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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17화 (116/729)

# 117

제117장 유성초 분지 인수

천제현이 몹시 흡족해했다.

천제현의 지식 축적량은 정말 풍부했다.

게다가 그의 지식은 몇 만 년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이를 사용하려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만약 이 세계에서 천제현의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을 하나 고르라면 그건 바로 공화련이다.

이 정령은 정말 대단했다.

천제현조차 질투를 느낄 정도였다.

이 일로 천제현은 공화련을 더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건 차치하고 공화련이 지닌 책의 정령 안에는 고대의 기억들이 담겨 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기억은 더 많이 각성할 것이다.

어쩌면 혼돈의 시대 기억까지 각성할 수도 있다.

천제현은 3만 년 앞선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공화련은 고대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이런 팀은 전무후무하다.

이 조합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공화련이 말했다.

"서련이의 경지가 우리보다 낮아서 연체 9성까지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며칠 차이일 뿐이에요! 전 곧바로 혼성 경지를 돌파해야겠어요!"

천제현이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이번에 가져온 약재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3개의 혼영과예요. 혼영과를 혼영단으로 조제하면 우리 모두 혼성 경지에 이를 수 있어요. 3개니까 한 사람 앞에 하나씩이에요."

혼영단을 만드는 약재는 모두 매우 귀했다.

그러나 주 약재인 혼영과 외에 다른 것들은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공화련이 혼영단을 만드는 보조 약재 명단을 열거하고 중주성 전 지역에서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약재들은 혼영과처럼 희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영약 반열에 오른 것들이라 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한 걸음, 딱 한 걸음이 모자랐다.

혼성단을 조제하면 천제현은 눈앞의 정체기를 확실히 뛰어넘어 모두가 존경하는 혼성술사로 발돋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면 정령이 완전히 깨어난다.

전투력도 10배 이상 폭등할 것이다.

이건 기적상회의 안정과 번영뿐만 아니라 천제현 개인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도 했다.

때문에 최대한 빨리 약재를 모아야 했다.

기적상회는 모든 힘을 총동원했다.

염천웅과 장립청은 모든 인맥을 동원했고 남궁의도 가문의 힘을 이용하여 약재를 수집했다.

사흘이 지나자 절반을 모을 수 있었다.

제법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천제현은 성에서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며칠의 여유는 또 다른 큰일을 완료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기적상회를 위하여 유성초 분지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유성초는 중요한 수련 재료였다.

유성초는 영약이 아니지만 생장주기가 길고 매우 까다로운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희귀한 약재에 속했다.

사용하는 족족 없어지니 일찍 재배지를 인수하면 유성초의 유실을 막을 수 있다

기적상회의 자금 상황은 분지를 인수하기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암시장에서 가져온 거금을 동원한다면 계약금을 치르기에는 충분했다.

천제현의 생각은 일단 분지를 계약하여 유성초의 소실을 막자는 것이었다.

천제현은 최종 기일 전에 잔액을 벌어 거래를 성사시킬 자신이 있었다.

재물은 원래 쓰라고 있는 것, 목표에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다.

더 강해지기 위한, 수련을 위한 수단이다.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

공화련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천제현은 일찍이 인수 계획을 제시했다.

그녀는 보름 전에 일에 착수하여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

유성초 분지는 천진상회라는 곳의 소유 재산이었다.

이 상회는 대형 상회로 중주성에서 사업을 하는 가문에 예속되어 있었다.

이 가문은 남하국 전역에서 전문적으로 각종 원자재를 취급하고 있어서 영향력이 상당히 높았다.

천진상회는 유성초를 꽤나 비싼 가격에 판매했는데, 유성초 분지 개발에는 무려 8년이나 걸렸으니 폭리를 취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유사한 약효를 지닌 약재가 많은 편이라 대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유성초는 다른 약재에 비해 저렴하지 않아서 판매량이 높지 않았다.

게다가 8년 동안 쉬지 않고 채취하느라 분지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즉 적절한 가격을 부르면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화련이 비밀리에 분지 인수 의향서를 보냈는데 회신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

1. 판매 협상에 동의한다.

2. 협상 시간은 3일 후로 한다.

3. 장소는 분지 근처의 장음진(藏音镇)으로 하며 기적상회의 회장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천진상회의 빠른 답변에 두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든 천제현은 당장 할 일이 없으니 이번 협상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장음진은 천남성에서 6백 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인구는 십여 만 명이라 규모가 강시협곡 근처의 흑석진과 비슷했다.

그러나 장음진은 자재가 경유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마을 주변에 여러 자재 생산지가 분포하고 있었다.

그중 유성초 분지는 평범한 자재 생산지에 속했다.

공화련은 지형과 상대 상회의 배경에 대해 조사를 거쳐 만남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천제현과 함께 협상 장소로 이동했다.

***

협상 당일.

태양이 하늘 높이 떴다.

청동만우차가 위풍당당하게 널찍한 길을 지나자 길가의 행인들이 모두 물러나며 길을 양보했다.

검은 도포를 걸친 열여덟 명의 사람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마수차 뒤를 따랐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따라가는 모습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도 느껴졌다.

"멈춰! 잠시 쉬자꾸나."

청동만우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푸른 옷을 차려입은 천제현이 차 안에서 내린 후 고개를 돌려 공손한 동작을 취했다.

공화련이 따라 내렸다.

그녀는 눈처럼 흰 옷을 걸치고 있었다.

정성껏 빗질한 까만 머리카락에 백옥처럼 윤기 나는 뺨이 살짝 발그레했다.

이때 부드러운 미풍이 불어왔다.

공화련의 하얀 치마가 나부끼며 순백의 매혹적인 다리가 은근히 드러났다.

바람에 머리칼이 얼굴에 드리워지자 섬섬옥수로 쓸어 넘기는 모습이 아찔하게 아름다웠다.

천제현은 순간 넋을 잃고 공화련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공화련도 천제현의 눈빛을 못 본 척하며 촉촉한 눈동자로 전방을 훑어보았다.

"이곳은……."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분지의 위쪽이었다.

공화련이 멀찌감치 바라보니 시야가 몹시 광활했다.

전방이 바로 분지의 초원이었다.

눈으로 측정해 보니 직경이 약 20리 정도 되어 보였다.

안은 매우 평온하고 드넓은 평원이었다.

사방에서는 흰 천 같이 아름다운 폭포가 분지를 향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안개가 피어나서 더욱 신비로웠다.

백학과 사슴들의 그림자가 여기저기 보이는 게 마치 무릉도원 같았다.

분지의 수원은 풍족했다.

구불구불한 하천이 몇 줄기 있었고 길게 자란 풀들로 가득했다.

중앙 쪽에 쌓은 담이 있었는데 그 안이 개간이 된 밭으로 유성초가 생산되는 곳 같았다.

천제현이 공화련을 쳐다봤다.

갑자기 이 여인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열여섯의 나이에 위기 속에서 가문의 상회를 떠맡았다.

가장 순수한 나이에 그녀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보며 매일 비열한 음모와 맞서야 했다.

하루도 편히 잘 수 없었고 한 번도 제대로 인생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공화련이 얼굴을 돌렸다.

"뭘 봐?"

천제현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큰아가씨는 웃는 게 예뻐요. 그러니 많이 웃으세요."

공화련의 얼굴이 빨개지며 웃음도 굳어 버렸다.

그녀가 다시 딱딱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렇게 경박하게 굴면 화낼 거야. 내가 서련이처럼 쉽게 넘어갈 줄 알아?"

천제현은 갑자기 쑥스러웠다.

‘이 여자는 정말 산통 다 깬다니까. 칭찬 몇 마디 했다고 경박하다니?’

여우가 천제현의 어깨 위에 앉아 얼굴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감히 날 비웃어? 맞아야겠어!"

여우가 순식간에 연기처럼 공화련의 어깨 위로 뛰어가 두 발톱과 혀를 내밀고 놀리는 표정을 지었다.

“나쁜 놈! 널 먹이고 키우는 건 나라고! 이제 주인은 더 안중에도 없군!”

화가 난 천제현이 여우를 혼내주려고 다가가자 공화련이 눈을 부릅떴다.

"뭐하는 거야? 사내대장부가 어린 동물에게 분풀이를 하다니. 정말 교양 없다!"

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촉촉한 눈에서 눈물을 쥐어짜면서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고 했다.

"큰아가씨!"

천제현이 교활한 여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이놈이 어린 동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놈이 하루에 먹는 먹이 값이면 우리가 한 달을 수련할 수 있다고요! 이놈 때문에 빈털터리가 될 지경이에요!"

사실 공화련도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냐도 알아보고 있었다.

여우의 외모가 귀엽고 깜찍하지만 사실 평범한 영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영수가 지능이 아무리 높다 해도 어떻게 이 여우처럼 사람과 교감할 수 있을까?

전설 속의 용족이라 해도 막 태어났을 때는 이렇게 영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여우는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공화련이 여우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우는 얌전히 머리를 더 갖다 대며 얌전하게 굴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공화련은 여우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여우 괴롭히지 마!"

천제현은 억울했다.

이렇게 교활한 놈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자 이제 다시 출발하자."

공화련이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협상에 늦을 수는 없지."

여우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천제현의 어깨로 돌아왔다.

청동만우차가 다시 무거운 차를 끌며 천천히 마을로 향했다.

차가 쉴 새 없이 덜컹거리는 가운데 공화련은 다시 협상 생각에 잠겼다.

분위기가 다소 경직되자 천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큰아가씨, 장음진의 장음이라는 글자에 대한 유래를 아시나요?"

"내가 어떻게 알아?"

공화련이 조금 어리둥절해 하자 천제현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음진 근처의 산에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대요. 예를 들어 갑자기 천군만마가 달리는 소리가 난다든지, 혹은 갑자기 난폭한 마수의 포효가 들린대요. 때로는 사람의 말도 들린다고 해요. 괴이한 일이 많이 발생하긴 하지만 위험하지 않아서 장음진이라고 부른대요. 소리가 숨겨진 곳이란 뜻이에요."

공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은 말을 이었다.

"예전에 많은 학자들이 와서 조사를 통해 원인을 얼추 밝혔대요. 여기에는 매우 특수한 광석이 있어요. 그 광석은 음성을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지요. 그 광석이 채굴되면서 진법사들이 환각진을 사용할 때 그 약재를 자주 사용하는데 값이 그렇게 비싸진 않대요."

천제현이 신비로운 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그 돌은 환각진을 펼칠 때에만 쓰이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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