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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24화 (123/729)

# 124

제124장 천랑공자의 분노

경현은 경천명이 더 자세히 묻기 전에 먼저 마석과 금화수정조각을 내놓으며 말했다.

“직접 기적상회를 만나 협상해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능력 있는 상회였습니다. 그래서 예약된 계약을 임시 철회하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유성초 분지를 판매했습니다.”

경천명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명하게 처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간 일이 골치 아파질 뻔했네. 유성초 분지는 우리 상회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자원은 아니니 팔아도 문제가 될 건 없지. 얼마에 팔고 왔나?”

경호가 대답했다.

“금화 2,400만 냥에 팔았습니다!”

“그 위험한 놈에게 그 정도의 돈을 받았다면 손해 본 장사는 아니지. 고생했네!”

경천명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자네들이 명심해야 할 일이 있네. 앞으로 절대로 기적상회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야. 여차했다간 본전도 못 찾게 될 걸세!”

경현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자네들 아직 못 들었군!”

경천명은 중주성에서 돌고 있는 따끈따끈한 정보를 둘에게 말해 줬다.

“천제현은 미친 작자일세. 가문의 일원까지 죽이는 놈이니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지금 사대 가문 중 세 가문이 그 자와 원수가 됐다네. 그런 자는 가능한 한 피해야겠지.”

‘미친 작자? 위험한 놈? 젠장맞을! 진작 말해주든가!’

경현과 경호는 기가 막혀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천제현이 3대 가문의 장로들까지 죽이는 놈이란 걸 알았다면 그런 작자에게 공갈을 칠 생각은 꿈에도 못했으리라.

일이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그놈한테 당한 게 그렇게 억울한 것 같지도 않았다.

사대 가문의 장로를 죽인 놈에게서 살아 돌아왔으니, 운이 좋다고까지 생각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럼 먼저들 들어가서 쉬게!”

“네!”

경현과 경호가 인사하고 물러나려고 할 때, 어디선가 맑고 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야수처럼 강인한 기운이 하늘을 뒤덮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방 안에 있던 화병들이 진동으로 흔들거리고 사방의 초목들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경현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엄청난 힘이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 위압감은…….”

경천명은 짐작 가는 데가 있는 것 같았다.

“천랑공자 양천랑이로군!”

경호가 급히 물었다.

“양천랑은 현재 유적 개발 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걸까요?”

곧이어 거대한 금빛 대붕이 중주성의 하늘을 뒤덮었다.

마치 금빛 산맥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는 대붕의 깃털 하나하나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는 듯했다.

‘착각했을 리가 없다. 양천랑의 탈 것이 분명해!’

‘천랑공자가 정말 돌아왔군!’

경천명은 순간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렇군. 천남성의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진 거야. 천제현에게 복수하려고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거겠지!”

‘큰일났다! 이제 끝장이야!’

경현과 경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둘은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양천랑이 직접 천남성을 찾아갈 경우, 천제현 그놈이 살아남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는 사 공자 중 한 명으로, 일당백의 실력을 지닌 천재였다.

심지어 수많은 고수와 선배들조차 그의 앞에서는 어느 정도 굽히고 들어갈 정도였다.

천제현 그놈이 죽는다면 경현과 경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이제 정말 죽었구나!’

***

양씨 가문 용병 총본.

수천 명의 정예용병들이 무기를 든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왕이라도 접견하는 양 경외의 시선으로 한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중년 남자 한 명뿐이었는데, 그조차도 공손한 태도로 포권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머지않아 금빛 대붕이 상공에 나타나더니 그 위에서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

그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허공을 밟으며 천천히 내려와 그들 가운데 섰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사나운 야성의 분위기에 등불처럼 형형한 눈빛. 그가 노려보면 그 눈빛을 받은 자는 혼절할 것 같았다.

이렇게 강한 기운의 소유자.

그가 바로 양천랑이었다!

혼성4성의 경지.

무시무시한 천재 중 천재, 무서운 전투력을 자랑하는 중주성 최고의 고수 중 한 명이었다.

양씨 가문의 수천 명 용병들은 감히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양천랑이 내뿜는 빛에 영혼마저 타 버릴 것 같았다.

중년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그를 맞이했다.

“소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양천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쓰레기들은 지금 어디 있지?”

곧이어 일곱 명의 양씨 집안 사람이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천남성에서 천제현이 마력을 폐한 자들로, 원래는 양씨 가문의 위풍당당한 장로들이었다.

천제현은 그들의 목숨을 살려주었지만 벌로 그들의 마력의 반 이상을 폐해 버렸다.

이제 그들은 앞으로 영원히 예전의 실력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소가주님!”

“저희의 원한을 갚아 주십시오!”

“천제현 그 애송이가 저희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벌벌 떨며 애걸했다.

“그 자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양천랑의 늑대 같은 두 눈이 그들을 훑자 피 냄새 나는 살기가 진동하는 듯했다.

“그리고 너희 쓰레기들은…….”

“소가주님!”

“제발!”

일곱 장로는 엄습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황급히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양천랑의 형체가 휙하고 사라졌다.

그 직후 순식간에 일곱 장로의 육신이 동시에 산 채로 찢기며 사방에 핏방울이 튀었다.

“우리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죽어라!”

악랄하고 무정한 수법이었다.

그 일곱 명 중에는 양천랑의 숙부벌 되는 친척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죽여 버린 것이다.

양천랑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핥았다.

중년 남자는 고깃덩어리가 된 일곱 장로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의 말로는 진작부터 예견되던 것이었으니까.

그는 공손한 태도로 양천랑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소가주님, 천남성의 성주 남궁의가 남궁 가문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남궁 가의 장로 한 명이 이미 출발했다는군요.”

“남궁 가의 장로가? 그게 언제냐!”

“바로 얼마 전에 중주성을 지나갔다 합니다.”

“천씨 집안의 내놓은 자식 따위가! 그런 개뼈다귀 같은 놈이 우리 양씨 가문을 무시해? 남궁 가문이 그놈 편을 들어줘 봤자 소용없다!”

양천랑의 몸이 다시 휙하고 사라지더니 화살처럼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 금빛 대붕 위에 내려앉았다.

대붕은 주인이 분노하고 있음을 깨닫고 난폭하게 날개를 펼쳐 천남성 방향으로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천제현! 네 제삿날이 머지않았다!”

대붕이 중주성 해자 위를 지날 때, 양천랑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효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져서 벌벌 떨었다.

천남성의 작디 작은 기적상회가 그의 분노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이틀이 지나면 이 세상에서 천제현이라는 존재를 찾아볼 수 없으리라!

천랑공자로 인해 중주성이 들썩하고 있을 때 천남성에서도 큰일이 하나 있었다.

공화련이 직접 간담회를 열고 정식으로 남운상회 휘하 부문인 남운약재상과 남운부적상의 개업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날 남운상회는 탄탄한 기반을 자랑했지만, 한 달 이상 계속된 휴업과 중독 사건으로 그 명성이 많이 바래져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기적상회의 놀라운 발전은 남운상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었다.

또한 장립청, 염천웅의 가입으로 인해 천남성 사람들은 더 큰 기대를 품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때가 무르익었다.

남운상회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공화련은 인원을 둘로 나눴다.

그리고 자신은 직접 간담회를 진행하여 천남성의 각종 언론매체를 상대하는 한편, 홍보 인원을 보내 성 전역에서 새로 문을 연 상점의 홍보를 진행했다.

천남성 중심부 광장.

남운상회 직원 20명이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고 열을 맞춰 의기양양하게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집중되었다.

“응? 저 사람들은 남운상회 직원 아닌가?”

“오늘은 남운상회가 개업하는 날 아니야? 안 바쁜가? 여긴 왜 온 거지?”

“저기 좀 봐봐. 저 사람들이 등에 메고 있는 꽃 같은 저건 대체 뭐지?”

“…….”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남운상회의 직원들이 2인 1조로 정렬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명은 금속 재질의 기다란 뭔가를 어깨에 메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꽃 같은 게 달려 있었고, 또 한 명은 원통 모양의 물건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남운상회가 다시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개업 기념으로 가게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을 전부 20% 할인된 가격에 드립니다!”

“또, 금화 10냥 이상 구매하시면 무료로 치료물약 한 병을 드립니다!”

“신상품 연기단, 암석부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금 기적상회 회원카드를 발급하시면 더 큰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좋은 물건도 사고 여러분을 위한 혜택도 누려 보세요.”

엄청나게 큰 소리가 해일처럼 퍼지며 광장을 쓸어 버렸다.

그 소리는 마치 황야에 살고 있는 어느 야수의 포효 같아 듣는 사람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깜짝 놀랐잖아!’

‘마른하늘에 천둥이라도 친 줄 알았네!’

담이 작은 몇몇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기절할 뻔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사람의 말소리가 아니라 거대한 마수의 울부짖음 같았다.

직원들의 목소리는 1, 2리 밖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우렁찼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인간은 저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없다.

남운상회 직원들이 손에 든 저 물건이 조화를 부린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음파 폭탄 같은 물건이었다.

남운상회의 직원들은 계속 전진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광장을 한 바퀴 돌고 거리로 진입하자 여기저기서 깜짝 놀라 굳어 버린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도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기적상회에서 또 놀라운 물건을 발명했나 보군.’

‘저 거대하고 긴 물건은 초대형 나팔이 분명하다.’

‘사람 목소리를 수십 배, 아니 수백 배까지 키워줄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인가!’

그러나 그들이 지금 보는 나팔 부대는 홍보부대의 일부일 뿐이었다.

공화련은 홍보 직원 300명에게 150개의 확성기를 쥐어주고 천남성 각 번화가에서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그건 이 시대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홍보 수단이 단순하고 거칠기는 했지만, 그걸 본 사람치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최소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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