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제109장 철저한 복수
쾅!
묵직한 소리가 장내를 흔들었다.
석호정령은 방어형 정령이었다.
다행히 천제현은 성광불멸체를 통해 뼈와 살이 성광의 정제되어 단단하고 견고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천제현의 주먹도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천제현의 공격 때문에 석호정령을 둘러싼 암석갑옷이 부서졌다.
그러나 눈 깜짝 할 사이에 자동으로 회복되었다.
“겨우 연체 9성 주제에 너무 건방지구나! 주제도 모르다니!”
낙봉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으나 사실 매우 놀라고 있었다.
천제현은 분명 혼성술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그의 주먹은 혼성술사의 일격에 가까웠다.
‘이놈, 정말 특별한 녀석이긴 하는군!’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석호정령은 최고의 호신마력을 생성한다.
낙봉은 혼성 1성 수련자로 혼성 1성 정점의 힘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동일한 급의 수련자는 절대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저놈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연체술사이지 않은가!’
크헝!
석호정령이 포효하니 장내 전체가 흔들렸다.
호위대들은 눈앞이 아찔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낙씨 가문의 무공인 호포효(虎咆哮)다!”
남궁의가 재빨리 몸을 피한 후에 공화련 자매 앞을 막아섰다.
마력을 방출해 두 자매를 대신하여 충격파를 막아냈다.
호포효는 일종의 음파 공격으로 혼성술사는 이를 통해 넓은 면적으로 연체술사 정도는 쉽게 중상에 빠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혼란에 빠트리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었다.
공서련은 가뜩이나 중상을 입은 몸인데, 여기에 호포효 충격까지 더하면 상태는 더 심각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낙봉의 석호정령이 오른손에 깃들더니 흉악한 호랑이 머리를 형성했다.
낙봉의 오른손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포효를 내지르며 흉흉한 충격파를 생성했다.
낙봉이 그 기세를 이어 천제현에게 달려들었다.
낙봉의 주먹이 나가기도 전에 흉흉한 포효가 파도처럼 순식간에 덮쳐왔다.
천제현의 소매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낙봉은 남궁의가 있는 한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력투구하여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것이다.
천제현은 등 뒤의 검을 휘둘러 그의 공격을 무너뜨려 버렸다.
검을 감쌌던 천은 그가 검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전부 가루가 되었다.
천제현이 휘두른 하늘색 장검은 거울처럼 매끈했다.
장검에서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생성되어 낙봉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그 검은 바로 만시고묘에서 얻은 유명검이었다.
“어떻게 한 거지? 검으로 어떻게 권풍을 가를 수 있는 거지!”
석호정령의 힘을 담은 거대한 주먹이 천제현의 일검에 부서져 버렸다.
천제현은 대답하는 대신 검의 정령을 불러냈다.
유명검이 검의 정령의 힘을 감지하고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자흑색 검광이 피어났다.
일검.
천제현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영롱한 검광이 허공을 갈랐다.
누군구아ㅢ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크악! 내 팔!”
천제현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낙봉의 팔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낙봉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은 혼성 1성의 수련자가 아닌가.
저 녀석은 기껏해야 연체술사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과 정면승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거기다 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검으로 석호정령을 벤 것이다.
천제현은 단 일격으로 그의 자부심이었던 방어력도 깨버린 것이다.
“방어력이 그저 그런데?”
신마의 검 정령이 계속 마력을 방출했다.
유명검의 검광이 끊임없이 번짝거렸다.
낙봉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잠깐…….”
낙봉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검광이 벼를 베듯 말끔히 스쳐지나갔다.
그 후 낙봉의 머리가 바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낙봉을 따라왔던 낙씨 가문 사람들이 경악했다.
‘죽였다! 그것도 단칼에!’
‘연체술사가 혼성술사를 이기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천제현은 낙봉을 이긴 것도 모자라 태연하게 그를 죽여 버렸다.
“이놈……, 감히 양씨 가문의 장로를 죽이다니!”
“이봐, 뭘 그렇게 놀라? 어차피 너희도 곧 죽을 건데.”
“자, 잠깐만…….”
낙씨 가문 사람들은 반격할 여지도 없었다.
천제현이 검광을 몇 번 휘두르지 모두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과연 같은 가문이었다.
이들도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의미 없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공화련과 공서련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두 자매는 잘 알고 있었다.
천제현이 안하무인이긴 해도 흉악무도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상황이 특별히 심각한 게 아니라면 천제현은 사람을 잘 죽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마력을 폐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낙씨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여 버리다니!
이건 천제현이 정말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천제현이 사람을 죽일 때 남궁의조차도 저지할 시간이 없었다.
남궁의는 천제현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제현은 연체 9성 정점에 근접했지만 실력으로 봤을 때, 자기 딸인 남궁혜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
물론 남궁혜가 연체 9성 정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혼성 경지의 벽에 가로막혀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16세 때 이미 혼성술사가 될 수 있었다.
남궁혜가 연체 경지에 2년 넘게 머문 것은 기초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이미 남궁 가문의 분천공을 통달 경지까지 연마했다.
게다가 기초 마력을 다지기 위해 한동안 천제현의 성광불멸체를 수련하여 큰 성과를 보였다.
남궁혜가 이리 오랜 시간을 들여 연체 경지의 기초를 공고히 했기에 남궁혜는 혼성술사와 견주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천제현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이제야 연체 9성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닌가.
게다가 기초 마력을 다질 시간도 없었다.
남궁혜는 고작 십여 일만에 괄목하게 성장한 천제현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이토록 단숨에 강해질 수 있던 거지? 게다가 귀기가 가득 찬 보검이라니, 심상치가 않다! 게다가 저 정령은 뭐지?’
사실 천제현은 천씨 가문의 후손으로 검의 정령을 보유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남궁의는 그 검의 정령 속에서 고대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정령은 결코 보통 정령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천제현은 중주성 최고 천재인 천성하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남궁의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저런 인재를 사생아 취급하며 멸시하다니!’
남궁의가 놀라든 말든 천제현은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유명검을 거두었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쳐다보지도 않고 공서련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팔목을 잡아 마력을 주입하여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공서련의 경맥 몇 개가 끊어져있었다.
‘내장도 꽤 손상됐군! 이 정도면 굉장히 심각한 내상인데!’
염천웅이 약재로 치료하여 공서련의 내상을 억누르긴 했지만, 천제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내장이 손상되어 지금 그녀는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아픈 내색 하나 보이지 않고 있다니.
‘이 바보!’
성광불멸체를 수련하지 않았다면 공서련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천제현이 반 병 남은 생명의 정수를 꺼냈다.
“먼저 이것부터 마시세요.”
공서련은 그가 꺼낸 것인 무엇인지 몰랐으나 그녀는 천제현을 믿고 있었다.
공서련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단숨에 생명의 정수를 마셨다.
“신기하네! 하나도 안 아파! 다 나았나봐. 상처가 다 나았어!”
공서련은 뛸 듯 기뻐하며 팔을 휘휘 흔들어 보였다.
“대체 어떤 약물이기에 이렇게 큰 힘이 있는 거야? 정말 고마워!”
천제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에요. 다 저 때문인데요.”
“이게 뭐 대수라고! 다 나았으면 된 거지!”
공화련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네가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천가와 양가에서 이미 많은 고수를 보냈어. 지금 양씨 가문이 지금 천남성에 머무르고 있고. 모두 너를 노리고 있어. 이때 네가 없어서 다행이었지. 있었다면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해졌을 거야!”
남궁의가 말을 보탰다.
“하지만 큰 걱정 마시게. 내 서신이 이미 가문에 도착하였네. 가문의 간부들이 중주성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으니 걱정하지 마시게. 그때에 저들도 너희를 어쩌지 못할 거야.”
남궁 가문은 왕국 3대 가문 중 하나다.
양씨, 천씨 가문도 명문가이긴 하지만 남궁 가문과 비교하면 영향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남궁 가문이 전면에 나와 압박을 가하면 이 가문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공화련과 남궁의는 천제현더러 참으라고 했다.
‘참아?’
천제현 사전에 그런 단어는 없었다.
“작은 아가씨. 절 믿죠?”
공서련이 당장 반응하지 못했다.
“나야 당연히 널 믿지!”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우리 이제 가요!”
“어디로 가게?”
“복수해야죠!”
공화련과 공서련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양씨 저택에 수많은 고수들이 모여 있어 성주조차 망설이는데, 천제현 홀로 뛰어들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공서련이 천제현을 잡아끌며 말했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나 이렇게 무사하잖아! 저들은 수적으로도 우세해. 절대 우리가 상대할 수 없다고!”
“작은 아가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잖아요. 아가씨는 참을 수 있어도 전 못 참아요!”
“하지만 나는…….”
천제현의 태도는 분명하고 완강했다.
“전 이미 낙씨 가문의 사람들을 죽였어요. 여기서 몇 명 더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이미 죄는 지었고 복수 같은 건 두렵지 않아요! 무엇이 두렵겠어요?”
나름 일리 있는 말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천제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 보세요! 이 빌어먹을 것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말을 마치자마자 천제현이 한달음에 밖으로 향했다.
공서련은 천제현의 살기등등하고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며 가슴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순간 눈빛이 촉촉해졌다.
‘내가 괴롭힘 당했다고 나를 위해 위험 속으로 달려들다니!’
공화련은 천제현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문득 공서련이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진중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왔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줄곧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저 녀석! 정말 성질나 죽겠네!”
남궁의는 천제현이 어째서 남궁혜와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다.
두 녀석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이다.
남궁의가 실력을 발휘하려는 게 적들을 두려워해서인가?
당연히 아니었다.
남궁의는 사태가 악화되는 게 걱정될 뿐이었다.
낙가, 천가, 양가 모두 중주성 4대 가문이다.
이미 수년 간 세력을 키워왔고 영향력도 대단하다.
사태가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아예 퇴로를 남겨 놓을 수 없다.
그때가 되면 남궁의도 천제현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이 3대 가문은 모두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수하에 고수도 많다.
그리고 3대 가문의 고수 중에는 남궁의보다 강한 수련자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발생할 일에 대해서 천제현은 고민하지 않았다.
남궁의의 시름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