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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16화 (115/729)

# 116

제116장 천서 정령

천제현이 남궁혜를 보낸 건 남궁의를 돕기 위함이라기보다 기적상회의 발전을 위해서였다.

기적상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언제까지고 천남성에 머물러선 안 된다.

반드시 중주성으로 진출해야 한다.

남궁혜가 떠났으니 일손이 줄어든 공서련은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기적상회의 두 번째 마력 식당인 혜중비경과 세 번째 식당인 기적레스토랑은 개업 준비를 마쳤다.

기적상회는 약품과 부적을 전면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또한 성주는 ‘성 전체 가로등 설치‘계획을 통해 천남성의 주요 거리와 광장 등의 공공장소에 거액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마력등을 대대적으로 설치하여 천남성을 불야성의 도시로 만들고자했다.

이로 인해 기적상회는 비약적인 발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모든 명예와 재물, 권력은 실력에서 비롯된다.

실력이 없으면 모두 신기루일 뿐 언제라도 사라지거나 빼앗길 수 있다.

반대로 실력만 있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양씨 가문과 천씨 가문, 낙씨 가문이 언제라도 천남성에서 재기할 수 있었다.

세 가문의 세력은 머리 위에 매달린 칼처럼 위협적이다.

천제현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혼성 경지로 반드시 올라서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을 지키고 남궁 가문의 고문 자격을 얻어 기적상회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요 며칠 천제현은 암시장에서 가져온 대량의 1급 영약을 전부 단약으로 만들어 공화련 자매에게 보냈다.

공화련과 공서련이 연체 9성 정점에 오르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그렇러면 천제현은?

그는 암시장에서 성공리에 연체 9성을 돌파했다.

또한 고묘 모험에서 여러 번 위험한 전투를 겪으며 천년정원초를 수차례 복용하여 마력이 대폭 증가했다.

따라서 폐관 수련 며칠로 가볍게 연체 9성 정점에 올라섰다.

전 과정이 별다른 문제없이 아주 순조로웠다.

그런 그에게 1급 영약은 별 의미가 없었다.

천제현은 또 유성초를 무려 10,000인분을 준비하여 성광불멸체를 미친 듯이 연마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암시장을 다녀오면서 성광불멸체는 천제현의 목숨을 여러 번 구했다.

또한 여러 번 사용해서 그런지 천제현은 성광불멸체에 더욱 숙달되었다.

이 상태에 유성초 만 인분을 쏟아부었다.

그리하여 성광불멸체 경지는 큰 진전을 보이며 정식으로 소성에 이르렀다.

일부러 힘을 모을 필요 없이 아무 때나 유리체를 뿜어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혼성 경지에 이른 고수가 아니라면 누가 공격을 해도 마력이 소진되기 전엔 털 한 오라기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마력이 올라갔고, 무공의 경지도 올랐다.

천제현의 총체적인 실력이 대폭 성장했다.

그는 알몸으로 수정관 안에서 일어나 팔을 움직여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무공을 수련하면서 체질이 많이 좋아졌어.

앙앙!

여우가 천제현의 알몸을 보고 두 발톱으로 눈을 가리며 불만스럽게 짖었다.

"이런, 왜 이렇게 부끄러워 해? 여우 주제에. 설마 너 암컷이니?"

여우가 한 달음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여우는 창가까지 물러나며 매우 언짢아했다.

‘이렇게 오래 괴롭혀놓고 내 성별도 아직 모르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주인이 있지?’

낑!

여우가 콧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돌렸다.

천제현은 여우를 한 번 째려본 후 옷을 대충 걸치고 강시 내단을 한 알 꺼내 가볍게 던졌다.

여우가 눈을 반짝거렸다.

휙!

여우가 창가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쏜살같이 허공을 헤치고 강시 내단을 잡아서 천제현의 어깨에 안착한 후 맛있게 깨물어먹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손가락으로 여우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정말 네가 무슨 품종인지 모르겠다. 까다롭게 비싼 거 아니면 안 먹는다니까!"

여우가 고개를 들고 콧방귀를 뀌었다.

‘평범한 영수는 먹고 싶어도 이렇게 많이 못 먹는다고! 나 정도 되는 최고의 영수에게나 이런 능력이 있지! 복에 겨운 줄도 몰라. 날 기르는 건 네 복이야!’

천제현은 여우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우스웠다.

어쨌든 여우의 지능은 사람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데다 감응 능력까지 있다.

그러나 천제현은 딱딱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내 탓 하지 마. 강시 내단은 이것밖에 안 남았으니 다 떨어지면 못 먹어."

여우는 당황하지 않고 휙 소리를 내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천제현의 허리춤이 가벼워졌다.

여우는 어느새 천제현의 허리에 매여 있던 자루를 낚아채 창가로 이동해있었다.

빛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발로 자루를 가볍게 던지자 안에 있던 마석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여우가 발톱으로 마석을 쥐었다.

툭!

마석 몇 개가 탁자로 떨어졌다.

여우가 빛나는 마석을 밟으며 발톱으로 마석을 가리키다가 다시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자신의 양식을 사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감히 내 돈을 훔쳐?"

천제현이 몹시 화를 냈다.

"내가 무슨 자선사업가인 줄 알고 있어! 잘 들어. 내게 능력을 보여. 나 천제현은 쓸모없는 애완동물 따윈 안 키워."

여우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에게 엉덩이를 들이밀며 가소롭다는 듯이 폭신폭신한 꼬리를 흔들었다.

‘이 자식은 대체 뭐야? 이렇게 귀신같이 마음을 읽다니!’

천제현이 고개를 저으며 유명검을 꺼내들고 정원으로 나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천제현의 방어력은 이미 충분히 강했다.

그러나 공력력은 아직 부족했다.

유명염화검은 매우 강한 검법으로 천제현은 소성 상태까지 연마할 수 있으면 실력이 두 배로 뛸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검결에 따라 연속 네다섯 번 연습을 해도 뭔가 빠진 것처럼 느낌이 오지 않았다.

‘뭐가 빠진 걸까?’

천제현이 고심하고 있었다.

끼잉!

눈처럼 흰 여우가 창가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비웃기 시작했다.

마치 천제현이 너무 멍청하다고 놀리는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축생이! 감히 날 비웃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여우는 발톱으로 푸르스름한 구슬을 움켜쥐고 있었다.

여우가 구슬을 정원에 있는 천제현에게 힘껏 던졌다.

여우는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힘도 셌다.

푸르스름한 구슬이 유성처럼 천제현 앞에 떨어졌다.

천제현이 손을 뻗어 잡자 유명화의 불씨가 순식간에 여우의 뜻을 알아차리고 유명검 깨웠다.

유명염화검결과 유명검만으로는 부족했다.

유명화야말로 검법의 관건이었다.

여우는 자신이 큰 공을 세웠다고 여겼는지 바람처럼 빠르게 천제현의 어깨로 뛰어올라 당당하게 한쪽 발을 내밀었다.

"좀 아껴 먹어! 이렇게 먹으면 나 너 못 키워!"

여우는 발톱으로 강시 내단을 움켜쥐고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은근한 위압감이 큰아가씨의 처소에서 퍼져 나왔다.

천제현이 기쁜 기색을 보였다.

공화련은 그의 도움으로 며칠 동안 많은 양의 단약을 복용했다.

드디어 순조롭게 혼성 경지를 돌파한 것일까?

현묘하면서도 심오한 힘이 허공에 퍼졌다.

정령이 나타나려는 움직임이었다.

‘정령이 태어난다!’

천제현은 몹시 기뻐하며 자세히 알아보려 곧장 큰아가씨의 처소로 달려갔다.

공화련은 마침 수련을 마치고 순조롭게 연체 9성을 돌파하여 정령을 탄생시킨 상태였다.

다만 몹시 이상한 게 그녀의 정령은 두꺼운 책이었다.

‘책이 정령이라니, 미래에도 아주 드문 일인데!’

천제현이 공화련에게 물었다.

"몸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 같나요?"

공화련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 변화도 없어!"

천제현이 다시 물었다.

"어떤 부분의 능력이 증대된 것 같지 않으세요?"

공화련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검의 정령을 깨웠다면 검법의 위력이 증가하는데 책의 정령은 뭐란 말인가?

책을 들고 전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화련은 이 정령이 실력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천제현은 그 사실에 몹시 실망했다.

이건 아무 쓸모없는 정령인 듯했다.

‘전투에 전혀 쓸모가 없잖아!’

정령이 있지만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쓸모없는 정령이 아니고 뭔가?

하지만 천제현은 고개를 털며 생각을 바꿨다.

"아니야. 모든 정령은 존재의 의의가 있어요. 아가씨의 정령은 결코 쓸모없는 정령이 아니에요!"

천제현이 곰곰이 기억을 더듬다가 누군가를 생각해냈다.

"설마……."

공화련은 계속 멍한 상태였다.

천제현이 종이에 큼지막한 글자를 삐뚤빼뚤하게 쓴 다음 공화련에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쓰인 글자를 읽어보세요!"

"천, 제, 현, 사, 랑, 해!"

"뭐야 이게!"

공화련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바로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아름다운 얼굴을 붉히며 고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

"감히 날 놀려?"

"놀린 거 아니에요."

천제현이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다시 자세히 보세요!"

공화련은 종이에 쓴 글자를 보고 다시 멍해졌다.

"이게 무슨 글자야? 이런 글자는 처음인데…… 이상하네. 내가 어떻게 이 글자를 읽을 수 있었지?"

"당연히 처음 보셨겠죠!"

천제현이 종이를 구기며 말했다.

"이건 고대 정령의 문자예요."

공화련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고대 정령의 문자를 그녀가 어떻게 읽었을까?

천제현이 말을 이었다.

"아가씨가 방금 뱉은 말도 지금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고대 정령의 언어에요!"

공화련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방금 뱉은 말이 분명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몹시 낯선 언어였는데 이 이상한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마치 영혼에 새겨진 것처럼 반사되어 튀어나왔다.

"아가씨의 정령은 천서(天書) 정령이에요! 책의 정령이죠! 그건 몹시 특수한 정령이에요. 정령은 아주 많은 고대의 기억을 담고 있죠. 정령이 강해질수록 고대의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할 겁니다. 아가씨의 정령은 힘을 주지는 못하지만 무수한 현자들이 꿈속에 그리는…… 지식을 가져다줘요!"

천제현은 실험을 한 번 더했다.

그가 아무 책이나 꺼내 공화련의 앞에 펼쳤다.

한 장당 약 4~5초 만을 보여주었다.

천제현이 무작위로 골라 몇 쪽 몇 줄의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공화련은 자신이 뭘 본지도 모르는데도 완벽히 외우고 있는 것처럼 질문에 대답했다.

‘역시나!’

공화련이 지닌 것은 전투 유형의 정령이 아니었다.

이건 매우 드문 지혜 유형의 정령이었다.

천제현의 주 정령에도 강력한 기억력이 내제되어 있어서 그는 한번 본 일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공화련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였다.

공화련은 천제현이 펼친 책을 대충 흝어봤을 뿐이다.

자신이 뭘 봤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책의 정령이 모든 것을 기억했다가 지식이 필요할 때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려줬다.

즉, 한마디로 공화련은 하늘이 내린 학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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