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20화 (119/729)

# 120

제120장 공화련의 실력

경호가 천제현이 뱉은 말의 빈틈을 노리고 기적상회를 궁지로 몰았다.

“하하하, 경호 공자의 상황 파악은 대단합니다. 장사치의 몰염치한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군요.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천제현은 경호의 선택에 박장대소했다.

경호는 웃어 재끼는 천제현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실성이라도 했나 보군. 겁나면 계약서에 얌전히 서명하라고. 꽃 같이 아리따운 공화련 아가씨를 다치게 하기 싫다면 말이야!”

천제현이 웃음을 뚝 그치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경호를 쳐다봤다.

“똑똑히 알아 둬! 우리 기적상회에는 쓸모없는 사람도, 겉보기만 그럴싸한 사람도 없다는 걸.”

천제현은 그의 수작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저렇게 정성스럽게 도전하는데 큰아가씨께서 매운맛을 보여주시지요.”

공화련이 몹시 망설였다.

“난…… 난 전투 경험이 없잖아!”

이 말에 경호가 더욱 기뻐했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경호는 경범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연체 9성 정점의 실력이었다.

천제현이 큰아가씨를 격려했다.

“큰아가씨를 믿습니다. 한 번 해보세요!”

경호는 공화련의 고운 자태를 훑어보며 마음속으로 다 이겼다는 듯 우쭐댔다.

‘저란 여인 하나 상대 못하겠어? 만약 공화련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면 남궁혜처럼 벌써 중주성까지 소문이 났겠지! 그러나 공화련은 소문은커녕 천남성에서 오랫동안 적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별로 대단한 실력이 아니라는 거지! 이번 판은 이겼어.’

공화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세를 취했다.

“화련 아가씨, 조심하세요!”

천제현이 그런 공화련을 격려했다.

경호와 공화련이 마주 본 순간.

경호가 단검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단검이 상체를 노리고 들어왔다가 쨍강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갔다.

공화련의 몸에서 무수한 별빛이 뿜어져 나오며 몸을 감싸고 있던 탓이었다.

경호가 비틀대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선녀처럼 빛에 둘러싸인 공화련을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대단한 방어 무공이로군!”

경호와 경현은 공화련의 경지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보기에 공화련은 경호와 막상막하의 실력에 극강의 방어 무공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 여자가 이렇게 강하다니? 말도 안 돼!’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천제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기적상회에는 쓸모없는 사람도 겉보기만 그럴싸한 사람도 없다고! 우리 큰아가씨는 상회의 부회장이시다. 세상을 놀라게 할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계시지. 개나 소나 덤빌 수 있는 분인 줄 알았느냐?”

‘개나 소나? 이게 날 무시하다니!’

경호가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며 검을 십여 차레 휘둘렀다.

팅! 팅!

경호의 검이 전부 튕겨나갔다.

공화련의 몸에는 단 한 곳의 빈틈도 없었다.

경호가 아무리 공격해도 통하지 않았다.

공화련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어렸다.

자신이 이렇게 강해졌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해서인지 뛸 듯이 기뻤다.

공화련은 어려서부터 고질병을 앓았다.

마력을 조금만 사용해도 몹시 고통스러웠다.

전투는 고사하고 매일 밤마다 경맥의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공화련은 천제현이나 남궁혜 같이 괴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수련자에게도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공화련은 동급 수련자라면 9할 이상을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바보도 아니면서 왜 그러세요?”

천제현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반격을 하셔야죠!”

공화련이 당황했다.

“어…… 어떻게 공격해야 할 줄 모르겠어!”

“놈의 하반신이 불안정해요! 예전에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 급소를 공격하세요!”

공화련이 반사적으로 경호의 낭심을 걷어찼다.

“억!”

경호가 새파랗게 질려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여우가 흥분하여 발로 박수를 쳤다.

천제현도 폭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멋지네요! 한방으로 고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힘이 좀 부족했어요!”

천제현과 여우는 재미난 것을 봤다는 듯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경호가 두 눈을 부릅뜨고 울부짖었다.

“이런 괘씸한 것들!”

천제현이 큰소리로 외쳤다.

“오른 주먹으로 놈의 얼굴을 갈기세요!”

공화련이 꼭두각시처럼 천제현의 말대로 곧장 경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막 몸을 일으키던 경호가 자신의 얼굴을 주먹에 들이댄 꼴이 되었다.

퍽!

코피가 솟구쳤다.

경호가 다시 한 번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게 아니에요!”

천제현은 엄한 스승 같이 근엄한 흉내를 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멍청하게 그러느냐! 힘을 쓰는 방식이 너무 분산되어 있노라! 정신을 하나로 모으고 몸의 안팎이 하나가 되어야 강한 힘을 폭발시킬 수 있느니라! 다시 한 번 더!”

바보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공화련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데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천제현의 임시 지도에 한 초식씩 달라지며 제법 그럴싸해지더니 마침내 공격에 능수능란해졌다.

경호는 점점 반격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불가사의했다.

천제현은 경호의 모든 약점을 가볍게 간파해서 공화련에게 일러주었다.

그는 지금 전투 경험이 전무한 공화련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지도를 받은 공화련은 경호가 반격할 틈새조차 없게 공격하고 있었다.

‘이게 사람인가 괴물인가!’

경현은 공포로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제현의 실력이 어떻든 통찰력은 최소 대가급이다.

‘안 돼!’

이렇게 싸우면 경호는 반드시 패배한다.

경현이 급히 일어났다.

“호야, 잡생각 하지 마라! 상동검(霜凍劍)으로 맞서!”

경호는 진작부터 분노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이 여인은 분명 실전 경험이 없는 애송이인데 자신을 궁지로 몰았다.

그의 얼굴은 공화련의 공격으로 인해 돼지처럼 퉁퉁 불어터져 있었다.

“제기랄!”

단검에 빛을 발하는 주문이 여러 개 떠올랐다.

마력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주 강한 무공이리라.

주문이 점멸하고, 단검으로부터 차디찬 기운이 퍼지면서 주위가 온통 서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방어력이 강한 게 뭐 대수야?”

경호가 부어오른 얼굴을 한껏 구기며 한기가 가득한 단검을 쥐고 말했다.

“내 상동검에 베이면 순식간에 얼음조각이 되지! 네가 어떻게 받아내는지 보겠어!”

공화련은 마음이 섬뜩했다.

‘경호에게는 역시 비장의 무기가 있었어. 저 검법은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상대하지!’

상동검에서 분출되는 힘이 점점 더 강해졌다.

경호의 부어오른 얼굴에 음험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저항하지 마. 나를 따른다면 네 지분은 건드리지 않고 계속 부회장 자리에 있게 해주지! 계속 저항한다면 당신 같이 아리따운 꽃이라도 꺾어 버릴 수밖에 없어!”

공화련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죽어도 너 같은 놈에게는 항복할 수 없어!”

“큰아가씨, 말씀 잘 하셨습니다!”

천제현이 덤덤히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을 믿으셔야 해요. 큰아가씨는 저놈보다 훨씬 강합니다. 저런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놈을 처리하세요!”

‘그래? 내가 저놈보다 강하다고?’

최근 실력이 너무 빨리 성장해서 공화련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천제현이 날 속일 리 없어! 내가 저놈보다 강하다고 했으니 분명 그럴 거야!’

공화련은 경직된 얼굴을 곧바로 펴고 편안한 표정으로 상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공화련의 얼굴에 당황이 사라지자 경호는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된 그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죽고 싶나 보군! 뜻대로 해주지!”

경호가 한기로 가득한 보검이 매섭게 휘둘렀다.

그러나 공화련의 몸 주위로 무수한 별빛이 솟구치더니 유리처럼 뭉쳤다.

살을 에는 날카로운 한기도 유리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이를 보고 천제현이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빨리 유리체를 응집시키다니. 큰아가씨가 성광불멸체를 제대로 연마하셨군!’

유리체 너머로 강렬한 별빛의 힘이 발산되었다.

캉!

단검이 그 자리에서 흔들리다가 산산조각 났다.

매개체를 잃은 서리의 힘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안 돼!”

경호가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서리의 힘은 경호의 몸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며 그를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허무한 패배였다.

둘의 경지에는 차이가 없었다.

공화련도 그와 똑같은 연체 9성 정점이다.

그러나 성광불멸체를 익혔기 때문에 경호는 그녀의 적수가 못 된 것이다..

무기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호야!”

경현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몹쓸 것들이 회장님을 해쳤다!”

쨍그랑!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이건 경현이 사전에 준비한 암호였다.

협상이 결렬되어 그가 찻잔을 깨뜨리면 근처에 매복한 병사들이 즉시 뛰쳐나와 천제현이 반응하기도 전에 재빨리 그를 생포하기로 했다.

‘이제 협상이 성공하기는 글렀으니 무력을 사용하여 해결해야겠어! 설마 100여 명이 넘는 정예병이 저놈들을 처리 못 하겠어?’

경현은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휙!

찻잔을 깨뜨려서 신호를 보내자 사방에서 얼음 화살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하하하, 일대일 대결에서 지니까 쪽수로 해보겠다는 건가?”

천제현이 방울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어! 멍청한 놈들,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우리 기적상회의 진짜 실력을 봐라!”

검은 도포를 걸친 열여덟 구의 강시가 광풍처럼 허공을 휩쓸었다.

순식간이었다.

그림자 열여덟 개가 육안으로 분별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

그러자 천제현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이 허공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천진상회의 병사들이 모두 놀라서 자리에 굳어 버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강시들은 화살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자 호랑이가 먹이를 사냥하듯 호위병들 틈으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악!”

“살려줘!”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경현은 벌벌 떨면서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시들은 모두 혼성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강시도 혼성 2성 이상이었다.

이들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호위병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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