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2화 (71/729)

# 72

제72장 부적 대결

낙원산이 말을 마치자마자 남궁혜와 장립청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낙원산, 이 교활한 놈!’

사실 부적의 품질은 효능, 창의력, 실용성, 제작 난이도, 시전 난이도 등 여러 부분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낙원산은 이것들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부적술의 위력만 겨루겠다는 것이다!

혼성술사가 만든 부적과 연체술사가 만든 부적의 위력이 비교가 되겠는가?

낙원산 본인은 혼성술사이므로, 2급 부적을 제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 천제현은 연체술사로 1급 부적만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

낙원산은 자신의 계획에 흡족해했다.

“어떠냐? 무서우냐?”

천제현은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부적술 위력을 겨루자고요? 그렇게 하죠. 뭐!”

정말 위력을 겨룰 것인가?

위력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서 천제현이 질 게 뻔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기교만으로 그 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사람들은 천제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태연자약한 천제현의 모습을 보며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얼마 후.

각종 부적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나열된 재료를 두고 천제현과 낙원산이 마주보고 섰다.

먼저 움직인 것은 낙원산이었다.

낙원산은 역시나 중주 본성의 이름난 부적사다웠다.

손에 수정붓을 들고 상등품 마수 양피지에 2급 부적 도안을 단숨에 그려 넣었다.

도안을 그리면서 방출되는 뜨거운 마력의 기운이 양피지를 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가 그리는 부호와 주문 하나하나에서도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장립청의 안색이 변했다.

“2급 폭염부(爆炎符)다!”

남궁혜도 낙원산이 그리는 부적 주문을 알아봤다.

“저것은 2급 부적 가운데 파괴력에서 최고의 부적이 아닌가요?”

표정이 한껏 어두워진 장립청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폭염부는 유명한 부적이란다. 혼성술사에게도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정도로 위력적이지.”

남궁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음험한 작자 같으니!”

사실 낙원산이 마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에, 같은 1급이 아닌 2급 부적으로 대결한다는 것 자체가 공평하지 못한 일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새어나간다면 낙원산의 명예는 크게 실추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낙원산은 나중에 실추될지도 모르는 명예보다 지금 대결에서 확실하게 이기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낙원산은 2급 부적 중에서도 위력이 가장 강한 폭염부를 그렸다.

큰소리로 천제현을 응원하던 남궁혜의 얼굴에도 걱정이 깃들었다.

‘승부가 될 리 없잖아! 천제현, 어쩌려는 거야?!’

제아무리 천제현이라도 경지의 격차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부적의 등급을 구분하는 근본적인 기준은 부적 제작에 필요한 마력과 부적을 사용했을 때 방출하는 힘이다.

바꿔 말하면, 1급 부적이 아무리 강한 위력을 지녔어도 힘의 총량 면에서 가장 약한 2급 부적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경지의 격차다.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

물론 천제현도 낙원산이 사용한 부적의 종류를 바로 알아챘다.

폭염부는 2급 부적 중에서도 위력이 뛰어난 부적임에 틀림없다.

이 부적은 수천 년 동안 무수한 개량과 개선을 거듭하면서 이 부적은 대륙에서 도태되지 않고 줄곧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 이유는 폭염부가 지닌 파괴력 덕분이었다.

양쪽의 경지 차이가 크지 않았다면 천제현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지만, 현재 상태로 보아 승리를 장담한 수 없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천제현의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진폭부(塵爆符)를 그릴까?’

진폭부는 두 가지 속성을 지닌 부적으로 삽시간에 대규모 분진을 분출하여 화염 폭발을 일으킨다.

진폭부가 일으키는 분진 폭발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니면 격광부(激光符)도 괜찮고.’

격광부는 힘을 극도로 압축시켜 한 점으로 방출하는 부적이었다.

파괴 면적은 작지만 관통력이 막강하여 살상력이 매우 높았다.

진폭부도 좋고 격광부도 좋다.

모두 후대에서 대표로 꼽히는 부적이라 어떤 것을 사용하더라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위력을 떨치기에는 뭔가 부족해!’

장내를 뒤집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압도적인 우위로 승리하여 사람들이 가슴 깊이 승복하도록 만들거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1급 부적으로 가능할까?’

천제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이내 천제현의 머리에 한 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좋아. 결정했다. 그걸 사용해야겠어!”

천제현이 수정붓을 들어 양피지에 도안을 그리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양쪽 모두 부적이 준비되었다.

남궁의가 말했다.

“이곳에 사람이 많아 부적을 발동하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광장으로 이동하시죠!”

길게 늘어진 먹구름에 천지가 어둑어둑해지고 매서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이내 스산한 기운이 장내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천남광장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많은 시민이 전설로 남을 만한 시합을 보기 위해 물어물어 찾아온 것이다.

17세의 신비한 소년과 혼성 경지의 고수이자 권위를 자랑하는 장로의 대결이라니.

이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을 법한 두 사람이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믿을 수 없는 시합을 벌이는 것이다.

양쪽은 모두 준비를 끝마쳤다.

‘과연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천제현이 낙원산을 제압하고 다시금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천제현과 낙원산만 남은 채 사람들은 광장 중앙에서 200m 정도 물러났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약 100m.

둘은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며 결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낙원산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놈이 먼저 할 테냐, 내가 먼저 할까?”

“나는 버릇이 있지. 사려 깊고 용감하고 평화를 좋아하는 버릇이 있고, 또 노인을 공경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버릇 말이야.”

헛소리를 내뱉은 천제현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연장자인 영감이 먼저 해!”

낙원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신중한 얼굴로 부적을 꺼내 들고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가 두 눈을 감으니 온몸에서 광풍이 일었다.

붉은색의 마력이 일렁이더니 돌연 사방팔방으로 확산되었다.

“아!”

갑자기 적색 수사자의 머리가 낙원산 등 뒤에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내 정령이다!’

낙원산의 정령은 불 속성이다.

다시 말해, 정령을 소환함으로써 부적의 위력이 배가된다.

부적은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에 몰려드는 마력을 미친 듯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부적 상단에 그려진 도안을 따라 홍색 광채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힘의 파동이 갈수록 커져 임계점에 다다랐다.

칙!

작열하는 기운이 용솟음쳤다!

부적 전체가 자연 발화하기 시작했다.

낙원산이 포효하듯 외쳤다.

“가라!”

자연 발화한 부적이 눈부신 불빛을 방출하더니 정교한 구(球) 모양의 화염이 손바닥에서 떠올랐다.

화염구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팽창하더니 주먹 크기로, 다시 얼굴 크기로, 마지막에는 항아리 정도로 커졌다.

회전속도도 더욱 빨라지며 주변의 공기를 달궜다.

멀찍이 물러서 있는 사람도 이 작열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낙원산은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마력을 방출하며 두 개의 마력진을 그렸다.

곧 마력진으로 거대한 구 모양의 화염을 제어하고는 머리 위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때가 바로 화염 위력이 가장 강력할 때였다.

작은 태양을 들어 올린 것처럼 영롱한 광채가 사방으로 터졌다.

‘혼성 경지에 이른 부적사의 힘이란 참으로 무시무시하구나!’

사람들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보았느냐? 주제도 모르는 것!”

낙원산은 큰소리로 미친 듯이 웃었다.

“이것이 바로 혼성술사의 힘이다! 네놈은 무엇으로 나와 겨루겠느냐!”

순간.

낙원산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부적 대결에서 천제현을 이겨도 저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시 남궁의가 개입할 게 뻔했다.

하지만 이 화염구를 날려 저 녀석을 단박에 죽여 버린다면?

‘저 녀석을 죽일 수 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해!’

낙원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도둑놈 따위가 나와 겨룰 깜냥이 되는 줄 아느냐?”

낙원산이 천제현을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하찮은 재주 따위 부릴 것 없다! 죽어라!”

사람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부적 시합인데!’

낙원산은 시합 규칙을 무시하고 부적을 이용하여 천제현을 공격했다.

겨우 연체 경지에 이른 수련자가 혼성술사의 부적 공격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낙원산은 의도적으로 천제현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것은 모살이다.

치졸한 행동이고 입에 올릴 만한 가치도 없는 기습 공격이다.

혼성술사가 연체술사를 기습 공격하다니!

“안 돼!”

남궁의와 장립청이 대경실색했다.

남궁의의 정령은 화산 정령으로 놀라운 파괴력을 자랑하며, 자기보다 몇 급 이상 경지가 높은 사람에게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만큼 힘의 응집 속도가 느린 편이라 이처럼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장립청이 방출한 청색 마력이 웅장한 독수리가 되어 날아올랐다.

독수리는 단숨에 하늘로 승천하더니 급강하하여 구 모양의 화염을 잡아 박살 냈다.

쾅!

화염이 부서지는 순간 폭발했다.

엄청난 화염이 충격파를 일으키며 주변에 열폭풍을 만들어냈다.

천제현은 맹렬히 용솟음치는 화염을 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두 주먹을 굳게 쥐더니 앞으로 힘차게 내밀었다.

순간.

화염의 충격이 천제현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

“안 돼!”

공서련이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천제현!”

공화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남궁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정령 봉황을 소환했다.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울음소리가 멈추고 남궁혜 등 뒤에 봉황의 날개가 생기더니 격렬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남궁혜는 유성처럼 빠르고 거칠게 날아 낙원산을 기습했다.

“이 비겁한 늙은이! 내 반드시 네놈의 명줄을 끊어 놓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