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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01화 (100/729)

# 101

제101장 깨어난 강시왕

양곤은 뒤에 따라온 양전 오형제에게 소리쳤다.

“다른 놈들은 너희가 처리해라. 저 여자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양전은 낄낄거리며 말했다.

“얘들아, 놈들을 죽여라!”

쉬운 상대는 한 명도 없었다.

그야말로 혼전이었다.

귀면노자는 초조한 낯빛으로 말했다.

“염귀, 빙마, 저들을 막게!”

염귀 형제는 귀면노자가 데려온 종문의 수재들로, 어려서부터 최고의 무공들을 수련한 실력자였다.

실제 능력은 중주오도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같은 수준으로 마력이 제한된 상태라면 중주오도에게 밀리진 않을 것이다.

“곽 형, 저 꼬마들을 드릴 테니 영수에게 먹이시오. 저 귀면노자는 내가 맡겠소!”

굴운이 손을 뻗으며 검은색 부적을 던지자 눈동자 모양의 정령이 빛을 내뿜었다.

곧이어 부적에 검은색 화염이 이는가 싶더니 요괴로 변해 거대한 망치를 들고 귀면노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귀면노자도 초승달 모양 마검 정령을 소환해 육안으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에 굴운의 정령이 반 토막 났다.

“귀도인 굴운의 힘이 겨우 이 정도였나?”

“클클클, 그럴 리가!”

요괴는 두 토막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둘로 증식되었다.

귀면노자의 마검 정령이 계속해서 몇 차례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굴운의 정령은 베면 벨수록 많아져 순식간에 열몇 마리로 늘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기술이란 말인가? 소국의 수련자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구나!’

이렇게 자원이 희박한 땅에서 자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수련을 했다는 건 많은 기연을 만났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가죠.”

천제현과 채향도 검을 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한 곽승음이 두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검은색 덩어리가 채향을 향해 발사되자 추수검이 빛을 내며 정령기의 힘을 발휘했다.

쾅!

채향은 충격으로 몇 발짝 뒷걸음질쳤다.

그녀의 실력은 현재 그 안에 있는 누구보다도 약했지만, 정령기의 덕분에 연체9성 정점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끼기기긱!”

그런데 이때.

파살수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곽승음의 어깨에서 뛰어내리더니 보라색 잔영을 남기며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너무 빨라!’

엄청난 속도에 잔영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다.

천제현은 급히 성광체의 힘을 모았다.

그러나 등 뒤에서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이 일더니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의 등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돌기둥에도 깊은 상처가 몇 줄기 생겨 있었다.

어느새 돌기둥을 타고 올라갔던 파살수가 다시 보라색 빛으로 변해 그의 가슴팍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원숭이 주제에 감히 사람 혼을 빼 놔? 내가 만만해 보였다 이거지?’

천제현은 즉시 심안을 사용해 파살수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리고 곧바로 유명검을 휘둘렀다.

괴기스러운 기운이 주위를 뒤덮으며 파살수의 움직임을 봉쇄해 버렸다.

이윽고 시리도록 차가운 빛이 파살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곽승음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물러나!”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발톱이 두 동강 난 파살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곽승음의 얼음장 같은 얼굴이 분노로 시뻘게졌다.

그가 빠르게 주문을 외우자 두 동강 난 파살수의 발톱이 허공에서 한 바퀴 돌더니 다시 파살수의 발에 붙었다.

“감히 내 영수를 다치게 하다니! 죽은 후에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해주마!”

곽승음은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

주인과 교감하는 파살수는 즉시 하늘을 보고 날카롭게 한 번 울부짖은 후 입에서 요사스럽고 짙은 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 검은 안개는 다시 파살수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다.

“뭐하는 거지?”

파살수가 갑자기 몇십 배 커지더니 몇 촌 거대 원숭이 괴물로 변했다.

그 원숭이 괴물은 털이 하나도 없었다.

검은 암석 같은 피부에 복잡한 주문이 가득했으며, 불길하고 흉악한 기운을 내뿜었다.

“저놈을 죽여라!”

곽승음이 소리쳤다.

그러자 원숭이 괴물의 몸에 있는 주문들이 빛을 발했다.

원숭이는 곧 거대한 주먹을 들어 천제현을 향해 내리쳤다.

그 주먹이 땅에 닿자 강력한 진동이 일었다.

천제현이 잽싸게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고깃덩어리가 됐으리라.

그 괴물의 실력은 양곤과도 비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대 원숭이 괴물은 약물이라도 복용한 양 미친 듯이 흥분하며 두 주먹으로 폭풍처럼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먹이 땅에 닿을 때마다 큰 구덩이가 하나씩 생겼다.

천제현은 심안을 사용해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간혹 한두 번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명확한 열세였다.

“미꾸라지 같은 놈!”

파살수의 궁극적인 역할은 사악한 존재를 없애는 것으로, 비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혼성 3성 정도의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지속시간이 짧았다.

천제현은 그 점을 꿰뚫어봤다.

그때, 양전의 눈이 번뜩거렸다.

“제가 유명검을 빼앗겠습니다!”

양전의 장검이 천제현의 등을 습격했다.

“악, 젠장! 이 치사한 놈!”

“후후. 이건 몰랐을 거다! 결국 넌 내 손에 죽게 돼 있어!”

장검에서 화염이 치솟더니 급기야 칼날이 불타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부터 천제현을 곱게 보지 않은 양전은 이참에 그를 죽여 분을 풀 생각이었다.

앞에는 원숭이 괴물, 뒤에는 양전의 기습.

채향은 천제현이 걱정이 되어 어쩔 줄 몰랐다.

천제현의 상황이 너무나 위급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긴박한 순간임에도 천제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이윽고 그가 남은 마력을 전부 쏟아내자 흐릿한 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의 정령?”

양전은 놀라 말했다.

‘저놈이 실력을 숨긴 건가?’

신마의 검의 정령이 태곳적 파멸의 기운을 내뿜자, 유명검에 새겨진 주문에서 빛이 나며 검기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돼! 애송이 주제에 어떻게 이런 기운을!”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위를 뒤덮는 것을 느낀 양전은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한기를 느꼈다..

팟!

눈부신 자흑색 검광이 화염도를 베고 양전의 몸을 두 동강 냈다.

단 일검에 악명이 자자한 중주오도 중 첫째를 베어 버린 것이다.

양전의 형제들은 그 모습을 보고 울부짖었다.

“형님!”

천제현이 다시 검을 들자, 신마의 검의 정령이 다시 한 번 파괴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칼을 들어 원숭이 괴물을 내리치자 온몸에 균열이 일어나며 다시 파살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곽승음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다.

‘큰일이다! 엄청난 전투력이구나. 파살수조차 상대가 안 되다니!’

줄곧 실력을 숨기며 때가 무르익길 기다렸다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잔인하게 적을 베는 모습이라니!

나이에 맞지 않는 노련함이 느껴졌다.

수많은 전투를 겪은 자들이 할 법한 행동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저 애송이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양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손에 뇌령주를 들고 있는 운요도 저놈에게는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승부는 반드시 전투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양곤은 다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한편 귀면노자는 천제현의 전투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는 안심하며 마검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굴운, 네 이놈! 감히 내 계획을 망쳐놓다니, 목숨을 내놓을 각오는 됐느냐!”

쾅!

그때 등 뒤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조용하던 흑옥관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붉은 형체가 튀어 나왔다.

“저건…….”

깜짝 놀란 굴운은 공격을 거두고 십여 장 가까이 후퇴했다.

귀면노자 역시 그 형체가 내뿜는 기운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 공포스러운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것과의 거리는 한 척도 안 되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여성의 형체였으며, 생명의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겉으로 볼 때는 조금도 강시 같지 않았는데, 오직 끝없는 심연처럼 텅 빈 두 눈만이 인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게다 가장 기이한 것은 얼굴이었다.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여우의 형상을 한 얼굴이 달려 있던 것이다.

여우의 얼굴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대체 이 괴물은 뭐란 말인가?

퍽!

귀면노자가 반응할 시간도 없이 괴물이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망치로 수박을 내려친 것처럼 청동가면을 쓰고 있던 귀면노자의 머리가 사방으로 터졌다.

팔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퍼퍽!

이윽고 귀면노자의 몸이 두 조각이 나 하나는 대전 왼쪽 벽으로, 다른 하나는 오른쪽 벽으로 나가 떨어졌다.

염귀와 빙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장로님!”

귀면노자가 죽었다.

음풍검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혼성 3성의 초고수가 일격에 목숨을 잃다니.

흑옥관 안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여자 강시의 겉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창백하면서도 윤기 있는 피부에 털 하나 없이 매끈한 모습에서 강시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핏빛 옷을 걸치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그 괴물은 여우같이 괴이한 얼굴 외에는 모든 것이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 운요는 괴물의 배가 불룩 치솟은 것을 발견했다.

마치 임신한 지 몇 달 된 임신부처럼.

‘그럴 리가! 강시가 임신을 했다고?’

흑옥관은 이곳에 적어도 몇천 년은 안치되어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저 강시의 몸속에 들어 있는 건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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