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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07화 (106/729)

# 107

제107장 천남성의 이변

고운 몸매에 수려한 곡선, 얇은 베일을 쓴 여인에게서 기품 있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몹시도 다급한 마음에 두 사람 쪽으로 내달렸다.

“암우개는 어디 갔어?”

운요가 다급히 암우개를 찾았다.

‘암우개는 정말 천 년에 나올까 말까 한 고수야! 천검공자 천성하도 암우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만약 암우개를 운씨 가문으로 데려간다면, 운씨 가문에 엄청난 행운이 될 것이며, 나아가 중주 전체의 복이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운요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운씨 가문의 절학을 너무도 쉽게 개량했고, 몇 마디 말로 현묘한 이치를 간파했다.

운요는 아주 오랫동안 혼성 3성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혼성 3성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운요는 다른 공자 3명보다 훨씬 뒤처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마음으로 시도한 것이 혼성 3성의 벽을 깨트리다니!

운요 자신도 어느 세월에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문제가 암우개가 손을 보니 단박에 해결되었다.

드디어 운요가 다른 공자 3명과 다시금 당당히 정면 승부를 할 능력이 생긴 것이다.

항호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떠났어요.”

“당신 정말 너무하군요.”

채향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쨌든 암우개가 당신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 줬는데, 그가 가는 길을 배웅도 안 하는 거예요?”

운요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떠났어? 이렇게 떠났다고?’

운요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 끝없이 펼쳐진 황야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사춘기 소녀처럼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암우개를 다시는 못 보는 거야?’

암우개가 운씨 가문에 가서 빚을 받아내겠다고 했지만, 운요도 그의 진심을 모를 리 없었다.

암우개라는 이상한 사람은 천성이 시원시원하고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웠다.

작은 이익과 만족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운요는 그가 운씨 가문으로 같이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시콜콜 따져 작은 이익을 위해 운씨 가문으로 찾아간다면 그건 정말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운요도 암우개가 운씨 가문을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더욱이 이들은 천제현이 줄곧 변신술로 모습을 바꾸고 예명을 사용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운요든 채향이든 생김새와 이름으로 천제현의 실제 신분을 조사한다면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천제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신분에 관한 정보를 손톱만큼도 흘리지 않았다.

이번에 고묘에서 얻은 것을 제외하고, 천제현은 그림자 정령 같은 자신의 핵심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향은 신분이 범상치 않고, 운요는 중주성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중 한 명이었다.

이런 둘에게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면 중주성에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요는 천제현이 떠나간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

3일 후.

회색 장포를 걸치고 고풍스러운 보검을 짊어진 소년이 객지를 떠돌며 온갖 고초를 겪다가 천남성에 들어왔다.

10여 명 건장한 남자가 검은 옷을 걸친 채 등 뒤에 줄지어 서 있었다.

마치 충실한 하인처럼 소년의 뒤를 따랐다.

‘10일이다! 고작 10일! 근데 이건 무슨 상황이지?’

천남성 거리에 괴이한 기운이 자욱했다.

성 곳곳에서 병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고, 지나다는 사람도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 숨막히는 분위기는 뭐야?’

천제현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갔다.

천제현이 공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때 하마터면 눈알이 튀어나올 뻔 했다.

‘이게 뭔 일이래? 집은?’

천제현 앞에는 잿빛 폐허만 을씨년스럽게 버려져 있었다.

집 전체가 불에 다 타 버린 것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생긴 일인 듯했다.

병사 수십 명이 폐허 속에서 수습하고 있었다.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표지판 못 봤어? 여기 들어오면 안 돼!”

대장 병사가 담배를 물고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비켜! 일 방해하지 말고!”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건 알아서 뭐하게? 무슨 일이 벌어졌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천제현이 바로 금화 1냥을 건넸다.

“아이고, 소협! 제가 사람을 몰라뵈었구려! 방금 오셨나 보우?”

대장은 금화를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였다.

책장 넘기듯 빠르게 얼굴을 바꾸고선 말을 이었다.

“소협, 괜히 끼어들지 마시오. 중주성의 양씨 가문과 천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소이다! 이걸 보시오! 그들에게 밉보여 여기가 이 꼴이 되었잖소.”

천제현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대장은 값싼 담배를 한 번 크게 흡입하고는 바닥에 버린 후 불을 껐다.

“말도 마시오. 천제현이 미쳐 날뛰다가 양가와 천가의 심기를 건드렸잖소. 그런데 이 두 가문이 가만히 있었겠소? 고수들 열댓 명을 천남성으로 보내 들쑤셨다오. 천남성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지. 이 때문에 성 전체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쉰다오.”

말을 마치자 대장 얼굴에도 근심 어린 기색이 엿보였다.

천제현이 물었다.

“그렇다면 여긴 왜 습격을 받았습니까?”

대장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물어볼 필요도 없지 않소? 천남성을 깡그리 뒤지고 그 난리를 쳤는데도 그놈이 증발한 것 마냥 나타나지 않아서지! 그들이 화가 안 나겠소? 그러니 그 화를 공씨 가문의 두 아가씨한테 푼 거지. 그 두 자매가 천제현과 교분이 두텁잖소. 그러니 두 자매를 강제로 데려가 천제현을 나오게 하려는 거지!”

옆에 있던 병사가 한 마디 거들었다.

“말해 무엇 하겠어요. 천제현은 놀라 도망친 거라고요!”

다른 병사 한 명이 분개하며 말했다.

“그놈 엄청 잘난 척 하지 않았소? 근데 이번엔 왜 그리 줄행랑쳤대? 발바닥에 기름이라도 발랐나, 어쩜 그리 동작도 빠른지. 그놈이야 도망갔다 쳐도 두 아가씨가 그 때문에 고초를 당하겠군!”

“그리 말하면 안 되지. 위험을 피해 가는 거라지 않소. 혼성술사 열댓 명이 당신을 죽이려고 온다면 도망 안 간다고 장담할 수 있소?”

“퉤! 도망가더라도 아가씨들도 함께 데려 가야지. 그놈 자기만 살자고 도망간 거라고!”

“맞아요. 정말 실망이지요!”

“정말 패기 있을 줄 알았는데. 겁쟁이였네.”

“…….”

몇몇 병사들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었다.

공씨 가문의 자매가 연루되어 병사들이 비분강개하고 있다.

두 가문이 복수를 위해 성 전체를 공포에 빠뜨렸으니 다들 생활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천제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공씨 가문의 두 아가씨는 어찌 되었습니까?”

“남궁 성주, 장 대사님, 염 장군이 중요한 순간에 와서 두 아가씨를 구하였다오.”

대장이 다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이 주변은 싸움이 벌어질 때 파괴된 거라오!”

“아가씨들은 어디 있습니까? 다쳤습니까?”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오? 뭣 때문에 질문이 이리도 많소?”

대장이 탐탁지 않은 듯 말했다.

“두 아가씨는 어제 성주부로 피난 갔소. 당시 양씨 가문의 고수가 큰 아가씨를 기습했다고 합디다. 둘째 아가씨가 막긴 했는데,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고 했소. 어쨌든 심각한 것 같은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소.”

“헛소리!”

“분명 죽었을 거요!”

“혼성술사에게 일장을 맞았는데 살아 있으면 나도 좀 보고 싶구랴!”

“맞소. 혼성술사의 힘 앞에서 연체술사가 어떻게 요행을 바랄 수 있겠소!”

‘맙소사! 둘째 아??씨가 중상을 입었다고?’

천제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천제현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병사들을 압박했다.

천제현이 손으로 얼굴을 닦으니 희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이목구비가 변하면서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당신”

“천제현 아니오!”

병사들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천제현은 이미 도망간 거 아니였어?’

‘이미 도망갔다고 천남성에 소문이 쫙 퍼졌는데?’

‘이놈은 어째서 또 나타난 거야. 지금 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는데!’

병사들은 방금 전까지 천제현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만일 천제현이 이 일로 화가 났다면, 목숨 몇 개로도 부족할 것이다.

“거기, 내 말 똑똑히 들어! 천가, 양가? 나 천제현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고! 내 그들에게 똑똑히 알게 해주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천제현이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성주부로 향했다.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려?!’

***

성주부.

대문에서 복도까지, 정원에서 마당까지 네댓 걸음마다 보초가 서 있었다.

정예 호위대가 순찰을 돌고, 경비는 평상시보다 몇 배는 더 삼엄했다.

조용한 방안에는 고약한 약 냄새가 진동했다.

한 침대에 소녀 한 명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양미간은 고통에 일그러졌고, 호흡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아찔해 했다.

“켁켁!”

공서련은 참지 못하고 두어 번 심하게 기침을 하였다.

목구멍에서 피가 역류하여 황급히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는 듯 가슴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잠시 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공서련은 불과 10일 전보다 눈에 띄게 야위었다.

오밀조밀하게 작고 귀여운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핏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서련은 죽을힘을 다해 기침이 나오는 걸 막고 있었다.

괜히 다른 사람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가련한 모습이 더없이 안타깝고 불쌍했다.

이때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공서련은 입가에 묻은 피를 깨끗하게 닦아냈다.

선홍색 피로 물든 손수건은 베개 밑에 쑤셔 넣고 이불을 덮어 자는 척했다.

“서련아! 괜찮니?”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일어나보렴. 염천웅이 약을 달여 왔어.”

아름다운 백의를 입은 여인이 걸어들어왔다.

그녀는 약탕을 든 채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

“빨리 마셔봐. 내상 치료에 도움이 될 거야!”

공서련이 눈을 뜨고는 바로 일어나 앉았다.

작은 얼굴에 낙관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잠을 좀 잤더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언니, 걱정하지 마. 사실 그다지 아프지도 않고. 꽤 좋아진 것 같아. 어쨌든 나도 성광불멸체를 연마했잖아! 근데 그놈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흥!”

소녀는 짐짓 우쭐한 몸짓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 보였다.

공화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잘난 척하고 이것 좀 마셔봐!”

“아! 이게 무슨 약이야!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데?”

공서련이 괴롭다는 듯 말했다.

“안 먹으면 안 돼?”

“무조건 먹어!”

공서련은 달갑지 않은 듯 그릇을 들었다.

“지금 성 안이 난리가 났어. 언니도 확인해봐야지. 내 걱정은 그만하고. 난 괜찮으니까!”

“지금 나보다 남궁 가문이 나서는 게 더 나아. 그러니 말 듣고 빨리 약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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