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제110장 철저한 복수(2)
양웅은 잇달아 천제현을 궁지로 몰았다.
만약 그 행동이 자신의 명성에만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어쨌든 천제현은 3만 년 후에 온 자이며, 기술과 학문의 정점에 근접했던 사람이다.
그의 눈에 이런 작은 나라, 작은 가문이 대수로울 게 뭐가 있겠는가.
코끼리가 개미를 신경이나 쓸까?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양웅은 수차례 천제현의 목숨을 노렸다.
이번에는 공서련의 목숨까지 위험할 뻔했다.
용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천제현은 일부러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노선을 넘는 경우 절대 참지 않았다.
두렵냐고?
두렵긴 개뿔.
천제현의 사전에 그런 단어는 없다.
사나이로서 자신의 목숨을 잃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가족과 지인이 다치게 된다면 그건 무능한 것이다.
양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바로 오늘.
천남성에 더 이상 위험한 요소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천제현은 마음을 정했다.
그는 직접 찾아가서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소식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웠다.
천제현과 양씨 가문, 천씨 가문의 갈등은 온 성에서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가장 위험한 때에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천남성에 돌아오다니?
이 시대는 참으로 잔혹한 시대이다.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하더라도 그 살인자가 강자라면 누구도 죄를 묻지 못한다.
그보다 강한 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리하여 법은 약자에게만 적용되었다.
양씨 가문과 천씨 가문이 천제현을 죽인다고 해도 누군가 두 가문을 처벌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중주성 4대 가문으로 꼽히는 두 가문을 누가 감히 처벌한단 말인가.
그런 상황에 천제현이 대놓고 돌아오다니.
이건 정말 미친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성주의 저택 앞에는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싼 사람들이 꼿꼿이 서 있었다.
미동도 않는 그 모습이 마치 조각상 같았다.
그 사이에서 손에 검을 든 소년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맑은 방울소리가 허리춤에서 천천히 울렸다.
방울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소년의 서슬 퍼런 살기 때문인지 저택 앞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소년을 주목했다.
그러나 온 길가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천제현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틈을 지나치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마치 깊은 잠에서 깬 것처럼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모두 몸을 돌려 천제현을 따라서 천천히 양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남궁의와 공씨 자매도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천제현의 뒤를 따랐다.
사람들이 감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천제현을 우러러보며 전율하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천제현이 도망쳤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천제현의 모습을 보라.
이렇게 당당한 걸음으로 양씨 가문으로 향하는 이 모습을!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누구도 천제현을 겁쟁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경탄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남궁의 같이 높은 지위의 인물도 공화련 같은 절세미인도 위풍당당한 소년 뒤를 묵묵히 따를 뿐이었다.
소년은 무모하고 두려움이 없었다.
앞을 막는 자는 그게 누구든 다 해치우고 원한을 갚는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얼마나 호쾌한 인생인가.
‘구경하러 가자!’
‘이런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어!’
이건 천제현에게만 의미 있는 순간이 아니었다.
천제현의 모습은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가문은 무도한 귀족 세력을 대변했다.
이건 개인이 집단의 맞서는 항거이며 약자가 권력을 쥔 지배층과 벌이는 혈전이었다.
‘천제현의 복수!’
성 전체가 요동쳤다.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 전체에 소문이 쫙 퍼졌다.
사람들이 모두 이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여러 차례 천남성에 파문을 일으켰던 기적의 소년이 다시 돌아왔다.
‘그가 이번에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번에는 지식이나 기술을 겨루는 대결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무공을 겨루는 대결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천제현!”
“언제 돌아온 거야?”
“뭘 하는 거야? 죽으려고 하는 거야? 어서 떠나!”
남궁혜와 장립청, 염천웅 형제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천제현이 천남성에 돌아왔으며 복수를 하러 간다는 사실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중주성에서 온 고수 중 만만한 자는 한 명이라도 없다! 게다가 고수의 수도 많은데 자진해서 찾아간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격이다!’
장립청은 우려 섞인 눈빛으로 소년에 불과한 천제현을 바라봤다.
천제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장립청을 한 번 쳐다본 후 침착하게 웃었다.
“며칠 못 봤다고 장 대사님 혈색이 많이 좋아졌네요! 염천웅 아저씨…… 혼성 경지에 올라섰군요?”
천제현의 말대로 염천웅은 혼성 경지를 순조롭게 돌파했다.
게다가 현재 제약사 조합의 회장으로 부임하여 전임 회장인 이장운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천제현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염천웅은 천제현이 보통 인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건 죽으러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염천웅은 그를 어떻게든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남궁혜가 먼저 빨개진 얼굴로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천제현! 내가 얼마나 널 기다렸는지 알아! 전부터 놈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다고! 성광불멸체를 소성까지 연마했으니 오늘 널 도울 수 있을 거야!”
“뭐라고요?”
천제현이 크게 놀랐다.
‘남궁혜의 성광불멸체 연마 속도가 나를 앞질렀다고?’
아무리 천제현이 천남성을 떠난 열흘 동안 연마하지 못했다 해도 그 사이에 천제현의 속도를 앞지르다니.
남궁혜의 잠재력은 정말 가공할 만했다.
남궁혜가 2~3년 동안 연체의 경지에 머무르지 않았더라면 진작 중주 사 공자의 경지를 넘어섰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 화끈한 누님의 앞날은 무궁무진하겠군!’
“못 믿겠어? 잘 봐!”
남궁혜가 의기양양하게 두 주먹을 쥐었다.
온몸에서 별빛이 응집되며 피부가 투명한 유리막에 싸인 것 같았다.
“어때, 대단하지? 이제 혼성 1성의 수련자라도 가볍게 때려눕힐 수 있어! 오늘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지!”
‘대단해, 이건 정말로 대단한데!’
남궁혜는 유리체를 거의 연마해냈다.
“대단해요.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렇지만…….”
천제현이 모두를 차례로 쳐다봤다.
“오늘 일에는 끼어들지 마세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이 말에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천제현이 도움을 거절했어?’
남궁의와 장립청 등의 도움이 없다면 그가 양웅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데 도움을 거절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때 남궁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혼자 가게 두자고!”
장립청, 염빙은 그제야 천제현의 뒤를 볼 수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들은 천제현이 데리고 온 검은 옷의 사람들을 보며 깊은 공포를 느꼈다.
두 사람은 한참 전에 혼성 경지를 뛰어넘은 인물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천제현 뒤에 있는 검은 옷의 사람들을 보고 극도의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
남궁의는 이미 그 기운 느꼈다.
그렇기에 천제현을 혼자 보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남궁의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검은 옷의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
그들에게서 짙은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극히 특수한 사파의 무공을 익힌 게 아니라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 거의 느낄 수 없는 기운이었다.
‘설마 강시협곡과 관련이 있나? 어찌 됐건 저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양웅 놈아! 썩 튀어나와라!”
천제현이 양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하여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무엄하다!”
“어떤 놈이 소란이냐!”
순찰을 돌던 용병들이 튀어나와 천제현의 기세를 보고 놀라 움찔했다.
천제현이 신마의 검 정령을 소환했다.
“네까짓 놈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꺼져!”
유명검이 허공을 가르자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 폭풍처럼 적을 급습했다.
용병 십여 명이 저항할 틈도 없이 전부 벽에 처박혔다.
모두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중상을 입고 혼절했다.
사람들이 놀라 얼어붙었다.
천제현이 검 한 방에 용병 십여 명을 날려 버렸다.
혼성 경지의 강자라도 이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
모두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천제현이 대문으로 돌진하여 검으로 대문을 거칠게 쪼개 버렸다.
“천제현? 제 발로 죽으러 오다니! 오늘 네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양씨 가문의 체면이 서겠느냐?”
저택 안에서 오싹한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십여 개의 그림자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양웅은 가장 전방에 있었다.
천씨 가문의 검객도 천제현을 보더니 곧바로 분노를 터트렸다.
“정말 네놈이었어!”
“이 더러운 놈, 감히 돌아오다니!”
천제현이 천씨 가문의 젊은 천재 천익을 죽인 일로 천씨 가문도 발칵 뒤집혔다.
이 검객들은 천씨 가문에서 이름 높은 고수들로 천제현을 상대하기 위해 천남성에 파견됐다.
이들은 원래 가슴 가득 불만을 품고 있었다.
잡종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자신들이 굳이 천남성에 가야 하나 싶었다.
심지어 천남성에 도착해 보니 천제현은 실종되고 없었다.
임무를 완료하지 못했으니 돌아가기도 남기도 곤란했다.
그리하여 며칠 천남성에 머물며 분노를 참고 있었다.
그런데 천제현이 제 발로 찾아오다니.
“죽어라!”
천씨 가문 고수들이 검을 쥐고 돌진해왔다.
천제현이 차갑게 웃었다.
“네놈들은 내게 말을 붙일 자격이 없다!”
방울이 한 번 울렸다.
순식간에 음산한 바람이 거세게 일더니 시독이 솟구치며 강시들이 허공에서 뛰쳐나왔다.
천씨 가문 검객들이 강시들을 검으로 베었으나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강시들이 시독이 담긴 장풍으로 반격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천씨 가문 고수들이 모두 땅에 쓰러져 검붉은 피를 토했다.
심하게 중독된 모양이었다.
“시독?”
“어떻게 시독을 사용 할 수 있지?”
“저 놈들은 대체 뭐야?”
양웅 패거리가 대경실색했다.
방울이 몇 차례 청아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천제현의 명령이 강시군단에게 전달되었다.
“놈들의 마력을 폐하라!”
천씨 가문 검객들과 양씨 가문 고수들이 모두 공포에 질렸다.
“네놈이 감히!”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
“우리에게 이러면 앞으로 두 가문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열여덟 구의 강시가 야수처럼 잔인하게 으르렁거렸다.
열여덟 줄기의 번개 같은 빛이 허공을 향해 발산되었다.
“으악!”
“살려줘!”
“용서해 줘!”
“항복, 항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