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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5화 (74/729)

# 75

제75장 성광불멸체의 진가

천제현이 양손으로 검기를 잡는 순간 온몸에 찬란한 별빛이 양손에 운집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손이 빛을 발하는 유리 표면처럼 밝고 투명하게 변했다.

별빛은 마치 염료처럼 순식간에 백색 검기를 물들였다.

천익의 검기는 어느새 별빛으로 물들였다.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검기가 삽시간에 가루가 되어 수천 개의 광채로 흩어졌고, 바람을 따라 공중에 흩날렸다.

천제현의 몸은 여전히 광채로 둘러싸인 상태였다.

그가 천천히 설명했다.

“성광불멸체의 핵심은 외부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지요!”

공화련, 공서련, 남궁혜 등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것이 바로 성광불멸체의 위력이란 말인가?’

혼성술사라고 해도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하물며 연체술사는 오죽하겠는가?

천익의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니다.

검의 정령이 깃들어있고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기를 지니고 있으니 그 기세가 돌풍처럼 막강하고 번개처럼 빨랐다.

그러니 설령 강철을 자르고 꿰뚫을 수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설마 천제현 네 몸이 강철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인가?’

남궁의는 천제현이 궁극의 방어무공을 연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신의 마력을 애써 통제할 필요가 없이 시작만 하면 마력이 자유자재로 호신성광으로 변해 외부의 충격을 상쇄시킨다.

이 신기에 가까운 무공을 익히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의지만으로 빈틈없이 몸을 보호하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마력을 완전히 소모하기 전까지 호신성광이 계속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동급의 수련자는 물론이고 상급의 수련자가 기습을 해도 거뜬하다.

몸을 지키고 기습에도 대응할 수 있고, 무엇보다 치유도 가능한 최상급 무공이다.

천익의 두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역시, 그랬어. 이 무공은 상고시대의 무공에 뒤지지 않는군. 네놈이 기이한 인연을 만나 상고시대의 비법을 전수 받은 거였어.”

이 말은 틀렸다.

상고시대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전승된 것이다.

“널 과소평가했다는 걸 인정하지. 이 무공만으로 넌 나와 겨룰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어.”

천익의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고, 눈빛은 질투로 가득찼다.

“단, 넌 아직도 내 상대가 되지 않아! 난 방금 그 기술에 삼사 할의 힘밖에 쓰지 않았거든.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넌 죽을 거다!”

그토록 강력한 검인데 힘을 삼사 할밖에 주지 않았다니?

천익은 어릴 적부터 혼성술사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가장 좋은 재료로 단약을 만들어 먹어 기초를 다졌고 가장 정통적인 가문의 무공을 연마했다.

이런 환경에서 배출된 인재가 어떻게 약할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군! 사실 난 1할의 방어력만 사용했거든.”

“입만 살았구나! 괜히 발악하지 마라!”

천익이 탐욕스럽게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게 모두 넘기고, 스스로 마력을 폐해라. 그럼 널 죽이지 않겠어!”

천제현은 도발하듯 짓궂게 말했다.

“그럼 미안하게 됐네. 날 죽이고 싶으면 죽여 봐. 절대로 참지 말라고. 참다가 병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어서, 죽여봐!”

“네놈이 자초한 것이다!”

천익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다시금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검이여!”

등 뒤에서 희미한 청색 장검의 그림자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광활하고 웅대한 기운이 정면을 향해 날아들어 천제현을 압박했다.

천제현은 그 기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 조금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이 녀석 생각보다 강하네.’

이것이 바로 대도시와 소도시의 차이였다.

혹은 자원이 풍부한 쪽과 부족한 쪽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도시 수련자는 소도시 수련자와는 다르게 대도시의 약재나 내단 같은데서 우위를 가진다.

그러니 그 자질 면에서 소도시 수련자를 능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천익의 마력은 남궁혜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했지만, 염천웅과는 비등할 정도였다.

그리고 천익의 공격을 막은 천제현의 마력도 예전보다 훨씬 강대해진 게 분명했다.

천익이 전력을 다해 공격한 것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보통의 연체술사라면 일격에 목숨을 잃을 위력이었다.

천제현이 펼친 불멸성광체의 마력이 연체 8성 수준이었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천익은 히죽거리는 천제현을 노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무공을 전수 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천제현을 제거하여 후환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천익은 이번에 그를 죽이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혼검결!”

검의 정령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익은 수십 개의 검기를 연속으로 방출했다.

검기가 믿기 힘든 속도로 폭발하며 다시 작은 검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폭풍식!”

‘생각보다 빠르네!’

천제현은 입미 상태에 들어가 검기를 회피했다.

대부분의 검기를 피했지만 그 중 3, 4할이 몸쪽으로 날아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성광호신!’

검기가 닿는 순간 무수한 성광으로 작렬했다.

‘천제현의 위기야!’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천제현이 성광불멸체를 연마하지 않았다면, 이 검기들이 그를 죽이지는 못해도 족히 중상은 입혔을 것이다.

성광불멸체로 공격을 상쇄하면 마력이 크게 소진된다.

천제현은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고, 연체 8성의 마력이 고작이었다.

마력의 총량도 연체 9성 정점에 이른 천익에 비해 부족했다.

아무리 성광불멸체를 사용한다하더라도 부족한 마력 양을 어찌 해볼 수는 없었다.

“비기를 사용한다면 네놈을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도 쉽겠군!”

천익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맹렬한 공격을 가했다.

천제현은 분명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내 비기를 맛보아라! 혼검결! 풍권잔운!”

검의 정령이 강렬한 청색 빛을 내뿜더니 정령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곧 분해되는 정령에게서 무수한 청색 검기가 뿜어져 나와 천익 주변에 회오리바람을 형성했다.

“죽어라!”

천익은 회오리바람의 중앙에 서있다가 천제현을 향해 돌진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검기가 고기 분쇄기처럼 천제현을 감싸고 있던 성광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성광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흐릿해졌다.

천제현의 호신성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네 방어 능력은 제법이긴 하다. 혼검결은 중주성에서 가장 강력한 무공이다. 넌 날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다! 네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순순히 승복하던가, 아니면 죽어라!”

‘이놈은 대체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천제현의 얼굴에서 히죽거리던 웃음이 사라졌다.

그건 천익이 강해서도, 자신이 위기에 몰려서도 아니었다.

“이제 말 다 했어?”

천제현은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듯 짜증을 부리더니 돌연 피하지 않고 멈춰 섰다.

표창처럼 꼿꼿하게 선 채 말했다.

“그깟 실력으로 날 죽이겠다고? 넌 네가 진짜 고수라고 생각하는 거야?”

천제현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다.

“넌 천씨 가문의 무공이 중주성에서 가장 강한 무공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천익은 말이 너무 많았다.

비무 도중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천익이 날리는 검기보다 그의 말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천제현은 그게 너무나 거슬렸다.

‘비무에서 말이라는 건 이렇게 이용하는 거다!’

천제현은 천익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보기엔,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천씨 가문의 검법은 원숭이가 막대기를 두드리기만 못하지.”

천익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내가 널 죽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보지?”

그의 무공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천익은 진즉에 그를 베어버렸을 것이다.

천제현의 연이은 도발에 천익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천익은 양손으로 검을 고쳐 잡으니 검날이 마치 하늘로 치솟는 불길처럼 암홍색으로 물들었다.

“죽여 버리겠다!!”

맹렬한 검기.

흉흉한 기세.

그 기세는 능히 모든 만물을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제현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묵직한 검기를 무시했다.

그의 눈빛에 맹렬한 불꽃이 지나가자 모든 글자가 금덩이처럼 땅에 떨어졌다.

천제현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것이 네가 말한 비기냐? 좋다! 네게 기회를 주지! 이 몸은 여기에 서 있을 테니 네놈이 한 번 나를 베어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 있을 테니 베어보라고?’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란 말인가!’

천제현이 말하는 사이 성광이 돌연 폭발하더니 다시금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때, 천익도 이미 검을 쥔 채 천제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엄청난 압박이 천제현을 덮쳤다.

‘또 이거냐!’

천익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천익은 몸소 겪어보고 탐색하여 성광호신의 강도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검객이란 경지가 높아질수록 의지 또한 강해지는 법.

‘검에 의지를 담아서 세상의 만물을 벤다!’

이것이 바로 혼검결의 심오한 이치였다.

천익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의지의 영향을 받아 이 검의 위력은 배가될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수많은 천재와 겨뤄보았다.

그리고 동급인 천재 중에서 이 검을 막고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제현이 네놈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겨우 연체 8성일 뿐인데! 네 자만심이 스스로 화를 불러일으키는구나! 죽어라!’

천익은 모든 힘을 발산했다.

홍색 검망이 전신에 퍼지던 찰나 천제현의 성광이 갑자기 응집되기 시작했다.

마치 밝고 투명한 유리처럼 균일한 막이 온몸을 감쌌다.

천제현이 소리쳤다.

“꺼져!”

검기가 격동하고 땅이 쩍쩍 갈라졌다.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챙그랑.

검날이 반으로 부서져 땅에 떨어졌다.

천익은 충돌의 반동으로 수 장 밖으로 날아갔다.

‘검이 부러져?’

그의 일격은 놀라울 정도의 기세였지만 천제현의 목숨을 빼앗기는커녕 검이 부러져 버렸다.

기적상회 사람들도 모두 격앙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성광불멸체의 위력이란 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이라니!‘

천제현이 전수한 무공이 약하지 않다는 걸 진작 알고는 일었지만 이처럼 강할 줄은 몰랐다.

천제현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천가 검법이라, 그저 그렇군.”

온몸을 감싸던 광채가 서서히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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