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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9화 (68/729)

# 69

제69장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

양웅은 천제현이 이렇게 교활한지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어!”

천익은 더욱 치미는 화를 참지 못했다.

“이 배신자야, 네 몸에는 천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가문에서 너 같은 쓰레기를 십 년이나 키워줬는데 그런 배은망덕한 말을 입에 담다니! 역시 양심을 팔아먹은 금수 같은 놈이야!”

‘십 년 동안 키워줬다고? 십 년 동안 가뒀다고 해야 맞지!’

기억이 사라지긴 했지만 천제현은 그 십 년이 짐승보다 못한 시간이었다는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괴롭힘과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천제현과 도망쳤다가 잡혀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노비로 전락했다.

천익이 방법을 바꿨다.

“넌 천씨 가문의 기밀을 훔쳤다. 그 하나만으로 능지처참감이야!”

“내가 기술을 훔쳤다고 했는데 증거가 어디 있죠?”

천제현은 천익의 당황스런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면 그런 어리석은 말을 믿을 리 없죠!”

천익이 끝까지 우겼다.

“궤변 늘어놓을 생각 말아라!”

천제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껄껄 웃다가 갑자기 강경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몇 가지 질문을 하지요!”

천제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천익을 바라보며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천씨 가문에서 마력등과 마력냄비를 발명했으면서도 반년 동안 아무 움직임도 없었어요. 내가 천남성에서 상회를 세우고 거금을 벌어들였을 때도요. 그걸 두고 보다니 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얼간이인가요?”

천제현의 말에 천익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 천씨 가문은 이런 진귀한 기술을 어떻게 족보에 오르지도 못하고 마력도 없는 사람에게 털릴 수가 있죠? 천씨 가문 사람들은 바보천치인가요?”

천익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애써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천제현이 재빨리 말을 이으며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만약 내가 정말 기술을 훔치고 가문에서 이를 알아차렸다면 천씨 가문의 윗선에서 왜 아무런 반응이 없죠? 게다가 당신 혼자만 보내 일을 처리하다니요? 천씨 가문 어른들이 다 얼어 죽었나요?”

천익은 입만 벙긋거릴 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천제현은 그를 더욱 닦달했다.

“대답해요! 어째서죠?”

질문이 이어졌다.

예리한 질문이었다.

모든 질문이 음모의 허점을 정확히 찔렀다.

천제현의 말을 듣던 사람들도 이번 사건이 매우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건이 너무 갑자기 발생해서 모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옆에서 누군가가 선동하니 감정이 격해진 것뿐이었다.

양웅과 낙원산, 도진천의 안색이 급변했다.

‘저, 저놈 말발이 저렇게 좋았다니!’

저들이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선 것은 천제현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단 죄인으로 몰아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없애 버릴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양웅은 남궁의가 천제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오판했다.

더욱이 천제현의 언변에 대해서도 과소평가했다.

‘웃기는군. 나는 3만 년 후의 대륙에서도 대현자였다고. 틈만 나면 늙은이들과 입씨름을 벌였는데 네깟 것들이 날 이기려고 들어? 어림없지!’

천익은 계속 입만 달싹였다.

상황이 이상해지자 양웅이 나섰다.

“이 주둥이만 산 배신자야. 교묘한 말로 진실을 왜곡하면 사람들이 속을 것 같아? 천씨 가문 기술을 훔치지 않았다고 했는데, 네놈이 훔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느냐? 네놈이 훔친 게 아니라면 노예로 전락했는데 어떻게 그런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단 말이냐!”

낙원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 형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이자를 체포하여 심문합시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지요!”

천제현이 체포되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가볍게 웃었다.

“좋습니다. 증거를 보여드리죠!”

모두 놀라서 멍해졌다.

설마 이놈에게 정말 증거가 있는 거 아냐?

“이렇게 합시다. 양씨 가문, 도씨 가문, 낙씨 가문, 천씨 가문…….”

천제현이 일일이 호명하며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

어조가 점점 강해지더니 갑자기 벼락 같이 소리쳤다.

“사실 가문의 버러지인 네놈들 따윈 안중에도 없다! 마음껏 덤벼라. 무기 제련이든 단약 조제이든 부적 제작이든 뭐든지 좋다! 세 번의 기회를 주지. 내가 한판이라도 진다면 스스로 목을 내어놓지!”

이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마나 대단한 기백인가.

혼자서 네 가문을 상대하겠다니.

아무리 박학다식한 사람이라 해도 이렇게 호언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장립청이 급히 앞으로 나와 만류했다.

“무모하게 굴지 마시게. 그건 불가능한 일일세!”

사람마다 지닌 재주가 다 다르다고 했다.

아무리 명석해도 모든 분야에 통달할 수는 없는 법.

장립청이 부적 제작에 조예가 깊다고 하지만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조예가 깊다는 것은 종합적인 실력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불의 부적에 특히 강하고 또 누군가는 흙의 부적에 강하다.

같은 부적학이라도 종류가 다양하다.

천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삐쭉거렸다.

“대사님,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저놈들은 다 머저리들이에요. 세 번은커녕 열 번의 기회를 줘도 절 이기지는 못해요! 이 대결을 통해 제 결백과 저놈들이 얼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겠어요!”

장립청은 천제현이 제정신이 아닌 걸 진작 알았지만 이 정도로 정신이 나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혼자서 네 가문에 도전하다니.

이건 너무 무모한 일이었다!

양웅이 이장운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장운이 뜻을 알아채고 말했다.

“정신 나간 애송이, 제 무덤을 파는군. 도전을 받아주마!”

이장운이 도전을 받아들이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천남성 제약사 조합 회장이 저 애송이와 겨룬다고?’

‘승부가 될 리가 없잖아!’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제현이 천제현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장운은 천남성에서도 장립청만큼의 입지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입지를 쌓아올리는 데에는 그의 제약실력이 무수히 많은 공헌을 했다.

게다가 그는 천남성이 아니라 중주성에서도 충분히 통할 인물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천제현은 천진난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천제현의 답변에 또다시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허나 난 목숨과 명예를 걸었으니 그쪽도 빈손으로 응전할 순 없잖아?”

천진난만한 미소가 음흉한 미소로 바뀌었다.

“당신이 진다면 제약사 조합 회장 자리를 내놓고 천남성에서 꺼져! 그럴 배짱 있어?”

이장운의 안색이 변했다.

‘이놈이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군!’

회장은 결코 유명무실한 자리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약사 조합 회장은 성의 제약 업계에서 가장 큰 권력자였다.

그 자리에 있으면 제약 업계 관련된 일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만약 이장운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염천웅이 그 자리에 앉게 될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남운상회의 약품 사업은 순식간에 급성장할 것이다.

게다가 장립청까지 부적 사업을 돕고 있으니 남운상회는 승승장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양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양씨 가문이 현재 천남성에서 이런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건 이장운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장운이 회장 자리를 잃고 천남성을 떠나게 된다면 양씨 가문은 날개 하나를 잃는 꼴이었다.

십 대 소년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전했다!

도전 상대는 이장운.

제약사 조합의 회장이다!

오랫동안 명성을 누린 대단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뻔히 보는데 이장운이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는가?

그저 어두운 얼굴로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네 조건을 받아들이겠다!”

이장운은 어쩔 수 없는 듯 도전을 받아들이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젖비린내 나는 저 애송이가 날 이길 수 있겠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군!’

이장운의 머릿속에서 악랄한 계획이 떠올랐다.

“어떤 분야를 겨뤄도 상관없다고 했지? 그럼 독약을 조제는 기술을 한 수 배워보지!”

‘독약!’

‘독약을 조제한다고?’

사람들의 낯빛이 변했다.

장립청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장운은 이익을 밝히고 특히 기회를 엿봐 농간을 부리는데 탁월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유리한 분야를 선택 할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더욱이 그것이 천제현을 죽일 수 있는 기회라면!

사실 이장운은 독약에 대해서는 중주성에서조차 이름이 날 정도였다.

그가 만든 독약이라면 누구든 독살시킬 수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하지만 천제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호쾌하게 웃었다.

“이런 늙은이도 죽음을 안 두려워하는데 내가 두려울 게 뭐 있어! 규칙은 네 마음대로 정해. 뭐든 다 받아주지!”

‘흔쾌히 승낙을 해? 죽음을 자초하는군! 죽어도 내 탓 마라!’

이장운이 음산하게 웃었다.

“각자 독약을 조제한 후 바꾼다. 그리고 해독약을 조제하여 함께 복용한다. 독의 효과가 없으면 이긴 거고 효과가 나타나면 지는 거로 하지!”

구경하는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이게 무슨 대결이야?’

‘목숨을 건 도박이다!’

양측에서 각자 독약을 조제한 후 교환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해독약을 조제하여 독약과 함께 복용한다.

독이 효과를 발휘하면 패배이다!

정말 목숨을 건 대결인 것이다.

게다가 독약의 조제는 쉽지만 해독약의 조제는 어렵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을 잃게 된다!

이건 단순히 제약학을 대결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장립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장이라도 천제현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대결이 성립되어 버려 나설 수가 없었다.

한편 양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의 근심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장운의 독은 누구도 해독할 수 없다.

‘후후. 이장운의 독에 중독되면 바로 죽는다. 천제현 네놈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

이 제약대결을 통해 남궁의와 충돌 없이 손쉽게 천제현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안 돼! 이건 불공평해!”

공화련이 얼굴을 찡그리며 걸어 나왔다.

“혼성술사는 2급 약을 조제할 수 있지만 연체술사인 천제현은 1급 약밖에 조제할 수 없어. 이렇게 경지의 차이가 있는 대결은 애초부터 불공평하다고!”

염천웅이 말을 거들었다.

“제약사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이런 대결은 할 수 없어!”

이장운이 날카롭게 말했다.

“스스로 뱉은 말인데 누굴 탓하느냐? 이제 물러설 수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죽든지 대결에 임하든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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