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제73장 번개를 부리는 천제현
남궁혜는 날아가던 힘을 그대로 주먹에 담아 낙원산에게 내질렀다.
남궁혜의 주먹에는 엄청난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낙원산은 갑작스럽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주먹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혼성술사답게 신속히 방어했다.
쾅!
두 사람 다 몇 발자국 뒤로 밀려났다.
낙원산은 놀라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남궁혜의 주먹을 한 번 막았을 뿐인데 기혈이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겨우 연체 9성의 수준으로 혼성술사자인 자신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줄이야.
‘이것이 신급 정령의 힘이란 말인가?’
남궁혜는 혼성술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성술사와의 전투에도 밀리지 않았다.
남궁의는 미간을 찌푸렸다.
“혜야, 멈춰라!”
남궁의는 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파괴력은 혼성 1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심지어는 약간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남궁혜는 연체술사일 뿐이다.
마력의 총량을 따져 봤을 때, 그녀는 혼성술사를 이길 수 없다.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면 모르겠지만, 결전의 시간이 길어진다면 마력 공급이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 불리해질 게 뻔했다.
남궁혜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말했다.
“아버지도 보셨잖아요! 저 나쁜 놈이 천제현을 기습했다고요!”
낙원산이 차갑게 말했다.
“어차피 저놈은 졌어. 나는 좀 더 빨리 저승으로 보내줬을 뿐이다!”
“네놈은 곧 죽을 것이다! 내가 친히 배웅해주지!”
남궁혜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낙원산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하늘이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대지에 요동치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광장 중앙에는 엄청난 화염의 충격으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고, 주변 곳곳에서 불길이 이글거렸다.
“컥컥!”
천제현이 먼지와 재를 뒤집어쓴 채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다.
옷이 까맣게 그을렸고 미끈한 얼굴도 새까매졌다.
오로지 두 눈동자만 까만 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천제현이 실실 웃었다.
새까만 얼굴이라 새하얀 이가 도드라졌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저한테 관심이 많으셨군요!”
“설마! 살아 있었어? 네 명줄도 상당히 질기군!”
남궁혜가 안심한 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깜짝 놀라 죽을 뻔했잖아! 네가 죽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이대로 죽어 버리면 난 누구한테 월급을 받아야 하는 거냐고!”
천제현은 남궁혜의 말에 피식 웃다가 기침을 했다.
분명 낙원산의 기습은 대단히 위험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장립청이 화염을 부수어 미리 폭발시켰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천제현은 성광불멸체를 수련하여 방어능력이 크게 향상된 상태였다.
이 덕분에 거센 충격파를 견딜 수 있었다.
비록 약간의 부상은 입었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남궁의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낙 장로는 감찰부 소속이면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참으로 부끄럽소. 이번 시합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소.”
주변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맞소! 낙원산이 소인배처럼 행동한 것이소!’
‘저들 모두 비겁한 소인배들이니 뭘 더 겨루겠어?’
‘진실은 언젠간 밝혀지는 법! 이제부터 누구든 천제현을 모함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성주 대인, 그건 안 되지요!”
갑자기 천제현이 끼어들었다.
“이 늙은 여우가 나를 이 꼴로 만들었잖아요. 되갚아주지 않으면 천하의 천제현이 아니지요.”
남궁의가 가까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기회를 마련해 줬는데, 그걸 뻥 차 버리다니.
남궁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아직도 겨루겠다는 것이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이 무슨 헛소린가?
‘시합, 당연히 해야지! 현금 50만에다 족히 100만 냥이나 되는 공장까지 걸린 건데. 다 잡은 고기를 놓치면 당신이 배상해 줄 것도 아니잖아!’
천제현이 낙원산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부적으로 날 공격했으니 이제 내가 공격하겠어. 반대하는 건 아니지?”
낙원산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네 까짓 게? 웃기는군! 네놈이 무슨 방법으로 날 쓰러뜨릴지 지켜보겠다!”
“그럼 눈 크게 뜨고 잘 보라고!”
천제현이 부적 하나를 손에 쥐었다.
이윽고 두 손에 마력의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마력이 부적 주변을 맴돌다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르륵!
부적이 점차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부적 주변으로 전기가 깃들었다.
파지직!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설마 번개 속성 부적인가?’
천제현이 힘차게 손을 휘젓자 부적이 높이 솟아올랐다.
허공에 뜬 부적은 잠시 공중에 멈춰있더니 자홍색 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뿜어져 나온 자홍색 번개가 믿기 힘든 속도로 낙원산을 향해 내리꽂혔다.
‘정말 번개 속성이야?’
중주성에서 이토록 희귀한 속성의 부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제현이 이런 부적을 만들어내다니!
쾅!
번개가 낙원산을 정확히 맞혔다.
“하하하…….”
낙원산이 번개로 인해 온몸이 반짝거렸다.
번개가 아무리 널리 퍼져도 그의 호신 마력을 뚫을 수 없었다.
“희귀 속성 부적이면 공격도 강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이 힘은 일반 1급 부적만도 못하다. 이런 저급한 부적으로 날 이길 생각을 한 것이냐?”
천제현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십, 구, 팔…….”
낙원산이 의아해하던 찰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주변에 있던 번개가 분산되지 않고 서로 엮이기 시작했다.
엮인 번개는 서서히 부적 주문의 형태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위력은 강하지 않아도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삼, 이, 일!”
천제현의 ‘땡’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와!”
“저게 뭐야?”
“하늘 좀 봐봐!”
“…….”
사람들이 연이어 감탄사를 내뱉었다.
낙원산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낙원산의 머리 위에 형성된 구름층 사이로 번개가 응집되어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은 진짜 번개였다!
진짜 번개의 힘이라니, 그 위력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낙원산은 머리 위에 떠 있는 무시무시한 힘 앞에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아득하게 퍼지던 공포가 낙원산의 온몸을 삽시간에 휘감은 것 같았다.
“아, 안 돼…… 안 돼!”
짧은 시간 낙원산은 고민에 빠졌다.
‘도망갈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
콰광!
온전히 완성된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천지를 가르고 광장을 뒤흔드는 충격이 내리꽂혔다.
번개는 정확하게 낙원산에게 꽂혔다.
그의 호신 마력은 한낱 종잇장처럼 한 번의 충격도 견뎌내지 못했다.
쾅쾅쾅!
번개가 대지를 찢어놓았다.
낙원산의 전신이 그 자리에서 재로 변했다.
남궁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눈이 부셔 낙원산의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낙원산은 분명 이 번개로 죽었을 것이다!
천제현은 사방에 널브러진 바람에 흩날리는 재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인뢰부(引雷符)는 1급 부적이야. 그 자체적인 힘은 강하지 않지만, 번개를 끌어모으지.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이 모든 건 당신이 자초한 거야.”
양웅과 도진천은 너무 놀라 전신이 마비된 것 같았다.
‘천제현이 번개를 소환할 수 있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번개란 그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대단한 혼성술사라 하더라도 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다.
그런데 천제현은 이를 해낸 것이다.
그는 번개를 소환하여 순식간에 낙원산을 없애 버렸다!
천제현이 장내를 쑥 훑어보았다.
“누구든 나를 건드리면 그 사람 집에 인뢰부 수십 장을 묻어놓도록 하지요. 번개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리석은 작자의 오늘이 당신들의 내일이 되도록 해드리지요!”
‘잔인하다! 미쳤어!’
어떠한 거리낌 없이 내뱉은 협박에 장내의 모든 사람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번개 수십 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만 떨어져도 그들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천제현은 저들에게 겁만 주려고 한 것이다.
1급 인뢰부는 그 효과가 놀라워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만 사용할 수 있고, 번개도 한 번만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개가 떨어지는 지점도 고정되어 있다.
사실 낙원산이 조금만 빨리 움직여 인뢰부적이 떨어질 지점에서 벗어났다면, 이렇게 번개에 맞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여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있겠는가?
이미 모두가 겁에 잔뜩 질려 있는데!
천제현이 이장운을 이긴 것으로 사람들을 뒤흔들었다면, 1급 부적을 사용해 혼성술사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 버린 것으로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사람이기는 한 건가?’
‘정말이지 엄청난 괴물이다!’
‘고작 연체술사가, 고작 1급 부적으로 번개를 만들어내고 이처럼 경악할 만한 효과를 내다니!’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가슴 깊이 두려움을 느꼈다.
경지가 가장 높은 남궁의조차도 미묘한 떨림을 어쩌지 못했다.
영혼의 심연에서 한기가 휘몰아쳤다.
번개의 목표가 그였다면, 그 역시도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남궁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낙원산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낙원산이 죽었다! 이렇게 죽어 버리다니!’
감찰부 장로가 작은 이익을 탐하는 바람에 자신의 생명까지 다 바친 꼴이 되었다.
진정한 소탐대실의 꼴이었다.
양웅은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놀랍고 두려웠으며, 분노가 들끓었다.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했고 최대한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하여 사 대 가문의 세력을 규합한 것이다.
그리고 양씨 가문의 힘과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그를 공격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아직도 천제현을 한참 과소평가한 것이다.
도진천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절망에 빠졌고 눈빛은 총기를 잃어갔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100만 냥에 달하는 가산을 순식간에 날려먹었다!
천제현이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성주 대인, 하실 말씀이 있나요?”
남궁의는 방금 꿈에서 깬 듯 쓴웃음을 지었다.
“결과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군요. 부적의 위력을 겨루는 시합에서 천제현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와!
장내가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