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제79장 흑석진
흑석진 중심가, 수련자가 모인 곳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대주국 상단이 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사람들 모두 이 기회를 잡아 대주국의 현음종에게서 희귀한 자원을 얻고자 했다.
강시는 매우 위험하여 혼자서 사냥할 수 없다.
따라서 자유 수련자는 임시적인 집단을 조직했다.
“채향 아가씨가 대원을 모집한대?”
“최근에 암시장에 왔다는 소문은 있네. 채향 아가씨는 실력과 외모 모두 훌륭하고, 명성도 대단하지! 지금 한 자리가 빈다는 군. 우리들도 한 번 도전해 볼까?”
“미쳤어? 그들은 모두 고수야. 네 명 모두 연체 9성이란 말이야. 자네는 연체 7성인데, 어찌 굴욕을 자초하는가?”
“쉿쉿! 목소리 낮추게! 전풍이 있잖아! 자네가 그와 상대가 될 것 같은가?”
처음 말을 꺼낸 수련자가 깜짝 놀라 목을 움츠렸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이 공터에 있었다.
여자는 정교하고 수려한 장검을 등에 메고 있었다.
화려한 색상의 궁복을 입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품격에 단정하고 유연한 모습이었다.
절세미인까지는 아니어도 두 눈동자가 유난히 밝고 특히 우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좌측에는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서 있고, 무기로 거대한 추를 메고 있었다.
우측에 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마른 청년은 무기로 단도 두 개를 가지고 있었으며 등에는 장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려한 옷은 입은 여인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희 집단에 한 명이 부족하여 연체 9성에 이른 수련자를 뽑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흑석진에서 연체 9성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이 이어서 말했다.
“협곡에서 사냥하여 얻은 강시 내단은 일괄적으로 균등하게 분배할 것입니다. 도전해 보실 분 없습니까?”
사람들이 침묵할 때, 우람한 사내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이 쓸모없는 것들은 담력도 없으니 그 자리는 이 전풍이 채워야겠소이다!”
“저자가 흑철장 전풍인가?”
“저자의 흑철대력장 위력은 어마어마하다던데!”
“맞아! 우리도 저자와는 싸우고 싶지 않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전풍을 매우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채향은 전풍의 강한 기운을 느끼고는 그가 고수일 거라 짐작했다.
그녀는 탐색하듯 물었다.
“도전하실 분, 또 없으신가요?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 강한 자가 선택받게 될 것입니다. 도전하실 분 또 안 계신가요?”
전풍이 팔짱끼고 선 채 거들먹거렸다.
“채향 아가씨, 이곳에서 나보다 더 강한 자가 있다고 여기시오? 이 쓰레기들한테 시간 낭비할 시간에 강시 몇 마리나 더 사냥하는 게 낫지 않겠소?”
이 말에 많은 사람이 격노했다.
“말투가 참으로 건방지군!”
“내가 도전해 보지!”
건장한 청년이 칼을 잡고 뛰어 나왔다.
싸늘한 칼바람이 불었다.
도신이 하늘로 치솟더니 찬란한 꽃망울을 만들어 전풍을 덮쳤다.
“흥! 잔재주를 부리는군!”
전풍의 양손에 금속광택이 떠올랐다.
한 손으로 칼을 때리니 철로 된 칼로 휘어졌다.
사내는 깜짝 놀라 말했다.
“내가 졌소!”
그러나 전풍은 손을 거두지 않고, 양손으로 건장한 청년의 가슴을 묵직히 때렸다.
으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건장한 청년은 수 장을 날아갔고, 가슴은 움푹 파였다.
숨을 내쉬었지만 들이마시지는 못하여 숨이 곧 넘어갈 듯 했다.
딱 봐도 얼마 못가 숨을 거둘 것 같았다.
“이게 바로 내게 도전한 자의 말로다!”
전풍이 차갑게 웃으며 포효했다.
“승복하지 못하는 자 있으면 나와라!”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다들 전풍을 피하고 싶은 눈치였다.
“대단합니다!”
“이것이 바로 흑철대력장법인가요?”
전풍은 연체경에 이른 자유 수련자 중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기연을 만나 흑철대력장을 전수받았고 이제는 정통한 수준에 오른 덕분이었다.
맨손으로 칼날을 잡아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고, 힘은 더욱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풍은 극도로 잔인하기 때문에 그는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 청년도 스스로의 죽음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채향은 전풍의 공격이 너무 악랄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 심하게 공격할 필요가 있는가?
하지만 그녀도 전풍의 실력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채향의 청량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귀하의 장법이 대단하군요. 마력도 연체 9성에 이르렀으니 저희의 조건에도 딱 맞네요. 저희 집단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풍은 미녀의 칭찬을 들으니 날아갈 듯 기뻤다.
“이 쓰레기들이 채향 아가씨의 동료로 가당키나 하오? 부족한 한 명의 자리는 나 말고는 감히 감당할 수 없지!”
‘정말 거만하고 난폭하군!’
사람들은 속으로 전풍을 비난했다.
그러나 전풍이 강력한 만큼 감히 겉으로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전풍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목에 힘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갈 때 사람들 틈에서 풋풋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대단히 어린 소년이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걸어 나왔다.
12세도 안 되는 모습에 평범한 외모를 지녔지만, 눈빛만은 밝고 투명했다.
전풍이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음험하고 거무스름한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꼬맹아, 날 멈추게 한 대가가 뭔지 알고 싶은 게냐?”
‘아이고! 까불긴!’
천제현의 위로 날카롭게 올라간 눈썹이 움찔거렸다.
“내가 이 집단에 합류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러니 어서 꺼져 주시지!”
죽으려는 건가?
고작 열 살 조금 넘은 소년이 전풍 앞에서 저런 말을 하다니!
소년의 충동적인 행동이 전풍의 화를 돋울 것이다.
채향은 서둘러 충고했다.
“얘야, 우리는 연체 9성의 고수만 받고 있어. 너의 마력이 약하진 않지만 연체 9성이 안 되는데…….”
“아까 말하셨잖아요. 여기서는 실력으로 말하는 거라고!”
천제현이 목소리 톤을 바꾸더니 강경하게 말했다.
“제가 보기엔 이곳에서 내가 가장 강한 것 같은데요!”
장내 공기가 싸늘해졌다.
채향 옆에서 거대추를 들고 있는 사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고 녀석 참 재미있군!”
“감히 내 앞에서 날뛰다니?”
전풍이 음험하고 흉흉한 눈빛을 번뜩였다.
“내 앞에서 까불어? 그 용기 한 번 가상하군. 그러나 너무 어리석어……. 네놈이 죽기를 원한다면, 내가 들어주는 수밖에!”
양손에 흑철 광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풍은 소년을 향해 흑철대력장을 날렸다.
텅!
소년의 몸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전풍이 공격한 것이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종인 것 같았다.
“꺼져!”
천제현의 몸에서 찬란한 성광이 번쩍였다.
“와!”
전풍이 비명을 지르며 수 장이나 나가 떨어졌다.
내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양팔도 부러졌다.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순간 얼어붙었다.
전풍의 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전력을 다해 소년을 공격했는데 소년을 죽이기는커녕 전풍이 당하다니!
천제현은 전풍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에게 다가갔다.
“저는 암우개라 하옵니다!”
‘아무개? 이게 무슨 이름이야?’
채향은 당황한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
“강력한 방어 무공을 연마한 모양이구나. 설마 대성 경지에 이르렀을 줄이야. 자기보다 높은 경지의 수련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우리에게 합류할 자격은 충분해!”
‘대성 경지라고? 아직 멀었는데?’
천제현은 소성의 경지인 유리체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천제현은 처음 본 사람한테 그 사실을 알려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채향은 어린 소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중주성에서 언제 이런 인물이 나왔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눈앞에 이 소년은 전풍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자라는 것이었다.
“난 채향이라고 해. 저기 키가 큰 사람은 항호, 과묵한 저 사람은 적전이라고 한단다!”
채향은 이십 대 초반의 기품이 있는 미녀였다.
‘어?’
천제현은 채향의 얼굴을 2초간 응시하더니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이 여인도 변신술을 썼군. 나보다는 한참 떨어지지만!’
‘설마 자기 외모에 열등감을 느끼나?’
천제현은 남몰래 그럴 거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굳이 들춰낼 생각도 없었다.
“다섯 명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다른 한 명은 어디 있나요?”
“다른 한 명은 백자묵이라고 해. 암시장에 몇 번 드나든 경험이 있지. 그래서 그곳 지형에 빠삭하단다. 연체 9성의 정점 수련자로 마력 역시 가장 높지! 그는 중주성에서도 이름난 천재야.”
“그 사람을 보러 가죠.”
***
작은 마을의 성문 앞.
백자묵은 하얗고 화려한 비단 장포를 걸치고 보석이 무수히 박힌 장검을 등에 지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의 백자묵은 한 눈에 봐도 자유 수련자로 보이지 않았다.
누가 본다면 필시 명문 귀족 출신이라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백자묵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버럭 짜증을 부렸다.
“왜 이리 늦은 거요!”
그러나 천제현을 발견하고 한 번 더 소리쳤다.
“이게 무슨 일이오?”
어리디 어린 천제현을 보는 백자묵의 표정은 일그러짐 그 자체였다.
그는 신랄하고 야박한 어조로 책망했다.
“도울 사람을 찾으라고 보내놨더니, 누가 이런 쓰레기를 데려 오라고 했소!”
천제현은 순간적으로 욱했지만 소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참았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백자묵은 계속해서 천제현을 비난했다.
“연체 9성의 실력은 고사하고 우리한테 걸림돌만 될 거요. 이런 쓸모없는 물건은 차라리 없는 게 낫소! 어서 이 녀석을 쫓아내시오!”
이 세계는 강한 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백자묵이 아무리 오만방자하게 굴더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채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묵, 화내지 마세요. 암우개는 나이도 어리고 마력도 약간 약하지만 전투력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그는 호신 기공을 익혀서 전풍의 흑철대력장도 막아냈어요!”
기골이 장대한 항호가 앞으로 나왔다.
“백형, 저희가 직접 눈으로 봤어요. 전풍이 일장을 날렸는데 이 아이는 피하기는커녕 호신 무공으로 전풍에게 중상 입혔어요!”
“흥, 그렇단 말이야? 전풍도 이름만 거창한 쓰레기였나 보지!”
백자묵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 감탄을 하며 동시에 소년을 경계했다.
‘이 어린놈이 전풍을 꺾다니.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나와 실력이 비슷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