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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12화 (111/729)

# 112

제112장 암우개가 베푼 것들

운요는 할아버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분명 꾸지람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뇌광을 손바닥에 모아 벼락 같이 운천학에게 날렸다.

“할아버지, 받으세요!”

“건방지구나!”

운천학은 손녀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바로 맞받아쳤다.

이번 기회에 손녀에게 혼쭐을 내줄 참이었다.

쾅!

뇌광이 사방으로 퍼지며 거센 힘이 엄습해왔다.

운천학이 힘에 밀려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아니! 분명 혼성 4성에 가까운 힘을 썼는데 어째서 밀린 거지?’

이 순간 오랫동안 잠잠하던 피와 흥분아 끓어올랐다.

운천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너, 해냈구나!”

“이게 뭔지 보세요!”

운요가 남보라색 구슬을 꺼냈다.

막강한 힘이 구슬 안에 담겨 있다가 갑자기 거대한 번개의 창이 되어 앞에 서 있는 운천학에게 날아왔다.

‘엄청난 힘이다!’

운요가 구슬의 힘을 빌려 공격하니 파괴력이 몇 배나 상승했다.

운천학이 다시금 아연실색하며 물었다.

“뇌령주로구나. 어디서 난 게냐!”

믿을 수 없었다.

며칠 집을 나가 있는 동안 운요는 실력이 급성장한데다가 귀한 보물인 뇌령주까지 손에 넣어 돌아왔다.

지금의 운요는 혼성 4성의 실력을 지녔다.

여기에 강력한 뇌령주까지 있으니 다른 3대 공자와 겨뤄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운천학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운요가 그동안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혼자서 만시고묘에 탐험하러 가서 유명전에 들어갔다가 만관절벽에 돌진하고 심지어 강시왕전까지 들어간 사실.

그리고 귀왕을 물리치고 양곤과 싸웠으며 하마터면 강시왕과 마주친 사실까지.

모두 죽기 딱 좋은 위험한 행동이었다.

사실 그 신비로운 소년을 만나지 못했다면 운요는 벌써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운천학이 몹시 놀랐다.

“중주성에 언제 그런 괴물같은 소년이 나타났단 말이냐? 그리고 네 마력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상승했지?”

“암우개가 무공을 개량해줘서 그래요!”

운요가 의기양양한 기세로 말했다.

“그 아이가 개량해준 대로 연마하니 예전에 막혔던 부분이 탁 뚫리면서 가볍게 뛰어넘게 됐어요!”

“뭐라고?”

운천학의 늙은 심장이 가슴 밖으로 뛰어나올 뻔했다.

“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무공을 고치는 게 애들 장난이냐? 하나라도 잘못되면 목숨이 위태로워져!”

운천학이 어떤 인물인가?

중주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무공의 대가였다.

운천학이 꼬박 5년을 들여도 성공하지 못한 무공 개량을 낯선 소년이 해내다니?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운요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못 믿겠으면 제가 보여드릴게요!”

운천학이 정신을 집중하고 운요의 무공 시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의심에서 놀람, 도취, 흥분으로 바뀌었다.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져 몸 안에서 터져 버릴 지경이었다.

‘이게 어떻게 개량이란 말인가? 이건 그야말로 한골탈태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무공이야!’

이전 분뢰결이 고급 무공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분뢰결은 절정의 무공이었다.

최소 남하국에서 최정상급 무공으로 남궁 가문의 분천공과 황족인 동방 가문의 호기결에 뒤지지 않았다.

분뢰결은 제국의 3대 무공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걸 운천학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늘이 우리 운씨 가문을 돕는구나!”

운천학은 눈물범벅이 되어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우리 가문은 더욱 흥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대체 암우개라는 놈은 누구인가?’

이 얼마나 괴상한 이름인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운요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하고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무공을 개량해주었다.

암우개가 대수롭지 않게 베푼 은혜가 운씨 가문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운천학이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장 오싹한 점은 그 암우개라는 자가 열여덟도 안 되는 애송이라는 것이었다.

열여덟 살도 채 안 된 소년이 단기필마로 만시고묘에 들어가 무시무시한 강시왕의 손에서 운요의 목숨을 구했다.

운요를 구하기 위하여 진귀하기 그지없는 생생조화단을 아끼지 않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생생조화단은 급이 높은 혼성술사의 목숨도 지켜줄 수 있는 특효약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데 암우개라는 자는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운천학이 얼른 물었다.

“그자를 중주성에 데리고 왔느냐? 내 친히 가서 인사를 해야겠다. 네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일 뿐만 아니라 우리 운씨 가문의 은인이기도 하다!”

운천학은 중주학당의 부원장이자 운문의 문주이다.

중주성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와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남하국의 많은 학자들이 가산을 탕진해가면서 그의 조언 한 마디를 듣고자했다.

그런데 이런 태산북두 같은 인물이 무명의 소년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니?

운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는 성격이 좀 이상해요. 완전히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일을 처리해요. 심지어 우리 무공을 개량해 준 것도 즉흥적인 행동이었어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붙잡겠어요?”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정말 환장하겠군!’

운천학이 꼬박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즉흥적으로 해내다니.

그 소년은 즉흥적으로 운씨 가문을 구한 것이었다.

운천학이 다급히 물었다.

“널 구해주고 무공을 개량해 준 걸 보니 너와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구나. 네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니냐? 어쨌든 연락을 할 방법은 있겠지. 그자가 어디 사느냐?”

“할아버지!”

운요가 얼굴을 붉혔다.

“오해 마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 사람의 행동은 보편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어요! 사이도 전혀 좋지 않아요. 원한까지 샀다고요!”

“원한을 샀다고?”

“제가…… 그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요!”

운요는 어쩔 수 없이 고묘에 들어가기 전의 일과 고묘에서 소년과 대치한 일, 소년을 미끼로 쓰려했던 일을 전부 낱낱이 털어놨다.

“맙소사!”

피를 뿜을 뻔한 운천학이 호통쳤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게냐! 그런 기재에게 이리 오만불손하게 굴다니! 가문의 불운이도다! 가문의 불운이야!”

운요가 눈을 부릅뜨고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그 소년이 기재인지 누가 알았겠어요? 얼굴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 사람은 생긴 게…… 생긴 게 어떤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너무 평범하게 생겼다구요! 어떻게 봐도 촌뜨기였어요!”

운천학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요의 말을 들어보니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운요가 이런 성격으로 자란 것은 운씨 가문이 제대로 키우지 못한 까닭이었다.

강하다고 약자를 괴롭히다가 결국 그토록 비범한 기재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운천학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암우개라는 자는 원한을 갚지 않았다.

게다가 어쩌면 그에게 하찮은 일일 수도 있으나 운씨 가문에는 하늘같은 은혜를 주었다.

명예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얽매임이 없는 게 진정한 대인배의 풍모였다.

운천학은 속으로 맹세했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모든 노력을 다해 그 소년을 찾아낼 것이다!’

운천학이 상황을 다 파악했을 때였다.

집사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나리, 서신이 왔습니다!”

“보지 않겠다!”

운천학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서신을 볼 기분이 아니었다.

그가 짜증스럽게 손을 저었다.

“물러가거라.”

집사가 땀을 뻘뻘 흘렸다.

“그렇지만…… 무요곡에서 온 건데…….”

운천학이 미간을 찌푸리고 서신을 받아 보더니 안색이 삽시간에 변하여 황급히 운요에게 말했다.

“밖에 다녀와야겠다. 일단 좀 가서 쉬어라. 요 며칠 일어났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운천학이 분부를 마치고 바로 마차에 올랐다.

저택에서 곧장 성을 빠져나와 수십 리 밖의 외진 산골짜기에 도착했다.

골짜기 외부는 별것 없이 평범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니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온갖 꽃이 피어있었다.

또한 사방에 진귀한 약초가 가득하고 기이한 짐승들의 종적이 널려 있었다.

운천학은 이런 경치를 감상할 틈도 없이 곧바로 골짜기 가운데의 한 초가집으로 가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운천학, 제후를 뵙습니다!”

“어르신,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초가집 안에서 소탈하고 격조 있는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건장한 사내가 걸어 나와 공손하면서도 흥분한 눈길로 운천학을 쳐다봤다.

“소인은 항호라 합니다. 제후께서 새로 거둬주신 기명 제자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제후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되다니, 이 젊은 친구는 복도 많군!’

항호의 안내를 따라 운천학은 초가집 안으로 들어갔다.

초가집 내부는 무척 단출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면, 아름다운 칠현금이 가운데 조용히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도포를 느슨하게 걸치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소박한 차림새의 사내가 칠현금 앞에 앉아 있었다.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소탈하며 고아한 군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운천학이 공손하게 자리에 앉았다.

“급히 저를 찾으셨는데 설마…….”

“물론 향이 일 때문입니다.”

사내가 온화하게 웃었다.

“숨어서 뭘 하는 게냐. 어서 나와 어르신께 인사드리렴.”

색동옷을 입은 여인이 사뿐사뿐 나왔다.

눈썹은 그림 같고 피부는 눈처럼 희었다.

아리따운 얼굴을 면사포로 가리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풍채향, 운 어르신을 뵙습니다.”

고요하고 온화한 음성은 마치 골짜기에서 날아오는 난향처럼 기분 좋았다.

운천학이 눈처럼 하얀 수염을 쓰다듬었다.

“정말 부럽습니다. 채향이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군요. 다만…… 아!”

운천학이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중주성에서는 다 알고 있었다.

풍채향은 맥인 끊어진 몸이라 선천적으로 무공을 연마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박학다식한 운천학이라 할지라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오늘 제후가 나를 부른 건 무슨 일 때문일까?’

사내가 양피지 한 두름을 건넸다.

“최근 채향이 암시장에 갔다가 신비한 고수를 만났습니다. 그자가 채향이에게 처방을 써주었는데 어르신이 한 번 봐주십시오.”

운천학이 처방을 받아 살펴보았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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