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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30화 (129/729)

# 130

제130장 십팔곤룡진

양천랑의 사특한 얼굴도 더이상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지금 화산 정령은 정점까지 숙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궁의의 일격은 혼성 5성을 없애기에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잠시 손을 잡는 게 어떻겠습니까?”

남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남궁의가 화산 마력을 주먹에 집중시키며, 두 사람을 향해 한없이 커다란 힘을 내뿜었다.

용암의 형상을 한 붉은 마력이 둘에게 쏘아졌다.

양천랑과 남궁해는 임시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성해 남궁의의 공격을 막았다.

터엉!

충격의 여파로 거리에 있는 집 절반이 모두 심각하게 부서졌다.

십 리 안의 유리도 한꺼번에 산산이 부서졌다.

남궁해, 양천랑은 남궁의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옷이 온통 검게 탔다.

얼굴에는 온통 먼지와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한편 남궁의는 창백한 얼굴로 몸을 몇 번 휘청하더니 피를 토했다.

‘안 돼! 부상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이제 막 돌파해서 마력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힘을 쓴다는 것은 무리였다.

남궁해는 질투심이 생겼다.

남궁의는 남궁 가문 방계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그리 많은 지원을 받지도 못했는데도 막강한 화산 정령을 각성하였다.

게다가 딸을 하나 낳았는데 그 딸이 신급 정령의 자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은 방계임에도 자원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궁의와 남궁혜가 계속 왕성에 머무를 경우 가문 중 일부 사람들의 이익을 훼손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가문은 남궁의를 궁벽한 작은 성의 성주를 맡겨서 내쫓았던 것이다.

이토록 자원이 척박한 땅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남궁의는 그런 상황에서도 성장하였다.

그의 나이느 이제 겨우 40살이다.

그런데 이미 현혼 강자가 되었다.

남궁의 역시 천재 중의 천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만약 그가 남궁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

천제현이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걸어왔다.

그도 남궁의가 힘이 빠져 더이상 전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좋습니다, 좋아요, 이 정도면 됐어요. 이 일은 저로 인한 것이니, 제가 직접 해결할게요. 성주님은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요. 이젠 제가 무대에 오를 때인 것 같네요.”

천제현은 애초에 당황한 적이 없는 듯, 두 눈을 밝게 빛내며 양천랑을 노려보았다.

“저 녀석, 제가 상대할게요!”

“뭐라고? 네놈이 날 상대한다고?”

양천랑의 사특한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사람들이 너에 대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말하더군. 믿지 않았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그러하구나! 천씨 가문은 정말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네 녀석을 버리는 돌로 여겼을까. 그러나…… 모두 끝났어. 오늘 어떻게 되든지 간에, 널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폐인으로 만든다 해도 여전히 양씨 가문을 위협할 기회를 찾아낼 것이다.

천제현이 피식 웃었다.

“그저 어리석은 쥐새끼 주제에, 날 죽이겠다고 협박하네.”

남궁의는 당당하게 서 있는 천제현을 보며 멍하니 물었다.

“정말 자네가 나서겠다고?”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물러나서 구경이나 하세요!”

어디서부터 온 자신감인가란 말인가?

양천랑이 보기에 남궁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별거 아니었다.

심지어 상태가 멀쩡한 남궁의와 제대로 겨룬다 하더라도 반드시 진다고 볼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천재 중의 천재였기 때문이다.

“혼성술사도 되지 못한 너를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다!”

“그 점은 나도 동의한다!”

천제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그전에 우선 나의 호위를 소개하고 싶네. 얘들아, 천랑공자에게 인사하거라.”

열여덟 구의 강시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양천랑은 직관적으로 18명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실력을 가늠해보니 수련이 가장 낮은 사람이 혼성 2성의 실력자임을 알 수 있었다.

양천랑은 여전히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머릿수가 많다고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너무 순진하군! 보잘 것 없는 놈들이 아무리 모여 봐야 소용없다!”

“해 보시지!”

천제현이 방울을 흔들었다.

조각상처럼 옆에 서서 꼼짝도 않던 18명의 강시들이 불현듯 깊은 잠에서 깨어나 동시에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양천랑 주위로 모여 들었다.

아우우!

양천랑이 울부짖으며 인랑으로 변했다.

그는 곧 지면을 딛으며 곧게 앞으로 뛰쳐나가 늑대 발톱을 한번 휘둘렀다.

틈을 만든 후 곧바로 강시를 뛰어넘어 천제현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양천랑은 발톱을 휘두르는 순간.

사방에서 인정사정없는 시독으로 된 장풍이 양천랑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기술을 거두고 날아오는 장풍을 피했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강시들은 양천랑 호흡을 맞추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난잡하고 어수선해 보이지만 어떤 진형을 이루는 듯 보였다.

사실 그 진형에는 신비한 뜻이 담겨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양천랑은 위험을 감지했다.

강시들의 기운이 하나로 융합되더니 독특한 움직임과 이동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형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마치 거대한 영진(灵阵)처럼 양천랑을 중앙에 억누르고, 양천랑의 실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천제현은 양천랑의 무거운 표정을 보고 웃더니 비꼬며 말했다.

“날 죽이겠다면서? 나는 여기에 서서 꼼짝도 않을 테니 덤벼!”

천제현의 도발에도 양천랑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십팔곤룡진(十八困龙阵).

강시들이 취한 진형은 공수가 모두 갖추어진 일종의 진법이었다.

최소한 18명 혼성술사가 모여야 조직할 수 있는 전투 진법이었다.

이런 진법을 펼치는 것은 매우 힘들다.

18명의 마음이 통해야 할 뿐 아니라, 많은 훈련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도가의 호위대들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주인을 보호하는 데 용이한 진법이었다.

천제현은 혼을 통제하는 방울을 손에 쥐고, 방울소리를 통해 자기 뜻대로 강시들을 배치했다.

이 강시들은 자아의식이 없었다.

따라서 바둑돌처럼 천제현이 휘두르면 어떠한 전투 진법도 형성할 수 있었다.

딸랑!

낭랑한 방울소리가 울렸다.

강시들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강시들이 움직이자 기이한 환영 잔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천랑도 어떻게 포위망을 돌파해야 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

‘좋은 기회다!’

천제현은 순간적으로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곧바로 강시를 더 정교하게 제어하기 시작했다.

딸랑!

강시들이 둘씩 짝을 지어 동시에 양천랑을 향해 시독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시독이 한데 뭉치더니 거대한 시독으로 이루어진 구를 형성했다.

양천랑은 꼼짝없이 시독 구에 갇혀버렸다.

“으악!”

양천랑이 포효하며 돌파하려고 했지만 시독 구에 의해 가로 막혔다.

“잡것들이! 꺼져버려라!”

양천랑은 발톱을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시독 구를 뚫을 수 없었다.

곧이어 그의 몸에 대단한 위력으로 덮쳐오기 시작했다.

양천랑은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다.

‘2, 3성 주제에 어떻게 이런 공격을 할 수 있지?’

사실 강시 하나, 하나의 힘은 양천랑에게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방금 전 시독 구는 강시들이 서로 힘을 한데 모아 단숨에 폭발시킨 것이었다.

그런 공격을 맞받아치려 했으니, 심한 타격을 받지 않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양천랑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강시들이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세가 마치 파도와 같았다.

한 차례 그리고 또 한 차례,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양천랑이 궁지에 몰린 모습은 아주 처참해 보였다.

“천랑공자? 듣기 좋은 명성이군! 하지만 유명무실한 것 같네!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면 누가 명성 높은 천랑공자라고 생각하겠어?”

천제현은 어혼방울을 이용해 강시를 조종하면서 말로 계속 그를 자극했다.

“내가 보기에는 잡종공자로 이름을 바꾸는게 좋겠는 걸?”

양천랑이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나?

그는 화가 치밀어 평정심을 상실했다.

양천랑이 평정심을 잃은 탓에 순간적인 빈틈을 보였다.

푹!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강시 하나가 손톱으로 양천랑의 등을 찔렀다.

“쿨럭!”

양천랑이 검은 피를 토했다.

‘좋지 않아, 중독되었어!’

양천랑은 지금 상황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까.

그의 실력이라면 천남성을 정벌하고 천제현을 포획하는 것 쯤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천제현을 붙잡기는커녕, 오히려 천제현에게 압박을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독까지 되었다.

중주 지역 내에서 젊은 세대 중, 가장 눈부신 4대 천재 중 하나.

절세의 기품을 풍기며, 대붕을 데리고 다니는 자.

혼자 천남성에 뛰어들어 성주와 싸워서 이긴 자.

그런 천랑공자가 직접 왔다.

모두가 그 압도적 실력 앞에서 천제현도 필연적으로 재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천제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남궁의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그는 양천랑에게 이길 자신이 있던 것이다.

양천랑은 사방에서 강시들의 공격을 받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비열한 놈들! 실력이 안되니까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것이냐!”

“머릿수로 밀어붙인다고? 너희 양가 놈들이 한 행동이 기억나지 않나봐?”

천제현이 얄밉게 쏘아붙였다.

“게다가 아까 머릿수가 많아도 소용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사람이 누구였지?”

양천랑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천제현에게 날아가 그의 몸과 머리를 분리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십팔곤룡진에 갇혀있는 상태였다.

천제현이 이죽거렸다.

“겁도 없이 혼자 단독으로 나를 죽이러 오다니. 멍청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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