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제129장 남궁 가문과 천랑공자(3)
사실 화산 정령이 강하긴 강해도 한 가지 뚜렷한 약점이 있었다.
화산 정령은 치명적인 무서운 파괴력과 풍부하고도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산은 계속 분출할 수가 없다.
남궁의는 화산 정령이 폭발하는 그 순간에만 몇 배의 강력한 전투력을 지닐 수 있다.
정령이 평정의 상태로 돌아와 다시 힘을 모을 때에는 남궁의 힘이 큰 폭으로 줄어 그냥 보통 정령 3성 고수와 별 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약화된다.
‘과연 남궁의로군! 하지만 나는 당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지!’
양천랑이 다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천랑약식(天狼掠食)!”
용익마염랑의 정령은 양천랑의 몸 안에서 기세 좋게 튀어나와 하늘로 솟구쳐 네 마리의 작은 늑대로 변했다.
각 늑대는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검은 그림자로 변해했다.
그리고 번쩍 하는 번개의 속도로 남궁의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퍽!
남궁의가 등 뒤에서 일격을 맞았다.
촥!
발톱이 그의 가슴을 할퀴었다.
남궁의는 겨우 몇 초 사이에 이미 네, 다섯 차례나 공격을 받았다.
네 마리 늑대가 동시에 덤벼 몸의 여기저기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남궁의는 다시 화산 마력을 방출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는 지면을 세게 쳤다.
“분천열지장(焚天裂地掌)!”
들끓는 화산의 마력이 분출했다.
말이 수 만 마리 내달리는 것과 같이 화산 마력이 강하고 기세 높게 거리를 휩쓸었다.
십수 미터 범위 안에 있는 석판 지면이 마디마디 모조리 파열되고, 고온의 화산 정령에 의해 녹아내렸다.
남궁의가 에너지를 폭발시키려 했다.
‘지금이다!’
양천랑은 다시 정령과 융합해 인랑으로 변신했다.
그러고는 남궁의를 향해 십수 번의 공격을 가했다.
순간의 빈틈 때문에 남궁의는 양천랑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양천랑이 이내 등에 일격으로 가하여 남궁의를 날려버렸다.
남궁의가 두꺼운 벽 안으로 박혔다.
벽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남궁해는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하기는커녕, 그의 불행을 보고 기뻐했다.
마치 자신의 원수가 두드려 맞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양천랑의 공격으로 인해 승부의 결과가 뚜렷해졌다.
남궁의는 울부짖으며 무너진 돌에서 튀어 나왔다.
다 찢겨진 두루마기, 산발로 헝클어진 머리, 피 칠갑을 한 얼굴이 심한 중상을 입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두 눈만은 아직 전의로 불타고 있엇다.
남궁의에게는 알고 있었다.
천제현이 가진 잠재력과 위험성을!
남궁 가문이 이런 재주를 가진 자를 얻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와 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천 년을 계승했고, 건국 이후 수백 년간 발전시켜온 남궁 가문이 완전히 멸족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투에서 절대로 질 수 없다. 내가 지면 남궁 가문이 위험에 빠진다. 이거 결코 그를 과대평가 한 게 아니다. 천제현은 분명 그럴 능력이 있다!’
“의외로 의지가 완강하군!”
양천랑이 잔상으로 변하여 돌진하여 남궁의 가슴을 걷어찼다.
남궁의는 공중으로 떠올라 피를 뿜어냈다.
정령조차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양천랑이 또 한 번 일격을 날렸다.
남궁의는 어떻게든 막아내려 애를 썼으나 이미 그의 힘은 모두 소진 된 상태였다.
결국 남궁의는 그 일격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양천랑의 호된 공격에 남궁의가 입은 부상 정도는 침대에 2, 3개월간 누워 있어도 치유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남궁의 성주의 화산 정령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군! 정말 너무 실망스럽다!”
양천랑이 천남성 주민과 남궁해 앞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성주에게 치욕을 주었다.
주민들이 분노했다.
‘저, 저자식 뚫린 입이라고!’
‘감히 우리 성주님을!’
남궁의는 천남성에서 민심을 얻고 있는 훌륭한 성주였다.
그가 한 모욕은 남궁의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천남성을 모욕한 것과 같았다.
“성주님!”
“양씨 가문은 우릴 심각하게 무시했습니다!”
양천랑은 아우성치는 주민들을 보고 손을 휙 부치며 말했다.
“꺼져!”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쓰러졌다.
다들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끝났다!’
주민들이 절망에 빠졌다.
양천랑, 그는 너무 강력했다.
이때 낭랑한 방울 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울렸다.
땡그랑!
땡그랑!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졌다.
천제현은 인파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양천랑을 보다가, 이어서 남궁해를, 마지막에 남궁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남궁 가문은 불사조를 상징으로 하는 가문입니다. 당신들은 불사조의 후손임을 자랑으로 여기지만, 당신들이 정말 불사조의 정수를 압니까?”
천제현은 혼잣말 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헀는데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남궁 가문의 선조들은 불사조를 상징으로 합니다. 후손들에게 깊은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죠. 불사조는 설령 재앙을 겪는다 해도, 온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진다 해도, 마지막에는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믿음만 있다면 불사조는 영원히 소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사조의 정신입니다!”
남궁의가 쓰러진 채로 흠칫 놀랐다.
천제현의 시선이 남궁의에게로 향했다.
“설마 모르고 계셨습니까? 당신의 잠재력은 저 남궁해에 비해 천만 배 이상 강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양천랑에게 도전하였을 때 이미 그 잠재력을 느꼈을 겁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전혀 느끼지 않는데!’
“제가 성주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천제현은 복잡하고 심오한 심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남궁의가 혼성 3성 정점의 경지에 오른 것은 이미 오랜 일이었다.
사실 그는 운요와 같이 언제든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정확하게 이끌어주고 지적해주는 이만 있었다면!
남궁의가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그 순간 천제현은 그에게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다.
영문을 모르는 양천랑이 남궁해를 보며 물었다.
“저자는 누구입니까?”
남궁해는 비웃었다.
“천랑공자, 그대는 천제현을 찾아 천남성까지 왔으면서 그가 바로 앞에 서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군?”
‘저놈이 바로 천제현? 과연 절세의 기풍이 있구나!’
양천랑의 눈빛이 어둡고 잔인해졌다.
“나를 보고도 감히 그렇게 나서다니 너의 용기만큼은 탄복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남궁의가 갑자기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정말 경지를 뛰어넘는다해도 어쩌겠는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인데!
지금의 남궁의 상태라면 혼성 4성이 아니라 6성의 힘을 지니고 있어도 양천랑을 막을 수 없다.
하물며 옆에는 남궁해도 있었다.
‘오늘 누구도 네놈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남궁의는 무언가 깨달은 듯하면서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천제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구천의 천둥소리처럼 그의 마음에 호된 충격을 주며 이끌었다.
고갈되었던 기세는 점점 회복해갔다.
게다가 다시 빠르게 강력해졌다.
남궁해는 경악했다.
‘세상에서 어떻게 이토록 사특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두세 마디 말로 경지를 넘도록 이끌다니!’
양천랑도 멈칫 놀랐다.
이 장면은 실로 기적 같았다.
남궁의의 기세가 점점 강해져 크게 우뚝 솟은 거대한 화산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한 글자씩 띄엄띄엄 말했다.
“남궁해, 너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가문을 끌어들여, 영현(英贤)을 모살하고, 동족을 유린하고, 가문의 존엄을 져 버렸으니, 불사조의 후손이 될 자격이 없다!”
남궁의의 기세가 몇 배씩 증가하는 것 같았다.
남궁의에게서 열기가 힘차게 뿜어져나왔다..
그 강력한 기세에 남궁해조차 자기도 모르게 반보 물러섰다.
남궁의는 아예 화산 그 자체로 변한 것 같았다.
남궁의가 폭발하면, 천지가 무너지고, 만물은 소멸될 것 같았다.
“으아!”
남궁의는 하늘을 보며 포효했다.
빨간 불꽃이 치솟아 엄청난 기세로 곧장 하늘을 찔렀다.
곧이어 하늘 위의 구름층을 흔들어 분산시켰다.
주위 십몇 리 안의 모든 것이 광폭한 에너지에 뒤덮여 격렬하게 떨렸다.
남궁의는 남궁해, 양천랑과 마찬가지로 정령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기세를 방출해 적을 눌러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것은 현혼기에 들어선 혼성술사만 가능한 일이었다.
즉, 남궁의가 이미 혼성 초기의 허혼을 돌파했으며, 혼성 중기의 현혼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한다.
그가 혼성 4성 의 강력한 수련자가 된 것이다.
남궁의는 이제 장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한 것이다.
남궁해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남궁해는 의심 가득한 얼굴로 남궁의의 기세를 자세히 살피다가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정말로 돌파 했어!”
남궁의가 밝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 돌려 천제현에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여기까지 이끌어 준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네!”
천제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성주님은 이미 경지를 넘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어요. 저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에요!”
또 한 차례 광폭한 짐승의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돌파했다고?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
양천랑이 격노하여 소리쳤다.
“죽어라!”
양천랑이 순식간에 남궁의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공격해오고 있다!’
남궁의가 살짝 몸을 옆으로 기울여, 그 번개같은 주먹을 아슬아슬 피했다.
그러자 양천랑의 눈빛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입미?”
그렇다.
남궁의는 실력에 있어서 한 단계 돌파하였을 뿐 아니라, 이미 입미의 심오한 뜻을 깨달았다.
“꺼져라!”
남궁의의 포효 소리와 함께, 화산의 힘이 엄청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양천랑은 튕겨 나가 공중에서 몇십 번이나 회전한 후에야, 충격에서 벗어나 땅에 착지했다.
남궁의는 두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온몸에서는 불빛이 솟구쳐 나왔다.
마력이 정점까지 숙성되어 그의 힘의 강도는 이제 혼성 5성의 수련자를 정면으로 격파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화산 정령의 힘이었다.
“천랑 공자는 화산 정령의 위력을 보고 싶었던 것 아닌가?”
남궁의는 비웃으며 양천랑을 바라 보았다.
“오늘, 그대에게 충분히 견문을 넓히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