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6화 (75/729)

# 76

제76장 되찾은 명예와 덤으로 딸려온 재물

사실 천제현은 천익에게 감사해야 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천제현은 유리체의 비결을 이토록 빨리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천익은 절망에 빠졌다.

‘졌다! 또 졌어!’

천익은 연체 9성 정점의 실력으로 천씨 가문의 혼검결까지 익혔으나, 부상당한 천제현을 제압하지 못했다.

천익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검이 천제현을 내리쳤으나, 오히려 천제현의 성광불멸체가 이 보검을 부러뜨려 버렸다.

‘실력 차가 이렇게 현저하다니!’

천익의 입장에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천제현은 양손을 뒷짐 지고 냉정하게 말했다.

“세 번의 기회가 다 지나갔는데, 더 할 말이 있나요?”

천익은 분하고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죽어라!”

천익이 갑자기 도약하더니 부적 4~5장을 던졌다.

천익이 던진 부적은 풍인부(風刃符), 화염부(火焰符) 독무부(毒霧符)였다.

부적들이 이내 바람의 칼날, 화염구, 독안개로 변해 천제현을 향해 날아갔다.

천익은 연이어 비수를 하나 날렸다.

비수의 날이 검푸른 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맹독으로 바른 비수 같았다.

비수는 천제현의 가슴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천익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수를 던지마마자 부러진 장검을 들어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수한 검기가 한데 모아지더니 반만 남은 검날에 녹아들었다.

“죽어라!!!”

천익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며 검기가 천제현을 향해 쇄도했다.

천제현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이번 공격은 극강의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피할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성광불멸체를 사용하여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시간에 성광불멸체를 시전하려면 많은 양의 마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천제현은 이미 성광불멸체를 다시 형성할 마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공격이 제대로 먹힌다면 천제현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

사람들은 크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천익의 소행이 졸렬하기 짝이 없구나!”

정정당당하게 천제현을 제압할 수 없으니 이렇듯 비겁한 수단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공분을 샀다.

천제현은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심안이었다.

곧 천제현은 심안을 개안했다.

심안을 개안한 천제현은 공격을 하나하나 피하기 시작했다.

우선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여 머리를 향해 날아오던 바람의 칼날을 피했다.

그 후 손에 성광불멸체를 씌워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구를 쳐서 비껴냈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독안개였다.

호흡을 멈춘다하더라도 피부로 독이 흡수 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천제현의 대응은 간단했다.

종이 한 장 정도로 얇게 몸에 성광불멸체를 씌운 것이다.

만약 독안개의 독성이 강력했다면 성광불멸체 방어막이 녹아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천익은 그 정도로 강력한 독무부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천제현은 그 사실을 심안으로 꿰뚫어봤다.

그 후 날아오던 비수를 간단하게 손가락으로 잡아챔과 동시에 몸을 회전해 검기를 피했다.

이 모든 동작들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

모든 공격을 회피하고 나니 천익이 어느새 천제현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천제현을 향해 반쪽뿐인 검날을 강하게 휘둘렀다.

천제현은 천익의 신체에 깃든 마력의 분포를 낱낱이 살펴보고는 휘두르고 있는 팔을 낚아챘다.

이윽고 마력이 가장 약한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마력을 분출했다.

그리고 힘껏 비틀었다.

두두둑!

천익의 오른팔이 부러졌다.

뒤이어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장내에 퍼졌다.

“크아악! 네가 이겼어! 네가 이겼다고!”

천제현이 차갑게 답했다.

“지금 인정하는 건 너무 늦지 않았나?”

“난 셋째 장로의 아들이다! 감히 날 죽이겠다고?”

천제현은 아까 허공에서 잡아낸 검푸른 색의 비수를 천익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천익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쓰러졌다.

이어 몇 번의 경련을 일으키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장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수많은 시선이 천제현에게 향했다.

천지만물이 잠시 사라지고 이 신비한 소년만 남은 듯했다.

이장운은 마력이 절반이나 없어진 채 쫓겨났고, 낙원산은 번개에 맞아 죽었다.

거기다 천익까지 현장에서 황천길로 보냈다.

3전 3승!

통쾌한 승리였고 의심할 바 없는 승리였으며, 그 방식 역시 모든 이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매 시합을 시작할 때마다 아무도 천제현이 이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제현은 시합에서 계속 믿기 힘든 승리를 이뤄냈다.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였다.

양웅은 온 성안을 들쑤셔 백성의 여론을 등에 업고 천제현을 지옥으로 떨어뜨리고자 했다.

영원히 지위와 명예를 잃고 사람들의 모진 비난을 받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격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미 사람들은 양씨 가문의 비열한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양웅은 스스로 나락에 떨어진 것이다.

남궁의는 흥분과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장내 모든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천제현은 천남성 최고의 천재입니다! 누가 감히 천제현이 무능하다고 말하겠습니까? 누가 감히 천제현의 출신이 비천하다고 비난하겠습니까? 누가 감히 천제현을 업신여기겠습니까!”

“천제현!”

“천제현!”

“천제현을 능멸하면 분명 이런 꼴을 당하겠지!”

사람들은 이 호탕한 모습을 감화된 듯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남궁의는 악의를 드러내며 노기에 찬 눈빛으로 앞에 있는 상대들을 향해 말했다.

“어떤가? 아까까지만 해도 천제현을 능지처참해야 한다고 난리를 부리더니, 아직 할 말이 남았는가?”

‘끝났다! 또 다시 철저히 패배했다!’

도진천은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몇 분 동안 곰곰이 생각한 그는 중대한 결정이라도 내린 듯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왔다.

그가 나오는 모습을 본 천제현은 냉소하며 물었다.

“도진천 가주께서는 인정할 수 없으신가? 또 도전하려고?”

‘그럴 리가…….’

도진천 앞서 겪었던 참담한 경험으로 충분했다.

한 명은 지위도 명예도 다 잃은 데다 마력까지 절반이나 잃은 채 성 밖으로 쫓겨났다.

다른 한 명은 현장에서 벼락에 맞아 죽었다.

더군다나 그는 주검조차 남기지 못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으나 천제현에게 역습을 당해 죽었다.

이 통렬한 교훈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설마 이를 재현할 생각인가?

게다가 세 번의 도전은 이미 끝이 났다.

천제현의 승리가 명명백백한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천제현은 자신의 힘으로 다 기울어져 가는 형세를 끌어올렸고 압도적인 방법으로 거센 역습을 가했다.

도진천은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명예는 땅에 곤두박질쳤고, 체면은 바닥에 나뒹굴었으며 말도 못 할 정도의 막중한 손해를 입었다!

게다가 그는 천재 소년을 모함한 소인배로 전락했다.

이럴 줄 진작 알았더라면, 도진천은 죽는 한이 있어도 이 흙탕물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천 소협…… 이 모든 것은 오해네!”

도진천은 가문의 수장이고, 뻔뻔해야 할 때 뻔뻔할 줄 안다.

도씨 일가는 그가 직접 일으켜 세웠다.

양웅처럼 중주 본부의 지원도 없이 말이다.

‘더 이상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도진천은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꾹 참고 계약서를 꺼냈다.

“천 소협은 하늘에서 내려준 귀재네. 내 어찌 도둑이라 말하겠는가? 내가 잠시 유언비어에 현혹되고 말았네. 내가 헛소문에 눈뜬장님처럼 진실을 보지 못하고 소협한테 죄를 지었다네. 내가 사죄하는 의미에서 모형 인쇄 공장의 계약서를 줄 테니 부디 받아주게!”

금화 100만 냥의 가치를 지닌 계약서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다니.

이것은 제 살점을 떼어주는 것과 진배없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도진천은 음험하게도 양웅과 함께 천제현을 제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순한 양이 되어 천제현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것은 강자에게 승복한 것이고, 그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도 가주는 기억력이 별로군. 이 공장은 내가 이겨서 얻은 것이니 본래 내 것이잖아! 미쳤어? 내 물건을 가지고 사과하다니. 세상에 이런 사과가 어딨어?”

“그, 그건…….”

도진천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당초에 천재대전 때 대전장에서 나를 죽일 뻔한 일도 있었지. 그 일은 잊었나 봐?”

천제현이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내 성격이 빚지고 못 사는 성격이라. 누가 날 죽이려 들면, 나도 그놈을 저승으로 보내야 직성이 풀려.”

“무슨 말이든 다 하게. 다 하시게나!”

도진천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각 매체에 사실을 밝혀 천 소협의 명예 회복을 돕겠네. 그리고 선물도 두둑하게 챙겨 기적상회에 내 친히 사죄하겠네. 이 정도면 되겠는가?”

“아니!”

“그럼 전 재산을 바쳐 내 과오를 씻겠네!”

도진천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천제현도 다소 의외인 눈치였다.

적이란 적을수록 좋은 법.

게다가 뜻밖에 수확까지 있지 않은가!

“좋아. 진심으로 사과하니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 하지만 앞으로 허튼수작 부리면, 그때 가서 내가 무정하다 탓하지 말라고!”

도진천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절대 안 그러지!”

어찌 되었든 도씨 일가는 천남성의 명문 가문인데, 지금 이 모습은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

양웅은 울화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었다.

“도진천, 부끄럽지 않으시오!”

“도씨 일가는 일개 가문에 지나지 않소. 양씨 가문처럼 세력이 두둑하지 않다오.”

도진천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싸늘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는 물론 천제현이 죽도록 미웠지만, 양웅이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오늘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도씨 가문이 입은 막중한 손실은 모두 이 미련한 놈 때문이었다.

“부디 당신도 정신 차리길 바라오. 어리석은 짓 계속하지 말고!”

양웅이 애써 모은 지원군은 모두 사라지고 양씨 가문만 홀로 남아 고립상태가 되었다.

“가자!”

양웅은 분노에 휩싸인 채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를 떠났다.

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

양웅은 삼 대 가문을 규합하여 천제현을 해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천제현의 이름만 한껏 드높여 준 꼴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천제현은 이 일을 계기로 한몫 크게 챙길 수 있었다.

이장운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제약사 조합의 회장 자리는 백발백중 염천웅에게 돌아갈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