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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98화 (97/729)

# 98

제98장 삼천현관진

자전공자가 과장한 얘기일 것이다. 그녀의 도움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일 테고.

그렇지만 그들은 천제현과 자전공자의 친분을 봐서라도 함부로 그를 건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천제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양 태연했다.

“어? 채향 아가씨! 그 옷은 어디에서 난 거요?”

“운 좋게 2층에서 주웠어!”

채향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이건 피화보의(辟火宝衣)라고 하는 옷이야. 예전에 중주성 경매장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금화 20만 냥에 팔렸대. 이거 말고도 주운 보물이 꽤 돼.”

채향은 무척 만족한 것 같았다.

사실 그것들은 일반 수련자들에게는 쓸 만한 물건이겠지만, 채향에게는 별로 귀할 게 못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채향은 모험을 하고 보물을 얻게 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아마 이번에 강시고묘에 들어온 사람들 중 채향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으리라.

양전 일행은 치미는 화를 억눌렀다.

‘저 애송이 놈,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우리 중주오도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가?’

물론 천제현은 그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들과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리 자신을 도발해도 무시하기로 한 것이다.

귀면노자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든 그것도 상관없었다.

지금 급한 건 원영과를 손에 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제현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원영과만이 천제현을 혼성 경지에 도달하게 해줄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네.”

귀면노자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했다.

“거령거사가 잔뜩 사람을 모아 강시동굴에 들어갔거든.”

천제현은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강시동굴이라고요?”

“정보에 따르면, 강시동굴은 고대 문파의 강시병사 창고라고 하네. 강시를 만든 후 강시동굴에 보관한 거지. 그 동굴은 몹시 복잡한 데다 각종 금제까지 있어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야. 그런데 그 안에 어혼방울(驭魂铃铛)이라는 엄청난 보물이 하나 있다네!”

“그 물건에 대해선 나도 들어본 적이 있어.”

운요는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어혼방울은 강시병사를 부를 수 있는 물건이라지? 그 강력한 강시들을 말이야!”

고묘의 강시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바깥세상에서 다섯 마리만 부려도 도시 하나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양곤이라는 자가 이번에 어혼방울을 손에 넣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들었네.”

귀면노자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매우 잔인한 자지. 그런 자가 어혼방울을 손에 넣어 강시병사들을 소환한다면…….”

운요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죽이면 그만이지!”

그러나 귀면노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양곤은 거령금신(巨灵金身)에 정통했다네. 거령금신은 강력한 무공이지. 그건 남하국 사람들인 자네들이 나보다 잘 알 걸세.”

운요, 채향, 양전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양곤은 은둔 수련자들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자였다.

거령금신은 수련을 할수록 몸이 단단해지는데, 오래 연마할 경우 온몸이 금강불괴가 된다.

고묘 안에서 마력이 봉인된다고 하지만 육체에서 나오는 힘은 사라지지 않으니 지금 이 안에 있는 수련자들 중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뇌령주를 손에 넣은 운요조차도 그의 방어를 깰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고묘의 금제로 인해 연체 9성의 전투력만을 낼 수 있으니까.

“우리가 조금 빨리 움직였더라면 막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멀리 가버렸으니 이제 방법이 없네.”

천제현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당장은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 묘실에 가서 강시왕을 처치하고 다시 생각하시죠.”

고묘 안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지만, 그것을 다 가져갈 수는 없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가장 중요한 것만 손에 넣어야 할 것이다.

귀면노자는 낡은 양피지를 하나 꺼냈다.

“모두 보시게. 이것은 고묘의 대략적인 지형을 그린 약도라네. 이 표시대로만 걸어가면 함정을 만나거나 길을 잃지는 않을 걸세.”

“그럼 시간 끌 거 뭐 있나요? 빨리 갑시다!”

만시고묘는 엄청나게 넓었다.

지도상에 표시된 묘실은 200개인데 복잡한 동굴과 비밀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지도가 없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고묘가 개방되는 기간은 딱 이틀뿐이었다.

그렇다고 강시왕에게 향하는 길이 순조로운 것도 아니었다.

일행이 가는 길에는 수많은 강시들이 출몰했다.

하나같이 흑색 강시들이었다.

파지지직!

뇌령주가 번갯불을 발사해 순식간에 흑시 몇 마리를 없애자 천제현은 냉큼 그놈들에게 다가가 강시 내단을 꺼냈다.

그런데 천제현이 주머니에 강시 내단을 넣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핏빛 검기가 그의 팔을 향해 날아왔다.

놀란 천제현이 팔을 움츠리자 검기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 땅에 굵은 검흔을 남겨 놓았다.

‘위험하잖아!’

0.5초만 늦었어도 팔이 날아갔을 것이다.

채향은 화가 나서 양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기습하다니!”

손에 긴 칼을 든 양전이 차갑게 말했다.

“자기 것이 아닌 물건에 손을 댔으니 팔이 잘려도 할 말은 없겠지.”

“옳으신 말씀! 혼자 전리품을 꿀꺽하려고 하다니.”

“당장 내놓지 못해?”

천제현은 기세등등한 다섯 명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계약에 따라 반은 내 것이니 나머지 반은 알아서 나눠 가져라.”

양전은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누구 마음대로! 계약은 무슨 얼어 죽을 계약!”

천제현은 귀면노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작 이 강시 내단 몇 개 때문에 신용을 저버리지는 않겠죠?”

흑색 강시의 내단은 영약과 교환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다.

그런 물건을 독점하려 드니 양전 일행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중주오도라는 자들은 강도짓과 강매가 몸에 밴 인간들로, 살면서 손해 보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자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당하고만 있을 리 없었다.

귀면노자도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가게.”

“이 늙은이가! 우리 형제가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었건만 이런 식으로 보답하다니! 저 쥐새끼 같은 놈은 입만 살아가지고! 옆에 저 여자만 없었다면 진작 토막을 내주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운요는 속으로 멍청한 놈들이라고 비웃었다.

양전은 귀면노자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대주국 종문의 장로로서 큰소리 한 번 제대로 못 치고 부끄럽지도 않소이까?”

귀면노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가격 흥정은 처음에 끝나지 않았나? 가져가기로 한 것만 가져가게. 그것도 적지 않으니. 더는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군!”

그 말을 들은 중주오도는 불만에 가득 차 원한을 품었다.

사람의 욕심이 끝도 없는 법인데.

엄청난 값의 강시 내단이 눈앞에 있는데 손도 못 대보고 저 애송이에게 빼앗기게 됐으니 어찌 질투가 나지 않겠는가?

‘귀면노자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하다!’

‘저런 애송이를 저렇게까지 대접해 주다니!’

일행은 계속해서 여덟 개의 묘실을 통과하며, 200여 마리의 흑색 강시를 사냥했다.

이때, 앞장서서 길을 트던 염귀가 다시 달려와 보고했다.

“장로님, 앞쪽은 절벽입니다!”

이때, 괴이한 느낌을 주는 안개 속에서 칠흑처럼 검고 거대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의 정체는 석관이었다.

약 천 개 정도의 석관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떠 있었다.

석관들은 모두 검은색이었는데, 겉에 그물 같은 핏빛 무늬가 새겨져 있어 마치 핏자국처럼 보였다.

만 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땅에 떨어진 적이 없는 천 개의 관들.

그 괴이하고 음산한 장면에 일행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귀면노자가 중얼거렸다.

“여기는 고묘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네. 천관절벽이라는 곳이지!”

석관들은 기묘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일정한 규칙에 따라 하나하나가 천천히 움직이며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강력한 죽음의 기운 때문에 다가가는 건 고사하고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다.

천제현이 말했다.

“거대한 금제진이군요!”

“보는 눈이 있군. 이건 삼천현관진(三千悬棺阵)이라고 하네. 고대의 진법 중 하나지.”

귀면노자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몹시 위험한 곳이라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야 해.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관 안에 잠들어 있는 강시를 깨우게 될 거야!”

운요는 관에 봉인된 강시들이 보통 존재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출몰하는 흑색 강시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보였다.

저렇게 두꺼운 석관 안에 있는데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운요는 석관 안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위압감에 몸을 떨었다.

그것은 압도적인 강자의 위압감이었다.

앞에 있는 이에게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주는 위압감.

천여 개의 석관 하나하나에 극강의 존재가 봉인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평생을 살아도 이런 것을 두 번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운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떻게 하지?”

귀면노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통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네. 그래서 알려진 길도 없지. 운에 맡겨보는 수밖에. 천천히 통과해 보세.”

“운에 맡긴다고?”

“지금 이게 장난인 줄 아시오!”

“지금까지 아무도 통과한 적이 없는 곳을 우리보고 가라고?”

일행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주오도는 사기 당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천제현은 조용히 현관대진을 응시하더니 말했다.

“그럴 거 없습니다. 이 진법은 태음성좌의 성진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군요. 진법을 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 말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귀면노자가 물었다.

“진법을 파할 수 있겠나?”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천제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다만 진법의 규칙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하군요.”

양전이 조롱하듯 말했다.

“고대 문파가 모든 힘을 기울여 만든 진법이다. 중주성 최고의 진법 전문가도 파하지 못한 것을 네놈이 하겠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귀면노자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닥치게!”

양전은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 참아온 건 당신 얼굴을 봐서였소. 그런데 당신은 아까부터 계속 저놈 편만 들고 우리를 무시하고 있군. 우리 중주오도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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