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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91화 (90/729)

# 91

제91장 운요와 마주치다

일반인이었다면 이 안개 속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정기를 빨려 죽었을 것이다.

마력이 고강하지 않은 수련자 역시 이곳에 장시간 머무르면 점점 힘을 잃을 게 분명했다.

‘오래 머물 곳이 아니야!’

원령의 전당은 원래가 음침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귀무의 위협까지 막아내야 하니 이곳을 통과하기가 쉬울 리 없었다.

이때, 강력한 기운이 밀려왔다.

그 기운에 천제현은 몸을 움츠렸다.

그는 요괴가 나타난 걸로 착각하고 성광을 모아 몸을 보호했다.

그런데 귀무 속에서 오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방어 무공은 봐줄 만한걸!”

곧이어 보라색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왔다.

눈처럼 흰 피부에 긴 머리를 등 뒤로 휘날리고,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었다.

그녀는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으로 천제현을 응시했다.

거만하고 냉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 마치 가시 돋친 한 송이의 장미 같았다.

파지직!

몇 줄기의 번개가 운요의 몸을 감싸며 안개가 다가올 때마다 튕겨내고 있었다.

번개는 빛의 속성도 띠고 있어 귀무를 쉽게 튕겨냈다.

‘이 여자였군! 운도 없는 여자네!’

천제현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천제현은 사소한 원한을 두고두고 간직하는 소인배가 아니었다.

하지만 운요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물론 누구나 가끔씩은 화도 내고 오만하게 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정도가 심했다.

‘나도 저 정도는 아닌데, 저건 나보다 더 심하군!’

천제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저런 애들은 분명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저렇게 교만하고 괴팍해진 거야.’

운요는 천제현을 잠시 바라보더니 명령조로 말했다.

“저 앞에 있는 궁전에 내가 원하는 보물이 있다. 저곳에 가서 근처에 있는 귀신과 요괴들의 주의를 끌도록 해라. 일이 잘되면 큰 상을 내리마!”

운요의 표정에 천제현을 깔보는 기색이 가득했다.

‘생긴 것도 평범하고 실력도 평범한 무명소졸 같으니라고! 내 명성과 실력을 알고도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나 보자.’

사실 운요는 보물을 챙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매우 까다로운 괴물이 보물을 지키고 있었다.

괴물의 시선을 끌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때 천제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운요조차도 처치할 자신이 없는 괴물.

과연 그런 괴물 앞에서 무명소졸이 무사할 수 있을까?

‘얘는 다른 사람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녀가 선만 넘지 않는다면 천제현은 모욕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해도 그냥 웃고 넘겼다.

굳이 저런 여자와 다툴 필요가 있겠는가?

어찌 거대한 용이 개미 따위의 조롱에 신경을 쓰겠는가?

물론 너무하다 싶으면 가끔씩 몰래 골탕을 좀 먹여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감히 자신을 미끼로 쓰려고 하다니!

‘그래도 참아야 하나?’

천제현은 당하고만은 못 사는 성격이었다.

가뜩이나 이미 한 번 그녀의 무례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참고 넘어간다면 천제현이 아니다!

운요는 여전히 오만하게 말했다.

“귀가 먹었냐? 빨리 움직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남을 사지로 몰려고 하는군. 제기랄! 네가 무슨 왕이라도 되는 줄 알아!”

천제현이 소리치자 운요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녀석! 감히 내게 큰소리치다니!’

“난 왕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경고하는데 그만 까불어. 이 중주 땅에 나를 위해서라면 끓는 물에라도 기꺼이 뛰어들려고 하는 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네가 날 위해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갈 거야 말 거야?”

천제현은 뭔가 즐거운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궁금하군. 금제를 당하고 있는 이 상황에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운요의 낯빛이 변했다.

“무엄하다!”

천제현은 일부러 운요를 조롱 했다.

“알겠다. 그거였군. 이 참에 내게 작업을 걸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넌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다른 데 가서 알아봐! 그렇지 않으면 혼쭐을 내줄 테니까.”

‘뭐, 뭐라고!’

운요는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놈은 호랑이 간이라도 삶아먹은 건가!’

중주성의 선배들도 그녀에게는 한 수 접어주거늘.

중주성의 사대공자 중 하나이며 그 중 유일한 여자.

더욱이 중주성 절세미녀로 소문난 그녀였다.

운요 주위 사람들은 늘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 그녀인데!

운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대접을 받아봤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놈이 있지? 내가 외모도 실력도 평범한 이런 소인배에게 작업을 건다고?’

운요의 동공에서 번개 빛이 번쩍거렸다.

“내가 널 못 죽일 거 같으냐?”

“날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은 아주 많았지. 하지만 모두들 끝이 좋지 않았어.”

천제현의 말에 살의가 돌았다.

“한 번 시험해 볼래?”

운요는 뭔가 굉장히 불길함을 느꼈다.

그 불길함 때문에 운요는 공격하는 것을 망설였다.

운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덜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 넌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죽이지 않을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운요의 몸에서 전류가 감돌면서 수많은 오묘한 주문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따끔한 맛은 좀 보여줘야겠군. 약자는 영원히 약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 우선 육체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뢰!”

운요가 소리를 지르자 자홍색의 번개 줄기가 나타났다.

‘이 여자의 정령이 번개였다니!’

번개 정령의 전투력은 매우 강한 데다가 희소한 편이었다.

운요의 몸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번개 줄기가 몇 개 치솟아 오르더니 천제현을 향해 굽이쳐 내려왔다.

치지직!

번개가 천제현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천제현의 몸이 성광으로 빛났다.

쾅!

번개가 성광과 충돌하며 가로막혔다.

천제현은 대수롭지 않게 번개를 막아냈다.

그러면서 운요를 조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번개 정령에도 종류가 많지. 너의 정령은 그중에서도 중하급 정도에 불과해! 난 이미 구천신뢰(九天神雷)의 정령도 만나본 적이 있어. 네 그 우월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녀석!”

운요는 놀랍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 녀석은 아직 연체 9성에도 이르지 못했어! 그런데……!’

운요는 지금 마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연체 9성 정점 힘은 낼 수 있었다.

게다가 동급이라면 보통 수련자는 모조리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수련자가 수천만이 넘는 중주성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재였다.

자기와 비슷한 몇몇 기재를 제외하고는 같은 급에서 그녀와 필적할 만한 상대는 없었다.

게다가 천제현이 조롱한 번개 정령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외와 부러움을 사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연체 9성에도 이르지 못한 이 소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네가 판 무덤이다!”

운요는 자존심이 상해 크게 분노했다.

수백 줄기의 번개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위력과 열기로 인해 주변의 안개가 모두 증발했다.

전류처럼 사방을 뒤덮은 번개 줄기가 모두 그녀의 두 팔에 모였다.

그 모습이 마치 번개로 된 검 두 개 든 것 같았다.

번개로 된 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주변을 뒤덮었다.

“뇌도(雷刀)! 질뢰참(疾雷斬)!”

운요의 몸이 순간 사라졌다.

그녀의 움직임은 몹시 빨라 그림자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자색의 인영이 두 줄기의 번개줄기를 늘어뜨리며 무지막지한 속도로 공격해왔다.

운요의 속도는 천제현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만약 천제현이 보통 수련자였다면 그녀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입미!”

천제현이 몸을 조금 움직이자 아주 미세한 차이로 번개줄기가 비껴 지나갔다.

운요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그녀는 매우 놀랐다.

이처럼 미세한 회피 동작은 일반인은 절대 해낼 수 없는 것이다.

‘입미인가? 이 꼬마가 입미의 이치를 깨달았단 말인가!’

천제현이 몸을 피하면서 왼손을 쓸어내렸다.

천제현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운요는 순간 얼굴이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자색의 베일이 잘려 나간 것이다.

“너…….”

운요가 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뺨을 만졌다.

운요의 얼굴이 드러났다.

경국지색. 그녀의 미모는 공씨 자매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또 다른 매력.

운요는 그녀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돌려줘.”

천제현이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오른손을 들었다.

곧 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빛이 나더니 한 줄기 예리한 검기가 뻗어져 나왔다.

운요는 황급히 뇌광(雷光)을 소환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검기가 그녀의 몸을 내리치자 그 충격에 운요가 몇 발짝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뇌광에 둘려 쌓인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운요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혼성1성 강도의 검기를 막아내다니! 제법 하네!’

천제현이 손에 든 베일을 흔들며 웃었다.

“중주성 사대공자도 다 허명이었군. 너 정말 중주 사대공자 맞아? 사칭한 건 아니겠지?”

천제현이 운요의 자존심을 긁었다.

여러 차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녀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분뢰장(奔雷掌)!”

수많은 자색 번개줄기에서 무섭도록 아름다운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 주변 일대를 태워 버렸다.

뇌광이 그녀의 두 손에 모이자 운요의 백옥 같은 두 손이 번개 덩어리처럼 변해 버렸다.

‘이건 좀 위험한데?’

이번에는 천제현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 공격은 웬만한 혼성 1성의 수련자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이번 공격은 결코 남궁혜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사라지고 두 줄기 번개 잔상만이 남아 천제현을 향해 덮쳤다.

파괴력뿐만 아니라 속도도 번개처럼 빨랐다.

‘피하긴 힘들겠군!’

그는 하는 수 없이 성광의 방어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맑고 투명한 성광 갑옷이 그의 몸을 감쌌다.

펑!

두 줄기의 분뢰장이 무서운 기세로 천제현의 성광 갑옷을 내리쳤다.

뇌광과 성광이 사방으로 부서졌다.

천제현은 번개에 맞은 느낌을, 운요는 견고한 금강석을 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뢰장이 성광 갑옷을 반 이상 증발시켜 버렸지만, 천제현의 몸에는 상처 하나 입하지 못했다.

오히려 운요가 몇 발짝 뒤로 밀려났다.

천제현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운요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그녀를 몇 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네 실력이 겨우 이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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