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제123장 장음석의 가치
얼마 후.
천제현과 공화련은 유성초 분지에 도착했다.
유성초 분지는 면적이 방대했는데, 실제로 유성초가 자라는 곳은 가운데의 일부 구역뿐이었고 나머지 구역은 몇 개의 밭으로 개간되어 있었다.
운석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니 운석에서 나온 물질도 별로 많지 않으리라.
그들이 보유한 유성초 분지의 생산량은 매우 적어서 몇 사람의 초기 수련을 간신히 도울 정도였다.
이 정도의 자원으로 성광불멸체를 얼마나 연마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앞으로 몇 달간 약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좋군! 훌륭해!”
천제현이 연달아 말했다.
분지에 세워진 창고에는 유성초 50만 개가 보관되어 있었다.
시장 가격으로 환산하면 금화 500만 냥은 되리라.
이 밖에도 분지에 200~300만 개의 유성초가 자라고 있었다.
이 유성초들은 당장 성광불멸체 연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체력 연마와 기초를 다지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3만 년 후에는 유성초를 운석초라고 부른다.
운석초는 체력 증진을 위한 영약으로 장차 가치가 만 배는 뛰게 된다.
대륙 최고의 명문가들을 제외하면 운석초 밭을 소유한 사람이 전무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 정도의 유성초로 체력을 다진다면 그 성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고수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기분이었다.
이때 공화련이 말을 걸었다.
“다 봤어? 이제 돌아가자!”
“뭘 그렇게 서둘러요?”
천제현은 공화련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신비하게 말했다.
“이번에 우린 두 개의 보물을 손에 넣은 거예요. 유성초 분지가 그중 하나죠!”
공화련은 천제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또 다른 하나는…… 장음석이야?”
그 말에 천제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큰아가씨는 역시 똑똑하다니까요!”
천제현이 하는 모든 일에는 명확한 동기와 계획이 있었다.
그걸 잘 아는 공화련은 천제현이 천진상회를 협박하는 걸 보면서 그가 이참에 장음석 광산까지 손에 넣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다.
‘광산의 규모가 엄청나기는 하지만, 장음석은 돈이 되지 않는데!’
천제현은 무작정 탐욕만 내세우는 자가 아니다.
그가 장음석 광산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음석에 뭔가 다른 특별한 용도가 있는 것일까?’
천제현은 공화련과 함께 마차를 몰아 광산에 도착했다.
그곳은 일종의 노천 광산으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고 몇 개의 창고 안에는 장음석이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사실 공화련은 이 특이한 약재를 처음 보았다.
장음석의 재질은 무척 특이했는데, 옥 같으면서도 옥이 아니고, 돌 같으면서도 돌이 아니었으며 손에 쥐면 반질반질한 느낌이 났다.
천제현은 주먹 크기만 한 장음석을 고른 뒤 품에서 붉은색 붓을 꺼냈다.
그리고 1분도 채 되기 전에 간단한 1급 진법을 그려냈다.
“지금 뭐 해?”
천제현은 진법이 새겨진 장음석을 공화련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일단 진법을 활성화 한 다음에 장음석을 보면서 아무 말이나 해보세요!”
공화련은 마력을 사용해 진법을 활성화한 후, 아무렇게나 한마디 했다.
“아, 아!”
“아, 아!”
거대한 소리가 창고에 울렸다.
“어머!”
공화련은 깜짝 놀라 장음석을 집어 던졌다.
장난에 성공한 천제현은 신나서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곧 정신을 차린 공화련은 천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짓이야!”
“확성 진법이에요. 반드시 장음석과 같이 사용해야 효과가 발휘되죠!”
천제현이 다시 그 장음석을 주워 입 앞에 가져다 대고 말을 하자, 그의 목소리가 수십 배 크게 증폭됐다.
마치 거대한 맹수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어때요? 놀랐죠?”
공화련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커질 수 있을 줄은 몰랐는걸!”
“사실 장음석은 무척 특이한 재료예요. 자동으로 음파의 에너지를 흡수해 그 힘을 방출할 수 있죠. 그래서 장음진 주변에는 항상 괴성이 들리는 거예요. 그렇지만 확성 효과는 장음석의 기본적인 사용법에 불과해요. 장음석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거든요.”
‘음파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 힘을 방출한다고? 그럼 음파의 에너지를 저장한단 말이야? 장음석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천제현은 생각에 잠긴 공화련에게 말했다.
“장음석은 무척 유용한 물건이에요. 일단 마수차에 싣고 성으로 돌아가죠.”
두 사람은 제련을 거친 장음석 몇 상자를 청동만우차에 실었고, 강시를 시켜 유성초와 장음석을 몇 상자씩 어깨에 짊어지도록 했다.
임무를 마무리 지은 두 사람은 마수차를 성으로 몰았다.
***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끝없는 초원은 하늘에 맞닿아 있고, 고독한 기러기만 낮게 선회하고 있었다.
황야에 처량한 느낌이 가득했다.
경현과 경호의 얼굴은 엉망이었으며, 호위병들도 멀쩡한 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두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부서진 채로 서로 부축하며 힘겹게 길을 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투에 패해 도망치는 패잔병들의 모습이었다.
경현은 걸음을 멈추고 돼지같이 부어오른 얼굴을 돌려 말했다.
“모두 잘 듣게. 가문의 자원을 염가에 팔아넘긴 일을 총회장님이 아셨다간 큰일이 날 것이야. 운이 좋으면 중벌을 받는 걸로 끝나겠지만, 일이 잘못되면 목숨도 무지하기 힘들겠지. 그러니 알아서들 잘 처신하도록 하게.”
경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여 명의 호위병들의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경현과 경호는 회장의 아우와 손자이니 일이 틀어져도 문책 정도로 끝나겠지만 자신들은 얘기가 다르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대장을 잃고 모욕을 받았으니 사형에 처해져도 할 말이 없으리라.
경현은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우리에게 이번 일은 커다란 시련이지만,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보네.”
경호는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무슨 만회할 기회가 있겠습니까? 천제현을 찾아가 다시 담판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그 말에 모두 할 말을 잃고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의논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
그 악마같은 놈과 다시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가능하다면 그놈에게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고 싶을 뿐이었다.
경현은 이미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유성초 분지와 장음석 광산을 금화 하급 마석 500개에 팔아넘긴 일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걸세.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무조건 숨기는 것뿐이야!”
‘숨긴다고?’
그렇게 큰일을 어떻게 숨긴단 말인가.
“장음석 광산에 매장량이 많기는 하지만 채굴량은 그렇게 많지 않지. 채굴 상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총회장님도 우리가 광산을 팔아넘긴 일을 알 수는 없을 거야.”
경현은 바쁘게 머리를 굴리며 처벌을 피할 방법을 생각했다.
“유성초 분지는 원가가 2000~3000만 냥 정도 되는데 하급 마석 500개에 팔았으니 상회의 손실이 너무 크네. 손실을 메울 방법을 생각해내는 수밖에 없겠어.”
그 말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경현의 말뜻은 확실했다.
손실분을 그들이 알아서 메꾸자는 말이었다.
경현은 일행의 적극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를 악물었다.
“일단 내가 유용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내놓겠네. 다 합치면 금화 천 만 냥쯤 될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네. 나머지는 여러분에게 부탁하지.”
경호도 문책당할 것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책이야 그렇다 쳐도 앞날이 불투명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 역시 사비를 털어 손실을 만회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억울하지만 죽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내가 가진 모든 돈을 내놓겠습니다. 대략 500만 냥쯤 됩니다!”
“난 100만 냥을 내놓겠소!”
“전 20만 냥을 내놓겠습니다!”
“전 10만 냥을 내겠습니다!”
“…….”
백 명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니 전부 합해 1,800만 냥쯤 됐다.
거기에 천제현이 내놓은 마석 500개를 더하면 2,400만 냥쯤 될 것이다.
위기의 순간이 되어 봐야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더니.
경현과 경호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형제들, 모두 고맙네! 이후 우리가 성공하거든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걸세!”
“부회장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갑자기 우애가 돈독해진 100명의 일행은 이렇게 공모하고 돈을 모은 후에야 중주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경현과 경호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천제현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이익이란 건 전부 허무맹랑하기 이를 데 없는 신기루 같았기 때문이다.
천진상회의 총회장인 경천명은 경현과 경호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대청으로 둘을 보러 갔다.
경천명은 천진상회의 회장이자 경씨 가문의 최고 관리자로, 가문의 엄청난 부를 손에 쥐고 있었다.
경씨 가문은 사대 가문 다음으로 손꼽힐 정도의 세력을 자랑했다.
얼마 전 경호와 경현이 협상을 하러 가기 위해 중주를 떠난 후, 경천명은 천남성에서 천제현이 양씨 가문 장로를 죽였으며, 천씨와 양씨 두 가문의 장로급 인물 십여 명을 반신불구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실 따로 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소문이 중주성에 쫙 퍼져 있었다.
기적상회는 호구가 아니다.
오히려 화약고라고 보는 게 좋다.
경현과 경호가 만약 그 화약고에 불을 붙였다면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경천명은 근 며칠간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 둘이 천제현에게 무례를 범했다가 장음진에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3대 가문의 장로들까지도 죽인 놈이 경현과 경호라고 못 죽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경현과 경호가 모두 돌아왔다니.
경천명은 두 사람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상처는 무엇인가?”
“아, 그게…… 돌아오는 길에 도적떼를 만나 생긴 겁니다. 별거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