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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13화 (112/729)

# 113

제113장 암우개가 베푼 것들(2)

운천학이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부릅떴다.

“고금을 통틀어 처음 보는 방법입니다. 절묘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사내가 몹시 놀란 듯했다.

“그 말씀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까?”

운천학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이 늙은이의 경험에 따르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실패한다고 해도 이 조제법은 인체에 완전히 무해합니다. 다만 조제에 필요한 약재 하나가 남하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혈수영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풍채향이 수정 약탕기를 가져왔다.

“그자가 떠나기 전에 혈수영지를 주었어요!”

운천학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이…… 이게 어떻게 이 약재를 찾으셨나요? 아가씨, 실례지만 이 조제법을 준 고수는 대체 누굽니까?”

풍채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으시죠? 아닌가요?”

“설마, 그…… 그자가 암우개라는 인물입니까?”

운천학은 물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믿기 힘들었다.

천하에 어떻게 이렇게 공포스러운 인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맞아요! 암우개에요!”

운천학은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 또 그자란 말인가?’

운요를 도와 무공의 결함을 보완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풍채향의 체질 문제까지 해결하다니,

‘이 세상에 그자가 못할 일이 있단 말인가?’

중년 사내는 무척 놀란 듯했다.

“아니, 그 고수를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그자는 제 가문의 은인입니다!”

운천학이 자초지종을 간단히 설명했다.

중년 사내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중주에 운 어르신보다 박학다식한 사람이 있습니까?”

운천학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늙은이도 한때 학식이 깊다 여겼으나 오늘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중년 사내는 딸의 이야기에서 이미 그 기인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암우개? 아무개? 아마도 가명일 것이다! 심지어 얼굴까지 변실술로 바꿨을지 모른다!’

딸인 채향도 변신술을 사용할 줄 아는데 그런 기인이라고 못하겠는가.

딸의 이야기로 보면 그자는 대략 열여덟 살 정도에 성격이 오만하고 얽매임이 없다.

유명검을 지니고 있으며 하얀 여우를 애완동물로 기른다.

정보가 많진 않았으나 사람을 찾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사내가 지닌 권력과 능력이라면 전혀 문제 없었다.

‘딸을 고칠 수 있다면 그자에게 큰 신세를 지는 것이다.’

운천학은 조제법을 다시 한 번 보며 외쳤다.

“시작하겠습니다!”

운천학과 중년 사내가 약을 모아 처방에 따라 풍채향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

하루 후.

쾅!

아름다운 무요곡에 갑자기 세찬 바람이 일며 구름이 흩어졌다.

거센 기운이 하늘로 솟구치며 구름을 뚫고 한 마리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푸른 난새가 되었다.

“경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푸른 난새의 정령은 신선급으로 신급 정령 바로 아래입니다!”

운천학이 골짜기 입구에 서서 흥분한 얼굴로 옆에 있는 중년 사내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표정이 없던 중년 사내가 처음으로 하늘을 보며 크게 웃었다.

‘너무 좋구나! 정말 너무 좋아!’

평범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딸의 운명이 이제부터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는 대량의 공력과 영약을 강제적으로 딸의 체내에 주입해왔다.

그리하여 딸은 가까스로 연체 9성에 도달했다.

게다가 이번에 절맥 치료를 마친 후 체내에 쌓인 마력이 전부 흡수되면서 풍채향의 실력은 순식간에 혼성 2성으로 올라섰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중년 사내가 손을 휘둘렀다.

“채향이가 며칠 폐관수련을 해야 하니 오늘부터 골짜기를 봉쇄한다. 골짜기에 접근하면 그게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조리 죽여라!”

목소리에는 무서운 위력이 실려 있었다.

그림자 몇 개가 중년 사내의 등 뒤에서 사라졌다.

중년 사내가 운천학에게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기쁜 건 오랜만입니다. 갑시다. 한 잔 해야지요!”

운천학도 몹시 기뻤다.

눈앞의 대단한 인물에게 도와주어 그에게 빚을 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로 운씨 가문은 큰 수확을 거뒀다.

운천학이 짊어진 짐이 드디어 가벼워졌다.

그는 사명을 완수했다.

죽더라도 선조에게 부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건 한 외부인이 이뤄낸 것이었다..

“나리!”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골짜기 입구에 나타났다.

중년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소식에 따르면 천남성에 난리가 난 것 같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자가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

중년 사내가 소식을 듣고 다소 놀라며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 성의 백성들도 아는가?”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고개를 저었다.

“소식이 완전히 퍼진 건 아닙니다. 각 가문에서도 아직 모릅니다. 천씨 가문과 양씨 가문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무도 부자는 최근 남부지방에서 유적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빨라도 며칠은 지나야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검공자 천성하는 폐관 수련 중이라 천씨 가문에서도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중년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모른 척 하자꾸나!”

“예!”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곧바로 물러갔다.

“천남성에서 양웅을 죽인 자가 설마…….”

중년 사내가 몇 초간 깊이 생각하더니 뭔가 깨달은 듯 눈빛을 반짝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갑시다. 한 잔 해야지요!”

양웅이 죽었다.

몇 명의 장로도 마력을 잃었다.

천남성 양씨 가문의 용병 세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천제현의 힘이 두 가문이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두 세도가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렀다.

양씨 가문의 주력군은 중주성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천제현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남궁의의 지원 요청 소식 역시 왕성에 도달했다.

왕성에서 중주성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양씨 가문과 천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천제현을 겨냥한 행동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흑랑용병단이 철수 계획을 선포했다.

양씨 가문은 천남성에서 십 수 년 동안 용병 사업을 독점했었다.

또한 흑수상회를 지원하여 부적 시장을 장악하고 이장운과 연합하여 약품 시장을 지배해왔다.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매년 수천만 냥의 금화를 벌어들였다.

이렇게 큰 떡을 이제 포기해야만 했다.

물론 가문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 여파는 한참 동안 갈 것이다.

게다가 천남성의 여론조차 양씨 가문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양씨 가문 용병이 여러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공씨 가문 같은 피해자가 여럿 발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양씨 가문 위세에 눌려 감히 울분을 표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소년이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 양씨 가문의 면상에 강력한 따귀를 날렸다.

덕분에 천제현의 위상만 높아졌고, 성의 백성들이 모두 기쁨을 만끽하며 명절보다 더 즐거워했다.

***

천남성, 성주 저택의 화원.

푸른 나무가 우거지고 온갖 꽃이 자태를 뽐냈다.

어여쁜 시녀들이 나무를 정비하고 있었다.

미풍이 불어오자 거울 같은 인공 호수 수면에 파문이 일며 반짝거리는 게 무척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정자에서 젊은이와 중년 사내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십수 명의 사람이 조각처럼 주위에 서 있었다.

탁!

천제현이 바둑돌을 놓았다.

“성주 나리, 또 지셨는데요!”

새끼 여우가 나른하게 어깨에 앉아 졸다가 앞발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남궁의가 바둑판을 보며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장탄식을 뱉었다.

“자네의 바둑은 때로는 기세등등하고 때로는 민첩하고 우아하며 때로는 거칠고 직선적이며 때로는 변화무쌍하네.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어!”

천제현은 남궁의의 감탄에 피식 웃었다.

‘나와 대국을 하겠다고? 몇 백 년 더 살고 도전하시지!’

남궁의가 바둑돌을 거두면서 말했다.

“인생은 바둑과 같네. 한 수만 잘못 둬도 다 잃게 돼. 아주 신중해야 하네.”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양웅이야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으니 응분의 벌을 받은 셈이다.

그보다는 천제현에게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한 발짝만 잘못 걸어도 그동안 쌓아올린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운명의 신이 기수지요. 천지를 바둑판 삼고 사람을 바둑돌 삼아 형세를 살피는 게 뭐 어떻습니까? 하늘의 뜻을 따르기는 쉬워도 거스르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천제현도 바둑돌을 정리하며 천천히 말했다.

“바둑판 안에 있으면 기수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바둑판을 벗어나 기수가 되기 전까지는요.”

남궁의는 속으로 뜨끔했다.

아무렇게나 한 말 같았지만 그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이 소년은 겉보기처럼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마도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천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바둑판을 벗어나 기수가 되어 숙명과 대국을 벌이겠다고?

웃기는 소리. 흥망성쇠와 생사는 운명에 달린 것이다.

세기를 초월하는 재능이 있다 해도 운명을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죽는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자!”

천제현이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신이 나서 말했다.

“한판 더 두죠.”

“내가 먼저 둠세.”

남궁의가 사양 않고 첫 수를 두며 말했다.

“기적상회가 한창 바쁠 때인데 아무 이유 없이 바둑을 두러 온 건 아니겠지. 말해 보게. 무슨 일인지.”

남궁의는 제법 눈치가 빨랐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천제현이 기지개를 펴며 유쾌하게 말했다.

“기적상회가 아무리 바빠도 큰아가씨와 성주님의 따님이 있지 않습니까? 방금 전 양웅을 처치해서 마음속의 큰 짐을 덜었어요. 몸과 마음이 아주 상쾌하니 이렇게 며칠 조용히 쉬어야지요. 아시잖아요. 저 부담이 크다고요!”

“부담이 크다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허나 양씨 가문과 천씨 가문을 물로 보지 말게. 두 가문에 큰 손실을 안겼는데 저들이 가만히 있겠나?”

“성주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남궁의가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

“이미 계획이 있으면서 왜 묻나?”

“역시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그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제현이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천남성에서야 성주님께서 절 지켜주실 수 있지만 중주성의 가문들을 상대하려면 더 큰 가문이 절 비호해야 합니다.”

바둑돌을 쥔 남궁의의 손이 떨렸다.

‘이놈이 남궁 가문의 세력을 빌리려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잘 되었군. 이번 기회에 이자를 끌어들인다면 가문을 위해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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