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제74장 다음은 너냐
사람들이 마침내 공포와 놀라움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 방금 꿈 꾼 거 아니지!”
“어떻게 번개가 광장을 갈라놓았지?”
“그러게. 혼성술사를 번개로 죽이다니!”
“죽어도 싸지. 이게 다 인과응보라고! 누가 그 사람한테 천남성에 오라고 했나? 게다가 천남성의 천재를 모함하려고 했잖나!”
“맞는 말일세! 천제현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이제부터 우리 천남성도 유명해지겠군!”
“…….”
천제현이 이장운을 제압한 것은 기술적인 측면이 강해 대다수의 사람은 보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에 이 부적 시합은 직관적인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보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딱 보기에도 천제현이 만든 인뢰부의 위력은 낙원산의 폭염부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명명백백한데, 비교할 필요가 있는가?
천제현이 기술을 훔쳤다고 말한 얼간이들은 분명 눈이 먼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1급 부적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천제현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이 천재 중의 천재는 지금이야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그의 명성이 중주성, 왕성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최고의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런 그가 기술을 훔쳤다고?
이것은 뻔뻔스러운 모함이다!
천제현을 오해하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생각이 바뀌었다.
오해는 말끔하게 사라지고 깊은 존경심과 감동만 남았다.
게다가 그의 재능을 시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거렁뱅이는 돈 있는 거렁뱅이를 질투하지 백만장자를 질투하지 않는다.
이 둘이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화련과 공서련은 마음이 착잡했다.
두 사람은 크게 낙담한 상태였다.
천제현이 대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대단하고 출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자신들은 너무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언제까지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이었다.
장립청은 감격 어린 마음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는 존경 어린 눈빛으로 자신이 숭배하는 신이라도 본 듯 쳐다보았다.
“참으로 오묘한 기술이군! 이 늙은이가 천제현이 시전한 부적술의 백분의 일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이번 생에 더는 여한이 없을 게야!”
천제현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재수 없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의 기회가 끝났어. 이제 하나 남았지. 진법, 무기 등등 어떤 영역이든 당신들이 날 이기면 내가 한 약속 다 지킬게!”
양웅은 무서웠다.
어떻게 천제현을 상대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천익 역시 당혹감과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천제현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얼굴만 똑같이 완전히 딴 사람이 아닌가! 설마 천제현의 탈을 쓴 괴물 아냐?!’
어쨌든 지금 모습의 천제현은 너무 무서웠다.
만약 그가 천씨 가문으로 돌아온다면 분명 요직에 앉을 것이다.
그러면 천제현이 천익을 가만히 둘 리 없다. 더욱이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천제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절대 살려둘 수 없어!’
천제현이 생산 부분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마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앞서 낙원산의 폭염부에 부상을 입었고, 인뢰부로 인해 과반의 마력을 소진했으니 지금이 가장 약할 때였다.
“세 번째 시합은!”
“내가 하리다! 내가 직접 네놈을 벌하겠다는 뜻이다!”
천익이 나섰다.
이장운은 양씨 가문의 대표로 나와 참패를 당했고, 낙원산은 낙씨 가문 대표로 나와 또 참패를 당했다.
혼성술사 두 명이 모두 졌는데, 천익은 대체 무엇을 믿고 천제현에게 도전하는 것인가?
천익은 허리춤에 꽂혀 있는 장검을 오른손으로 빼들었다.
청색을 띤 검날로 천제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남자라면 내 도전을 받아라!”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다니, 뻔뻔스럽기도 하지!”
남궁혜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
“난 여태껏 이토록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공화련도 나섰다.
“당신들이 천제현한테 기술을 훔쳤다고 모함했어도 천제현은 당신들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고 자신을 증명해 보였어요. 그런데 천제현이 지치니까 비무를 하자고요?”
천익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무공이 마력 기술과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거죠? 지금 이렇게 나오는 거 너무한 것 아닌가요?”
공서련이 강하게 힐난했다.
“맞아! 이 나쁜 놈아! 천제현이 너보다 마력이 약하니까 괴롭히려는 게 아니고 뭐야! 게다가 천제현은 마력을 크게 소진한 상태에다 부상까지 당했다고. 이 기회에 기습하려는 거잖아. 도전은 무슨!”
“맞소!”
“천씨 가문 자제가 이토록 얼굴이 두껍다니!”
“…….”
군중들이 성토하기 시작했다.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소인배 같은 천익의 행태에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천익은 천제현이 가문을 배신하고 비급을 훔쳐 달아났다고 온 것이 아닌가.
지금 가문을 배신한 것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고 시합으로도 이기지 못하니 직접적인 무력으로 천제현을 제압하려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분노하며 천익을 비난하자 양웅이 나서서 말했다.
“천제현은 스스로 약속했소. 어떤 분야든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이오. 그런데 제약, 부적은 거기에 포함되고, 무공은 제외라는 거요? 천 공자는 무도의 가르침을 청한 것뿐인데, 안 되는 이유가 대체 뭐요!”
양웅의 말에 군중들은 더 심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양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천제현을 음모에 빠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일은 계획에서 한참 벗어났어!’
계획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실패에서 그친 것이면 다행이지만 도리어 천제현의 반격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다.
‘죽여야 한다! 천제현만 죽일 수 있다면,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
양웅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천제현에게 비무를 신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나선다면 남궁의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천제현을 제거할 기회가 이제 한 번 남았다.
이제 천익의 손에 모든 것이 달린 것이다.
천익은 중주성 천씨 가문에서 상위 열 명 안에 드는 인물이다.
이미 정령의 힘을 각성했고 더군다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혼검결을 익힌 인물이 아닌가.
이 혼검결은 상고시대 때 무공을 이어 변화, 발전시킨 것으로 중주성의 보배로도 불린다.
게다가 혼검결은 천씨 가문이 입신양명을 이루는 데 근간이 된 것이기도 하다.
천익은 혼검결의 소성까지 익혔으므로 전투력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천익이 검을 겨누며 계속 도발했다.
“어떤가? 일이 이 지경이 되니 무서운가?”
천제현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네가 도전하겠다는데 내가 무서워할 이유가 없지. 덤벼라! 천씨 가문의 무공을 구경이나 해보자. 무엇이 다른지 말이야.”
‘정말 시합에 응했다!’
천익이 교활하게 웃었다.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힘차게 검을 위로 치켜세우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하압!”
천익이 거대한 힘을 방출하였다.
백색 마력이 하늘로 솟구쳐 청색 보검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검의 정령!
천씨 가문은 검술로 유명했다.
가문의 대다수가 검의 정령을 소유하고 있었다.
공격성이 강한 검의 정령은 특히 천씨 가문의 혼검결과 결합하면 동급의 수련자를 단숨에 쓰러뜨릴 힘을 발휘했다.
물론, 같은 검의 정령이라도 사람마다 위력이 각각 달랐다.
천익의 경우, 진정한 혼성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정령도 온전히 깨우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청색을 띤 검의 그림자만 어렴풋하게 보였다.
청색은 바람을 의미한다.
바람 속성의 정령이라는 말이다.
바람의 특징은 날카롭고 빠르다는 것이다.
“혼검결, 선풍참(旋風斬)!”
천익이 냉소를 지었다.
검의 정령이 장검과 결합하여 무수히 많은 청색 검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이것이 바로 천씨 가문의 검법이구나!”
천익이 초식을 펼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깜짝 놀랐다.
정령과 검이 결합하자 검기가 회오리바람으로 변했다.
들어가면 적을 죽일 수 있고, 물러서면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빈틈이 없는 검법이었다.
‘천씨 가문의 검객이라, 역시 명불허전이군!’
‘그렇다면 천제현은 이 공격을 어떻게 막아설 것인가?’
며칠 전 천제현의 실력은 천재대전에서 연체 6성에 불과했다.
비록 막강한 전투력을 보여주었어도 천익과 같은 고수 앞에서 일격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야 정상일 터.
하지만 사람들은 두 대결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보여준 천제현에게 기대를 품고 있었다.
분명 이 위기에서도 벗어나 기적 같은 승리를 쟁취할 거라고!
천제현은 눈을 가늘게 뜨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력을 내뿜어 온몸을 감쌌다.
놀랍게도 천제현의 몸에서 점차 빛이 나기 시작했다.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처럼 은은하고 빽빽하며 심오하면서 신비로운 빛이었다.
그 빛이 금세 그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별빛을 녹여 만든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성광불멸체!”
공화련과 남궁혜는 바로 알아챘다.
‘천제현은 성광불멸체로 천씨 가문의 검법에 대응하려는 것일까?’
천제현이 성광불멸체를 수련한 건 고작 수일이고, 현재까지 소성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에 반해 천익은 수년간 혼검결을 연마해왔고, 9성 정점의 마력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검의 정령을 소환했다
그러니 아무리 성광불멸체라도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걱정과 우려가 섞인 눈빛을 느낀 탓일까.
천제현은 공서련을 돌아보며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기억하세요. 불멸체의 정수는 공격이 아닌 방어에 있어요.”
별빛을 휘감은 천제현의 모습이 빛나 보였다.
“사물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이어지며, 별빛은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법이죠. 상대의 공격이 아무리 막강해도 말입니다. 뜻에 따라 행동하고 마음에 따라 움직이면, 아무리 갑작스러운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지요.”
놀랍게도 천제현은 지금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천익은 안중에도 없다.
천제현이 말을 하는 사이, 그의 상처는 점차 치유되고 있었다.
성광불멸체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었다.
천익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날 모욕해? 죽어라!”
회오리바람과도 같은 검기가 활처럼 휘어졌다.
이내 검기는 맹렬한 기세로 천제현을 향해 날아갔다.
‘이것이 검의 위력이라니!’
혼성술사의 호신 마력도 능히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천제현은 고작 연체술사가 아닌가?
천제현은 막강한 공격 앞에서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는 오히려 양팔을 앞으로 뻗으며 날카로운 검기를 맨손으로 잡았다.
샤악!
장내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손으로 검기를 잡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