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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94화 (93/729)

# 94

제94장 귀왕의 등장

운요가 지지 않고 반문하였다.

“귀왕의 천 년의 정수가 담겨 있는 유명귀화와 고문파의 보물인 유명검은 뇌령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지요. 묵연의 어화공(驭火功)에 유명귀화가 어우러지고, 만무일의 음풍검결에 유명검이 합세한다면 그 위력이 어찌 뇌령주만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운요의 대꾸에 묵연과 만무일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제현은 세 사람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얘네가 노리는 건 명확해. 보물을 다 가지고 가면 난 허탕을 치겠지?’

하지만 천제현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대전에는 귀왕이 있다.

살아나가기도 힘든 판국에 보물을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궁전 대문에 다가가자 대전 안이 뿌옇게 보였다.

바닥에는 시체가 가득했으며 박살 난 투구와 갑옷, 부러진 무기들이 땅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 시체들은 이전에 이곳에 온 탐험가들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수련자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 유명전에 왔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나간 자는 거의 없었다.

모두의 뇌리에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대전 중앙에 세 개의 눈을 가진 무시무시한 요괴 석상이 서 있었다.

석상은 가운데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그 눈에서 남보라색의 광채가 번쩍였다.

마치 요괴의 눈동자가 모두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

운요가 흥분하며 말했다.

“뇌령주다!”

광채를 발하고 있는 가운데 눈은 주먹 크기의 구슬이었다.

이 투명한 구슬은 매우 밝고 찬란한 광채를 내뿜었다.

설사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 강대한 에너지의 파동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제현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뇌전법주(雷電法珠)?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군. 정말 얻기 힘든 보물이야. 과연 운요가 탐낼 만해.”

묵연, 만무일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유명전에는 세 개의 보물이 있었다.

뇌령주, 유명검, 유명귀화.

그런데 왜 뇌령주만 보이는 걸까?

이때 사방에서 음험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땅에 쓰러져 있던 해골에서 빛이 나더니 갑자기 10여 구의 시체가 일어났다.

시체의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긴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귀야차라니!”

운요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귀야차가 푸른 귀화를 토해내며 천제현 일행을 향해 공격해왔다.

묵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함께 싸우자!”

운요가 번개의 정령을 소환하자 백여 줄기의 번개가 유성우처럼 쏟아졌다.

매우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귀야차가 너무 많았다.

그녀 혼자서 저 많은 귀야차를 다 막아낼 수 없었다.

천제현이 어쩔 수 없이 전투에 참가했다.

천제현이 두 장의 부적을 꺼냈다.

부적에 마력을 주입하자 두 개의 빛으로 된 창이 나타났다.

천제현은 창을 빠르게 잡아채서 귀야차를 내리찍었다.

번쩍.

귀야차가 수 미터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천제현이 운요의 앞에 서서 마력을 빛의 창에 모으자 다가오던 귀야차들이 경계를 하며 속도를 늦췄다.

“저 녀석, 대단하군. 저런 부적술은 처음 보는걸.”

“빛의 속성을 사용하다니!”

만무일, 묵연은 매우 놀라 천제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가 중주성 사람이라면 어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까?’

‘중주 사람이 아닐 거야, 어쩌면 남하국의 사람이 아닐 수도?’

그러나 잡념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또다시 귀야차가 공격을 해왔다.

귀야차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무기와 무공 초식이 제대로 먹히지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데미지가 적게 들어갔다.

‘귀야차는 오랜 기간 고묘에 있으면서 고묘의 봉인에 익숙해졌어. 절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야!’

묵연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며 양손을 합장을 하자 검은 화염이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다.

화염은 곧 수십 개로 분열되어 귀야차에게 날아갔다.

묵연이 수련한 것은 공격 무공인 어염결(御炎诀)이었다.

묵연의 정령 자체이 불의 속성이기 때문에 각종 화염을 수월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묵연과 운요가 원거리 공격을 시전했고, 천제현과 만무일은 몸을 날려 근접 공격을 펼쳤다.

십여 마리의 흉악한 귀야차들이 네 명의 협동 공격에 막혔다.

천제현이 천년정원초를 하나 삼키고는 마력을 계속 끌어올려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두 창끝이 동시에 귀야차를 찔렀다.

펑!

‘첫 번째 귀야차를 해치웠다!’

만무일은 역시 중주성에서 이름난 검객이었다. 그의 음풍검결은 사파에 가까운 검법으로 귀야차의 정신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압! 나와라! 혈나찰(血罗刹)!”

만무일은 검객이지만 정령은 검이 아니라 전신이 피로 얼룩진 악귀였다.

“음풍참혼(阴風斩魂)!”

흉악한 얼굴의 혈나찰이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돌진하여 혈도(血刀)를 크게 내려쳤다.

그러자 귀야차의 몸이 둘로 쪼개졌다.

운요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정령으로 검술을 쓰다니?”

귀야차와 정령은 모두 영체였다.

만무일은 움직이지도 않고 정령으로 검법을 써서 상대의 영혼을 공격한 것이다.

그 결과 한 칼에 귀야차 하나를 두 동강낼 수 있었다.

이는 천제현의 공격보다 더 효율적이었다.

“음풍둔(阴風遁遁)!”

만무일의 몸이 한 번 흔들리며 바람으로 변했다.

곧 시야에서 만무일이 사라졌다.

천제현은 어리둥절했다.

“귀야차가 아직 남아 있는데, 저놈은 어디를 가려는 거지?”

만무일이 귀야차 사이를 뚫고 지나가더니 세 눈의 요괴 석상 앞에 나타났다.

그가 몸을 두 차례 날려 석상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운요는 그의 의중을 알아챘다.

‘저놈이 먼저 뇌령주를 차지할 생각이야!’

그녀가 대로하여 말했다.

“이 비열한 놈!”

“멈춰!”

천제현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외쳤다.

“아직 구슬을 건드리면 안 돼!”

‘헛소리!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지!’

만무일이 천제현의 경고를 무시하고 검 끝으로 석상의 머리를 후벼 팠다.

남보라색의 구슬이 튀어나왔다.

만무일이 크게 웃으며 손을 뻗어 구슬을 잡았다.

“상고시대의 뇌령주가 내 손에 들어왔다!”

천제현이 분노하여 욕을 했다.

“이 버러지 같은 놈!”

쿵! 쿵! 쿵!

대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요괴 석상에 수많은 금이 생기더니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고대의 기운이 요괴 석상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묵연은 깜짝 놀라 화를 내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천제현이 탄식을 했다.

“뇌령주는 귀왕을 봉인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걸 빼냈으니 귀왕의 봉인이 풀린 거지!”

‘뭐라고?’

귀왕!

만무일이 뒤를 돌아보니 요괴 석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 속에서 검붉은 색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흥! 뭔 놈의 귀왕! 뇌령주가 손에 있는데 겁낼 게 뭐가 있겠냐?”

만무일이 뇌령주에 마력을 주입하여 보물에 깃들여져 있는 강대한 에너지를 끌어내려 하였다.

그런데 이 어찌 된 일인가, 뇌령주 안에 의지가 깨어나 만무일의 힘에 저항하였다.

펑!

뇌령주의 저항에 밀린 만무일의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뇌령주는 광채를 뿜으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젠장! 저건 내 거야! 건들면 죽여 버리겠어!”

만무일은 다른 사람들을 보며 협박했지만 다시 뇌령주를 만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금 뇌령주의 저항 때문에 크게 내상을 입은 탓이었다.

뇌령주가 공중에 떠올랐다.

곧 궁전 밖으로 날아갈 기세였다.

천제현이 높이 뛰어 올라 뇌령주를 잡으려하자 뇌령주가 강렬한 뇌광을 뿜어냈다.

“구슬주제에 위력이 어마어마하군!”

천제현이 성광을 발산하며 뇌령주의 힘에 맞섰다.

그가 구슬을 품에 안고 십여 초를 버티자 뇌령주의 힘이 급속히 쇠퇴하더니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고요해졌다.

천제현은 땅으로 내려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천년정원초를 하나 삼켰다.

뇌령주는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혼기(魂器)였다.

혼기는 정령기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고급 장비였다.

혼기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무기에 영혼이 생겨나는데, 이를 기령(器灵)이라고 불렀다.

기령 중에서 몇몇 강대한 힘을 가진 것들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자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특수한 수련을 통해 혼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뇌령주는 고묘에서 천 년을 넘게 지냈다.

보통 병기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 부서지게 마련인데, 뇌령주는 부서지기는커녕 오히려 기령이 자아를 갖게 되었다.

‘과연은 천하의 기보이다!’

천제현이 뇌령주를 가방 안에 넣고 도망치려고 했다.

바로 그때, 모골을 송연케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돌연 궁전 안에서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크크크…… 살아 있는 인간이다. 살아 있는 인간……!”

요괴 석상이 여러 조각으로 박살났다.

사방에서 괴이한 안개가 몰려오더니 매우 음침하고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공포스럽고 거대한 위압감이 순식간에 주위를 뒤덮어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크크크크크!”

허공에서 검붉은 색의 거대한 사람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운요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저게 뭐야!”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괴물의 위압감에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귀왕은 천제현을 바라봤다.

귀왕은 영감을 지닌 존재였다.

천제현이 지니고 있는 뇌령주가 그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쾌감을 주는 천제현을 죽여 버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샥!

귀왕의 몸이 번쩍이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해 왔다.

귀왕의 날카로운 손톱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두 손을 매섭게 휘두르자 공간조차 비틀어질 것 같았다.

천제현은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투명한 보호막을 만들었다.

팟!

귀를 자극하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천제현은 오장육부에 거대한 충격을 받고 십여 장을 나가떨어졌다.

“젠장, 이 죽일 놈의 망령 같으니라고!”

뇌령주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마치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것과 같았다.

천제현은 지금 뇌령주의 무시무시한 저항뿐만 아니라 귀왕의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천제현은 하는 수 없이 뇌령주를 운요에게 던졌다.

“빨리 이걸 갖고 저놈을 상대해 봐!”

운요는 천제현의 방어력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귀왕의 공격 한 방에 저렇게 만신창이가 됐으니 다른 사람들은 결코 귀왕의 공격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운요가 뇌령주를 받아들자 뇌령주의 자아가 다시 깨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격렬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처럼 매우 친근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정말 영물이야!’

귀왕이 허공을 향해 길게 울부짖더니 운요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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