 넘겨주면 양무도 성격 상 천남성은 재난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야!”

양무도의 목소리가 점점 더 포악해졌다.

마치 마수가 포효하는 것 같다.

“4! 3! 2! 1! ”

초세기가 끝났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오래 얼굴을 내밀지 않았나 보군.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양무도가 잔인한 눈빛으로 허리춤에서 긴 칼을 뽑아 하늘을 높이 들어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럼,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 우리 흑랑용병의 무서움을! 흑랑용병대! 성벽과 성호를 쳐부숴라!”

“죽여라!”

흑랑용병대가 순식간에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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