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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22화 (121/729)

# 122

제122장 강매에는 강매로(2)

‘협력과 상생? 지나가던 개도 안 믿겠다!’

경현 일행의 눈에 비친 천제현은 사람이 아니라 탐욕에 찌든 악마였다.

공화련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제현은 정말 못됐다니까! 저 사람들도 불쌍하게 됐네.’

물론 경현과 경호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도 충분히 나쁜 사람의 범주에 속했다.

다만 천제현이 더 악랄하고 더 못됐을 뿐. 그러니 천제현한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앉으십시오!”

천제현이 손짓하자 공화련이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러나 경현과 경호는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뭐죠?”

천제현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지금 내 체면을 깎아 보자는 겁니까!”

“아니오, 앉겠소!”

둘 중 한 명은 얼어붙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또 한 명은 코가 삐뚤어지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이미 천제현에게 당할 대로 당한 두 사람은 바늘방석에라도 앉듯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의자에 갖다 댔다.

“방금 일어난 일은 서로 한 번씩 주고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천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협상 과정이 조금 불쾌하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으니까요!”

‘어처구니가 없군! 만족스러운 결과?’

‘500개의 하급 마석으로 수천만 냥의 자산을 얻어 놓고 불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천제현은 두 사람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건들거리며 말했다.

“이제 새로운 협상을 해볼까 합니다. 이번 협상이 체결되면 두 분께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경현과 경호가 눈앞에 있는 이 악마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사실 그들은 이미 마음속으로는 천제현의 18대 조상의 안부까지 묻고 있었다.

“보세요.”

천제현이 커다란 옥병 안에서 단약 몇 개를 꺼냈다.

“이것은 연기단이라고 하는 약입니다. 우리 상회에서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한 것이지요. 재능이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이 연기단을 한 알만 먹으면 바로 연체 경지의 수련자가 될 수 있답니다. 물론 부작용은 없고 약효는 복용 즉시 나타나지요.”

‘뭐라고?’

그 말을 들은 경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신기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단약 제조에서도 그런 성과를 냈다고?’

연단술은 신기술 개발과는 완전히 달라서 탄탄한 기반과 저력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분야였다.

‘기적상회, 역시 보통이 아니야. 이 꼴이 되었지만, 건질 건 있겠어!’

이렇게 생각한 경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요?”

천제현이 대답했다.

“이 단약을 시장에 내놓으면 얼마에 팔릴까요? 모르긴 몰라도 부르는 게 값일 겁니다. 금화 수천, 수만 냥에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겠지요!”

맞는 말이다.

저 단약이 정말 천제현이 말한 것과 같은 효능을 갖고 있다면 없어서 못 팔 것이 분명하다.

명문 문파, 명문 가문 등은 뛰어난 수련자를 키워내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단약 하나면 2년의 고된 수련을 뛰어넘을 수 있으니 금화 1, 2만 냥이라고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은가.

천제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연기단의 주재료는 삼생요충입니다. 삼생요충은 흔한 약재는 아니지만,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할 정도의 귀한 약재도 아니지요. 이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경현의 안색이 변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거로군!”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수련 단계를 높여주는 단약치고 귀한 약재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귀한 약재들은 보통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에 한 번씩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배가 불가능했다.

천제현 역시 원령단이나 앞으로 제조할 혼영단처럼 수련 성과를 높여주는 단약은 많이 접해봤다.

그런 단약들은 뛰어난 효능을 자랑하지만, 주재료가 몹시 귀하기 때문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어찌어찌 운이 좋아서 한 알 정도 조제한다 해도 대량 생산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단약은 약재상에서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연기단은 달랐다.

그것 역시 귀한 약재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확보가 가능하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적인 각도에서 보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연기단의 가치는 원령단이나 혼영단보다 컸다.

“우리 기적상회가 연기단 제조법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재료 공급 경로는 아직 구하지 못했답니다.”

천제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천진상회는 남하국에서 가장 큰 약재상회 중 하나지요. 천진상회라면 저희에게 약재 공급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경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말은…….”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잡읍시다!”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기회였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천제현을 믿고 함께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에게는 달리 선택 할 여지가 없었다.

방금 천제현에게 무력으로 제압 당한 데다가, 천제현 때문에 만성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니 사실 천제현이 강제로 약재를 내놓으라고 명령해도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계약을 합시다!”

천제현의 사람을 혹하게 하는 어조로 말했다.

“오늘 밤부터 천진상회는 기적상회의 공급상회가 되는 겁니다. 물론 기적상회의 연구 개발로 인한 이익은 함께 나누도록 하고요. 어떻습니까?”

천진상회가 공급하는 약재가 많아질수록 기적상회는 더 많은 단약을 만들어 내리라.

그렇게 되면 천진상회도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경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로 물었다.

“진심이오?”

천제현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남아일언중천금이거늘, 사내가 어찌 식언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당신들과는 다르다오!”

경현은 잠시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거절할 여지가 있을까?’

사실 천제현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

목숨이 천제현 손에 달려 있으니.

경현은 무력감을 느끼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천진상회를 대표해 기적상회와의 재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겠소!”

둘은 공급 계약서에 서명했다.

천제현은 자기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 더는 천진상회에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그는 계약서에 시장 가격대로 물건을 구매한다는 내용을 적는 한편, 일부 상품의 이익을 분배해 준다는 내용도 적었다.

경현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계약만 제대로 이뤄지면 방금 전의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으리라.

천제현은 계약서를 작성하며 말했다.

“기적상회는 삼생요충을 대량으로 공급 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유화초(幽火草)와 전자수정석(電磁水晶石)을 좀 구매하고 싶습니다!”

공화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얘는 또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연기단의 주재료인 삼생요충은 기적상회가 전략적으로 구매해야 할 물건이었다.

가능한 많이 비축해 두는 게 좋으리라.

하지만 유화초와 전자수정석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유화초와 전자수정석이라고 했소?”

경현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찾기 힘든 물건들이라 가격이 꽤 나갈 거요. 흔히 쓰이는 재료들이 아니라서 천진상회에도 비축분이 얼마 없을 것인데…….”

“대금은 시세에 맞게 치르겠습니다. 전부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까?”

“알겠소…….”

유명염화검을 완성하려면 먼저 유명화를 연마해야 했다.

유화초는 유명화를 연마할 때 꼭 필요한 재료로, 가격이 유성초보다도 비쌌다.

그리고 전자수정석은 따로 쓸 데가 있었다.

천제현은 당장 계약금을 걸 돈이 없는지라 이렇게 말했다.

“돈은 물건을 받고 드리도록 하지요!”

그 말에 경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계약금도 안 걸겠다고?’

기적상회가 배신이라도 때리면 땡전 한 푼 못 건질 것 아닌가.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천제현에게 계약금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건 자살 행위였다.

결국 일은 천제현의 요구하는 대로 마무리되었다.

협상을 끝낸 천진상회는 패잔병들을 이끌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철수했다.

공화련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말 못됐다니까!”

천제현은 그녀의 말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

“저런 자들을 상대하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죠.”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가을 하늘처럼 맑은 그녀의 눈빛이 천제현을 바라봤다.

“어차피 이미 중독돼서 하라는 대로 다 할 텐데 왜 공정 계약을 한 거야?”

“큰아가씨, 제가 원래 인덕이 좀 있잖아요. 독이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쓴 거고요. 사실 제가 얼마나 양심적인 사람인데요.”

“흥! 말이나 못 하면! 그래서 진짜 이유가 뭔데?”

“음…… 협박이나 공갈 같은 건 오래 못 가요. 당근도 좀 쥐어줘야 오랫동안 안전한 재료 공급처를 확보하게 될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우리도 손해 볼 건 없고요.”

이런 일을 하는 데 당근은 필수다.

이득이 없다면 저들이 언제까지 천제현을 위해 일하겠는가?

유화초만 해도 그렇다.

천제현이 유화초 값을 떼먹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갖고 있는 유화초를 모두 내놓을 리 없지 않은가?

천제현은 지금 급하게 유명화를 연마해야 했다.

유명염화검 수련에 지장이 생기면 손실이 막대할 테니까.

그는 덧붙여 말했다.

“식심독은 그냥 보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중주성에서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헛된 수작을 못 부리겠죠.”

공화련의 눈동자에 이채가 반짝였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한다 이거지!’

천제현의 성격은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었지만, 머리만큼은 누구보다도 똑똑했다.

무슨 일을 하던 그에 대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종잡을 수 없을 때도 많았다.

어떨 때는 하찮은 일로 눈알을 부라리지만, 또 어떨 때는 한없이 관대했다.

또한, 자기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건 참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일 처리에서만큼은 확실한 원칙이 있었다.

‘모순적이야! 너무 극단적이라고! 천제현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 아직도 모르겠어!’

공화련은 천제현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를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가씨, 제가 그렇게 잘생겼어요? 그래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것까진 없잖아요!”

공화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착각은!”

천제현은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가요. 일단 우리의 새 사업장을 보러 가자고요!”

두 사람은 청동만우차에 올라 유성초 분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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