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
제111장 운씨 가문
양씨와 천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강시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모두 반격은커녕 울부짖기 바빴다.
“마력을 폐해버려!”
천제현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강시가 시독 장풍을 혼성술사들의 복부에 날려 마력을 폐해버렸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떡 벌렸다.
누구도 이렇게 일방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천제현이 검은 옷차림의 부하 열여덟 명에게 명령을 내리자 양씨와 천씨 두 가문의 고수들이 반격도 못하고 당했다.
너무 일방적이라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혼성 경지의 고수 십여 명의 마력을 폐하다니?’
이 소식이 전해지면 중주가 뒤집힐 것이다.
“양웅 놈아!”
천제현이 검을 들고 양웅을 가리켰다.
“네놈이 데려온 피라미들은 일격도 못 버티는군! 이제 너와 결판을 내야 할 때다!”
양웅은 땅에 쓰러져 울부짖고 있는 두 가문의 고수를 보고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경악, 공포, 그리고 약간의 후회까지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
천제현이 이렇게 많은 고수를 데리고 왔는데 어찌 막아내겠는가?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으스대!”
양웅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네놈이 사내라면 나를 직접 상대해라!”
“하하하! 네놈만 지원병을 요청할 수 있고 나는 안 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천제현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허나 네 말이 맞다. 너 같은 쓰레기에게 내 호위병들까지 손을 쓸 필요가 있을까? 네놈에게 기회를 주겠다. 나와 단둘이 붙자고!”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천제현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양웅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양웅의 몸에서 황금빛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황금색 늑대로 변했다.
“죽어라!”
늑대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늑대가 곧바로 천제현을 향해 돌진했다.
천제현의 몸에서 검은색 빛이 나왔다.
그가 유명검을 높이 들자 신마의 검 정령이 검을 감싸며 가볍게 너울거렸다.
황금색 늑대와 검은색 검기가 충돌했다.
두 정령이 서로를 스쳐지나갔다.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양웅의 목에 붉은 선이 나타나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한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천남성을 호령하던 인물이 안중에도 없던 소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비명도 고함도 웅성거림도 없었다.
적막함이 장내를 뒤덮었다.
이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리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모두 마음 깊이 두려움을 느꼈다.
이 소년은 천남성 천재대전에 참가할 때만 해도 연체 6성의 실력에 불과했다.
20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연체 9성 정점에 근접했다.
게다가 혼성 1성의 실력을 지닌 수련자를 죽였다.
이렇게 가공할 만한 성장속도는 자원이 부족한 남하국에서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게다가 일격이었다.
고작 연체 경지의 실력으로 검 한 번 휘둘러 혼성술사를 죽였다.
일격으로 양웅을 베어 죽였다!
천제현의 분노는 막을 수 없는 우레 같았다.
이것이 천제현을 건드린 결말이었다.
양웅은 천남성에서 엄청난 권세를 누렸으나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죽었다.
천제현이 일격으로 양웅을 죽인 일은 천남성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예상 밖에 이 일로 천 리 밖의 중주성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주성, 운씨 가문 저택.
백발의 혈색이 좋은 노인이 흰 옷을 입고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노인의 몸에 희미한 빛이 감돌며 복잡하고 심오한 부적의 주문을 만들어냈다.
“응집하라!”
흰 옷의 노인이 두 손으로 수인을 몇 가지 만들자 거대하고 강렬하고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주문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배열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심오한 뜻을 지닌 무공 구결로 변하다니 서로 연결이 되며 빛을 발산했다.
주문이 점점 더 응집되면서 전체적으로 완벽해졌다.
강력한 위력이 지붕을 뚫고 나가 구름 및 천지와 하나가 되는 듯했다.
펑!
어떤 단계에서 실수가 났는지 완성되기 일보 직전인 벼락 주문이 갑자기 폭발했다.
“실패로군! 또 실패야!”
노인은 반작용으로 입에서 피를 뿜으며 실망과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 노인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중주성에서 위로는 고관, 거부.
밑으로는 거지와 병졸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다.
노인은 운씨 가문의 가주 운천학이었다.
높은 수준의 혼성술사에게도 100세는 상당한 고령이다.
마력이 점차 감소하며 여러 부분에서 전성기에 못 미친다.
은퇴해서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운씨 가문의 기둥이자 유일한 기둥이었다.
그런 이유로 운천학은 한가한 노년을 누릴 수 없었다.
운씨 가문은 중주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하고 실력이 강성하여 큰 존경을 받았다.
운씨 문하는 문하생이 들끓고 영향력이 매우 커서 남하국 최고의 학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사람은 알고 있었다.
번영을 누리는 듯 보이지만 운씨 가문은 사실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운씨 가문은 통째로 먹히거나 사라질 가혹한 운명 앞에 놓여 있었다.
가문의 인재도 급격히 고갈되고 있었다.
양씨 가문과 낙씨 가문의 가주의 나이는 이제 한창이다.
천씨 가문은 더 무시무시했다.
천씨 가문의 가주 천산하는 시대를 풍미한 기재로, 40여 세에 중주의 최강자 반열에 올랐다.
그를 비롯하여 천씨 가문의 검객은 중주 최강의 집단으로 불린다.
게다가 천검공자 천성하는 사 공자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절세의 재능을 지녔다.
그런데 운씨 가문은 어떤가?
운천학은 곧 100세가 되는 노인이다.
운천학 이후로 40~50년 간 가문을 짊어질 인재가 배출되지 않아서 운씨 가문에는 2대가 없는 셈이었다.
물론 3대에는 운요가 있다.
그러나 억지로 사 공자 말단에 들었지 다른 공자와는 전혀 다른 급이었다.
운씨 집안의 지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다른 세 사람과 어깨를 견줄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
‘가문의 위기다! 이건 중대한 위기야! 운씨 가문은 죽어가고 있어. 몰락은 시간문제야!’
운씨 가문이 몇 대에 걸쳐 문파인 운문을 개척했는가.
운문은 평범한 문파가 아니었다.
구속력이 없는 학술 성격의 연맹이었다.
운씨 가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 많은 학자들이 기탁하러 온 것일 뿐이다.
운씨 가문이 약해지면 사람들이 운문을 찾아오겠는가?
운씨 가문이 강하면 운문도 강해진다. 운씨 가문이 약해지면 운문도 쇠퇴한다.
그리고 운씨 가문이 몰락하면 운문은 멸망한다.
운씨 가문에서 몇 대에 걸쳐 운문을 세웠으니, 운문은 운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요 몇 년 소문이 점점 더 심해졌다.
다른 세 가문이 암암리에 선동한 탓에 운씨 가문이 쇠락하고 있다는 소문이 더욱 커져 운문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이다!
운천학은 운요가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천성하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양천랑과는 비슷한 급이라 여겼다.
그런데 계속 정체되어 있으니 운씨 가문의 무공에 문제가 있는 셈이었다.
운씨 가문의 무공은 너무 파괴력에 집착한다.
단기적인 효과에만 급급한데다가 너무 격렬하여 몸의 원기를 앗아가 결국 수련 진도가 느려진다.
이 역시 운씨 집안에서 수십 년 동안 초고수가 배출되지 않은 이유였다.
‘바꾸자! 반드시 바꿔야 한다! 운씨 가문 무공의 결함이 위기의 근원이다!’
운천학은 운문의 관리자이자 중주학당의 부원장으로 박학다식하며 여러 무공에 정통했다.
그에게 무공을 개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5년 동안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 줄 누가 알았을까?
운씨 가문의 무공인 분뢰결은 남하국의 고급 무공으로, 운씨 가문이 수대에 걸쳐 최적화시킨 바람에 더 이상 개선을 하기 어려웠다.
“하늘이 우리 가문을 버리시려는 건가?”
운천학이 장탄식을 뱉으며 지팡이를 짚고 폐관 수련실에서 천천히 나왔다.
“가주님!”
“폐관수련을 하시며 7일을 넘게 꼬박 물 한 방울도 안 드셨습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몸을 살피셔야 해요!”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와 가주의 표정을 보고 이번에도 실패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운천학은 절대로 쓰러져서는 안 된다.
운천학이 쓰러지면 운씨 가문은 곧바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운천학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렸다.
“운요는?”
사람들의 표정이 야릇했다.
“가주님, 큰아가씨가 경매에서 고묘령(古墓令)을 손에 넣었습니다. 만시고묘에 가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뭣이라? 그 아이가 만시고묘에 갔단 말이냐!”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가주님께서는 폐관 수련 중이시고…….”
“그 천방지축이 언제가 되야 정신을 차릴꼬!”
운천학이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만시고묘가 어디라고 가!”
만시고묘는 중주에서 유명한 고적지였다.
4대 가문 모두 만시고묘의 존재를 알지만 가지 않는다.
왜일까?
우선 고묘령을 얻기 위해서는 운과 인연이 닿아야 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만시고묘가 금지된 유적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운천학이라도 만시고묘에 발을 들이면 마력이 완전히 억제된다.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평상시라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적들이 그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적대 가문에서도 자객을 고묘에서 그를 암살할 수도 있다.
까딱하면 바로 죽는 것이다.
만시고묘 안의 보물이 아무리 탐나고 매혹적이어도 4대 가문에는 그저 그림의 떡으로 큰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고적과 비경은 널렸는데 왜 하필이면 위험천만한 만시고묘에 갔을까?
운씨 가문은 인재가 심각하게 부족했다.
운요는 순수한 번개 정령을 지니고 있어서 가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아이가 몰래 고묘에 갔다니.
만약 운요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운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이었다.
운천학은 갑자기 맥이 빠졌다.
무모하고 훗일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세도가의 지도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운요가 앞으로 가주가 된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운씨 가문은 정말 몰락하겠구나!’
운천학이 지팡이로 땅을 세차게 내리쳤다.
“어서 운문을 소집해라. 내 친히 강시협곡으로 가서 운요를 데리고 올 것이다!”
운요는 호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했다.
그게 운천학을 가장 걱정시켰다.
강호 경험이 없는 그녀가 어떻게 노련한 떠돌이 수련자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때 허공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리며 보랏빛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찾을 필요 없어요. 벌써 돌아온 걸요!”
운요가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할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거라!”
“예, 큰아가씨!”
사람들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