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제106장 선의를 베푸는 천제현(2)
무공은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제현의 정령 속성은 운씨 가문의 무공 속성과 다르므로, 그가 운씨 집안의 무공 구결과 동작을 알고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운씨 가문의 무공은 그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운가 무공은 중주성에서 가장 풍부해. 운씨 가문은 전국 각지의 온갖 무공을 망라하고 있지.
이 분뢰결(奔雷訣)의 원형은 중주학당 6대 절학 중 하나인 뇌명결(雷鳴訣)이야. 운씨 일가가 수대에 걸쳐 개선하고 발전시켰지. 그래서 지금은 최상급 무공이 되었어.”
운요가 자세를 취했다.
“기세가 마치 천둥과도 같고 매우 용맹하지. 분뢰결의 위력은 중주에서 최고의 공격 무공이라 불리는 혼검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이제 눈 크게 뜨고 잘 보라고!”
운요가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지켜보았다.
핵심적인 동작을 취할 때마다 심안을 통해 깊이 통찰했다.
분뢰결은 지극히 파괴력에 편중된 무공이었다.
게다가 운요는 이미 통달의 경지에 이른 상태였다.
운요가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더니 의기양양한 태도로 물었다.
“어때?”
천제현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아이고, 이 무공을 보니 중주 운씨 가문도 그저 그럴 것 같네. 허점이 많고 체계가 없어. 기세만 그럴 듯하고 거기에 담긴 정수도 없고. 이렇게 계속 수련하면 초기에 위력은 클지 몰라도 뒷심이 부족하여 갈수록 쇠락할 거다. 혼성 6성 이상으로는 발전하기 어려울 건.”
무공은 가문이 입신양명하는 데 기둥이 된다.
분뢰결에 대한 천제현의 이 같은 평가는 그가 운씨 가문 명예에 먹칠을 한 것과 같았다.
천제현은 운요가 날뛰기 전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내가 개량해줄게!”
“네가 개량해준다고? 분뢰결을?”
운씨 일가는 수백 년을 거쳐 이 분뢰결을 전승해왔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천재와 고수의 개량과 발전을 거쳐 오늘날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
더 발전할 여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녀석, 허풍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 무공을 개량하겠다니?’
“딱 한 번만 말할 거야. 얼마나 기억할지는 당신의 재량에 달려 있고.”
천제현이 한 구절, 한 구절 차례로 분뢰결 무공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운요는 처음에 아예 들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 두 구절을 듣자마자 멍해지고 말했다.
천제현이 지적한 부분과 수정한 부분이 모두 분뢰결의 핵심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운천학도 그가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분뢰결에서 개선할 부분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단지 할아버지는 문제를 발견만 했을 뿐 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운천학은 수년 간 연구를 거듭해 왔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천제현이 한 마디로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이게 가능한가? 혹시 예전에 분뢰결을 본 거 아니야?’
천제현은 한 구절, 한 구절 명확하게 분뢰결을 고쳐나갔다.
운요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혔고, 들으면 들을수록 전율이 일었다.
천제현이 하는 건 개량의 수준이 아니었다.
분뢰결을 완전히 새로운 무공으로 바꿔놓은 것과 같았다.
일반인이 무공 하나를 평생 연구해서 그 깊이를 온전히 깨닫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천제현은 한 번 들은 것만으로 분뢰결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전부 깨달았고, 완전히 다른 무공처럼 대폭 수정까지 했다.
“끝났어. 얼마나 깨달았는지는 이제 당신 몫이야.”
천제현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난 이만 갈게. 몸조리 잘 하고.”
천제현은 이미 저만치 가버렸지만 운요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 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깨달음의 경지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천제현이 말한 한 글자, 한 마디가 우레처럼 귓가에서 파열음을 냈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을 들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대단히 심오하고 난해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들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천제현이 고친 부분은 전부 정확하다고.
천제현이 고친 대로 수련한다면,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요는 10분 간 깊이 생각하더니 갑자기 주먹을 쥐었다.
양미간에 번개 모양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금씩 새로운 방법대로 수련하기 시작했다.
수련할 때마다 깨달음이 더욱 깊어졌다.
새 구결을 외운지 열 번째.
운요는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것 같았다.
찰나의 순간, 무한한 힘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하늘을 향해 길게 비명을 질렀다.
강렬한 불빛이 하늘로 치솟았다.
위협적인 기세가 암시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
암시장 내 수련자 모두가 전율을 느꼈다.
“누군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군!”
“그러게! 이 기운을 봐. 엄청난 걸”
“강력한 기세로 보니 최소한 혼성 4성에 이른 것 같군!”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암시장 내에 숨은 인재가 간혹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 혼성 4성의 고수는 중주를 통틀어 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
이 시각.
암시장 영지 입구에서 찬바람이 세차게 지나갔다.
천제현이 커다란 말을 타고는 고개를 돌려 영지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강렬한 불빛이 하늘로 치솟은 곳이었다.
천제현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해력이 괜찮네. 가르칠 만하군.”
여우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주인놈도 참 웃겨! 무공 몇 군데 고쳐준 것뿐이잖아. 이 몸께서도 그 정도는 할 줄 안다고!‘
“암우개, 정말 가는 거야?”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채향이 천제현 앞으로 다가갔다.
항호도 지팡이를 짚고 옆에 섰다.
두 사람은 직접 영지 앞까지 천제현을 배웅했다.
“만시고묘의 일은 조만간 소문이 쫙 퍼질 거예요. 제 주변에는 온통 고묘에서 가져온 것들이라 암시장에 계속 머무르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거고요. 그러니 반드시 떠나야 해요.”
천제현이 보따리 안에서 수정관 2개를 꺼냈다.
“저는 사람을 만나면 다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인 거죠. 그래서 떠나기 전에 두 분께 선물을 드릴게요!”
“이거 받으세요. 2급 영약이에요.”
항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2……2급 영약? 이거 엄청 귀한 거잖아!”
항호는 연체 8성의 수련자였다.
2급 영약은 말할 것도 없고, 1급 영약도 그에게는 엄청 귀한 것이다.
“채향, 이건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
“난 영약이 많은데.”
채향이 선홍색 영지버섯이 가득 담긴 수정관을 받아들며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영약은 나한테는 낭비야.”
“이건 달라요. 2급 희귀 영약인 혈수영지에요!”
천제현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일반 사람이 사용하면 큰 효력을 보지 못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제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천생절맥이죠?”
채향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내 체질을 알았지? 설마 처음부터 내 신분을 알고 있었던 거야?’
항호도 깜짝 놀랐다.
‘중주성에서 왔고, 천생절맥이라면…… 설마 채향의 정체가?!’
사실 채향은 중주성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
천생절맥을 가진 사람은 경맥이 막혀 수련을 할 수가 없엇다.
평생토록 일반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최소한 남하국에서는 그랬다.
천제현은 채향의 신분을 알지 못했고, 항호가 놀라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천생절맥인 사람은 마력을 흡수할 수 없어 대부분이 수련할 수 없는데, 당신은 마력이 강하잖아요. 분명 고수가 당신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한 거겠죠. 아마 대량의 귀한 약재를 정련하여 직접 체내에 주입한 거겠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고수는 흔치 않아요. 그러니 채향, 당신은 결코 평범한 신분이 아닐 거예요!”
채향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 신분을 모르는 건 확실해.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지.’
채향은 자기 가문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듯 보였다.
그녀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그래서 혈수영지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천생절맥은 선천적 질병이죠. 그리고 질병이라는 건 다 치료법이 있는 법이죠. 당신의 상태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에요. 제 생각에 몇몇 약재를 사용하면 천생절맥을 고칠 수 있어요. 혈수영지도 그중 하나고요.”
“말도 안 돼! 천생절맥은 고칠 수 없어!”
“절 믿고 한 번 해보세요.”
천제현이 종이 뭉치를 건넸다.
“이건 조제법이에요. 돌아가서 필요한 약재를 사서 혼성 5성 이상인 고수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럼 10일 이내에 정상인으로 회복될 거에요!”
채향은 얼떨떨했다.
‘정말 정상인이 될 수 있다고?’
채향이 가출한 연유가 바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그녀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박수칠 때 떠나야죠. 그럼 전 이만!”
천제현이 기지개를 쭉 폈다.
“다들 건강하세요. 인연이 닿으면 언젠간 또 만나겠죠. 앞으로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예요!”
말을 마치자마자 천제현은 고삐를 틀어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말이 울부짖더니 흙먼지를 휘날리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쳤다.
이제 그가 암시장에 신경 쓸 일은 없어졌다.
그렇기에 천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새끼 여우가 그의 어깨에 등지고 앉아 발을 열심히 휘저으며 주인 대신 두 사람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채향은 약이 든 수정관과 조제법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벅찬 감동과 기대감이 얼굴에 번졌다.
이번에 암우개라는 신비한 소년을 만난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었다.
물론 채향이 암우개의 말을 맹신하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도 어쩌지 못한 체질인데, 암우개가 알려준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어찌되었든, 채향은 돌아가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암우개는 보통 사람이 아닐 거라고 채향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러니 그녀에게 정말 기적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항호가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다……당신이…….”
채향이 미소 지으며 손짓했다.
“쉿! 이건 비밀이에요.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아요.”
항호는 감격스럽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암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암우개! 암우개!”
자색빛 실루엣이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