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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8화 (77/729)

# 78

제78장 떠나는 천제현

공화련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의견을 냈다.

“우리가 우선 천제현을 숨겨야겠어요. 그럼 첨예한 갈등은 피할 수 있어요. 그들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그 대상을 찾을 수 없도록 하는 거죠.”

남궁의는 신분이 지엄한 성주이니 만큼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 가문이 동시에 압박을 가할 경우, 남궁의 자신조차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든 천제현을 숨기고 세 가문과 직접적인 충돌할 계기를 없앤다면 기적상회를 비롯하여 공화련과 공서련을 보호할 수 있다.

남궁의는 힘들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모두가 천제현의 뒤치다꺼리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천제현이 옆에서 늘어지게 하품했다.

빨리 말을 끝내고 잠이나 자자는 뜻이다.

“큰아가씨, 혹시 암시장 통행증을 구해주실 수 있나요? 암시장을 좀 둘러보고 싶어요. 쓸 만한 재료가 있는지 찾아보려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제 몸을 숨기게 되는 건데. 다들 의견이 어떠신가요?”

남궁의가 놀라 물었다.

“암시장에 가려고 하나?”

공화련이 서둘러 말했다.

“적절치 못한 생각이야!”

공화련이 이어 설명했다.

“어쨌든 넌 천남성에서는 아직 보호받을 수 있어. 하지만 성 밖에서 어슬렁거리면 어찌 그들이 널 가만히 놔두겠니? 천남성 곳곳에는 양씨 가문의 눈과 귀가 있어. 네가 천남성을 떠나면 그들에게 틀림없이 발각될 거야!”

천제현이 크게 웃었다.

“그게 뭐가 문제예요?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대체 무슨 꿍꿍이지?

몇 분 후, 청포를 입은 한 소년이 부리나케 걸어 들어왔다.

“소인 암우개, 대인들을 뵈옵니다.”

‘누구지?’

공서련이 갸웃거렸다.

소년은 열두 살도 채 안 된 듯한 외모에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단정한 이목구비를 지녔다.

그러나 이밖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소년은 너무도 평범하여 사람들 틈에 있으면 그대로 묻혀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이름까지 딱이었다.

암우개라니!

공서련이 암우개 앞으로 가서 그의 눈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소년의 뺨을 만지고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본 후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설마 천제현이야?”

천제현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 변신술이 꽤 쓸 만하죠?”

키, 체형, 이목구비, 심지어 목소리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하늘 아래 이처럼 대단한 변신술이 있을까?

남궁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천제현이 싱긋 웃었다.

“물약을 먹었을 뿐이에요. 거기에다 저만의 변신기술을 사용했죠. 다음에 가르쳐 드릴게요!”

지금 밖으로 나가면 그 누구도 천제현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성주가 그를 위해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동안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천제현은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기억하세요. 제 이름은 암우개이고, 자유 수련자랍니다. 뜻밖에 암시장 입장권을 얻었으니 제 운을 확인하러 갔다 올게요! 전 여러분을 몰라요. 기적상회와도 관계가 없고요!”

완벽하다.

완벽한 변장술이다!

이런 방법이라면 천하를 돌아다닐 수 있다!

아무리 변장했다하더라도 천제현이 천남성에 머문다면, 공서련, 공화련과 자주 접촉할 테니 발각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천제현이 천남성을 떠나면 누가 그와 기적상회의 관계를 알겠는가?

“암시장은 저 멀리 강시협곡에 있다네.”

남궁의는 강시협곡을 꺼리는 듯했다.

“강시협곡은 정상적인 지역이 아니야. 알고는 있는가?”

‘암시장이 뭐 어때서? 암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 아닌 건 당연하잖아.’

타국 상인이 성에 들어와 장사를 하려면, 그 절차도 복잡하고 엄청난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현지 시장을 교란하여 상회의 이익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제품의 수량도 엄격히 제한된다.

간첩, 혹은 반역을 꾀하는 사람 등이 행상의 이름을 빌려 잠복하지 못하도록 상단의 인원수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렇듯 각종 제약 때문에 암시장이 생겨났다.

성 관할 지역 밖에서 각 상단은 물품을 마음대로 운반할 수 있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간다.

아무런 제약도 없고 세금도 낼 필요 없다.

현지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보물, 훔친 것, 빼앗은 것 등 성 안에서 꺼려지는 물품도 일반적으로 암시장에서 상인에게 판매된다.

오랜 시간 이어오면서 암시장은 그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국가에서 자주 단속하기 때문에 암시장은 눈에 잘 띄는 곳에 생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인적이 드문 곳이나 심지어 흉흉한 곳에 생긴다.

강시협곡 역시 그중 하나다.

남궁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강시협곡은 중주 관할 내에서 악명 높은 곳이네. 5,000~6,000년 전 사악한 문파가 그곳에 있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멸망했다고 하더군. 그러나 강시협곡에는 수많은 함정이 깔려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네.”

‘암시장이 고대 문파의 유적지 위에 세워졌다고?’

천체현은 구미가 당겼다.

남궁의가 말을 이어갔다.

“강시협곡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강시라네. 강시협곡에서 죽은 사람은 십 년이 지나도록 그 몸이 썩지 않는다고 해. 현음원기(玄陰元氣)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결국 강시가 된다고 하더군.”

“너무 무서워요!”

공서련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강시가 그렇게 대단해요?”

“사람이 변한 것이지만, 이미 마물이 되어 인성이 없고 흉폭하며 잔인하지!”

남궁의가 계속 말했다.

“강시는 생명체가 아니야. 이론적으로는 수명도 영원하지. 또한 존재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시도 강해진다네.”

남궁의가 설명을 이어갔다.

“십 년 된 강시는 연체 1성의 마력을 가지지. 창, 칼로 뚫을 수 없고 힘이 굉장히 세. 게다가 시독(屍毒)도 있어 연체 2, 3성인 수련자의 전투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이후 십 년마다 한 단계씩 진화하여 이십 년 된 강시는 연체 2성에 상당하는 마력을 가진다네. 마찬가지로 삼십 년 된 강시는 연체 3성의 마력을 지니는 거고!”

공서련은 계속되는 남궁의의 설명에 겁을 먹고 공화련의 뒤에 숨었다.

“강시협곡의 유적은 수천 년간 이어온 터라 백 년 묵은 강시도 많고 심지어 천 년 묵은 강시도 존재한다네!”

공화련이 공서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썹을 찡그렸다.

사람들은 비밀스러운 암시장의 존재를 알고만 있었을 뿐,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몰랐다.

천제현은 호위무사 한 명도 데려갈 수 없다.

오로지 혼자서 강시가 출몰하는 요사스러운 곳에 가야 한다.

이러니 어떻게 안심이 될 수 있겠는가?

‘강시라고? 재미있겠는걸!’

천제현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것들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었어요.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어요!”

그는 본래 운을 시험하러 암시장에 가고 싶었다.

자신의 운이 좋다면 좋은 물건을 건질 것이며, 운이 좋지 않다면 그저 암시장 구경이 될 터였다.

그런데 암시장이 있는 곳은 고대 문파의 유적지이기도 했다.

이렇게 엄청난 기회가 있는 곳을 천제현이 마다할 리 없었다.

남궁의는 천제현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천제현은 그 재주가 신통하기 이를 데 없고, 성격이 괴팍하긴 해도 바보는 아니니 쉽사리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암시장 영지는 강시협곡 외곽에 있으며, 이곳에서는 강한 강시가 출몰하지 않는다고 한다.

천제현은 천남성에서 이틀 간 채비를 마쳤다.

부적 한 묶음, 각종 용기에 담긴 물약과 단약 등을 보따리에 쌌다.

그러고 나니 정말 자유 수련자와 비슷해 보였다.

‘음, 현금은 얼마를 가져가야 하지? 우선 금화 50만 냥 정도 가져가야겠다!’

50만 냥을 통째로 들고 가려면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다.

그러므로 모두 수정조각으로 바꾸면 된다.

수정조각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금화수정조각은 한 장이 금화 1만 냥에 달한다.

‘이 돈을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남궁의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암시장에서 돈을 쓸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타국 행상이 국가에서 발행하는 금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비무환이라고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했다.

채비를 끝냈다.

이미 인사는 마친 후였다.

천제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남성을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천제현은 여러 날 밤낮으로 길을 재촉하여 드디어 흑석진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흑석진은 강시협곡에 인접한 작은 마을로 인구수가 10만 명도 되지 않았다.

이중 절반이 타국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들은 암시장에 운을 시험하려고 온 상인들과 자유 수련자였다.

변신한 천제현은 군중 틈에 감쪽같이 녹아들었다.

그는 흑석진을 한가로이 구경하면서 강시협곡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영약 사세요. 방금 캐낸 약초도 팝니다!”

“내단 사세요. 고급 내단입니다!”

“방금 나온 장물입니다. 사려거든 빨리 오세요!”

“…….”

흑석진이 암시장은 아니나 다를까, 소상인들은 대단히 많았다.

외진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데도 관리가 엄격하지 않았다.

거래 방법도 대단히 자유롭고 도굴해 온 물건이나 장물도 적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잘 찾아보면, 진귀한 물건을 얻을 수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정보입니다!”

“최신 정보입니다!”

소년 두 명이 뛰어다니며 정보를 알렸다.

“대주국 현음종(玄陰宗)의 소속 상단이 방금 암시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암시장에 최상급 약재, 장비, 무공 비급을 엄청 많이 가져왔답니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금화는 받지 않고, 강시의 내단만 받는다고 합니다! 강시 내단만 충분하다면, 어떤 물건으로도 바꿔갈 수 있다네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기는 남하국으로 소국에 불과하지만, 대주국은 대국이라 인구, 세력 등 면에서 남하국은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대주국의 문파가 남하국에 왔다면, 대주국에서 일반적인 물건이라 하더라도 남하국에서는 인기 있는 최상품이 될 것이다.

천제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곧 암시장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암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강시협곡의 지형은 복잡하고 함정이 수두룩했다.

열흘이든 여드레든 못 나올 수도 있고, 위험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길잡이나 지형에 익숙한 길동무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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